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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 004 김경후 시집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0원 / 거리의 리어왕 / 한도막 형식 / 붉은 두도막 형식 / 먹먹 / 비누 쪼가리 / 혀 / 모래집 / 이구아나 / 한밤중 / 닭장 / 팔월 / 우리는 달을 공유하는 사이 / 바늘 / 생일 케이크 / 접시 / 서정시 / 깊은 밤엔 두부를 / 외줄 곡예사 / 물병자리 아래서 / 상속자 에세이 : 매점과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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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주머니에 젖은 주먹을 쑤셔 넣고
가슴에 머리를 파묻으면 잃어버릴 것의 소리들 냄새들 갓 갈아엎은 흙냄새 따스한 심장의 냄새 방금 밟은 빗방울 냄새 또 잃어버릴 것으로 홀로 돌아간다 물 위에 어른거리는 잃어버릴 게 없는 지갑처럼 잃어버릴 이끼 낀 해골바가지 ---「0원」중에서 새벽 두 시, 종로 한가운데, 리어왕, 비틀거리고 계시다, 바지가 반쯤 내려간 리어왕, 벽에 머릴 박은 리어왕, 깨진 술병들, 고기 타는 냄새 한가운데, 물론, 주저앉은 리어왕도 계시지, 모든 리어왕은, 감히, 내가 누군 줄 아느냐, 감히, 고함치신다, 그가 리어왕이 아닐 리 없지, 그러나, 이때, 나타난 젊은이, 난세난국엔 감히 이런 일도 있는 법, 그만, 돌아가세요, 너,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정말 다행이지,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나, 감히, 모두 그가 누군지 알고 있지, ---「거리의 리어왕」중에서 바닥은 허공 허공도 허공 외줄 위로 외발자전거가 달린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외발자전거가 달린다 끝나지 않는 외줄 위에 끝나지 않는 허공 달리는 제로 ---「외줄 곡예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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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첫 번째 컬렉션북 출간! 현대문학의 새로운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다. 2017년 7월호 월간 『현대문학』에서부터 시작된 이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그들의 신작을 집중 조명하는 작가 특집란이다. 그동안 전통적 의미의 문학이 맞닥뜨린 위기 속에서 문학 작품을 향한 보다 다양해진 변화의 목소리 속에 『현대문학』이 내린 결론은 오히려 문학, 그 본질을 향한 집중이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문예지의 창작 지면을 오히려 대폭 늘려 시의 경우 신작 시와 테마가 있는 에세이를, 소설의 경우 중편 내지 경장편을 수록해 가장 『현대문학』다운 방식으로 독자 대중과 조금 더 깊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작품을 통해 작가를 충분히 조명하는 취지의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그 결과물로서 월간 『현대문학』 2017년 7월호부터 12월호까지 실린 시인 6인―박상순, 이장욱, 이기성, 김경후, 유계영, 양안다의 작품들을 시리즈의 신호탄이자 첫 번째 컬렉션북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Ⅰ』으로 가장 먼저 출간한다. 이는 현대문학의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점인 동시에 1955년 창간 이래 유수한 시인들을 배출해온 현대문학이 다시금 시인선을 출발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핀pin’이란 주로 사물을 여미거나 연결하는 데 쓰는 뾰족한 물건을 의미이지만, 또는 꽃이나 웃음 등이 개화한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흔히 무대 위의 피사체나 세밀한 일부분을 특별히 강조하기 위해 쏘아주는 빛도 ‘핀’ 조명이라 하는데, 우리가 표방하는 ‘핀pin’은 이 모두를 함축하는, 정곡을 찌르는 의미라 할 수 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Ⅰ』의 작가들은 단행본 발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를 이루어 큐레이션된다. 현대문학이 새롭게 시작하는 시인선인 만큼, 개별 소시집이 이루어내는 성취는 그것 그대로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에세이의 테마 선정과 표지화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동반한 개성적인 6권 세트는 서로 조응하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세트로 독자들에게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핀’이 되려는 새로운 플랫폼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가 가지는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기대한다. 현대문학*ARTIST-정다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탄생된 시집 표지이다. 각각 개별의 시집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도 볼 수 있는 이번 VOL Ⅰ 시집들의 표지는 패브릭 드로잉 작가 정다운(b. 1987)의 작품들로 장식하게 되었다. 동덕여대 회화가 출신의 정다운 작가는 신진 시각예술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기획프로젝트 ‘2017 아티커버리(articovery)’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TOP 1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중국, 홍콩,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임의의 구성에서 우연의 결과를 얻고, 이렇게 반복되는 행위들은 규칙성을 갖고 하나의 화면을 완성하는 정다운 작가의 작업 방식은 한 권 한 권의 소시집이나 여섯 권 세트로 큐레이션되는 핀 시리즈와도 그 의미가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우리의 첫 시리즈 시집 첫 번째 협업 아티스트로 정다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의 말 빵을 먹을 것인가, 욕을 먹지 않을 것인가. 세계명작동화와 노벨상 전집, 카뮈와 사르트르, 헤세와 헤밍웨이를 읽어도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없었다. 답은커녕 빵값을 책값으로 써서 배만 더 고팠다. 답이 있었다 해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답은 아니었다. 너무 늦게 도착한 예감. 너무나도 늦어서 다행이고 기쁜 예감. 가끔 가혹하지만 너무 행복한 후회. 영리하게 살 것인가, 숨 막히게 살 것인가. 이 고민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불길한 후회. 그리고 내가 아무리 책과 글을 좋아해도 책과 글에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해결책이 나와 있지 않을 거라는 불길한 후회. 내가 책과 글을 사랑할수록 이 두 가지를 멀리해야 할 것만 같은 불길한 후회. 그리고 불길한 후회는 반드시 어떤 험난한 길을 통해서라도 현실이 된다는 불길한 확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책과 글을 만나는 것, 이것이 나의 매점이다. ―에세이 「매점과 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