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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4
갈 곳이 있어 다행이긴 해 11 연애 학교 개강 21 각자의 사연들 32 은밀한 대화 44 제1규칙 연애 금지 52 완벽한 아이들 62 그 건물에서 수상한 소리가 72 이 학교 이상해! 82 안테나를 끌 때 행복해진다고? 93 상형! 제발 탈출해 104 매일 터지던 사고의 원인 112 감정을 차단해야 해 122 황소윤의 비밀 132 재생 불능이면 폐기 처분 143 마지막 사진 154 어떤 길인지 가 봐야 알지 163 지겹도록 집중하기 174 살아 있으면 약속할 수 있는 거야 185 발칙한 학교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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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엄마는 별거 아니라는 듯 “그냥 좋은 거지 이유는 무슨 이유.” 이렇게 말했다. 그냥이라는 말은 무책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들은 적당한 이유나 핑계, 그리고 대답거리를 찾지 못할 때 ‘그냥’이라는 말을 쓴다. _ 22쪽
연애 잘하는 방법 같은 거 필요 없다. 보내려면 태근이와 사귈 때 보내든가. 지금은 누굴 사귀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지겹고 힘들다. 쉬고 싶다. 잘 보이고 싶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그 피곤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_ 30쪽 솔직하게 말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과 진실이다. 그래야 상대도 진실되게 나올 확률이 높다. 나는 거짓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물론 진실되게 대해도 그걸 까뭉개는, 싸가지를 엿 바꿔 먹은 부류의 인간이 가끔 있기는 하다. 태근이처럼. 하지만 그걸 걱정해서 거짓으로 나를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_ 35쪽 빨간색과 파란색은 전혀 다른 색임에도 하나의 문양을 만들었는데, 사람과 로봇은 그럴 수 없는가 보다. 기계가 침범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경계가 있는가 보다. 윤리라는 이름의 경계.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웃긴다. 그러면서 인공 지능이라는 말은 왜 생겼으며 더 기능이 좋은 로봇을 만들지 못해 안달일까? 인간과 닮으면 안 되면서 인간을 뛰어넘는 것은 괜찮다는 논리도 그렇다. 로봇과 친구가 되는 것은 안 되고, 로봇에게 점령당하는 것은 용서한다는 말과 같다. _ 120쪽 사람들은 갈수록 낮과 밤의 구별을 잘하지 못하고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자기 스스로를 못살게 군다고 했어.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둔하게 생활하고 둔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 주어서,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 줄 목적으로 개발된 거지. _ 129쪽 상형은 말없이 내 말을 들었다. 내 말 속에 상형에게는 입력되지 않은 단어도 수없이 있었을 거다. 상형이 알고 있는 말뜻과 어긋나는 부분도 많았을 거다. 그런데 상형은 내가 말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내 말을 끊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그 말을 풀어놓는데, 문득 눈물이 나왔다. 나는 훌쩍훌쩍 울기까지 했다. _ 161쪽 처음에는 다 그렇게 시작해. 하지만 따돌림을 당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따돌리는 데 앞장서기도 해. 나를 따돌리는 데 앞장섰던 애도 나랑 가장 친했어. 내가 학교를 마치고 다른 애랑 먼저 집에 갔다고 걔는 내가 자기를 따돌리려고 한다고 생각했어. 그 섭섭한 마음이 시작이었지. 시작은 수돗물처럼 작은 물줄기야. 하지만 나중에는 거대한 폭포가 되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으로 쏟아져. 수압이 세서 웬만한 힘으로는 막을 수 없어. 그런 게 따돌림이야. _ 169쪽 “무언가에 집중할 때 우리는 쓸데없는 예민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야. 그것은 다시 말해 둔감해지는 힘이기도 하지. 쓸데없는 것에 예민해져서 앞서 나가는 것,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 마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기가 다 파악하고 있는 듯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이 모두가 민감하고 예민함에서 오는 거지. 예민하고 민감한 것의 반대는 둔감해지는 힘이야. 둔감해질 때 뭐든 잘할 수 있어. 싸우지도 않고 마음도 편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지. 물론 연애도 잘할 수 있다. _ 197~198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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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가르쳐 준다니 되게 발칙하지 않니?”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는 광고 문구에 낚인 엄마 때문에 졸지에 한 달간의 여름방학을 연애 학교에서 보내게 된 우리의 주인공 연보라 외에도, 차일 때 차이더라도 남자 친구를 한번 사귀어 보고 싶은 김민, 매번 차이는 이유를 알고 싶은 연지, 가르쳐서 안 되는 연애를 가르친다니 어떻게 가르치나 보자는 심정으로 온 소윤이까지, 고민 많은 열네 살 친구들은 각자의 이유로 연애 학교를 찾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모두 예민하기론 둘째가기 서러운 최강 예민 보스들이었던 것! 이들은 날마다 펑펑 사고가 터지는 연애 학교에서 각자의 예민함을 잠시 내려두고 다른 곳에 집중하며 둔감해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둔감해지면 뭐든 잘할 수 있어. 마음도 편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지.”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그럴 수도 있지’,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십대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그렇다 보니 쓸데없는 것에 예민해져서 앞서 나가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주변 사람의 반응 하나하나에 촉각 곤두서고, 뭐든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며 자신을 들들볶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예민함에서 온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세상 모든 것들과 예민하게 싸우는 우리의 청소년들을 위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곤혹스럽게까지 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예민한 안테나를 끄고 느긋하게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길, 그래서 행복한 일이 더더욱 많이 일어나게 되길 간절히 바라며, 작가는 책 속에 발칙한 학교를 만들어 지금 청소년들을 그 학교로 초대한다. 과학적인 교육 과정과 맛있는 급식까지 준비하고 말이다. 작가의 말대로 둔감해지면 정말 뭐든지 잘할 수 있을지, 정말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을지 이 학교의 수업을 들어 보자. 정 안 되면 연애 박사가 되는 법이라도 배우지 않을까? 일단 책장을 펴고 발칙한 수업에 참여해 보자. “조금 둔감해지자고 마음을 굳히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 것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부터다. 바짝 세우고 다녔던 안테나를 끄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럴 수도 있지.’ ‘별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둔감해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람처럼 날아와 화살처럼 뇌리에 콕콕 박히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눈을 막고 귀를 막고 코를 막고 다니지 않는 이상 그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둔감해지는 것을 가르쳐 주는 학교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 작가가 되고 나서 그때 생각했던 ‘학교’가 기억났다. 둔감해지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그때 있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던 그 학교. 그 학교를 내가 한번 지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세상 모든 것들과 예민하게 싸우는 우리의 청소년들을 그 학교에 초대하고 싶었다. 드디어 그 학교가 완성되었고 초대장을 돌리게 되어 기쁘다.”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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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예민하고 까칠한 안테나를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이 연애는 물론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준다는 연애 학교에서 열네 살의 여름을 함께 보낸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수업 시간마다 사고가 터진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수상한 사고를 수습하는 동안 오해하고, 의심하고, 서로 다투던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한다.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교훈은 이런 게 아닐까.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지나친 관심에서 벗어난 시간이 필요하고, 예민함이건 까칠함이건 마음껏 발산한 후에야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 그런 학교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 금정연 (서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