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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초심 참회 슬프고 놀라운 나무의 창 그대 가신 나라에서 손님 동해남부선 방생 현 위에 얹힌 듯 달 눈길을 나서면 운문 지나는 길 밖의 길 역의 속도 회향 운문행 봄날에 바람도 없이 설날 아침 말에 갇힐까 봐 매화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부리가 붉은 새 경계 꽃 물 붉은 웃음 하나 방어진 바다 그 푸른 파도 플라타너스 눈 위에 부는 바람 눈을 기다려 회심곡 폐쇄 회로 창림사지 머리 없는 돌부처 매화가 지천인데도 마음에 심는 나무 한바탕 춤이 아니신가 삶의 거처 그 이름들 위에 바다 전부 땅을 떠난 나무처럼 잡초 하나 내게 너무 가혹한 이유 풀씨 하나 그 쬐그만 것이 에밀레 촛불 시위 눈이 왔네 묘역 그녀가 사는 곳 물빛 격정 역광 시인 연보 |
본명:백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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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모내기를 끝낸 들판에 어둠이 내립니다 저녁뜸에 자던 바람이 문득 우수수 벼를 쓸고 갑니다 국도를 바삐 달리는 키 큰 화물차들의 꽁지에 하나둘 빨간불을 켭니다 논공단지 여공들이 퇴근 버스를 기다리는 길가 들을 가로질러 뜸부기가 울며 납니다 베트남에서 온 여공 하나가 작업복 잠바에 손을 찌르고 고향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 하늘에 주먹별 하나 글썽입니다 서녘 먼 곳으로 가 버린 사람아 그대 없는 이곳이 내게도 먼 이국입니다 --- p.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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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의 시대를 연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 44종을 출간합니다. 43명 시인의 육필시집과 각각의 표제시를 한 권에 묶은 ≪시인이 시를 쓰다≫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입니다.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을 엄선해 만든 시인과 독자가 시심을 주고받으며 공유하는 시집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현재 한국 시단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시인들이 자기들의 대표시를 손수 골라 펜으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눌러 쓴 시집들입니다. 그 가운데는 이미 작고하셔서 유필이 된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시인의 시집도 있습니다. 시인들조차 대부분이 원고를 컴퓨터로 작성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인들의 글씨를 통해 시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시인들의 영혼이 담긴 글씨에서 시를 쓰는 과정에서의 시인의 고뇌, 땀과 노력을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시는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시의 시대는 갔다”는 비관론을 떨치고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시인이 직접 골라 손으로 쓴 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들이 지금까지 쓴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라 A4용지에 손으로 직접 썼습니다. 말하자면 시인의 시선집입니다. 어떤 시인은 만년필로, 어떤 시인은 볼펜으로, 어떤 시인은 붓으로, 또 어떤 시인은 연필로 썼습니다. 시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시인들의 글씨는 천차만별입니다. 또박또박한 글씨, 삐뚤빼뚤한 글씨, 기러기가 날아가듯 흘린 글씨, 동글동글한 글씨, 길쭉길쭉한 글씨, 깨알 같은 글씨... 온갖 글씨들이 다 있습니다. 그 글씨에는 멋있고 잘 쓴 글씨, 못나고 보기 싫은 글씨라는 구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인들의 혼이고 마음이고 시심이고 일생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총 2105편의 시가 수록됩니다. 한 시인 당 50여 편씩의 시를 선정했습니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를 책머리에 역시 육필로 적었습니다. 육필시집을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쓴 육필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시인의 육필 이외에 그 어떤 장식도 없습니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씨들이 있는데, 독자들이 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맞은 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