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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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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김 농사/ 눈길/ 틀니/ 어머니/ 안면도/ 추석/ 겨울/ 달빛/ 눈/ 여름밤/ 열꽃/ 바람아 불어라/ 쌀썩은여/ 갑오징어/ 달갑지 않은 말

제2부
사랑海/ 파도/ 조갯살/ 돌게/ 물갈이/ 경매 전/ 둠벙/ 일할 때마다/ 그 집/ 벌초/ 고욤나무 밑/ 겨울 볕 1/ 겨울 볕 2/ 겨울밤/ 한사리

제3부
달빛을 따라서/ 나눗셈/ 제비집/ 만만한 섬/ 솔잎/ 아궁이/ 불면/ 유년의 섬/ 섬을 떠나며

제4부
내시경/ 현지유통/ 비/ 월동준비/ 기름을 닦으며/ 털/ 돌아보기/ 전기공 동생/ 집어등/ 비늘/ 태수오매

저자 소개 1

1964년 충남 안면도에서 태어나 2005년 「문예연구」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 jhj7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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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216g | 128*188*14mm
ISBN13
9788992219846

책 속으로

갯벌이 부은 얼굴로 돌아누워
등허리를 긁는 날
장벌에는 바다에서 잠깐 발을 뽑은 말장들이
빙 둘러 어깨를 기댄 채
들물에 속이 촐촐한지
꼴꼴꼴 맑은 물소리가 났다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밤마다 갯가에는
외로운 불빛들이 일찍 잠들 줄 알고
바람은 까무러칠 줄도 알아
간혹가다 목선도 그저 끄덕거릴 요량으로
궁색한 몸을 움츠리는 것이 보인다
부스스 몸을 털고
갯벌에 올라서는 사람들
서넛씩 둘씩 이 저녁
모닥불에 그리움을 묻었는가
언 손을 펴며 접으며
삭아가는 불을 쬐고 있다
--- 「안면도」 중에서


답답한 것을 다 말할 수 없다는 파도가
철썩철썩 자신을 되돌아보는 동안
쭈꾸미가 빈 그릇에
하늘을 담아 퍼 올리고 있다
안면도 앞바다 쌀썩은여 근처에서
부서진 하늘빛 빈 그릇이
쭈꾸미 발에 걸려 올라온다
허천난 공출에 실려 올라오던 물살이
이 바위 근처에서 부서졌던가
무언가를 덮어야 하는 무리들은
쌀 뿐만 아니라 귀하고 버려서는 안 될 것까지도
바람을 핑계로 바다에 수장시켰으리라
쌀 썩은 물살에 뒤섞인
깨진 밥그릇 국그릇 술병 꽃병들이
부서진 하늘이 드러난다
--- 「쌀썩은여」 중에서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눈이 내린다
오늘도 나는 파출수납가방을 들고
빨간 도장밥을 찍어대다가
눈 익은 아줌마를 졸라
가외로 적금 하나를 추스렸다
오늘도 대산국밥집 아줌마는
총각, 대출이나 좀 해 줘 뭔 서류가 필요한 겨
신용보다도 보증보다도
없는 이웃 한 분 한 분 만나는 일이 반갑다고
눈은 이렇게 퍼붓는구나
몇 푼 못 건진 가방을 들고
서산 대산 가파른 살림을 밟고 돌아오는 길
아까 만났던 아줌마가 또 아는 척을 한다
--- 「눈길」 중에서

딸 이름을 따 현지유통이라 했다
깻잎 박스에 꽈리고추 싣고
오늘도 채석포 곰섬으로 천천히 돌아다닌다
신진도 들러서는
비린 찬거리 좀 떼다 달라는 연포댁도 생각하고
풋고추에 애호박도 주문 받는다
곰섬 칼국숫집 아줌마는
이것저것 뭘 집을 눈치가 아니다
현지아빠 그 아줌마 곁에 붙어서
아줌씨 임 보면 마음도 따라가야지
뭘 그렇게 딜이다봐요
바지락이나 주문하쇼
속을 확 풀어줄 텐께
그가 물건을 내려놓는 곳은 다 현지가 된다
마음의 유통이 된다
--- 「현지유통」 중에서

방에 누워 있으니
물이 어느새 내 몸을 타고 있다
내 어수룩한 틈을
비집고 들어 온 게 틀림없다

술래놀이를 하자는 건가
장농 속 나뭇간 속
음침한 곳을 기웃거리며
숨은 곳을 찾아다니는가

들키고 싶지 않은 밤
그 물소리 어느새 찾아와
낮에 못한 짓 해보자고
내 옆구리 갈비뼈를 타고 있다

찾아다니며 쫓아다니며
번번히 헛탕치는 물소리
밤이 다 가도록 몸 안에
물 드나드는 소리 듣는다

--- 「불면」 중에서

추천평

지금까지 이런 시인은 없었다. 섬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다. 삶은 엄혹한데도 파도는 섬사람들 닮아 끊임없이 우주를 돌린다. 깔끔하구나. 섬은 물자를 아낀다. 섬은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한다. 다리를 놓아 육지로 연결해도 섬은 섬으로 남는다. 외롭다고 칭얼대지 않는다. 섬사람들은 자존심이 세다. 자주 하늘과 바다색깔이 같을 때가 있다. 하늘과 바다는 한 몸이었다. 지금도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고 아예 물빛을 닮아, 바다가 되어버린 사람이 여기 있다. 바다를 알면 바닥을 안다. 그물을 기워본 사람은 가난을 기워본 사람이다. 물고기마저 파도를 닮았구나. 모래를 닮았구나. 스스로 바닥이 되어버린 사람이 여기 있다. 아프지 않은 바다가 어디 있겠는가. 끈적끈적한 생활이 수렁이 되어 끌어당기면 장화를 씻고 아무 일 없이 털고 일어나는 사람이 전홍준이다. 우리들은 그동안 맵고 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왔다. 너무 많이 화장을 하고 살아왔다. 이제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집 밥, 화장을 전혀 안한 맨 얼굴을 볼 때가 되었다. 어른으로 성장해도 안개와 바람과 폭풍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바다, 달빛 받아 먹먹한 바다, 전홍준의 시는 겨울을 향해 돌진하는 바다이다. - 유용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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