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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양장
유재혁
애지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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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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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쓸쓸함보다 먼

기다림에 대한 측량/ 불행한 사람/ 바다는 달린다/ 말을 잃고/ 바다에 부치다 - 아내에게/ 바다에 남다/ 샌드맨/ 물러서는/ 그대에게서 멀어져도 그립지 않은/ 달과 바다/ 진공의 시간/ 비, 해변 0시/ 누군가 너를 만나러 온다/ 악몽/ 빈방 속으로/ 폐가廢家/ 그 순간이 지금

2부 파도처럼 많이 서성이는

섬/ 파도/ 파시/ 밤 항구/ 해변의 구름/ 저 속에 뭐가 있지/ 당신의 바다를 줘/ 매운 눈/ 막다른 모임/ 밤바다/ 자정의 여행자/ 만리포/ 다시 구름포/ 몽산포夢山浦/ 수치도/ 흑도/ 운여雲礖/ 나치도/ 간월호/ 목덕도

3부 눈의 바다에서는 손 흔들지 않는다

겨울소묘 1 - 우는 여자/ 겨울소묘 2 - 밥의 우울/ 겨울소묘 3 - 부음/ 겨울소묘 4 - 지나쳐 오는 것과 지나침/ 겨울소묘 5 - 집 없는 자는 전진한다/ 겨울소묘 6 - 추억이 끔찍할 때가 있다/ 겨울소묘 7 - 하루, 하릴없던 무렵/ 겨울소묘 8 - 그는 걸었다/ 겨울소묘 9 - 누군가 이별하고 있다/ 겨울소묘 10 - 계단에 누워 있던 사내에 대한 기억/ 겨울소묘 11 - 그것은 그리움이 아니다/ 겨울소묘 12 - 蓮밭에서/ 겨울소묘 13 - 때로 알 수 없음의 자연스러움/ 겨울소묘 14 - 캄캄하게 앉아 기다려보기라도/ 오래된 일기 1 - 어떤 공포/ 오래된 일기 2 - 빈모貧母/ 오래된 일기 3 - 영산홍

4부 한겨울 발소리 듣듯이

뒤와 겨울/ 겨울, 들판, 햇살, 꽃씨/ 입동과 샛별/ 일출, 2026/ 기러기 떼/ 첫눈/ 십이월/ 십일월/ 십일월 2/ 눈사람/ 겨울나무/ 눈 오는 달밤/ 미로, 혹은 막 없는 무대/ 그림자

저자 소개 1

2024년 《서정문학》 등단, 2025년 《미래시학》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흙빛문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6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32g | 120*187*20mm
ISBN13
9791191719444

책 속으로

기다림에 대한 측량
기다림이 한참 지나도 기다려지면
바다로 나와 일기를 쓰지
빈 소라껍질 촉으로
바닷속 음계를 빌려와
몇 번이고 똑같이 쓰지
내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검푸른 수평선
참 부드럽게 꽉 차고,
허물어질 때
숨소리 한 올 남지 않는
물의 들판

부질없이, 네가 떠났어도
종결부호 없이
쓰고 또 쓰지
나의 사랑이 쓸쓸함보다 멀리 물이 되는
---「기다림에 대한 측량」중에서

그 모래탑 올리던 북서풍 주춤 멈춘 자리 후면으로 남서풍 돌아온 날 얼굴을 모래로 만든 사람이 탑에서 걸어나오더니 멀리 보이는 사초밭 지나, 문 열듯이 모래그늘 몇 번 쓱쓱 파 나무를 심었다 귀 두 개 높이 돋은 나무, 무엇이 필까 어떤 열매가 열릴까 엿볼 수 없는 나무, 밭 갈다 씨앗 추리는 사람들은 흔한 노래 흥얼거리며 지나쳤고, 나는 유심히 지켜보았다 나무는 갯바위처럼 거칠고 옹이뿐이었지만 바람보다 빨리 자라 매순간 바람 앞을 가리켰다 금년 봄은 혹설에 묻혀 오지 않았지만 나무는 홀로 무더운 듯 가지 뻗고 열매 맺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열매는 밤마다 부풀어 가지 끝에서 환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열매에 허기를 뿌려 시루떡을 쪄 나누었고 어떤 사람들은 이목을 밝혀 가며 요원한 기도를 올렸다 그 열매가 열려 있는 동안 불행한 기억은 울리지 않는 종소리처럼 멀어져 잊혀졌다 아무도 열매가 지고 나무가 허물어지는 때를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쥔 것을 펼 수 없을 때 얼굴을 모래로 만든 사람이 나무를 나와 북서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모래언덕에 차례로 줄 세우더니 연약한 인형처럼 쓰러뜨려 한 겹 모래로 흩뿌리는 것을 보았다 덮인 모래는 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렸다 모래로 만든 사람은 방문을 닫듯 나무로 들어갔다 높이 돋은 나무의 두 귀는 바닥까지 길어져 모래의 수효를 들었다
---「샌드맨」중에서

바다가 앙상하게 증발하는 꿈,
온 세상의 침대를 적시던 물이
허연 먼지로 휘날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발보다 먼저 소금 평원을 뛰어갔고
물기 빠진 물고기들은 입이 삐뚤어진 채
별자리로 튀어올랐다
아, 이 행성의 시간은 끝났음.
하악골을 쉬지 않던 아비들은 묵음으로
만실의 병동으로 숨어들고
세 번 울어야 할 닭들은 점묘화로 바스러졌다
당신은 이제 잠들라, 아브라함의 의붓아버지여
마침내 나는 창조 이전 폐허로 돌아갔다
---「악몽」중에서

몽산포에서 헤어지고 싶어요
퉁퉁 부은 눈으로 미처 하지 못했던 말 꺼내는 듯
저기에 이별을 떨어뜨리고 싶어요
파도에 별이 내려 괴롭게 흔들리고 있잖아요
우리가 아는 이야기는 모두 해버렸어요
점등된 등대가 알람 울리듯 이쪽을 비추잖아요
끝없이 아름다운 사람은 없어요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는 걸
주름 투성이로 무너지는 얼굴이
너무 많이 미래를 살아온 얼굴이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시간을 더이상 체납시킬 수 없을 때가 된 거예요
희망은 행복도 불행도 아니었지만
발음하기 어려운 고대어 같은 거였어요
우린 이제 단순하고 진실해졌을 뿐이에요
각자 아무도 알아볼 수 없고 알아보지 못하는 세계로
우리 이제 그만 쥔 손을 풀고 흔들어요
우리가 이별한 몽산포, 이별을
어디에도 새겨둘 곳 없는 몽산포
몽산포에 도착하거든
감은 눈 뜨지 마세요
---「몽산포夢山浦」중에서

열차가 언젠가 오지 않을 만리포 해변. 휘어지는 일 자로 하얀 물의 허물 떠밀려 오고. 잊을 수가 없게 떠밀려 오고 떠밀려 오고. 다니지도 않는 열차표 손에 우그러뜨리고 조개가 줄 그은 모래밭 선로 맴도는 십일월. 끝으로 몰린 것들은 무서워. 거진 다 죽었다는 온라인 통첩을 받고 마당 한켠에 묻어둔 호랑가시나무 이파리는 솟아올랐지. 물결처럼 흔들리는 가시들 눈동자 할퀴다 자지러져. 호랑가시나무 속 상처 많은 시간을 옹이처럼 웅크려둔 것들, 바다를 건너려고 움츠린 것들은 핑그러질 스프링. 바다가 있어 열차가 없는 게 아니라 열차가 없어 바다가 있다고 믿는 것들. 위험해. 거기 죽치고 앉아 한 세상 건너뛰려는 평화롭지 않은 것들은 기억력만 좋아. 절대 기차 타고 내리는 안내방송을 잊지 않거든. 어느 역에서든 귀담아 듣지 않는 친절한 음성을. 두서 없는 유언장 같은 이 세계를 지나칠 그런 열차가 있을 리 없다고 말하는 나-우습고-괴로운 참견. 열차가 없어도 가속하는 십일월

---「십일월」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바다로 가는 발자국,
바다는 누구에게도 무엇에도 묶이지 않고
출렁거렸다
뜨거워진 발을 조용히 담그면
출렁거리는 푸른 끈이 묶는
청량하고 아득한 착란에 빠져들었다
언젠가 꾹꾹 눌러 쓰듯
그대로 두고 온 발자국
가슴속 어지러운 일들도 희미해질 무렵
다시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발을 포개볼 흔적 찾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2026년 여름
유재혁

추천평

이 시집의 중심에는 어두침침한 침실 같은 ‘샌드맨’이 있고 말을 잃은 사람이 떠도는 섬과 그 부속 도서가 꿈속에서처럼 정돈되어 있다. “너무 많이 미래를 살아본 얼굴”을 한 그는 여전히 정착한 섬 주위와 부속 도서를 방랑한다. 몽유병 환자처럼 “몽산포에 도착하거든/감은 눈을 뜨지 마세요”라고 귀띔하거나 “우리는 침묵의 황무지를 잊는 대신/우리를 잃는다”라고 장탄식하기도 한다.

그는 물골과 어딘가에서 뜯겨나온 물풀과 바다에 숨구멍 내는 비를 바라보는 몽상가이다. 자정의 여행자가 되어, “마시멜로처럼 부풀어 모래톱을 헹구는 물거품”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모텔 아드리아에 투숙한 사내가 되어 소주 두 병에 오래전 유행했던 과자 한 봉지 들고는 바다와 마주 앉기도 한다. 정착한 길쭉한 섬과 부속 도서를 하염없이 떠돌던 그는 어두침침한 침실에서 ‘샌드맨’이 된다. 그의 작업은 마음에 들 때까지 만들고 지우기를 멈출 수 없다. - 이윤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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