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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무심을 따라가다
원담/ 빈방/ 무심을 따라가다-하롱베이/ 유리벽을 뚫고 오는 봄/ 풍문/ 공황장애/ 오디션/ 꽃의 미사/ 내 심장을 녹여줘/ 서골새/ 동해로 가는 비단구렁이/ 뱀처럼/ 마라Māra/ 고사리 속으로/ 빗방/ Tonight 제2부 시간을 넘보다 저물녘/ 별에서 온 그녀/ 지상은 어둑어둑/ 춘몽/ 시간을 넘보다/ 하늘 어장/ 할머니 바다/ 어떤 하루/ 나의 변/ 대숲에 누워/ 문득, 꿈/ 스며들다/ 나의 시詩/ 냉동인간/ 지문 제3부 어둠이 걷히면 가끔, 푸르른/ 어둑새벽/ 겨울 소묘/ 창밖의 혀/ 홍시/ 은밀히/ 그리운 허상/ 공중 정원/ 사하라/ 툭,/ 빗방울이 창문을 때릴 때/ 그날, 서귀포에서는/ 득음 제4부 나는 매일 꽃구경한다 그림자/ 꽃잎 흐드러져서/ 예감/ 나는 매일 꽃구경한다/ 흔들리는,/ 흔적/ 푸르름이 눈부신/ 바다가 눈을 놓고 간 자리/ 푸른빛을 깨우다-마라도/ 네안데르탈인/ 어둠의 끝/ 한기/ 눈 덮인 길목/ 어허이 어허/ 문무병/ 바람 부는 곳에 그가 있다-한기팔 |
김원욱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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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 앉아
돌담을 쌓다가 깊은 공중 인드라망에 갇힌 생채기를 걷어 올렸다 파닥거리는, 그곳에도 불이 있을까 제단이 있을까 김원욱 시집_ 누가 저 푸른 창을 깨뜨릴까 03 돌아보니 남방큰돌고래에 둘러싸인 뒤꼍 * ‘원담’은 제주도의 전통으로, 바닷가에 돌담을 쌓아 물고기를 잡는 가두리. ---「원담」중에서 남녘에는 맑은 별들이 오순도순 모여 산다 비릿한 바다 냄새를 뚫고 곳곳에 박혀 있는 휑한 눈망울 아무래도 무릉도원인가 싶은데 한때 삼신할망을 따라나섰다가 잠시 의탁했던 비양도, 그 건너 남극성쯤은 아닐까 내가 만일 샤먼의 눈 속에 들어 부표처럼 마냥 흘러왔다면 방울소리 북소리 울어대는 문전에서 천지가 솟구치던 날처럼 울어볼 참인데 할머니는 자꾸만 나를 붙들며 칠성으로 가자 하고 돌아보면 언제부터인가 내밀한 곳에 침잠된 설렘이 넘실대는 별 무리 사이 단 한 번 눈길이 딱, 머물렀을 뿐인데 제주에서 따라온 적막이 하늬바람에 떠밀려서 죄다 지워질 것만 같은 배방송*으로 띄워 보낸 허망한 꿈일 지도 모를 일인데 누가 깊숙이 적멸의 길을 닦아 놓았는지 곳곳에 불을 켠 영등이 무심無心 인 듯 무심巫心 일 듯 하롱하롱 떠도는 남녘 * ‘배방송’은 제주 영등굿에서, 짚이나 널빤지로 만든 작은 배에 여러 가지 제물을 조금씩 실어 바다에 띄워 보내는 제차. ---「무심을 따라가다 - 하롱베이」중에서 홀로 시간을 꿈꾸는 나는 기어코 지워버렸던 시간을 탐색했네 어쩌다 만 년 화석의 그림자 속으로 기어들어 갈 때 열네 살 등 뒤로 터벅터벅 걸어오던 일곱 식구와 피범벅으로 나뒹굴던 위미마을 우친내, 사랑과 이별과 한 끼 양식을 이야기하던 나는 광막한 블랙홀에서 미지의 시간을 헤아렸네 잔혹한 시간이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는 칠성의 둔덕 같은 문장에서 꿈틀거렸네 시간을 비우고 나면 새로운 문장이 들어서네 나는 몇 해 전 심어놓은 동백나무 밑동에서 신들린 듯 흔들리다가 서천꽃밭 깊은 문장 속으로 사라지네 찰나처럼, 미지의 시간도 사라지네 ---「시간을 넘보다」중에서 잊고 있었다 빗줄기 거세질수록 시간의 뇌파 속으로 소환되는 그리운 눈빛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창백한 별에 누워 시원을 추억하는 낯선 사유의 끝자락, 화석의 언어를 뚫고 떠나간 기억의 숲에서 오래도록 생각했다 천계의 먼지가 되어 빗줄기 타고 문명을 거슬러 오르는 누군가를 ---「네안데르탈인」중에서 집 안에 걸린 오래된 액자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첫눈 내리던 날 가야산 자락 어느 분의 다비장, 화염 속으로 뛰어든 눈발에 갇혔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 가정도 바뀌는 동안 눈 내리는 액자 속 작은 암자는 변함없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잠시 머무는 집을 나와 가만히 암자로 들어서니 잘 닦인 사리 구슬이 거친 눈발을 뚫고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이때 내 시詩 가 슬금슬금 먹물 속으로 스며들었다 시간의 행간에서 깜빡 한눈파는 사이 총부리 매서운 제주 들판, 이 악물고 떠내려온 몇 송이 눈*처럼 * 등단 시 「첫눈」의 부분. ---「나의 시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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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이 시집의 공간은 대부분 경계 위에 놓여 있다. 그곳은 흔들리는 통로이며, 잠시 머무는 투명한 균열이다. 공백의 가장자리를 더듬으며 침묵을 붙잡고자 했다.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의 경계, 문장은 계속 미끄러졌다. ‘사라진 것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2026년 여름 김원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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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은 어디로 가는가? 사라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사물을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시인은 지금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사물과 마주하고 있다. 침묵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김원욱의 시에는 ‘할머니’로 불리는 존재가 유독 많이 나온다. 생명을 점지하는 ‘삼신할미’에 젖줄을 대고 있는 할머니의 형상은 이편과 저편을 가로지르는 경계인으로 표현된다. 한마디로 할머니는 흐르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사는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에 매인 존재가 어떻게 시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을까? 시인은 할머니의 눈으로 하늘 저편을 상상하고, 사물 너머로 나아가는 길을 엿본다. 이편과 저편을 잇는 할머니의 형상이 곧 김원욱 시를 낳는 원형에 해당하는 셈이다. 자신의 눈을 고집하면 색(色)으로 넘쳐나는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침묵 속에서 펼쳐지는 소리의 향연은 무색(無色)의 생(生)을 실천하는 존재의 귀로만 들을 수 있다. 자신을 잃음으로써 무색의 생을 표현하는 소리에 이르려는 김원욱의 시는 여기서 그 맥락을 얻는다. - 오홍진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