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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양장
옥효정
애지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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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시선

책소개

목차

제1부 마른 기침은 메아리가 없어요

역설/ 민모션 증후군/ 손금/ 이사/ 완전 연소/ 환상통/ 폭염/ 어떤 밤/ 코르사코프 증후군/ 노란 유아차/ 백야/ 다섯 아이를 지문처럼 남기고/ 포토샵으로 마법을 풀 수 있다면

제2부 낮달 닮은 얼굴 하나가 섬처럼


상처꽃/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비 멀미/ 세상의 모든 말이 사라졌다/ 일기 예보/ 나무의 이력/ 마른장마/ 월미도/ 미완성 교향곡/ 양심수에게 보내는 편지/ 굴뚝밥/ 연평도 등대/ 하늘이 무너졌다/ 걸레記

제3부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보석처럼 빛났으면


매미/ 경과 보고서/ 포클레인이 하늘을 날 때/ 눈사람에 관한 소고/ 일기 예보 2/ 분류번호 18212/ 추석에/ 잘림에 대하여/ 카카오톡 부고/ 살구나무가 붉게 물든 밤/ 불완전한 봄/ 스무 살, 사랑을 잃다/ 고추밭

제4부 기다렸다는 듯 안부가 쏟아질까


성찰/ 아버지의 자전거/ 시인의 집/ 삼각법/ 오른손이 하는 말/ 그림자 없는 날/ 강화의 노을/ 모란봉 붉은 별/ 백령도/ 꼬리/ 격변의 아침을 기다리며/ 꽃길만 걷자던 우리는/ 침잠/ 섬 하나를 밀어내고

저자 소개 1

2014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등.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인천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집행 위원장, 미군철수투쟁인천본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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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236g | 128*182*10mm
ISBN13
9791191719352

책 속으로

등 푸른 산꼭대기에 오르면 흰긴수염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산길 오르는 파도의 가쁜 숨을 벗어난 물고기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고 오후의 졸음에 든 폐선 한 척이 태양을 베고 누워 있다 천 년 기억 그 어디쯤의 문이 열리고 낮은 휘파람 소리를 따라가면 수심을 알 수 없는 음악은 하얗게 풀어져 미궁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고 물먹은 잠이 부스스 깨어나 수평선을 밀어낸다 늘어진 만장 같은 해초 숲에는 소금꽃이 한창이라는데 마늘과 쑥이 은폐된 동굴에는 눈멀고 귀먹었다는 소문만 드나든다 우리의 언 손은 지문이 닳도록 바다를 긁어모으고 머리가 하얀 고래는 제 그림자를 지고 산속으로 스며든다
--- 「역설」 중에서

우리는 기억에서 출발했다
그는 우리가 지나온 교차로 가로수의
선명한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거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내가 신호등 아래 웅크리고 있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그는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우리가 다시 만난 건 장례식장에서였다
하얀색 양복을 입은 그는 맨발로 서서
국화 꽃잎을 하나씩 떼어 바닥에 던지고 있었다
어제는 스님이 와서 극락왕생을 빌었고
오늘은 목사님과 천국 환송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그는 길 잃은 눈으로 자주 웃었고
그때마다 아랫입술 반쪽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미치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살았다는
넋두리가 심장을 관통하고 증폭하는 풍경
어디서 눈물을 빌려와야 할까
말의 온기가 사라진 공간은 차갑고 헐거웠다
내리던 비가 진눈깨비로 바뀌고
창에는 점자 문장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했다
다시 4월이었다
--- 「민모션 증후군」 중에서

한 끼 밥이 외줄에 매달려
칠십 미터 상공을 오른다
올려보는 이와 내려보는 이의 시선이
허공의 한 점에서 만났다가 흩어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하늘을 오르는 밧줄만이 아니었다
생일날 유서를 쓰고 굴뚝에 오른 그날부터
흔들리지 않은 날이 있었을까
삼보일배 오체투지
말들이 사라진 공장 벽에는
어둠이 흘러내리는 소리와
살아서 죽은 날들이 표류한다
스물여섯 번째 꽃상여가 나가고
까맣게 덧칠한 일기장
바닥을 드러낸 눈물
한 생애가 폭설에 갇힌다
여기, 사람 있어요!
--- 「굴뚝밥」 중에서

유리창 청소 노동자가 18층 빌딩에서 추락사했다
애도는 잠시 파열음을 냈다가 잠잠해졌다
우리는 서로의 등을 토닥였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찢어진 마음들이 충돌하고
핏대 올린 말들이 어지럽게 증폭했다
움츠린 몸을 빛바랜 외투에 밀어넣으면서
다짐처럼 중얼거렸다
우리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시간을 지나온 말의 표피들은 무게를 가지지 못했다
가시 끝에 걸린 바람이 밤새도록 우는 밤
광주행 열차는 뭉개진 지문을 남기고
서울역을 빠져나갔다
최후의 전선이 무너졌다
주문처럼 다시 당신을 외운다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중에서

그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사람과는 도무지 닮은 데 없는,
진화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을
눈사람으로 처음 명명한 이는 누구였을까
애초 온기를 허락하지 않은 것에
‘사람’을 붙여야 할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바람에 날려 보낸 뼛가루 같은 눈을 뭉쳐
기어코 되살려야 할 누군가가 있었던 것일까
호흡을 불어넣은 몸통 위에
녹아내리는 기억을 갈무리해 머리로 얹고
나뭇가지로 눈과 코, 입을 만들다가 그는
한바탕 크게 웃었을까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을까

--- 「눈사람에 관한 소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마음에 빗금이 그어지고
무수한 물음표가 떠다닌다
목이 자라는 시간
내 귀는 출렁이고

2025년 여름
옥효정

추천평

애도에도 메커니즘이 있을까. 그곳의 “횡단면을 볼 수 있다면 어떤 모습 어떤 빛깔”로 빛나고 있을까. 시인의 애도가 마르기도 전에 ‘는개가 내린’다. 비극과 숙명으로부터, 참사와 참혹으로부터 시인은 태어난다. “하늘과 땅 사이 자발적 미아”가 된 시인의 몫은 응답이 없는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다. 시인은 “그림자를 파고든 기억이 눅눅해지고 덜컹거리는 몸이” 젖을 때까지 애도한다. ‘검은 장대비’는 시인의 육체를 통과하며 활자가 된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한번 시작된 애도는 끝이 날줄을 모른다. 온 세상에 애도가 들끓는다. 하나의 애도가 다른 애도를 뚫고 나와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한다. 오늘도 노동자가 추락하고 누군가 희생을 당하고 있다. 애도는 애도를 삼키며 증폭한다. 애도 공동체가 탄생한다. 는개가 곡곡하고 운다. “하얀 웃음 뒤에 선혈”, 움직이는 애도, 그곳으로부터 옥효정의 시가 작동된다. - 정우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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