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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부는 바람
양장
김은령
애지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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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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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옴唵/ 노크/ 파초/ 하익조를 보았다/ 해바라기 경책/ 고요의 명치/ 물구나무를 서 봤다/ 대못에 내 머리가 궤였다/ 희유하여라/ 습연/ 절벽/ 불가득 / 해밀, 그 겁외

제2부

내밀한 근황/ 해변/ 서쪽으로 부는 바람/ 아득함의 아래쪽/ 밀밀한 서사/ 당신의 문양/ 연애/ 격외, 그 하나/ 너의 기슭으로 떠나는 유배/ 색경/ 내가 아직 축축한 채로 널브러져 있는 것도 / 그냥 왔다 간 것을

제3부

은근하게 아픈 순간/ 낙처/ 그러니까/ 만데빌라씨가 사는 법/ 너는 어디에서 고결한가?/ 다소 고전적으로/ 카페 라일락 뜨락 1956/ 진언/ 구석들/ 봉발奉鉢/ 구절초 위령/ 찻자리

제4부

하트, 하였으나/ 도채비는 있다/ 우야면 좋노/ 전설일지언정/ 사색/ 시묘살이 별/ 우리는 어느 생에 옷깃이 스쳤을까/ 감춰둔 냄새가 있다/ 문고리를 잡다/ 그만, 을 생각하는 시간/ 은중경을 읽는 밤/ 당신의 경지/ 곡두

저자 소개 1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으며 영남대학교 대학원 한국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불교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집 『통조림』, 『차경』, 『잠시 위탁했다』를 냈으며, 불교 장편소설 『일연, 달빛으로 머물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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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226g | 120*187*20mm
ISBN13
9791191719437

책 속으로

물 위에 앉은 꽃
무연, 무연히 바라보는데
못 전체가 수런수런 일렁거렸다

깊은 곳에서 수면을 치는 어떤 파동이 있었다

스스로 환한 꽃, 꽃!
둥근 잎 아래 누군가 살고 있어
그가 물 위로 건져 올린 자명등이었던 것

하령지荷零池에 와서
수련 구경하다가
찰방찰방 맨발로 걸어 들어가서
부유하며 잠든 연자를 깨운 그 주인공을 불러보았다

한 세계를 보이시는 당신

거기 계세요?
---「노크」중에서

저무는 빛 낭자한 거기서
색 바래지 않고 버티는 몇몇
간택하듯 집어 왔다

지금 내 책상 유리판 밑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동백꽃
나는 이쁘다가, 참으로 이쁘다가 움찔했다

붉음, 붉음

제 모든 생기를 빼앗기면서도
때를 알고 스스로 목을 친 자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자존을 강탈당한 존재의 참담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생부터 따라붙은 것인가

동백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꽃을 훔쳤던
내 두 손, 내 마음!
---「습연」중에서

붉게 물든 단풍나무 밑으로
살모사 한 마리가 스르르 들어갔다

나는 비로소
발밑이 평화로웠다

살모사가 몸을 감춘 그 위로 단풍잎 떨어져 단풍나무 아래는 그냥 아름다울 뿐이다

殺을 가진 내가 기어들어 똬리 튼 여기, 당신께서 덮고 있나요?
누군가는 또 안도하나요?

혹여라도 만약에라도
나도 기어들어 숨는 짓 말고
나를 떨어트려 무언가를 덮을 수도 있을까요?

그곳, 있기나 할까요?
---「낙처」중에서

가창 행정들판이
그 들판 한가운데 홀로 우뚝한 이팝나무
사백 년 된 몸을 또 한번 푼다

흰 우레로 와서
허공에서 터지는 섬광!

눈알이 얼얼한데
눈 깜빡할 틈도 주지 않고
그 얼얼함을 밀치고 확, 번지는
밥 냄새

곧,
먼 데서 누가 또 달려올 것이다
---「봉발奉鉢」중에서

오백 생이란 말
그 말에라도 기대고 싶어
오백 생 오백 생 주문처럼 읊조리며 살지만
그 오백 생
지나친 지도 이미 한참인 것을

한 생을 대충 헤아려 팔십 년이라면
나름 꼼수를 부려
한 사만 년쯤 품고 싶었으나
아득하기만 한 당신

당신,

꿈결인 듯 홀연히 스쳐 지나친 후 하루에 팔만 사천 번을 죽고 또 사느니 다시, 어느 생에 옷깃 한 번이라도 스치는 바람이 될까 수미산 가는 길섶 풀잎에 맺혔다 사라지는 이슬이라도 될까

---「서쪽으로 부는 바람」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殺을 가진,
내 안에 똬리 튼
그것들

괜히 나 혼자
몰래 분주하고
몰래 설렜던 당신들

우리는 어느 생에 옷깃을 스쳤을까
2026년 여름, 然而堂에서
김은령

추천평

근대의 종점인―탈현대의―이 흉흉한 시절에 김은령의 시는 오래 말라붙었던 대지에 내리는 빗물처럼 달고 시원하고 귀하다. 김은령은 탈현대에 이르도록 근대가 확인 사살해 온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살려 낸다. 김은령은 분석의 삭막한 무덤을 만들어온 이분법을 정면에서 해체하고, 사물의 배후에서 지워진 신비를 복원하며, 사람과 사물 사이의 폭력적 위계를 허문다. 김은령의 시들은 불교철학이나 불교사상이라는 이름으로 범주화할 수 없는 생기와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 오민석 (문학평론가)
이 시집은 도무지 불가해한 삶에 대한 절망과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의 갈급함을 채우려는 어떤 간절함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을 노래하고 있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는 고사하고 발 딛고 살고 있는 지금 여기조차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질문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현실의 냉정한 표정 앞에서 아연실색하는 슬픈 노랫소리다. 그렇더라도 그는 노래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세상과 자신을 굳건히 엮고 있는 어떤 연민과 보살행으로 이어지는 어떤 자비심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안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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