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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너의 주소는 부재중 하얀 사월이 검붉다 큰개불알꽃 물꽃 이것은 봄에만 가능한 일입니까 그 말을 하고도 고탄력 팬티스타킹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을을 만나기 전 풀 꽃 어머니 발 2부 그가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이드가든에서 영실이가 예쁜 귀 아무 일 없이 그냥 다시, 능소화 때 물박달나무 너를 기다린다 극한왕갈비치킨 물티슈와 땅콩캐러멜 여미리 수선화 주검 3부 꿈에 본 빛나는 것들 시 불알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 나만 흑백사진 도로 위에서 친구 해루질 생명 나무 날개 고갱과 단두대 돌아오는 길 녹색 연못 밥 생각은 없는데 팔베개 호수공원 청벚꽃이 울고 있었네 4부 왜 하필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보다 나오미 루손섬 바나웨 그 날 학교 가는 어린이가 웃었다 바타드 풍경 오지마을 흑돼지 길 위의 본톡 바나웨 행잉 코핀스 사가다 동굴 5부 여름에 얼어 죽다 길 위에서 밥 도마뱀과 바퀴벌레 이푸가오족 목공예 아위촌 촌장 한 마리 학이 거기 살았네 그 길 쉰셋, 나에게 묻는다 섬 속에 성을 쌓고 살았었네 콱 뜬금없이 다음 생 아낙 에필로그(epilogue) *시작노트, 나의 시 창작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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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내리는 날 나는 보았네
아스팔트 위 처절하게 떠내려가는 물꽃들 여름 날 풀물 든 밭 개망초 피듯 하얗게 튀어 오르는 물꽃 거친 바닥일수록 강렬하게 부딪치는 징소리 익사한 고기떼처럼 떠밀려 가는 풍장 때때로 자동차 바퀴에 물려 물보라를 일으켰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찢김이었네 콸콸 쏟아지는 빗줄기가 추락하듯 콱콱 자결하며 떠나는 꽃들이었네 총총히 떼 지어 피난 가는 송사리 떼 같았네 장맛비 그치니 그 꽃 사라져 볼 수가 없네 --- 「물꽃」중에서 봄꽃이 진 나무 아래는 처연하다 붉은 꽃 피운 나무 밑은 낭자하고 하얀 꽃 피운 나무 밑에서는 곡소리 나고 노란 꽃 피운 나무 밑 땅 위에는 노란 리본 둥둥 떠다닌다 저마다 꽃 피워낸 봄을 보내는 마음이 아픈 거다 그 아픔 이겨내려고 허공을 키우는 거다 쓸쓸함 들키지 않으려고 잎 무성히 가리는 거다 해마다 사월은 그렇게 또 오고 간다 내 몸 불태워 찬란한 꽃 피우고도 기록하지 않은 기억이 사라지듯 잊힌 기억은 기억하지 못한다 줄 없는 공중에서 줄 없는 바다에서 널브러져 밟혀야 하는 이 기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슬퍼하는 일이란 서해 끄트머리 안개 속 빈 배와 같음을 웃으며 보내는 허상의 계절임을 --- 「이것은 봄에만 가능한 일입니까」중에서 관 뚜껑 도마뱀 조각 죽은 자를 지켜주는 파충류 가는 곳곳마다 도마뱀은 애완용처럼 귀엽다 의자나 테이블 다리 식당 기둥 여기저기 새겨 놓았다 전통가옥에서 잘 때였다 바퀴벌레가 매트리스 위를 유유히 돌아다닌다 자연과 하나 된 모습이어서 현지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도마뱀 목걸이 목각 기념품 중 도마뱀만 눈에 띈다 자꾸 보니 귀엽고 예쁘다 청정지역에만 산다는 콧대 높은 뱀 도마뱀이 많다는 건 공기가 맑다는 것 해충을 잡아먹는 청소기라니 사랑받아도 되겠다 --- 「도마뱀과 바퀴벌레」중에서 따뜻한 밥상 차려 놓고 처마 끝 하늘 올려다볼 때 가끔 그 길 생각날 것이다 어둠 속 빗소리에 천둥 먹구름 무섭다 느껴지면 문득 그 길이 그리워질 것이다 지독한 생각의 그리움들 설친 꿈 몽롱해져 서글퍼지면 그 길도 애간장 녹을 것이다 --- 「그 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