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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참깨와 나 묵은 시 고양이에게 고함 잘 지냈으면 좋겠다 늙은 앵무鸚鵡 헌신짝의 선언 시든 밤에 물의 24시 휘게hygge 매달리며 흔들리는 것들 바람 손 삼척 밤바다 너는 나의 배꼽을, 나는 너의 젖꼭지를 블랙마운틴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두물머리 제2부 불발탄 Smooth Operator 신발 속의 자갈 변기의 위로 오디세이 멘토링Odyssey Mentoring 내가 당신께 기대도 될까요 녹명鹿鳴 TV를 틀어놓고 옷장을 열어 보다 물푸레나무 옆 연못 나를 위로하는 말들이 안 들릴 때 흉터에 무너지기도 한다 보내지 않아도 떠나는 것들에게 배운다 유목流木 횃대에 올라 회색 코뿔소와 블랙스완 제3부 다보도多寶島 초록뱀 어떤 우리 사이 곱창을 곱씹다 풀의 고집 남해의 침묵沈默 첫사랑 장두노미藏頭露尾 비는 또 왜 내린답니까 9월 말까지만 지금 사랑이 그 사랑이 아님을 증명하시겠습니까 죽고 싶다는 말, 하지 맙시다 추상秋霜 정직한 반복 학습 빈둥지 증후군 제4부 작약을 품다 소금꽃에서 전생을 보다 그녀의 식탁 꿈속에서 어머니가 가신다 안쓰러운 연민 생일케이크를 자르는 어머니 탱자나무 가시 같은 말만 하는 앵두나무 우물가에 봉숭아 어머니가 예쁘다 상서리에서 영실이의 하루 할 말 다 하는 아구 비우다가 주운 것들 이런 겁니다, 어떻습니까 네가 잠들어야 나도 잠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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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때때로 물속으로 들어가요
물의 음파로 이야기를 듣죠 기억은 파동처럼 울렁거리다가 밀려오는 출렁거림으로 멀미를 해요 물도 휘어질 수 있어요 내가 물을 휘게 하거든요 아니 그녀가 내 몸을 휘게 만들어요 가끔 벗고 싶을 때가 있어요 뜨겁게 달구고 싶죠 촉수로 반란을 꿈꾸게 하죠 나는 거기로 가요 적당히 쓸쓸한 날씨가 딱 이에요 불특정 그녀에게 나를 맡기러 가죠 그녀는 전신을 마사지하며 나를 주무르죠 발가락 사이의 미세한 부분과 손등 겨드랑이까지 더듬지 않는 곳이 없지만, 그냥 둬요 나의 손이 닿을 수 없는 등 그녀 앞에선 부끄럽지 않아요 모른 척 내버려 두죠 눈을 감아요 아파도 참고 견뎌야 시원해요 누가 나의 온몸을 정성껏 씻어줄까요 그녀만이 내 바깥의 속을 만질 수 있어요 나는 맡기죠 그녀에게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요 목욕탕을 나오는 순간 또 그녀가 그리워질 거란 촉觸이 발동하죠 ---「물의 24시 휘게hygge」중에서 성냄은 멀리서 오고 용서는 가까이에 머문다 바다 한가운데 말없이 지키는 등대는 투정이나 불만하지 않는다 알면서 입 밖으로 뱉지 않고 모르는 척 눈 감고 듣지 않는다 파도치듯 밀려오는 분노 일렁이며 쓸려가는 체념들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화해와 용서 바닷물이 꺾이는 것을 보았는가 겹겹을 쌓아 구부려 굴리는 유연함이란 나는 오늘 그것을 보았다 먼바다에서 몰고 온 파란波瀾 바닷가에 서 있는 내 앞에서 너그러이 엎드려 산산조각 내는 것을 하얗게 만장挽章 홀연히 흩어지는 것을 ---「삼척 밤바다」중에서 내가 내 몸을 자른다 쳐요 팔다리 허리 유방 모가지 배 속의 창자까지 뼈와 살과 기억을 내어주고 눈과 귀와 입을 닫아준다면 그대들이여 , 기꺼이 나를 위해 박수 부푼 심장과 바람난 허파 그을린 폐와 썩은 간 온전히 존재하여 생명 유지했다 쳐요 나는 내 몸 잘라 누구에게 건네주어 행복 느끼게 할 수 있나요 간밤 사슴의 울음소리를 들었죠 사슴뿔 잘려나가는 소리 배고픔 나누기 위해 부르는 소리 그래서 모가지가 길어졌고 그래서 목소리가 하얘졌고 시나브로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라 노래했을까요 홀로 배 채우려 하지 않고 발견한 먹이 나누려는 이 울음소리 당신은 들어 본 적 있나요 ---「녹명鹿鳴」중에서 나의 수평선은 당신의 지평선입니까 나더러 여기 있으라 해놓고 당신은 멀리 가십니까 그녀가 자꾸만 간다고 한다 내가 가까이 가지 못하게 떠나려 한다 겨울은 그녀를 기다려 주지 않을 건가 가시려면 따스한 봄날에나 날을 잡지 맨몸으로 갈 거면서 어찌 추운 날에 떠나려는가 따라오지 말라고 한다 보일 듯 말 듯 어여 들어가라고 자꾸 손짓한다 갯고랑 지렁이 지나간 자리처럼 다랑논 얼굴에 하얀 눈물 흐른다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 치맛자락 검다 가느다란 솔길, 어둠의 숲은 아득하여 어머니 혼이 구부러진 듯 휘어지는 손등 잡을 수만 있다면 나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나비로 환생하리 당신 떠나는 길에 날개 접고 꼼짝하지 않으리 당신의 수평선이 나의 지평선입니까 당신은 멀리 가시면서 나더러 거기 있으라 하십니까 ---「꿈속에서 어머니가 가신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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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쭉정이인가보다. 진심으로 나에게 조언을 하고 위로의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아직도 나는 어린것인가? 그것이 두려운가? 두루 고마운 일들이 많은데 맘 놓고 좋아하지 못하겠다. 시가 덜 익을까 봐 걱정이 앞선다. 익은 알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의 쉰일곱 번째 가을을 빌어 소망한다. 나의 시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쓸모있는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란다. 어이, 박소령 육본 교관 선정된 거 진심으로 축하하네. 2022년 가을에 오영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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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미 시인은 우리 충남의 여성 시인 가운데에서 가장 에너지가 풍부하고 그 시상이 가장 싱싱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열정까지 강해서 먼 것을 보기 원하고 새로운 것을 또 찾아내기를 좋아한다. 어떠한 시인보다도 젊고 패기 있는 시인이라 할 것이다. 때로 이 시인은 산문에서 시를 얻고 시에서 산문을 얻는 것 같은데 최근에 와서는 시 쪽으로만 기울어 있는 듯싶다. 만약 그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을 계속해서 가고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을 더욱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언젠가는 가장 아름다운 충남 시인으로 우뚝 서는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는 그리움과 사랑과 열정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 시인이 거기에 자신의 결핍까지를 보태어 그것을 꽃 피우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보고 싶은 오영미 시인의 진정한 면모가 될 것이고 한국시의 한 표본이 될 것이라 믿는다. -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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