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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1부 그리운 상어 12 라단조의 빗물 15 유리한 파도 18 니사나무 카페 20 파랑을 편애할 때 22 과일 나한전 24 우울한 나무들의 교향곡 26 유목遺木 28 엉망진창이라는 창 30 최초의 배 33 비자나무 木理 36 오르골 38 속사에서 무지개를 40 2부 페리도트 42 탱고 44 불면을 계량하다 46 수미단 같은 이름이 있다 49 북한강 50 꽃의 시간 52 안개 낀 날의 에스키스 54 그가 그의 바깥에 서 있을 때 56 리얼돌 58 당신 모자는 날 철들게 해 61 사막 일기 64 외출 66 불탄 그늘 68 3부 밤의 손 72 팽이 74 운주사 머슴부처 76 비쥬의 종말 78 어떤 공장 80 란타나꽃이 피네 81 칸나의 칸나 84 파란 장미의 시간 86 창전동 상추밭 88 다시 엘리제를 위하여 90 불타는 노래 92 맨발의 저녁 94 사랑 96 4부 내게로 온 빛 98 타령 101 지난밤의 눈빛 102 아랑곳 104 항행 106 무에서 You 찾기 109 거대한 연서 112 페가수스별과 함께 그대가 한 일 114 시시한 하루 118 등경을 만나다 120 출렁이는 화분 122 **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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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랩에 싸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해동된 순간들이 찾아와 줄까 땡 소리와 함께 램프가 꺼지고 내 안으로 편집되는 풍경들의 게놈
고독의 게놈 하룻밤 빌려 달라고 떼쓰는 잡놈 이본 동시상영 싸구려 국산영화처럼 빗방울이 자지러질 때 박하지도 야행성 나도 야행성 뾰족한 손가락이 꼬물꼬물 그려놓는 라단조의 밤 절망의 코다는 어디쯤인지 불을 붙이지 않아도 활활 타오르는 피와 비의 부조리, 그곳은 뱀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흡혈박쥐문어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바람은 증상에 불과하지 비를 부르기 위한, 비를 숭배하는 족속이라면 한 번쯤 바람의 별책을 펼쳐보곤 하지 길이 멀어서 눈이 멀 때, 잘 기억해 둬 박하향 빗소리, 시간을 깁는 재봉질 소리, 일곱 개의 지옥문을 지나 내게로 오고 있지 이딴 게 사랑이야? 여자가 울부짖을 때 빗소리, 그것은 보이지 않는 대답 밤이 비의 음계로 유전되고 와전되고 상속되는 동안 나의 백지는 히로뽕,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아니 감추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춰 흡입하지 옷을 벗고 젖은 바닥에 드러눕지 몽롱몽롱하지 비의 혓바닥, 언어의 육신을 모시는 풍경 너머 그대여 슬픔을 참지 마시길, 그럼 행복해지지 시린 등짝으로 기어서 기어서 마침내 흘러가지 최고의 사랑은 가장 낮은 곳에 있다고 빗방울 물방울들… --- 「라단조의 빗물」 중에서 유리가 위험하다는 건 편견인데 제대로 다루기만 하면 유리한 편견도 짜릿하다는데 강화된 시간은 춥지 않다는데 부서지기 위해 달려가는 파도의 오늘은 유리의 내일이기도 한데 물이 불로 바뀔 때 유리의 점막이 하얗게 부풀어 올라 파도의 응력은 거짓말처럼 뜨겁고 물의 화염은 농염해지기 시작하는데 잊힌 문체로 서퍼의 두 다리가 써 내려간 서늘하고 경쾌한 리듬은 당신의 어제를 닮았는데 유리된 글자들이 엉켰다 풀렸다 너울거리는 상처는 다친 자만이 치유할 수 있다는데 막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의 선혈 깨진 유리알들이 서퍼의 가슴 위를 맴도는 희고 찬 피의 제전에서 물의 신들은 자주 표정을 바꾸는데 부서지지 않으면 단 한 줄도 새길 수 없는 파도라는 이름의 유리 서풍 불면 떠다니는 자들의 영토에도 느린 음악과 함께 급류가 흐르는데 당신을 얻느라 나를 잃은 나는 마음껏 침몰했고 째지게 흥겨웠는데 --- 「유리한 파도」 중에서 모로 누운 자세는 그녀만의 예의 물고 할퀴고 짓이기는 세상 모든 혀들과 버림 받는 포즈로 비켜났던 순간들이 화면 속을 달리고 있다 쉼 없이 달려가지만 한 번도 닿지 못한, 떠도는 말들이 던지는 입 제대로 망가져야 작품이 된다고 수군대는데 흰 셔츠 위에 검은색 슈트를 걸친 주인공 바깥이 안을 연기하고 있다 소문의 안쪽은 흰색일까 검은색일까 이면의 이면은 모호함이 뚜렷한데 그 또한 고도의 미장센 여전히, 바다를 향해 모로 누운 여자의 등 마음의 악천후 속으로 침방울 튄다 뒷걸음질 쳐야 제대로 보이는 그림처럼 소문의 반경에도 적정 거리는 있다 바다가 있고 와장창 부서지는 익숙한 자세가 있고 소문이 가는 길과 소문 속 그들이 가는 길 사이에서, 여자는 엉망진창이라는 창에 갇혀 거짓을 위해 진실을 통과 중 모멸과 파멸의 그림자를 밟고 서서 사람들은 유리창을 닦듯 소문을 갈고 닦을 것이다 --- 「엉망진창이라는 창」 중에서 어슴푸레 눌러앉은 눈빛은 막강한 입을 가졌다 세상에 없는 집에서 띄우는 편지처럼 말속에 말하지 못한 말이 가득하다 저 눈동자가 내 것이라면 어둠을 부수고 근사한 집을 지을 텐데 밤 깊을수록 거침없이 횡단하는 두 개의 불기둥 가지런히 모은 발이 육쪽마늘을 닮았다 전생에 어느 절간의 탁발승이었는지 도톰한 쇄골 사이 목탁소리 울린다 달의 피를 나누어 가진 우리 노는 물이 달라서 눈 감으면 같은 꿈을 꿀 수 있을까 드러나지 않으면서 잘 볼 수 있는 사륜구동 바퀴 밑 눈빛의 현수막이 내걸린다 다른 시간 속에 서서히 녹아 없어질 빛은 골목의 화폐 화폐가 지닌 당위성으로 최소한의 밥벌이에 나선다 소멸도 일종의 생성이라면 지난밤에 떠돌던 눈빛이 그러할까 끝끝내 잃지 않는 것이 있다면 주저 없이 돌아서는 냉정한 자세뿐 저 소리 없는 걸음이 내 것이라면 들키지 않고 온 밤을 태울 수 있을 텐데 가로등 빛줄기는 그런 밤이 할퀴고 간 상처 할퀴고 핥으며 그르릉 그르릉 노래가 되는 네 것이지만 내 것이기도 한 눈빛들의 처절한 체위 --- 「지난밤의 눈빛」 중에서 칸나라는 말속에 한 줌 피가 고여있다 삶의 무사들이여, 무사하신가 피를 나누어 가진 우리는 근친의 꽃 칸나의 칸나 여름은 비가 많고 햇볕도 많아서 피를 나누기에 좋은 계절 천 개의 눈, 천 개의 손으로 태양보다 큰 별에서 태어나 자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절망 어딘가에 닿기 위해 흐르기 위해 오, 칸나 노래는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춤을 추세요 칸나라는 말속에 뜨겁게 엉키는 스텝이 있다 꽃이 내 발등을 밟을 때 우두커니 멈추어 서는 핏빛 청춘이 있다 --- 「칸나의 칸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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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쓴 만큼 지워지는 것들 노래는 지금 이곳의 좌표이자 본위이다 2026년 이른 봄 猫談齋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