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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는 무슨 색에 가깝습니까
손세하
현대시학사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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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시인선

책소개

목차

** 시인의 말

1부 뒷면이 검은색이 아닐 수 있다는 가정

2019년 12
전체는 무슨 색에 가깝습니까 13
안 되는 것 14
질문만 하고 싶어 16
그림자 17
거울에 비친 18
세계의 얼굴 19
사랑하는가 혹은 미워하는가 20
크리스마스 22
eau de perfume 24
외면 27
네온사인 32
한쪽 눈을 감습니다 34

2부 눈물은 필요해서

가을에 36
제이의 곁에 벤이 있었다 38
그로부터 10년 후 42
행렬이 이어짐 45
국경의 너머 46
도토리 키재기 49
긴 호흡으로 50
나를 둘러싼 52
숲으로 53
소년이 걸어온다 54
죽은 자의 무덤 55
Exhibition ‘공간’ - 거울 안을 볼 수 있다 56
대화는 이끌어가기도 한다, 발견되기도 한다 60

3부 질문 없이는 시작될 수 없고

숲의 소실점 64
door 65
그다음 사람 66
기울어진 70
상담실 72
The other side of despair 74
어른의 모양 76
어른의 모양 2 79
살아있는 것 80
경배 82
수잔은 집을 보러 갔다 84
젊음의 용기 88

4부 기억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과거는 지나갔고 90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식 92
분해 95
소설의 첫 문장 98
이야기 101
말의 언어 102
전시회 104
가지 말라는 말 106
동시성 110
안이 궁금할 때 113

** 해설

시詩의 거울을 통해서 본 삶과 이면에 숨겨진 이명異名의 나를
찾아서 l 이충재(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2022년 《월간시》 윤동주 신인상 등단 천안 백석대학교 신학/기독교 상담 전공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2쪽 | 206g | 125*188*10mm
ISBN13
9791193615348

책 속으로

흐르는 물과 같이 오른쪽과 왼쪽에서 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빛들은 가야 하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 사랑과 증오에 대해서 무언가를 가지려 한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하는 연습을 해야 할 거야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빛나는 곳 중앙으로 걷고 싶어

거리에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다 밤의 거리를 걷던 사람들은 안개와 허상으로 사라지겠지 나는 모호한 표정으로 모호한 밤을 걷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던 너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고 있구나 아침이 되면 사라질 세계 사이의 균열이 무섭기만 하다

몇 년 전, 자주 들르던 동네의 음식점이 없어진 것과 같이 존재하는 명사들은 사라진다고 감각한다 사라진다면 다시는 같은 기억으로 기억할 수 없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감정으로만 느낄 수 있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세계의 얼굴」 중에서

눈이 왔어요. 밤이 온통 짙어졌어요. 사람들은 추워서 외투를 입어요. 검은색 외투예요. 빛을 잘 흡수한다는. 있잖아요, 지향점이 빛은 아니지만 검은색보다 마음이 가는, 싸움은 어디서든 일어나죠. 상대에 대한 잘못만 보고 싶을 때 그런 나라에 눈이 오면 눈으로 덮인 곳을 치워야겠다는 생각만 제일 먼저 들어요. 무엇이 옳은 것인가는 누군가의 신념에 달려있어요. 봐요, 각 사람은 등불이 있어요.

치우지 못한 눈은 그대로 얼어 꼭 해결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 같아요. 얼음이 되기 전에 길을 내야 합니다. 뭔 소리예요. 우리 집 강아지가 얼어 죽게 생겼는데 제가 이번에 다리를 다쳐서요. 당신이 길을 내면 되지 않겠어요? 그나저나 마을 초입에 다리 공사를 보수해야 할 거예요.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도대체 눈이 왔어요. 얼음이 되기 전에 치워야 우리는 넘어지거나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고요.

이봐, 우리는 이런 거 익숙해. 흥분하지 말라고. 눈은 와. 얼음은 얼어. 해는 뜰 거야. 그럼 내일이 된다고.

불편하지 않아요? 불편하다니.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어. 익숙한 것을 벗어나려면 항상 모험심이 필요하지. 이봐, 그러나 우리에겐 순리가 있다고. 모험심이 필요하지 않은 때도 있다고.

녹을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는데.

이상한 동네의 사람들. 저는 눈을 헤치고 걸어 나갔어요.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순리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싫었어요. 길을 걷다가 불이 켜진 집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집은 마당에 눈이 없었어요. 저는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커다란 빗자루로 눈을 쓸고 있는 사람이 보였어요. 순간 느껴지는 이질감. 그토록 외치고 다녔던 말의 움직임이 보이는 곳에 있었습니다.

국경에 마주 닿아 있습니다. 저는 넘어가기로 했어요. 저는 눈은 얼음이 되기 전에 치워야 한다고 말을 해야 하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사명감이 일었습니다. 조금 전에 강아지 이야기를 한 사람도, 집에 있겠다고 한 사람도 싫었습니다.
--- 「국경의 너머」 중에서

걸어가면서 멀어져가는 것들이 싫었다 멀어져가는 것들은 지독한 어린 시절의 고민과 닮아있어서 나무들은 옷을 벗는다 침엽수가 침엽수 모양으로 뻗어있다

걸어갔던 이의 이름과 헤매던 사람의 흔적

울창하고 우거진 숲에서 기억하는 지나간 나무의 나이테 하얀 눈으로 덮인 곳에서 겨울 내내 이곳에 찾아와 눈사람 만들고 웃고 뒹굴던 이들을 회상한다 장면은 멈추고 머무르게 한다

어디로든 길이 이어진 곳에서 왔던 길을 뒤돌아보며 걷는다 눈앞에 안개가 가득했었기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신비가 느껴졌는데 숲의 소실점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홀로 걷는 사람에게 나무들은 말을 걸지 않는다 걸을 수 있고 멈출 수 있었다 도망갈 수 있었다 자신의 걸음으로 헤맬 수 있었다
--- 「숲의 소실점」 중에서

수잔은 걸음을 옮긴다. 벽면에 문장이 보였다. 움직인 곳에서 수잔의 눈앞에 기하학의 그림이 펼쳐졌다. 빔-프로젝트로 벽을 향해 조명을 비춘 현대식 시스템에 구현된 작품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공간에 고요가 흐르면 아름다움은 드러난다
There is beauty in the stillness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한 그림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이 보였다. 수잔은 발걸음을 옮겨 조심스럽게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간 채로 짙은 브라운 지붕의 집 그림을 오래 들여다본다. 그림을 비추는 은은한 조명이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한다
Time leaves a longing

양복을 빼입은 사람과 전시회의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맞춤 정장을 입은 듯 옷맵시가 살아있었는데 그는 한 손에 양장 노트를 들고 있었다. 수잔이 가장 오래 머무른 그림은 ‘걷는 사람’이었다.
--- 「전시회」 중에서

수잔 : 여긴 어느 공간입니까.
중개인 : 침묵의 방입니다. 아무것도 말해선 안 되고
아는 것을 말해도 안 됩니다.
모르는 건 모르는 채로 존재하면 됩니다.
수잔 : 그럼,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나비가 날아다닌다.)

수잔은 다음 공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수잔 : 여긴 어느 공간입니까.
중개인 : 시장입니다. 아는 것을 말하는 곳인데,
과장해서 말해도 서로 이해합니다.
모르는 것도 아는 것같이 말하면 되는 방이에요.
수잔 : 좋아요, … 좋네요.
중개인 : 아직 다른 방이 남았어요. 더 둘러보시고 결정하세요.

계단을 올라간다.

수잔 : 여긴 어느 공간입니까.
중개인 : 전시관입니다.
아는 것을 고상하게 말하고 없는 것을
보인다고 하는 것이 괜찮은 방입니다.
수잔 : 이 방, 괜찮네요. 다른 방보다,
그림이 저 그림이 아까 공간에 있던 것보다 좋네.
괜찮네요.

옆방으로 갔다.

수잔 : 여긴 어느 공간입니까.
중개인 : 감옥이에요.
수잔 : 왜 이런 공간이 집에 있죠?
침묵의 방이랑 뭐가 달라요.
중개인 : 다른 의미잖아요.
수잔 : 여긴 열쇠로 잠그고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해요.
중개인 : 그런 방입니다.
수잔 : 어쩌면 이곳엔 성장이 없을지도 몰라요.

(수잔은 말을 들은 후, 방을 기웃거렸다.)

수잔 : 이거 인테리어 바꿀 수 있는 거죠?
중개인 : 아니요? 전세 구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어차피 전세만 되는데.
수잔 : 시장도 전시관도 맘에 드는데 여기만 마음에 들지 않아요.
중개인 : 그럴 거예요. 다들 이 방을 못 견뎌했어요.

(부동산 아저씨는 수잔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수잔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 「수잔은 집을 보러 갔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저녁에는 울어도 돼
라면 먹고 잤다고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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