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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오늘 14 그뿐 15 03시 16 봄 싹 17 시작 18 팔자(八字) 20 사람의 영혼도 그러하다 22 듣기만 23 아가와 할미 24 하늘에 빌 뿐 26 잠시 잠깐 28 이른 아침 30 사람 냄새 32 아마도 오늘도 34 고양이 엄마 36 2부 눈을 뜨다 40 춤을 춘다 43 순간의 무게 44 연지(蓮池) 46 어미여 아비여 48 세탁소 아저씨 1 50 밤 11시 52 잠의 나라 1 54 관리자 58 여기는 59 밤이여 어미여 60 아가야 1 62 이 몸 64 할미꽃 66 아기의 외출 68 3부 세탁소 아저씨 2 72 토함산 74 숲속에 살으리랏다 76 쉿! 78 천국에 살으리랏다 79 다시 오늘 82 그림일기 83 아침 산보 84 슬픔도 고맙다 85 잘도 어울리네 86 너 아니면 87 흑진주 88 어머니 당신은 90 엄마의 은수저 92 잠의 나라 2 94 4부 그 음성 들리시나요 98 완행 급행 100 시인과 농부 02 아가야 2 104 향기가 걸어가네 105 감전 106 사람들 107 낙엽 108 밤기운 110 말씀 나눔 112 송축혼례(頌祝婚禮) 114 류근철 118 떠나신 그대 121 이천(里泉)이여 심원(心遠)이여 124 늘 초면 129 시인의 말 131 해설 석양에 빛나는 큰 바위 얼굴의 노래 | 김종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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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모르던 사람을
오늘 알게 된다면 오늘까지 모르던 사람을 내일 알게 된다면 ---「오늘」중에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 좌(左)도 우(右)도 아니 사람일 뿐 지난날 디디고 올 날 마중하는 피가 돈다 ---「그뿐」중에서 저 아주 먼 우주 나라에서 무슨 기연으로 지구 여행 단기로 다녀가게 되었으니 잠시 잠깐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오십 년 백 년 생각보다 아주 오랫동안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되었으니 ---「잠시 잠깐」중에서 허망한 군상(?像) 어딘지도 모르고 떨어졌으니 아찔할 만도 하지 그래서 춤을 춘다 동에서 서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남녘 저 아래 황무지에서 유식(有識)보다는 무식(無識)이 편하다 순진하고 또 순진하며 어리고 또 어린 나그네들 허상(虛像)을 안고 있는 줄도 모르는 이들이 믿음을 주며 소주를 나눈다 ---「춤을 춘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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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배움은 평생이라지만, 직업 교원으로 지내다가 정년을 맞았다. 묵은 노트에 일기 비슷하게 메모한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그제나 이제나 컴맹인 아비를 위해 타자를 해주었다. 비매품으로 책자를 엮어 정년퇴직 모임에 와주신 분들께 답례품으로 드린 일이 있다. 행촌단문(杏邨短文) 『淸溪기슭 어슬렁』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시 그동안의 메모들을 모아 자료집을 만들어왔다. 그것을 책자로 만들어 나눠 보든지, 출판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정식으로 시집을 낸다는 것은 여간 두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철학 교수로서도 분에 넘치고 더 바랄 것이 없다.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거늘 무엇을 더 원하랴. 하기야 문사철(文史哲)을 함께 들여다볼 처지이기는 하였지만 한도가 있는 것이요, 시문(詩文)을 애호하고 시인(詩人)을 존숭하기는 하였지만, 아무나 그 이름을 붙일 수야 있겠는가? 서문을 써주신 윤석산 시백님, 오랜 세월 한국의 시맥(詩脈)을 지켜 오신 현대시학사의 전기화 대표님, 자초지종 산파역을 다하고 해설까지 써주신 김종록 작가님, 곁을 떠나지 않고 아비를 돕는 선경 박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4년 가을 이동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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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동준론은 자못 생급스럽다. 3대가 철학을 전공해 온 드문 집안에서 시를 즐겨 읊어온 노철학자의 이야기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고 단순한 여기(餘技)의 산물쯤으로 치부했다가는 적잖은 결례가 되고 만다. 현란한 표현, 심오한 철학적 물음 하나 없이 평범한 일상어로 툭 던져두는 그의 시편들은 깊고 서늘하다. 깊다 함은 표층적 언표가 매우 쉬운 것에 비해 그 사유가 심층적이라는 의미다. 때문에 곱씹을수록 생각거리가 우러난다. 유행하는 여느 현대 시들이 여간해서 품지 못한 미덕이다. 서늘하다 함은 우주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춥고 더운 땅의 언어영역을 벗어난 하늘의 영역에 닿아있는 개념이다. 우주를 춥다고 이르겠는가, 덥다고 이르겠는가. 가물가물 현묘하니 서늘하다고 할밖에. 하지만 이동준의 시를 말할 때, 방점은 깊음에도, 서늘함에도 있지 않다. 툭 던져둔다는 데에 찍힌다. 툭 던져둠은 나름대로 공을 들였으되 애면글면 더 어루만지지 않고 무심히 놔둔다는 의미다.
시는 언어의 꽃이다. 사람이 말로 빚은 유위(有爲)의 소산이로되 자연스런 무위(無爲)의 이치에 물들이고자 부러 그런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이동준의 시가 지닌 질박함은 본래 얻은 뜻을 이런저런 표현 기법이 되레 손상시키는 것을 꺼려해서다. - 김종록 (작가, 문화국가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