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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런던에서 그림을 사다
#2. 체코 만화경 #3. 딱 알맞은 거리, 딱 알맞은 넓이-구조하치만 #4. 믿음이 없는 자의 이세 신궁 참배 #5.『인 콜드 블러드』와 도쿠가와 이에미쓰의 무덤-닛코 #6. 비의 거리, 바람의 성 -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보고 #7. 신선은 날고, 관음보살은 미소짓다-설악산 #8. 스페인 기상곡 #9. 아소 주지육림 #10. 구마모토 돌다리의 수수께끼+말고기 회 동경 #11. 소가노 이루카와 겐보 스님의 머리 무덤-나라 #12. 은젓가락의 나라에서-서울 #13. 한낮의 태양을 올려다보다-베이징, 상하이 부록 여행 가이드북 후기를 대신해서 |
Riku Onda,おんだ りく,恩田 陸,熊谷 奈苗(くまがい なな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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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남자들이 삼삼오오 서 있는 쓸쓸하고 지저분한 역내를 걸어가면서, 카프카적 상황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 말은 에나리 카즈키가 카레 광고에서 패러디를 했을 정도다. 오늘날의 부조리한 세계에서 카프카Franz Kafka는 점점 중요한 작가로 부상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리얼리티를 더할 것이다. 요전에 쓰지하라 노보루씨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재미있는 얘기가 있었다. 카프카의 『변신』은 ‘49일’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가족을 부양하느라 죽도록 일하다가 과로사한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독충이 되었다는 것은 그의 죽음을 상징하며, 이후 그에 대한 가족의 반응은 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비탄하다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미래에 맞서게 되기까지의 가족 간의 갈등 얘기라는 것이다. 쓰지하라 씨 왈, 이 얘기가 시작돼서 끝날 때까지가 약 한 달 반이라는 것. 과연 그렇다.
_‘체코 만화경’ 중에서 밤은 이르고 고요하다. 어딘가에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낮게 울려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런 밤은 묘한 기분이 든다. 학생 시절에 친구와 여행 가서 머물렀거나 어릴 때 가족끼리 머물던 민박이 생각난다. 어디에나 이런 정적은 있었고, 어디든 이런 방이었다. 여행지의 밤은 언제나 같은 밤이었던 기분이 든다. _‘딱 알맞은 거리, 딱 알맞은 넓이-구조하치만’ 중에서 세상에는 소설가가 널려 있고 서점에는 신간이 넘쳐 난다. 굳이 내가 쓰지 않아도 쓸 사람이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빨리 은거해서 일개 독자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솟구쳤다. 이런 생각은 평소에도 수면 밑에서 끓고 있다가 대개 반년마다 한 번씩 불쑥 수면 위로 부상한다. 일단 이런 상태가 되면 여간해서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를 볼 마음도 안 생기고, 어떤 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거나 할 때는 잘 모르지만, 집에 있을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도 겁이 난다. 올해는 그 정도가 좀 심해서 소설을 쓰겠다는 동기를 영 찾지 못해 질질 끄는 중이다. _‘『인 콜드 블러드』와 도쿠가와 이에미쓰의 무덤-닛코’ 중에서 여행지에서 구름을 볼 때마다 언제나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지금은 절판된 우치다 요시미의 만화 『별의 시계 Liddell』의 등장인물이 하는 대사이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예감이야.” 마찬가지야, 나도 중얼거렸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도쇼 궁에 있는 잠자는 고양이상像을 보기 위해서도, 삼나무 길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다. 소설의-아니, 소설뿐만 아니라-그저 ‘무언가’의 예감을 찾기 위해서이다. 택시는 3시가 지나서야 호텔에 도착할 것이다. 비는 금방 고개를 넘어 여기까지 쫓아왔다. 그렇다면 빗소리를 들으며, 방에서 느긋하게 『인 콜드 블러드』를 읽어야지. _‘『인 콜드 블러드』와 도쿠가와 이에미쓰의 무덤-닛코’ 중에서 순례란 도대체 무엇인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순례자』를 읽고(이 책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한 영적 체험에 대해 쓴 것), 무언가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고민하다 문득 깨달았다. 그랬다. 게임 공략본과 비슷했다. 즉, 고난의 길을 걸어가며 자신의 영혼을 단련해 나간다는 목적은 RPG와 같은 것이었다. 방정맞다고 비난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날의 작가도, 옛 순례자도, 바라는 것은 자기 마음의 성장과 무언가를 완수했다는 성취감, 또 그 결과 얻게 되는 영혼의 평안함이 아닐까. _‘스페인 기상곡’ 중에서 예전에는 여행 일정이나 몸소 겪었던 일을 고스란히 소설 소재로 사용했지만, 요즘은 주로 이미지와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단 한 곳의 풍경, 단 하나의 이미지만 얻을 때도 있다. 여행에서 그 무언가와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철야로 원고를 완성하고 비틀거리며 역으로 향한다. 그런 풍경과 이미지가 몸 한 구석에 남는다. 그것이 여행에 얽힌 걷잡을 수 없는 문장을 정리한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_‘후기를 대신해서’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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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소설이 될 단 하나의 풍경을 찾아서…
기억과 상상의 작가 온다 리쿠의 트래블노트 『구석진 곳의 풍경』은 미스터리, 판타지, SF, 청춘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문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고 있는 온다 리쿠의 트래블노트다.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섬세한 감정 묘사로 ‘기억과 상상의 작가’로 불리는 그답게 이 책에도 무심히 지나쳐버릴 것 같은 일상에서 발견한 소설적 영감들이 가득하다.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프라하, 비와 바람의 도시 타이완, 일상과 순례의 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잿빛 필터가 걸려 있는 베이징의 하늘 등 온다 리쿠의 몸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지구 곳곳의 섬세한 이미지와 영감들이 독자들의 여행 감각을 자극한다. 유년 시절부터 심한 차멀미 때문에 이동하는 것을 싫어했고, 지독한 비행공포증으로 서른여덟 살이 되고 나서야 첫 해외여행을 떠났으며, ‘뭐든지 다 보고 오겠어’라는 식의 여행은 영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온다 리쿠에게, 여행이란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어찌되었건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고 마는 한 권의 책과 같다. 작가는 결국엔 끝나게 될 여행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기고 언젠가 소설이 될 단 하나의 풍경을 몸의 한 구석에 조용히 감춘다. 찾고 있는 것은 소설의 예감. 결정적인 장면 하나만 찾을 수 있다면 소설 한 권을 쓸 수 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를 한다지만, 온다 리쿠는 어떤 장면을 마주했을 때 이미 파노라마처럼 이야기를 그려낸다. 프라하 거리의 돌로 된 길바닥에서도 표정을 읽어내고, 무수한 중정으로 이어진 미로 같은 골목에서 기묘한 이야기의 시작을 예감한다. 또 체코하면 떠오르는 작가 카렐 차페크와 G. K. 체스터튼의 소설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들이 만약 왕복 서한을 주고받았으면 어땠을지, 이 서한으로 상대방이 살고 있는 도시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면 어떨지를 상상한다. 스페인 산악 지방에서 발견한 주인 없는 자동차를 보고 그 사연을 유추하기도 하고, 일본 구마모토의 돌다리를 찾아다니며 그곳에 숨겨진 석공들의 암호를 되짚는 미스터리를 쓸 거라 다짐하기도 한다. 어떤 장소든 그 장소만의 ‘힘’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여행지에서 그러한 장소의 힘을 느낄 때 소설적 영감을 받게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구석진 곳의 풍경』에 등장하는 여행지 곳곳은 실제 소설에 차용되기도 하여서, 온다 리쿠 소설의 애독자라면 그의 소설의 기원을 따라가 보는 재미를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다른 세계에 자신의 일부를 조금씩 두고 오는 것” 온다 리쿠는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조금 죽는다는 것이다’라는 프랑스의 속담을 인용하며, 이를 “여행이란, 다른 세계에 자신의 일부를 조금씩 두고 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생활에 지친 마음을 여행지에 남겨 두고,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어 오는 것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온다 리쿠는 굳이 자신이 글을 쓰지 않아도 이 세상에 소설을 쓸 사람은 많다고 느낄 때, 좋은 평가를 받은 뒤에 다음 작품을 쓰는 것이 두려울 때, 그래서 오랫동안 소설을 쓸 동기를 찾지 못할 때 여행을 떠난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여행지에 떠다니는 구름을 볼 때마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예감이야”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영혼의 평안함이 느껴지는 곳에서는 “이곳에 살면 소설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예전에는 여행 일정이나 몸소 겪은 일을 고스란히 소설 소재로 사용했지만, 요즘은 이미지와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온다 리쿠. 연간 200권의 책을 읽는 ‘문자중독자’답게 책의 말미에 여행에세이와 르포르타주, 사진집 등 여행과 관련된 숨겨진 명저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여행을 ‘느껴보라’고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