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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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4쪽 | 162g | 110*178*11mm |
ISBN13 | 9791188343461 |
ISBN10 | 1188343467 |
발행일 | 2021년 0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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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4쪽 | 162g | 110*178*11mm |
ISBN13 | 9791188343461 |
ISBN10 | 1188343467 |
이렇게 그냥 보낼 수 없는 이유 ‘아직도 싸이월드 하는 사람’이라는 말 그때 우리에겐 싸이월드가 있었으니까 도토리 다섯 알 인생 전 국민 주택 보급 시대가 열리다 라디오헤드가 가고 핑크퐁이 왔을 때 싸이월드는 사랑을 타고 내가 그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일촌이 되었다 나와 싸이월드 사진첩만 아는 이야기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도토리묵과 밈, 서태지와 브이앱 싸이 1만 시간이 남긴 것 미니홈피는 리뉴얼 중 80년대생의 추억 복합기 |
응답하라, 2000년대!
<아무튼, 싸이월드>를 읽고
"싸이월드 망했다는 뉴스 보셨어요?" 우리 모두 한숨으로 그 뉴스에 응답했다. 물론 뉴스에 대한 반응은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 망해서는 안 된다는 측의 논리는 '우리의 모든 추억이 거기 있다'는 것이고, 망해서 차라리 다행이란 측은 '우리의 너무 많은 추억(즉, 지우고 싶은 추억)까지도 거기 있다'는 것이었다.(134쪽)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워킹맘 넷이서 2020년대 현재의 일과 육아에 대한 고충을 나눈다. 뒤이어 2000년대 추억 소환이 절정으로 치닫자 절규와 안도의 감정이 교차하는 그곳에 모두의 눈길이 모여든다. 그 공간을 에워싼 그들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 한 권의 책으로 흘러들어 <아무튼, 싸이월드>를 탄생시킨다. 저자는 이십대의 청춘을 모두 바쳐 싸이월드에 써내려간 글들이 지금까지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는 데에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싸이질 하던 때가 떠올랐고, 간직하고 싶은 추억과 지워 없애고 싶은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한 기분도 무시로 들었다. 혹시라도 2000년대에 태어난 독자가 '싸이질'을 두고 오해할까봐 설명을 보태자면, 싸이월드와 엇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현재까지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수 싸이(PSY)에 대한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의 줄임말이 아니라, 싸이월드 하면서 보내는 시간을 뜻하는 용어(이자 당대 사회현상 중 하나)였음을 밝혀둔다.
전 국민에게 낭만적인 도토리 구매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모두가 서로의 일촌이 돼 질척거리게 했던, 끝없이 부딪쳐오는 파도에 자발적으로 몸을 맡기고 새로운 누군가에게 불시착하게끔 했던 추억의 싸이월드.(10쪽)
싸이월드(cyworld)에서 '싸이'는 사이버(cyber)의 앞 두글자를 가져온 것으로 글자 그대로 디지털화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여기에 두 지점간의 거리를 나타내는 '사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해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공간을 지향했다.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1촌'에 착안하여 혈연에 버금가는 정서적 친족 관계인 '일촌'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내가 그의 이름(일촌명)을 지어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일촌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촌(一寸)들이 모여서 싸이월드라는 일촌(一村)을 이루고 각자만의 방을 한 칸씩 갖게 된다.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홈페이지 만들기가 유행하면서 나모 웹에디터를 활용해 홈페이지 만들기에 열을 올리던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보다 더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플래시 에니메이션 홈페이지 만들기』라는 책까지 구입했으나 끝내 홈페이지 대문에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션만 구현해놓은 채 내 홈페이지 만들기에 대한 열정도 영영 사라지고 말았던 건 비밀로 해두고 싶다. 이처럼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갖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실제로 만들어내기까지가 녹록하지 않았던 사람들 싸이월드라는 구세주가 나타나 '미니홈피'를 무료로 분양해주었던 것이다.
싸이월드는 평행우주와도 같은 신비의 세계였다. 같지만 같지 않은 사람들, 알지만 몰랐던 이들이 그곳에 가득했다. 그들은 기꺼이 취향을 공개했고 내밀한 삶과 생각을 열어젖혔다.(50쪽)
저자에게 있어 미니홈피는 '하이테크 펜이 든 필통'이다. 사악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필기류의 간판스타로 자리했던 펜. 누군가는 그 펜들로 필통을 가득 채웠고 또 누군가에게는 단 한 자루밖에, 그것마저도 실수로 책상에서 떨어뜨리거나 세게 눌러 써서 볼이 빠져 고장난 채 필통에 고이 모셔둘 수밖에 없었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고백한다. 전자는 화려한 미니홈피이고, 후자는 자신의 미니홈피라고. 집을 단장하듯이 미니홈피를 꾸미는 일이 곧 싸이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니홈피 주인장의 개성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BGM(배경음악)', '스킨(배경그림)', '미니미(작은 나)', '폰트(글자체)' 등을 설정하는 데에 집주인의 주머니속 '도토리(미니홈피를 꾸미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뜻함)' 사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 자신을 '도토리 다섯 알 인생'이라고 회상하는 저자에게서 BGM 한 곡도 결코 허투루 고르지 않고 심혈을 기울였던 내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싸이월드 BGM은 한 시절의 지문이었다. 당시의 처지와 심경을 대표하는 가장 의미심장하고 함축적인 노래가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배경음악이 됐기 때문이다. 한 곡씩 일일이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무한 스트리밍 시대의 즐겨듣기 목록처럼 즉흥적으로 노래를 선택할 수 없었다. 휴대폰 컬러링이나 삐삐 음성 사서함처럼, 신중하게 고른 한 곡이 그 시기의 자신을 표현하고 상징하는 대표곡이 됐다.(55쪽)
책에 따르면 싸이월드에 보관돼 있는 이용자 데이터는 사진 170억 장, MP3파일 5억 3000만개, 동영상 1억 500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사진의 압도적인 수량만큼 싸이월드는 사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으로 고화질의 사진을 언제 어디서든 찍을 수 있다면, 당시에는 디카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디지털카메라(디카)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문득 디카 때문에 싸이월드가 흥한 것인지 싸이월드 때문에 디카가 흥한 것인 궁금해지기도 한다.
가장 좋은 사진을 가려내어 최소한으로 올리는 게 미덕인 인스타그램과 달리, 미니홈피 사진첩에 다량(대량)의 사진들을 업로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싸이월드는 절제미가 부족하고,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상상해본다. 절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모습들을 디카로 포착하고, 그 사진들을 미니홈피 사진첩에 차곡차곡 담아서 일촌들과 일상의 기쁨과 슬픔, 영광과 굴욕을 함께 나누었을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를 말이다. <아무튼, 싸이월드>는 어느 개인의 싸이질에 관한 이야기이자 당시 우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흑)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하고 기억했던 공간에 대한 헌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2021년 4월에 출간된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책속 혹은 마음속에서 "2000년대여, 응답하라!"라는 외침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부름에 응하여 답하기라도 하듯이 2022년 4월에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되었다. 과연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일촌들이 파도 소리에 깨어나 기지개를 피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www.cyworld.com)
【 각별하지만 남세스럽고 애틋하지만 오글대는 그것. 어딘가에 안전하게 간직하고 싶지만 ‘굳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그것.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지만 ‘딱히’ 자주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은 그것. 그래도 절대로 사라지지만은 않으면 좋겠는 그것.
나의 이십대, 나의 청춘. 】 (p. 14)
추억의 싸이월드를 소재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시작부터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반짝이던 시간의 기쁨과 슬픔이 모두 녹아있는 싸이월드. 이제 와 돌아보니 촌스럽고 오글거리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은 동시에 그립고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이제는 싸이월드가 새롭게 문을 연다고 해도 이전처럼 많은 유저들로 북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예전처럼 싸이월드를 주된 공간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그곳은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언제든 그때가 그리울 때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 속물주의자가 사람을 브랜드로 분류하고 책 덕후가 사람을 책장으로 짐작하듯이, 싸이월드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를 BGM으로 가늠했다. 이자벨 마랑과 유니클로가 다른 것처럼 보르헤스를 읽느냐 하루키를 읽느냐는 달랐고, 라디오헤드를 듣느냐 웨스트 라이프를 듣느냐는 완전히 달랐다. 】 (p. 57)
정말 그랬다.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은 단순한 노래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BGM은 미니홈피 주인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기도 하고, 성격이나 취향을 짐작게도 만들었다.
【 나는 그리운데, 그들은 어떨지. 나는 이런데, 당신들의 마음도 같을지. 시간은 얼마나 흘렀고,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지. 우리의 마음은 그래서 얼마나 또 불쑥불쑥 요동칠지.
이제는 페이스북의 ‘알 만한 분’이나 인스타그램 ‘추천 팔로워’에도 뜨지 않는 사람들. 현대 소셜 네트워크의 알고리즘조차 추적하고 묶어내지 못할 만큼 느슨하게 멀어진 관계. 하지만 기계는 측정할 수 없을지언정 교차된 시간으로 끈질기게 연결된 우리. 기억만이 증명해주는 각별한 우정들. 세월은 어물쩍 흐르고 관계는 거기 뒤섞여 떠내려간다. 】 (p. 69)
이제는 연락이 끊긴... 나의 일촌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 디카 시절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광고 카피가 유행했다. 실제로 그랬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고, 사진은 추억을 지배했다. 싸이월드란 말을 들으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아련한 것,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이 회사가 망하는 것만은 덤덤하게 지켜볼 수 없는 것. 그것은 싸이월드에 보관된 170억 장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어떤 추억’이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p. 93)
지난번 아무튼 시리즈에 좀 실망을 해서... 이번 책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펼쳤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생각 이상으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그때의 우리만 아는 이야기여서 일까. 싸이월드를 그리워했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픈 마음이 가득해서 였을까. 격한 공감 속에서 단숨에 책을 읽어냈다.
싸이월드를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리고 그때의 싸이월드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었는지 느껴보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아무튼, 싸이월드>를 추천한다. 싸이 세대에게 이 책은 많은 공감과 함께 그리운 마음을 전해줄 것이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왜 한물간 플랫폼 복구에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지 그 이유를 들려줄 것이다.
우리는, 아니 나는, 왜 그렇게 싸이월드를 하고 살았던 걸까. 미니홈피에 접속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그날의 감상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던 날들. (아무튼, 싸이월드 138~139페이지)
음,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말입니다.
싸이월드 했어요
한동안 싸이월드가 새로 문을 여느니 마느니 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도 나는 그게 왜 이슈가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 시절의 싸이월드를 불러와야 할 이유가 나에게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싸이월드를 안 했냐고? 그립지 않더냐고? 글쎄, 이걸 싸이월드 했다고 해야 할지 안 했다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개설하기는 했다. 몇 개의 글도 있었을 거다. (가물가물) 그 당시 대학 동기가 교류하던 방식에 합류하려던 목적이었다. 전화나 문자보다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더 물었던 때였다. 그 친구가 열어놓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가끔 드나들었다.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 길지 않은 몇 개의 문장으로 장소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언급하고, 그날의 일을 아는 누군가는 친근하게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잘 놀다 왔어? 맛있는 거 먹었고? 응응, 또 가고 싶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서로를 연결해줄 매개는 없었다. 한때(?) 동기이자 친구였다는 사이의 가벼운 안부. 더 뭐가 있을까. 그렇다고 서로를 미워하던 사이도 아닌데, 점점 세월의 흔적처럼 서먹함이 쌓이고. 이제 더는 싸이월드 같은 건 하지 않는 순간을 맞이했다.
사실 싸이월드가 막을 내린다고 해도 나는 서둘러서 저장하고 불러와야 할 자료가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비공개로 사진을 올려두는 정도로만 이용했다. 그것도 어쩌다 한번, 가끔. 소중한 공간이고 자료였다면 수시로 드나들면서 마음을 보여주었겠지. 그러다 점점 타인의 삶을 엿보는 공간으로 변했다. 누군가의 근황이 궁금하면 비로그인으로 찾아보기도 했던 기억. 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니네. 조용히 몰래 찾아봐야 할 정도라면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는 거잖아? 아니면 한때 좋았지만, 지금은 소식을 알 필요가 없는 존재이거나. 그런 짓도 지금 생각하니 웃음만 나네. 딱 그때, 싸이월드가 모두의 세상에 중심이 되었을 때 우리는 이십 대였겠지. 응답하라 시리즈의 1994를 열광하면서 봤던 것을 보면, 역시 이십 대가 찬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싸이월드’와 ‘응사 시리즈’는 비슷한 시기에 우리가 열렬하게 사랑했던 세계였네. 도토리로 집을 꾸미고, 감정을 표현하듯 노래를 고르던 그곳. 디지털카메라로 감성의 최고조를 뽐낼 수 있던 곳. 몇 개의 문장으로 자기를 한껏 표현할 수 있던 곳.
그곳은 진짜였을까. 오프라인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과감히 표현하기 좋았던 곳은 아니었을까. 감추고 싶은 게 많은데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았던 곳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음악, 영화, 그림 같은 지식을 뽐내던 누군가의 실제 성격을 떠올리기도 했다. 작가의 기억에서 소환한 누군가처럼, 그 아이가 정말 그런 성격이었을까 한 번쯤 궁금해졌던 때가 있었다. 어떤 문장을 써 내려갈 때, 마치 밤에 쓴 편지를 다음 날 읽어보기 민망해져서 5G 속도로 쓰레기통에 던져넣을 수밖에 없는 민망함도 잠깐이지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곳이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알지 못할 곳이 싸이월드라고, 지금의 나는 기억한다.
다시 찾아내려면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말처럼 싸이월드의 부활에 환호성을 지르지만, 싸이월드가 다시 우리 곁으로 오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아쉬움을 느끼지도 않을 것 같은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싸이월드를 대신할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 기본적으로 계속 사용하는 블로그도 불편하지 않고, 짧은 글과 해시태그, 한 장에 다 표현되는 것만 같은 사진으로 우리는 충분히(?) 자기를 표현하며 소통하고 있지 않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토종 소셜 미디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지만, 말 그대로 역사 속에서 마주해도 괜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그 시절의 우리는 기억할 수밖에 없겠지. 그 세계에서, 그곳에서 교류하던 말들, 가장 예뻤다고 기억할 시간에 한 번쯤 다시 빠져들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
10년 넘게 기자로 일해온 작가가 그 기억을 이렇게 섬세하게 꺼낼 줄 몰랐다. 그랬었던가 싶을 정도로 내 기억에서는 사라진 장면들이 작가의 추억으로 소환되었다. 원하지 않았어도, 필요하지 않았어도 머물렀던 그곳에서 우리가 꾸며대던 자기만의 방을 불러온다. 요즘 세대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SNS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너무 달랐던 방식에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PC로만 문을 열 수 있는 미니홈피. 그곳은 추억 이상의 의미는 이제 없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면서도 재밌는 방식이었는데 말이다.
사진 170억 장, MP3 파일 5억 3,000만 개, 동영상 1억 5,000만 개.
싸이월드에 보관돼 있는 이용자 데이터였다. 디카 시절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광고 카피가 유행했다. 실제로 그랬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고, 사진은 추억을 지배했다. 싸이월드란 말을 들으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아련한 것,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이 회사가 망하는 것만은 덤덤하게 지켜볼 수 없는 것. 그것은 싸이월드에 보관된 170억 장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어떤 추억’이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싸이월드 93페이지)
‘일촌’을 수락하고 이름을 지어주고, 그 촌수로 서로의 거리를 가늠하며 공개했던 일상들. 음악으로 내 세상에 오는 이들을 환영하면서, 나를 표현하는 미니미로 또 다른 세상에서 머물게 했던 존재들이었는데. 아쉽고, 살짝 그리우면서 궁금하고, 그렇다고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길게 머물 것 같지 않은, 여전히 그리움 속에 머물 시간을 싸이월드로 확인하게 되는 듯하다. 기억에 머물 공간들, 사람들.
근데 정말, 다들 싸이월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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