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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려고요

의사가 되려고요

: 의사가 되려는 한 청년의 365일 인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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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64g | 127*188*15mm
ISBN13 9791188977871
ISBN10 1188977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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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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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는 보통 80명 정도의 환자가 머물러 있다. 여기에서 생기는 모든 인턴의 일은 인턴 2명에게 맡겨진다. 한 사람당 40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 보니 벅찰 수밖에 없다.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끊임없이 일을 하며 팔에 붙여진 스티커를 떼어내도 그 숫자가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한쪽 팔에 4개씩, 손등에 하나씩, 총 10개가 붙어 있을 때도 있다. 스티커 하나의 무게가 몇 톤은 되는 것 같다. 붙을 때마다 마음의 부담이 더해져 몸이 멈춰버릴 것 같았다.
--- p.41

‘아니다. 해보자. 일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낼 것이다.’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내 판단을 믿고 가장 급하다고 생각되는 것, 빨리 끝낼 수 있는 것부터 다시 스티커를 떼어낸다. 다시 내 몸에 붙여지는 스티커에 무너지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렇게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팔에 붙은 스티커가 모두 사라진다.
--- p.43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특히 응급 소생술이 그렇다. 그 긴장감은 드라마에서 절대 표현할 수가 없다. 방송에 도저히 내보낼 수 없는 장면과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가슴을 압박할 때마다 ‘두두둑’ 하며 부러지는 소리를 내는 갈비뼈가 그렇다. 소리도 소리지만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그 둔탁한 느낌이 등골까지 소름 끼치게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의 가슴뼈를 부서져라 압박해야 하는 것이다.
--- p.68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일까? 저 상황이 나에게 다가온다면 나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너무도 어려운 문제이고 정해진 정답도 없는 것 같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자를 위해 의학적으로 크게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차가운 응급실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었다.
--- p.77

생각해보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모든 일은 절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응급실에 환자가 못 오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진료를 빨리 못 본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티를 잘 받아주는 과만 골라 전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일이 많이 밀려 바쁘니 누군가의 심장에게 멈추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할 수도 없다.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그저 상황에 정면으로 맞닥트릴 수밖에 없었다.
--- p.81

내가 이 병원 0년 차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야말로 최약체. 병원에서 인턴은 마치 회사 신입사원과 같다. 쏟아지는 온갖 잡무와 왜인지 무시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들로 인해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원. 나는 의사가 아닌 인턴이었다.
--- p.91

지난밤 연습할 때처럼 전혀 되지 않았다. 첫 번째부터 실수라니….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면서 식은땀이 한 방울, 두 방울씩 허리를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첫 시작부터 실패했다는 죄책감과 환자에 대한 미안함, 쏘아보는 주치의에 대한 두려움이 범벅이 되어 기계처럼 정확히 움직여야 할 주사기는 무질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p.104

내가 부러지면 나무는 쓰러진다. 내가 버텨야 할 무게는 늘어갔다. 환자는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부어 피부가 트고 있었고, 빠져나갈 곳이 없는 수분은 튼 피부를 통해 스멀스멀 나오고 있었다. 장 상황 또한 악화되었다. 하루에 욕창 소독을 4번까지 늘렸다. 심지어 소독을 하는 중간에도 변이 나와 수없이 다시 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악화되는 상황에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더 처참해지는 광경에 내가 부러지면 정말 끝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내야만 했다. 어느새 나의 일과 중 대부분이 욕창과의 전쟁이 되고 있었다.
--- p.115

돌아오는 길은 임종실로 향했을 때보다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다. 결코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들려 오는 울음소리를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불 꺼진 복도를 걸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이 서 있을 것만 같았다.
--- p.127

의사는 냉정해야 한다. 슬픔 앞에서도 냉정해야 하고, 좌절 앞에서도 무릎을 꿇으면 안 된다. 그 시간에 환자의 상태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한 번이라도 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손을 꼭 잡고 병원에 오는 내내 날이 잘 드는 메스보다, 생명을 연장해주는 기계들보다 때로는 따뜻한 손이 더 큰 치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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