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단어와 시, 서사가 더해진 아름답고 특별한 동화] 현실을 자신만의 상상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소녀가 자아내는 풍부한 이야기로, 단어와 시로 엮인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가 신선합니다. 아이의 단상과 어우러진 한 컷짜리 그림으로 구성된 각 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아름다운 서사를 만나게 됩니다. - 어린이MD 김현기
1. 잠 2. 친구 3. 크기 4. 시 5. 세상 6. 눈치 7. 밥 8. 길 9. 집 10. 돈 11. 공부 12. 엉터리 13. 숨바꼭질 14. 나무 15. 외계인 16. 싸움 17. 희망 18. 우리 19. 수수께끼 20. 뚜뚜 21. 벽 22. 비밀 23. 마법 24. 어둠 25. 비행 26. 신비 27. 사다리 28. 상상 29. 꽃 작가의 말 |
선생님께서 칠판에 '바다에서 생긴 일'로 자신의 경험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하신다.
주인공은 멍하니 도화지를 바라본다. 바다에 가본적이 없는 아이. 혼자서 바다에 가볼려고 전철을 탄적이 있다. 그 전철의 마지막역이 바다라서. 그런데, 얼마 못가서 내리고 말았다. 혼자 가는 바다는 무섭기 때문이다.
바다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것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아이. 다른 친구의 바다를 훔쳐서 그릴려고 본다.
'바다는 콧구멍, 바다는 콧구멍'
콧구멍으로 바닷물이 쏙 들어갔던 경험에서 현도는 바다를 까맣게 칠해 놓았다.
바다. 아이는 자기가 모르는 것이 바다에 있는 것 같다.
그때 단어 하나가 떠오른다. 알쏭달쏭!
아이는 알쏭달쏭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는다.
그러자 목에 걸린 목걸이에서 빛이 난다. 이 빛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모르지만,이 빛이 생기고 나면 마음이 환해진다. 세상을 떠나시던 할머니께서 주신 목걸이.
할머니께서는 단어에는 빛이 있다는 단어의 비밀을 알려주셨다.
아빠와 둘이 사는 아이. 어릴때부터 아이를 키워주셨던 할머니는 초등학교 입학할쯤에 돌아가셨다.
아빠는 어느날 아이에게 이사를 가야한다고 한다. 키우던 강아지를 데리고 갈수 없는 아주 좁은 방이라서
강아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고 한다. 아이는 강아지와 떨어질수 없다고 떼를 쓰다가 강아지가 맡겨질 집에서 바다가 보인다는 말에 수궁을 한다.
여행 가방 하나 들고 지하철을 타고 새로 지낼 집으로 간다. 그곳은 고시원. 방에는 낮은 침대와 작은 책상하나. 아이는 눈빛이 흔들리고 눈물이 나올려고 했지만 슬픈 아빠 표정을 보고 눈물을 참을려고 눈을 끔벅거렸다. 그러면서 마음속을 뒤져서 단어 하나를 꺼냈다. '고요!'
'고요' 단어는 빛이 났다. 겁을 없애주는 빛, 슬픔을 만들지 않는 빛, 이곳에서 들키지 않고 살수 있는 빛.
아이는 '고요' 단어의 빛을 마음에 품는다.
고시원 데스크(총무실)의 삼촌만이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아이는 하교 후에 총무실에서 책을 펼쳐놓고 아빠가 오실때까지 기다린다. 누군가 다가오면 제빨리 상 밑에 움크리고 숨는다. 고시원은 바로 옆방에서 코고는 소리, 잠꼬대 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 옆방 아저씨의 암호같은 소리가 궁금했던 아이는 데스크 삼촌에게서 그방 아저씨의 사연을 듣게 된다.
아이는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간다. 전철에는 사람이 많다. 사람틈을 비집고 겨우 내린다.
일주일째 같은 옷을 입고 온다고 친구가 놀린다.
아빠는 점점 지친 얼굴로 돌아온다. 긴 복도를 두고 사람들은 방문을 꼭꼭 닫는다.
점점 말이 없어지고 전혀 웃지 않는 아빠를 보고서는 아빠가 더 꼭꼭 숨는다고 느끼는 아이.
아이가 만난 그 늙은 아이와 지하의 방은 상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