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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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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아픔을 닮은 동백꽃
『동백꽃이 툭,』의 주인공 섭이는 떨어진 동백꽃을 줍습니다. 동백꽃은 누나의 혼례상에도 놓일 만큼 누나가 좋아하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떨어진 동백꽃을 모아 누나 집에 가고 싶지만 엄마는 섭이를 말립니다. 섭이는 엄마의 만류에도 몇 년이나 못 본 누나의 집을 향해 뛰기 시작합니다. 누나 집에 가는 길에 섭이는 사라져 버린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고사리 마중 나갔던 택이 아버지, 소 먹일 꼴을 베러 갔던 찬이 할아버지, 조를 수확하던 숙이 할머니…. 사람들은 갑자기 그 자리에 엎어져버렸습니다. 총에 맞고, 칼에 찔려 자리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말았습니다. 섭이는 사람들이 누웠던 곳에 동백꽃을 툭, 내려놓습니다. 누나네 집 앞에 다 왔는데, 다시 총소리가 들립니다. 누나네 집에서 총소리가 나자, 섭이는 뛰기 시작합니다. 누나는 괜찮은 걸까요? 도대체 동백꽃처럼 고운 사람들을 누가, 왜 자꾸만 꺾어버리는 걸까요. 꼭 기억해야 할 우리의 슬픈 역사, ‘제주4·3’ 그림책 1947년, 제주에 많은 사람이 들어옵니다. 극우청년단체인 서북청년단, 응원 경찰, 군인은 토벌대가 되어 ‘빨갱이 사냥’을 한다는 구실로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토벌대에 복수하기 위해 무장대는 서북청년회와 우익단체 단원들의 집을 지목해 습격합니다. 이 과정에서 또 죄 없는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제주의 작은 섬에서 서로의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죽였습니다. 이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그들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들과 알았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복수는 복수를 낳았고 증오는 격한 충돌로 이어져 민간인들의 희생은 극에 달했습니다. ‘다르다는 것’을 ‘죽여도 된다는 것’으로 여기는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동백꽃이 툭,』의 주인공 섭이가 걷는 길을 따라 걸으며, 아픈 역사의 길을 함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계속 되짚어 걸어 보아야 합니다. 동백꽃으로 전하는 평화와 인권의 메시지 『동백꽃이 툭,』을 쓴 김미희 작가는 제주 출신이지만, 4·3사건이 금지된 단어였다고 기억합니다. 분단과 독재의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은 슬픔을 감춘 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4·3사건이 일어난 지 한참이 지난 2000년에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국가 권력의 반성과 사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2014년, 4.3이 일어난 지 66년 만에 제주도민들의 오랜 바람이었던 4.3국가기념일이 제정되었습니다. 공식 이름은 ‘4.3희생자추념일’입니다. 제주 출신 서양화가인 강요배 화백의 4·3 그림 ‘동백꽃 지다’가 1992년 세상에 공개되면서 동백꽃은 제주4·3 희생자를 상징하게 됐습니다. 동백꽃은 겨울에 피어 4월이면 새빨간 꽃이 꽃송이 그대로 툭 하고 땅으로 떨어집니다. 고개를 떨구듯 잘려나가는 모습은 희생자들의 영혼이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
제주의 동백은 붉은 빛처럼 선연하게 피었다 지는 까닭에 오랜 시간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게 하는 상징이었습니다, 제주 사람들 마음에 깊이 새겨진 슬픔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지요. 아름답지만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없어서 애써 외면당하기도 했던 외로운 꽃, 제주의 겨울을 수놓는 애기동백꽃은 그래서 더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어 주고 싶은 존재입니다. 이 책에 담긴 글과 그림은 슬프고 아픈 그날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우리에게 교훈을 남깁니다.
하지만 이제는 동백꽃을 보며 더 이상 슬픔을 떠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동백은 마침내 새롭게 쓰이는 역사의 진실 앞에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다시 태어나는 평화와 화합의 징표로 새롭게 사랑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니 이제 동백꽃을 만나면 마음 놓고 이쁘다, 이쁘다 해 주셔도 돼요. 꽃잎에 새겨진 아픈 기억들을 지우고 더 붉고 아름답게 피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가만가만 따뜻한 인사를 건네 주셔도 좋아요. 언젠가 제주에 온다면 섬 곳곳에 피어있는 동백나무 그늘 아래를 찬찬이 둘러보세요. 거기, 섭이가 뿌린 그 겨울의 동백꽃 송이 송이가 여러분을 반갑게 맞아줄지도 몰라요. - 제주에서 시를 쓰는 이종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