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5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48쪽 | 466g | 140*210*16mm |
ISBN13 | 9788954686785 |
ISBN10 | 8954686788 |
발행일 | 2022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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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8쪽 | 466g | 140*210*16mm |
ISBN13 | 9788954686785 |
ISBN10 | 8954686788 |
MD 한마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부재하는 낙원의 초상]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대표작. 『낙원』은 탄자니아의 가상의 마을에서 시작하는 열두 살 소년의 성장기다. 작가는 집을 떠나 낯선 세상 앞에 선 소년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따라 제1차세계대전 직전의 세계를 정교하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소설MD 박형욱
담장이 있는 정원 9 산동네 67 내륙 여행 127 화염 문 173 욕망의 숲 233 핏덩어리 287 해설 | 이슬람 아프리카 작가의 유목민적인 소설 323 압둘라자크 구르나 연보 335 |
동아프리카 잔지바르 출신이자 난민이며 이슬람교도인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대표작 『낙원』.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이 책을 사 놓고 장식용 책으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문학살롱을 통해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다들 낯설다고 하니 나도 단단히 마음먹고 낯선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유수프는 12살의 나이에 상단의 거상 아지즈 아저씨를 따라 집을 나서 그의 가게에서 일하게 된다. 그곳엔 이미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부모의 빚을 대신해 볼모로 와있던 칼릴과 지내며 그 집 정원에 애정을 쏟는다. 특별한 것 없던 그의 일상은 내륙으로 떠나는 행상길에 동참하면서 변화가 일어나지만, 본격적인 내륙 진입 전 하미드의 상인에게 맡겨진다. 일 년 후 16살의 유수프는 다시 상단에 합류해 험난한 행상길에 오른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아지즈의 집으로 돌아와 칼릴과 낙원 같던 그 집의 정원을 마주하게 된다. 정원을 가꾸던 유수프를 눈여겨 보던 아지즈의 아내 줄레카의 부름 덕분에 칼릴의 동생이자 아지즈의 후처인 아미나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아미나에게 이곳에서 도망치자고 말하지만 아미나는 그런 그를 몽상가라고 말한다. 유수프는 줄레카로 인해 궁지에 몰리지만 아지즈는 그를 의심하지 않고 용서한다. 하지만 평화롭던 마을에 독일군이 몰려오며 결코 희망적이지 않은 결말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낯선 동아프리카의 낯선 언어와 문화에 주석까지 참고해야 하니 완벽한 몰입이 힘들었다. 아프리카를 단순한 이분법으로 생각했던 나의 무지로 인해 이런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머릿속에 그려보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가 살았던 잔지바르 때문에 소설의 시작 배경인 가공의 소도시 카와가 잔지바르에 있다고 착각하며 읽었으니 나는 소설과 다른 공간에서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무지와 오해를 중도에 알아채고 다시 정신 차리고 읽어보자 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유럽 강국의 식민지 쟁탈전 속에 핍박받는 사람들, 종교적 갈등, 인종 갈등 등 19 ~20 세기의 동아프리카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그만이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낙원’이라는 제목과 달리 전혀 낙원과 거리가 멀었던 그 시절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낙원은 과연 있었겠느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천국과 지옥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데 나는 나만의 자유의지로 만족하며 낙원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글쎄 안일한 생각일 수 있지만, 꼭 낙원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지옥 같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만으로도 낙원이라 생각하며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사람들이 넌 내 것이다. 나는 너를 소유한다고 할 때, 그것은 비가 지나가는 것이나 하루의 끝에 해가 지는 것과 같은 거야. 그들이 좋아하든 말든 다음 날 아침 해는 다시 뜬다고. 자유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너를 가두고 쇠사슬로 묶고 네가 가진 하찮은 것까지 모두 남용하지만, 자유는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아니야. (p.292)
떠남, 고난, 구원의 종교적 서사를 담은 유수프(요셉)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에게 기대해보는 마지막이 구원으로 끝나지 않아 뭔가 이야기를 하다만 듯한 아쉬움도 있지만, 이 또한 작가의 큰 그림이라 여거진다. 사실 잘생긴 유수프에 대한 환상 없이 읽었더니 설렘은 없었지만, 모든 것에 달관한 성인군자처럼 덤덤한 유수프의 그런 면은 부러웠다. 하지만 아무리 덤덤한 유수프라지만 이성을 향한 관심에선 덤덤하지도 초월하지도 못한 그의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는 건 안 비밀이다. 억압에서 벗어나 사랑의 도피를 생각하지만 결국 자유 뒤에 따를 고통에 관한 책임감을 생각해 보며 또 한 번 유수프는 정신적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그는 떠나려고 했다. 그보다 단순한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이 그에게 요구하는 억압적인 것들을 피할 수 있는 어딘가로 가야 했다. 그러나 그는 외로움의 단단한 덩어리가 그의 추방당한 가슴에 오래전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을, 그리고 어디를 가든 그것이 함께 있으면서 그가 작은 성취를 위해 계획하는 걸 축소시키거나 흩어놓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p.308)
“문학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창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문학입니다.”라고 한 압둘라자크 구루나의 말처럼 이 소설로 나는 19~20세기 동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에 특별한 소설이다.
수치스러운 것은 그들이 그에게 살도록 강요한, 그들 모두에게 살도록 강요한 방식이었다. 308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다. 발표가 나면서 그의 작품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3작품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 작품이다. <낙원>은 두께감은 중간 정도이지만 활자 크기가 작고 꾹꾹 눌러서 담긴 느낌을 받게 한다.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작품은 도입부터 충분하게 설레게 하였다. 그리고 잰걸음으로 읽게 하였다. 무심하게 스칠 수 없었든 문장들이 무수히 안겨졌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까지 기대감을 머금게 한 소설이다. 읽다가 여러 번 멈추면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찾아서 읽게 했다. 빠르게 읽지 못했던 이유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빼곡한 문장들이 답해준다. 그 문장들을 무수히 여러 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여러 날 많은 순간들이 이 작품과 함께 거닐었던 시간들이었다.
위험이 도사리는 순간 앞에서도 동요 없이 신을 찾는 상인이 여러 번 등장한다. 아저씨라고도 불리기도 하며 주인님이라고도 불리는 거상이다. 그가 건네는 동전들을 기다렸던 소년이 있다. 그 동전이 주어진 의미, 소년에 투영된 아저씨 상인은 온전한 참모습이었을까? 하나씩 벗겨지는 진실들에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던 작품이다. 투자와 채권자, 빚진 부모들과 어린 자녀들. 신을 향하는 목소리와 습관적인 기도들은 진정한 기도였을까? 부모에게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갖게 되는 상실감과 좌절감, 무력함은 어떻게 치유되고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당신이 우리를 소유하듯 사람들을 소유하는 것도 잘못이었습니다. 315
약자를 못살게 구는 자들이 여전히 사람을 깔고 앉아 더러운 방귀를 뀌어대는 한... 292
당신은 그분의 노예였잖아요....... 지금도 그분의 노예고요... 자유를 준다고 할 때 왜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죠? 291
저 안에 있는 사람이 이것보다 더 자유로운 것을 나한테 줄 수 있겠니? 292
자유는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아니야. 292
생명이 있는 어린아이가 거래된다. 이유도 모른 채 유린되는 여자아이의 모습과 갇힌 새장에 살아가는 속박된 노예들의 삶이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등장한다. 주인이 있고 그들의 노예가 존재한다. 법으로 규정하지만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 모순적인 사회의 법도 언급된다. 자유를 주겠다는 주인의 제안에 자유를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묵묵히 일하는 정원사 노인의 대화는 놀라움을 전한다. 하지만 곧 낙조하는 현실이 되는 문장도 마주하게 한다.
저들이 행복해하는 걸 봐라. 물가로 가는 어리석은 짐승 무리 같구나. 우리 모두는 저렇다. 무지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편협한 존재들이다. 저들이 뭣 때문에 흥분하는지 아니? 174
돈을 주고 여자들을 데려왔고. 그들과의 사이에 아이들이 백 명이나 태어났다는 소문... 그 숫자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게 틀림없어... 그 많은 어린 왕자들 때문에 걱정... 그 자신도 솜에 친척 한두 명의 피를 묻힌 사람이지. 그들의 술탄이 그런 것들을 다 하고도 명예만을 얻었는데 그들이라고 안 될 이유가 뭐야? 175
<페스트의 밤>, <족장의 가을> 작품이 떠오르는 장면들도 있었다. 인물들이 목도하며 경험하는 것들과 함께 대화하는 장면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어리석은 짐승, 편협한 존재들이라고 말하는 이유들을 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겹겹이 쌓여가는 우리들의 역사는 기억되고 사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명한 작가들이 작품에서 토로하는 것들의 이유를 이 작품에서도 마주하는 시간이 된다.
그의 부모...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수년 전에 그를 버린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그가 그들을 버릴 차례였다. 305
속박된 자신의 삶을 벗어나고자 유수프는 여러 인물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들에게서 듣는 대답들도 기억하게 한다. 그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비교되며 부족했던 유수프의 모습은 서서히 자신을 찾아가는 삶의 여정의 한 자락이 된다. 무책임한 부모들이 연거푸 작품에 등장한다.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삶을 견디고 감당하기에는 힘겨운 이야기들이 짐작된다.
자신의 비겁. 개들은 똥을 먹고 사는 자를 보았을 때 즉각 알아보았던 것이다. 322
총과 전쟁, 유럽인들의 무자비에 대해서도 작품은 다루고 있다. 역사를 들쳐보고 있노라면 부와 성장을 거듭한 강대국들의 흔적에는 오점처럼 남겨진 짙은 흉터들이 기억되고 추억된다. 그 역사들은 문학에서도 비켜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경고하며 지켜내고자 한 것들이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보게 한다. 마지막 장면의 개와 서로 마주 보는 인물의 깊은 사유가 압도적이다. 그 장면에 떠올리는 깨달음이 우리 사회를 향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주인님의 손을 잡고 찬양하는 노예의 몸짓과 울림들에 무언의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붙잡혀 있는 것으로부터 그들이 느꼈던 안도감은 이제 끝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고자 했다. 자유롭게 평원을 돌아다니면서 그들한테 들러 그런 삶을 시작하도록 어려운 교훈을 가르쳐준 것에 고맙다고 할지도 305
유수프의 비상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영국과 독일의 전쟁의 소용돌이가 감도는 상황까지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유수프 청년이 기억하고 경험한 많은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소설이다. 멋진 작품이며 수상한 이유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장편소설 <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