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한 끼를 해결하고 다음 날도 똑같은 식사를 반복하는 사람, 맛보다는 양, 속도, 가격이 더 중요한 사람, 밥을 먹는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알지만 한편으로 무척 허전하고 슬픈 일이라는 걸 느껴 본 사람과 둘러앉아 나누면 좋을 소박한 한 상을 여기에 차려 보았다.
--- 「밥상을 차리며」 중에서
내가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컨테이너 식당의 한 끼 덕분이었다. 내가 그 시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참기름 냄새 그윽한 비빔밥 한 그릇 덕분이었다. 그런 끼니를 나는 진실한 한 끼라 부르고 싶다. 아마 컨테이너 식당을 지키던 아주머니는 당신의 국자가 어떤 이의 삶을 미미하게나마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누구도 그런 걸 알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추억할 뿐이다.
--- 「시절과 함께 보낸 한 끼: 콩나물비빔밥」 중에서
누군가 ‘요리’와 ‘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자신이 요리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던 사람의 말이다. 생업을 하다가 한 시간 짬을 내어 먹는 밥이 언제나 ‘요리’일 수는 없다. 그의 기준에서 백반은 불가피하게 ‘조리’다. 일상성과 반복성, 연속성을 피할 수 없다. 나는 바싹 마른 어묵 쪼가리가 껴 있다 해도 이 끝없는 권태 속에서 가능한 한 끼는 제대로 챙겨 먹자는 백반의 마음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 「반찬은 다 차려두었어: 가정식 백반」 중에서
어떻게 한 그릇 안에 소박함과 화려함이 함께 담길 수 있을까? 국물과 밥과 고기와 김치가 한 번에 입안에서 씹힐 때 올라오는, 거의 달달하다고 해야 할 혀에 감기는 감칠맛. 순댓국을 먹기 전까진 거의 당면 순대만 먹어 봤던 나에게 고기, 채소 비율이 높은 ‘순댓국용 순대’는 한결 어른스러운 맛이었다. 성인이 되면 순대 타운에 앉아 ‘기꺼이’ 소주를 마실 줄 알았는데, 막상 어제 먹은 술 해장을 하거나 그냥 좀 저렴하게 고깃국 먹고 힘내자고 ‘부득이’ 순댓국을 뜨는 날이 훨씬 많았다.
--- 「덮어놓고 좋아하는 메뉴 하나쯤: 순대」 중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한 끼를 해결하고 다음 날도 똑같은 식사를 반복하는 사람, 맛보다는 양, 속도, 가격이 더 중요한 사람, 밥을 먹는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알지만 한편으로 무척 허전하고 슬픈 일이라는 걸 느껴 본 사람과 둘러앉아 나누면 좋을 소박한 한 상을 여기에 차려 보았다.
--- 「밥상을 차리며」 중에서
내가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컨테이너 식당의 한 끼 덕분이었다. 내가 그 시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참기름 냄새 그윽한 비빔밥 한 그릇 덕분이었다. 그런 끼니를 나는 진실한 한 끼라 부르고 싶다. 아마 컨테이너 식당을 지키던 아주머니는 당신의 국자가 어떤 이의 삶을 미미하게나마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누구도 그런 걸 알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추억할 뿐이다.
--- 「시절과 함께 보낸 한 끼: 콩나물비빔밥」 중에서
누군가 ‘요리’와 ‘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자신이 요리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던 사람의 말이다. 생업을 하다가 한 시간 짬을 내어 먹는 밥이 언제나 ‘요리’일 수는 없다. 그의 기준에서 백반은 불가피하게 ‘조리’다. 일상성과 반복성, 연속성을 피할 수 없다. 나는 바싹 마른 어묵 쪼가리가 껴 있다 해도 이 끝없는 권태 속에서 가능한 한 끼는 제대로 챙겨 먹자는 백반의 마음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 「반찬은 다 차려두었어: 가정식 백반」 중에서
어떻게 한 그릇 안에 소박함과 화려함이 함께 담길 수 있을까? 국물과 밥과 고기와 김치가 한 번에 입안에서 씹힐 때 올라오는, 거의 달달하다고 해야 할 혀에 감기는 감칠맛. 순댓국을 먹기 전까진 거의 당면 순대만 먹어 봤던 나에게 고기, 채소 비율이 높은 ‘순댓국용 순대’는 한결 어른스러운 맛이었다. 성인이 되면 순대 타운에 앉아 ‘기꺼이’ 소주를 마실 줄 알았는데, 막상 어제 먹은 술 해장을 하거나 그냥 좀 저렴하게 고깃국 먹고 힘내자고 ‘부득이’ 순댓국을 뜨는 날이 훨씬 많았다.
--- 「덮어놓고 좋아하는 메뉴 하나쯤: 순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