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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남자의 자리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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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37위 | 소설/시/희곡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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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82g | 120*205*10mm
ISBN13 9791190533140
ISBN10 119053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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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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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을 확인해 준 당직 의사에 대한 기억은 없다. 몇 시간 만에 아버지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오후가 끝날 무렵 방에 혼자 남겨졌다. 차양을 통과한 햇살이 장판 위로 슬며시 들어왔다. 그것은 더 이상 내 아버지가 아니었다. 퀭한 얼굴에 코만 보였다. 흐물흐물한 파란색 양복에 감싸인 그가 마치 누워 있는 한 마리의 새처럼 보였다. 눈을 커다랗게 부릅뜬 남자의 얼굴은 그가 숨을 거두자마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다시 그 얼굴조차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 p.11

나는 곧바로 그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중간쯤에 이르자 거부감이 찾아왔다.
최근에서야 나는 소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질적 필요에 굴복하는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적인 것, 무언가 ≪흥미진진한 것≫ 혹은 ≪감동적인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아버지의 말과 제스처, 취향, 아버지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 나 역시 함께 나눴던 한 존재의 모든 객관적인 표적을 모아보려 한다.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단조로운 글이 자연스럽게 내게 온다. 내가 부모님께 중요한 소식을 말하기 위해 썼던 글과 같은 글이.
--- p.18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반대로 기억의 장면들이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게 두면,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보인다. 그의 웃음, 그의 걸음걸이, 그가 내 손을 잡고 장터에 데려가고, 나는 놀이기구를 두려워한다. 다른 이들과 나눴던 상황의 모든 조건들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나는 매번 개인적이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온다.
물론 들었던 단어와 문장에 최대한 가깝게 써야 하는 이런 작업에서 글쓰기의 행복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때때로 볼드체로 강조했던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중의적인 의미를 나타내거나, 내가 모든 형식에서 거부했던 향수, 감동, 조롱을 공모하는 쾌락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단어와 문장이 아버지가 살았던 세계이자 내가 살았던 세계이기도 한 곳의 한계와 색깔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어떤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었다.
--- p.40

글을 쓰며 하류라 여겨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명예 회복과 그에 따른 소외를 고발하는 일 사이에서 좁다란 길을 본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우리의 것이었고 심지어 행복하기도 했으며, 우리가 살던 환경의 수치스러운 장벽들(≪우리 집은 잘살지 못한다≫는 인식)이기도 했으니까. 행복이자 동시에 소외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이 모순 사이에서 흔들리는 느낌이다.
--- p.48

내 기억 속에 언어에 관한 모든 것은 돈 문제보다 더한 원망과 아픈 언쟁의 원인이었다.
--- p.58

이제 와서 이 세세한 것들의 의미 해석을 꼭 필요한 일 이상으로 스스로에 강요하는 것은, 그것이 무시해도 좋은 것이라고 확신하며 거부했었기 때문이다. 모욕적이었던 기억만이 그 일들을 간직하게 해줬다. 아래에 있던 세계의 추억을 마치 저급한 취향의 어떤 것처럼 잊게 하려고 애쓰는 세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욕망 앞에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 p.65

어느 날 그가 이렇게 말했다. ≪책, 음악, 그런 건 너한테나 좋은 거다. 내가 살아가는 데는 필요 없어.≫
--- p.75

내가 교양 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가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일을 마쳤다.
--- p.103

아니 에르노의 기억은 이미 나를 관통해 내 안에 있다. 나의 단단한 껍질은 이미 허물어졌다. 이제 나는 알몸의 기억을 마주한다. 마침내 내 기억은 허구를 벗었다.
무엇이 보이는가?
거기, 소설보다 더 큰 삶이 있다. 나의 아버지와 내가 떠나온 세계가 있다.
당신은 어떠한가?
소설보다 더 큰 무엇이 보이는가?
--- p.113 「옮긴이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984년 르노도상 수상작

"어떤 작품과도 닮지 않은 압도적인 걸작" - 패리스 매치
"감정을 억제하고 필요한 단어만으로 쓰인 강렬한 작품이자 훌륭한 문학적 성공" - 르몽드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가 그리는 아버지의 삶과 죽음


"몇 시간 만에 아버지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오후가 끝날 무렵 방에 혼자 남겨졌다. 차양을 통과한 햇살이 장판 위로 슬며시 들어왔다. 그것은 더 이상 내 아버지가 아니었다. 퀭한 얼굴에 코만 보였다. 흐물흐물한 파란색 양복에 감싸인 그가 마치 누워 있는 한 마리의 새처럼 보였다. 눈을 커다랗게 부릅뜬 남자의 얼굴은 그가 숨을 거두자마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다시 그 얼굴조차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 차원으로 확장해나가는 독보적인 글쓰기와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가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관계 후 남겨진 흔적을 사진 찍고 그 흔적 이면의 보이지 않는 것을 글로 적은 『사진의 용도』, 개인의 역사를 공동의 역사로 확장하며 커다란 문학적 성취를 이뤄내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과 2019년 맨부커 국제상 최종심에도 오른 대표작 『세월』,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밝힌 『진정한 장소』, 날 것 그대로의 폭력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 강렬한 첫 소설 『빈 옷장』에 이어, 이번 소설 『남자의 자리』에서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의 생애를 다룬다.

아버지의 삶을 회고하며 그의 말과 제스처, 취향,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 자신과 함께 나눴던 한 존재의 모든 객관적인 표적을 사실을 바탕으로 '필요한 단어'만을 사용해 옮겨 적은 이 작품은, '어떤 현대 문학과도 닮지 않은 압도적인 걸작'이라는 평과 함께 1984년 르노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은 중등교사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정확히 두 달 후에 있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비명도 오열도 없이 진행되었던, '고상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덤덤하게 흘러가는 장례식과 사망 이후의 형식적이고 통상적인 절차들을 끝내고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이 모든 것을 설명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작가에게 찾아온다.

"아버지와 그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사춘기 시절 그와 나 사이에 찾아온 이 거리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었다. 계층 간의 거리나 이름이 없는 특별한 거리에 대해. 마치 이별한 사랑처럼." - 본문 중에서

『남자의 자리』 에는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의 삶이 있다. 그는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농가의 일꾼이었던 할아버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공장 노동자로 살다가 같은 노동자였던 어머니를 만나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한다. 노동자보단 상인이기를 원했고, 쾌활한 사람이었으나 부부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미술관 같은 곳은 가본 적이 없고, 사는 데 책이나 음악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물질적 필요에 얽매인 삶이다. 이것이 그녀가 기록한 아버지의 삶이며, 한 남자의 자리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교양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왔던 유산이기도 하다.

작가는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는 '단조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아버지의 생애를 서술한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밝힌 '물질적 필요에 굴복하는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적인 것, 무언가 〈흥미진진한 것〉 혹은 〈감동적인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글쓰기 태도는 특히 인상적이다. 인터뷰집 〈진정한 장소〉에서 아니 에르노는 아래와 같이 말한 바 있다.

"저는 아버지가 겪은 지배에 ― 실제로 ― 글에 의한 지배를 더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지배에 덧붙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사회적 참상 묘사주의 ― 적대감만을 보여주기, 묘사를 비관적으로 하기 ― 와 포퓰리즘 ― 경제적인, 문화적인 지배에 속하는 모든 것들을 감추고 지우는, 노동자 신분의 위대함이라는 찬사를 보여주기 ― 이죠. 이 양쪽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제가 생각했던 유일한 방법은, 제가 썼던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단조로운" 글쓰기였어요. 그렇지만 기사 형식의 글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죠.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는 확인된 사실의 글쓰기, 가치에 대한 판단을 철저하게 없앤, 현실에 가장 가까운, 정서를 벗겨낸 글쓰기. 그것은 저의 것이었던, 결국 더 이상 저 자신을 분리하지 않게 된 세계의 바람과 한계를 느끼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단어만으로 아버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일이었죠. 그렇게 남자의 자리에서는 더 이상 폭력성이 표현되지 않았어요. 말하자면 그것을 감정처럼 "억누른 거죠" - 〈진정한 장소〉 중에서"

그렇다면 문학적 요소를 뺀 문학의 가치는 무엇일까? "기억 속 불투명한 혹은 어두컴컴한 곳에 불을 밝히는 것, 나는 그것이 작가, 아니 에르노의 문학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저 보여주는 것, 화자의 감정에 붙잡히지 않도록 칸막이를 없애는 것. 이 모든 것은 불투명한 인생을 밝히기 위함이다. 쓰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완벽한 오마주가 어디 있을까? 그녀의 글은 아버지를 향한, 그녀가 내려놓고 떠났던 세상을 향한 오마주다. 그리고 이 오마주는 예술의 편에 서 있지 않다. 삶이 먼저, 문학은 그다음이다. 삶이 문학이 되기 위해 꾸며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옮긴이의 말)

소설은 쓰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벌어진 나와 아버지와의 거리, 계층 간의 거리 역시 드러낸다. 언제나 '두 강 사이를 건너'게 해준 '뱃사공이자,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자식이 속해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자부심, 심지어 존재의 이유였던 '한 아버지, 한 남자의 자리'는 다시 한번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우리 옆의 '자리'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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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룰**라 | 2023.05.3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너무 좋아하는 작가 아니에르노. 2022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죠.  아니에르노의 책은 항상 솔직해서 좋아요. 그리고 재미있게 서술해서 완전 페이지 터너예요. 이번에는 아니에르노의 자전적 책 '남자의 자리'를 읽어보았는데요,, 이 책은 작가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쓴 책이예요. 유년시절의 삶과 느낌등이 잘 드러나 있어요. 사회적 지위에 따른 문화적, 사고적;
리뷰제목

너무 좋아하는 작가 아니에르노. 2022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죠. 

아니에르노의 책은 항상 솔직해서 좋아요. 그리고 재미있게 서술해서 완전 페이지 터너예요.

이번에는 아니에르노의 자전적 책 '남자의 자리'를 읽어보았는데요,,

이 책은 작가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쓴 책이예요.

유년시절의 삶과 느낌등이 잘 드러나 있어요.

사회적 지위에 따른 문화적, 사고적 차이 등에 대해서 주로 서술되어 있었어요.

아니에르노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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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빈 옮김. 1984BOOK 간행.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m | 2023.05.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세상에는 많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헌신적인 아버지부터 자식들의 등골을 빼먹는 백정 같은 아버지도 있습니다. 양 극단에 자리한 아버지를 두고 그 사이에 자리한 아버지를 분류하기 시작하면 수천 종의 아버지가 가지를 뻗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수천 종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아버지를 기억하면 대체로 몇 개의;
리뷰제목

세상에는 많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헌신적인 아버지부터 자식들의 등골을 빼먹는 백정 같은 아버지도 있습니다. 양 극단에 자리한 아버지를 두고 그 사이에 자리한 아버지를 분류하기 시작하면 수천 종의 아버지가 가지를 뻗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수천 종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아버지를 기억하면 대체로 몇 개의 기억만이 회상됩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젊은 아버지, 어린 나를 키우던 겁 많은 아버지, 자식에게 기대하며 늙어가는 아버지, 자식과 나눌 대화가 남지 않은 병약한 아버지, 그리고 침상에서 눈물 흘리며 작별을 하던 나의 아버지. 무한한 힘과 능력을 가졌던 아버지는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작은 거인으로 변했고, 마침내 한계를 드러낸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기억하면 마치 큰 장애물이나 성취를 향한 목표물을 극복해 가는 과정처럼 느껴집니다만 사실 그것은 정확한 기억이 아닐 것입니다. 인생의 장애물이니 목표니 하는 말도 그렇지만 아버지를 떠올릴 때 수식된 말들이 벌써 아버지의 것이 아닌 나의 감정일 뿐입니다. 나의 감정에 겨워 아버지를 잘못 기억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기억을 장식하지 않은 일상의 단어로 담담히 쓴 책입니다. ‘장식이 없는 일상의 단어’라는 말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가진 한계를 알기에 오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하하지도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를 표현하였다는 말입니다. 딸이 아버지를 알게 된 시점부터 마지막 임종까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바로 딸인 작가의 기억입니다. 아마 아버지가 살아 딸의 기록을 보았다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의 생각으로 현실과 미래를 산 과거를 가지고 있고, 어머니와 딸은 또 그만큼의 과거를 살았기에 그렇습니다.

 

 ‘남자의 자리(A Man’s Place)’는 영어 제목입니다. 프랑스어 제목은 ‘자리(La Place)’랍니다. 아버지의 자리가 된 것은 이 이야기가 딸이 전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옮긴 신유빈 씨도 남자의 자리라고 번역을 하면서 마음이 쓰였다고 합니다. 사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딸의 생각과 모습이 아버지의 이야기 무게와 비슷한 중량감을 전합니다. 아버지와 끈이 연결된 어머니 이야기 또한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같은 자리에서 공유한 시간, 갈등, 미움, 섭섭함, 근심 등을 나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얘기하지만 딸과 어머니의 얘기도 들리는 그 ‘자리’의 이야기이므로 저는 프랑스어 제목인 ‘자리(La Place)가 더 공감이 갔습니다.  

 

 간혹 작가들이 아버지를 판 이야기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것을 봅니다. 저는 작가들이 아버지를 판 이야기라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문학은 누구의 인생을 팔고 살 수도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인생이 아니에요. 문학은 인생의 불투명함을 밝히는 것이거나 혹은 밝혀야만 하는 것이죠.”(106쪽) 아니 에르노가 ‘진정한 장소’에서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를 팔았다고 했던 작가들은 가슴속 어두운 곳에 묵혀 두었던 아버지의 삶과 죽음에 햇빛을 비치고 젖은 이야기를 바람에 말리려고 이야기를 전했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분명히 그랬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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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남자의 자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정****6 | 2023.05.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남자의 자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저자인 아니 에르노가 아버지의 삶을 회고하며 쓴 작품입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힉교를 가고 싶어도 할아버지가 농장일을 시켜서 가지 못했고 전쟁 후 신업화가 되면서 공장에 다니게 되어ㅛ고 그곳에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이 소설의 특징은 특별한 줄거리나 갈등상황없이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삶이 짧은 문장으로 나열되어 아버지의 마음과 생;
리뷰제목
남자의 자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저자인 아니 에르노가 아버지의 삶을 회고하며 쓴 작품입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힉교를 가고 싶어도 할아버지가 농장일을 시켜서 가지 못했고 전쟁 후 신업화가 되면서 공장에 다니게 되어ㅛ고 그곳에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이 소설의 특징은 특별한 줄거리나 갈등상황없이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삶이 짧은 문장으로 나열되어 아버지의 마음과 생각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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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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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정****6 | 2023.05.03
구매 평점5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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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k*****3 | 2023.03.06
구매 평점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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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c*****3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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