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온통 녹색 담요로 뒤덮여 있다고 상상해 봐.
잎이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로 늘어져 그늘을 주는 곳,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있는 곳,
전차의 덜컹 소리와 자동차의 빵빵 소리가 잎과 나뭇가지에 묻히는 곳.
우거진 잎들이 지붕을 만들어 주어,
우리가 안전하고 차분하고 땅과 연결되었다고 느끼게 하는,
분주하고 콧노래 부르는 그런 도시를 상상해 봐.
이것이 너희가 아는 도시인가?
--- p.7
1960년대, 토론토대학 교수인 에릭 예르겐센이 ‘도시 숲’이란 말을 만들었어. 그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시 나무는 원래 자연의 나무와는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어. 도시 나무는 도시인의 삶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서로 연결된 독특한 생태계 일부라는 거야.
--- p.13
도로나 보행로 밑 흙을 깊이 파 볼까?
건강한 도시 숲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야.
나무의 뿌리는 버팀목이 되어 나무를 안정시키고 강하게 해. 뿌리는 물과 영양분을 흙에서 빨아들여서 나무를 자라게 하지. 건강한 뿌리 갈래는 땅속 깊이 쭉 뻗어나가. 나무의 가장 넓은 가지보다도 훨씬 더 깊이 말이야. 약 1미터 깊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기도 해.
--- p.14
그런데 도시 나무들이 겪는 아주 심각한 문제는 땅속에 있어. 땅속 흙은 종종 영양분이 부족하고 아주 딱딱하지. 땅이 단단해야 도로와 집, 높은 건물들을 지탱할 수 있거든.
자라는 뿌리 갈래는 느슨하고 비옥하고 습기가 많은 흙을 찾아다니는데, 빗물이 흐르는 통로와 더러운 물이 흐르는 통로뿐만 아니라 배관과 케이블과도 싸우지. 지하에 수도나 전기를 설치할 때 뿌리 갈래가 방해되거나 손상되기도 해. 게다가 배관에 금이 갔거나 새면 그 안의 것이 흙과 나무를 오염시키지.
흙은 땅속에 스며든 자동차 배기가스, 정원용 살충제, 눈을 녹이는 염화칼슘 등으로도 오염되기 쉽거든.
튼튼한 뿌리 갈래로 자라는 데는 참으로 어려움이 많지. 그래서 큰 도로에 쭉 나열된 가로수가 자라지 않고 앙상하거나 병들어 보이는 것은 이상한 것도 없어.
많은 나무가 7년 넘게 살지 못하지.
--- p.16
벌레나 곤충은 대부분 나무에 이로워. 벌은 나무를 수분시켜서 번식하게 하고, 무당벌레는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지.
그런데 아주 파괴적인 해충도 있어. 놈들은 도시 숲의 건강과 미래를 위협해. 이런 해충은 거대한 화물 배를 타고 오던가, 국제 무역으로 들어오기도 해. 이런 식으로 들어오는 해충은 막을 도리가 없어. 이들을 ‘침입종’이라고 부르는데, 새로운 환경에 천적이 없어서 통제할 수 없지.
--- p.24
나무가 더 우람하고 더 건강하고 더 나이가 많을수록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고 산소도 더 많이 만들어. 이것이 도시에 큰 나무를 위한 공간을 계획하고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지. 12미터에서 21미터 사이의 성숙한 나무 한 그루는 사람 4명이 매일 숨 쉴 수 있는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 p.28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모두 도시 나무를 사랑하지는 않아. 나뭇가지가 떨어져서 차나 집을 부수거나, 전선을 끊어 놓을 때도 있지. 견과류와 씨앗, 과일, 꽃은 악취를 풍기기도 하고, 땅에 떨어져서 엉망진창이 되기도 해. 나무는 시끄러운 새들과 쓰레기통 뒤지기 좋아하며 배회하는 동물들의 놀이터이기도 해.
드넓은 숲보다는 쭉 펼쳐진 푸른 잔디가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있지. 어떤 나무의 꽃가루는 사람들의 눈과 목을 가렵고 아프게 하거든.
--- p.36
어찌 되었든 나무는 경험상 도시에는 꼭 필요해. 나무는 개인적으로도 공동체적으로도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거든.
도시에 함께 살면서 우리는 개인으로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공동 이익을 위해선 무엇이 중요한지, 특히 우리 모두를 위한 효율적인 균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항상 저울질해야 해.
---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