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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06g | 115*190*30mm
ISBN13 9788932461359
ISBN10 89324613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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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머리가 소들이 지나다니는 좁은 길 가장자리를 손으로 가리켰고, 다섯은 일제히 마른 풀밭 위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한 몸처럼 바짝 붙어서 움직이던 그들 주변으로 파리 떼가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그들은 마침내 누런 물거품 위로 떠오른 것을 보았다. 그건 갈대와 길에서 바람에 날려 온 비닐봉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죽은 이의 부패한 얼굴이었다. 한 무더기의 검은 뱀들 속에서 거무죽죽한 빛깔의 가면처럼 꿈틀거리는 그 얼굴은 웃고 있었다.
--- pp.12~13

그녀는 자기 손톱이 아이의 살 속으로 파고들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손톱으로 모기한테 물린 곳을 심하게 긁다가 피가 날 때 느껴지는 안도감과 비슷했다. 어쩌면 그 망할 새끼도 그때 안도감 비슷한 걸 느꼈는지도 모른다. 녀석이 줘 터지고 나면 언제나 조용해지고, 심지어 더 이상 그녀를 약 올리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인 듯했다.
--- pp.56~57

다행히 그날 밤 루이스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하지 않았고, 그녀의 몸을 만질 때도 수줍은 듯 손가락 끝으로 간신히 애무하기만 했다. 그래서 노르마는 그의 손가락을 땀 냄새를 맡고 살짝 열어 둔 방문 틈으로 날아들어와 몸 위를 떠다니는 벌레들의 날개로 착각하기도 했다.
--- p.165

브란도는 엄마가 그 둔한 머리로도 자기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끔 그 얼굴에 발과 주먹을 꽂아 버리고 싶었다. 아니면 아예 그렇게 죽여 버리는 것도 괜찮겠지. (…) 더 이상 기도와 설교, 탄식과 통곡 따위의 지겨운 소리를 듣지 않을 수만 있다면. 주님, 제가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아이가 이렇게 되었나이까? 사랑스러운 내 아들, 그토록 정이 많고 선하던 브란도는 정녕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주님, 어째서 사탄이 그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하셨나이까? 그럴 때마다 브란도는 문 밖에서 소리를 지르며 맞받아쳤다. 아, 엄마, 진짜, 엄마, 이 세상에 사탄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사탄은 무슨, 씹할 잘난 주님도 없다고요. 그러면 어머니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아들의 불경스러운 말을 막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열심히 기도문을 외웠다. 그럴 때마다 브란도는 씩씩거리며 화장실로 뛰어들어 가 거울 앞에 서서 거기에 비친 자기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면 그의 검은 눈동자와 검은 홍채가 점점 커지고 퍼져 나가다 결국 거울의 표면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소름 끼치는 어둠이 모든 것을 뒤덮었다. 지옥의 눈부신 불꽃이 주는 위안마저 찾아볼 수 없는 어둠. 죽음처럼 황량한 어둠.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그를 구해 낼 수 없는 공허한 어둠.
--- pp.305~306

그는 얼굴과 가슴과 손을 다 씻고 나서 자기 방으로 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몇 시간 동안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았다. No se tu(넌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루이스미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을 게 분명했다, pero yo te busco en cada amanecer(나는 매일 동이 틀 때마다 너를 찾아), 루이스미는 자기 집 매트리스 위에 누워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였다, mis deseos no los puedo contener(난 내 욕망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어), 그는 이왕 시작한 일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도록 브란도가 자기 곁으로 와 주기만을 바라고 있을 거였다, en las noches cuando duermo(내가 잠든 밤에), 꾀죄죄한 그 매트리스 위에 누운 채, si de insomnio(불면증에 걸리기라도 하면), 그들이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yo me enfermo(나는 몸져눕고 말거야). 섹스를 나누다 서로를 죽이는 순간을. 어쩌면 그 두 가지는 동시에 이루어질 수도 있었다.

*스페인어로 쓰인 부분은 멕시코 가수 루이스 미겔의 노래 〈No se tu〉의 가사임
--- pp.3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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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극단성이 충격적이고 초현실적인 효과를 자아내는 곳. 이 소설의 멕시코는 코맥 매카시의 『핏빛 자오선』이나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에 나오는 곳이다. 그러나 멜초르의 문장 속에 담긴 광포한 절규는 완전히 그녀 자신만의 것이다.
- [월스트리트 저널]

범죄 소설과 공포가 만나는 지점, 즉 어둠의 중심으로부터 퍼져 나오는 곰팡이 같은 작품. 멜초르는 마녀이며 이 소설은 강력한 주술이다.
- [NPR]

소설은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이 소설의 끔찍한 아름다움은 우리의 안일함을 깨울 만큼 충분히 고통스러운 상처를 새겨 준다.
- [로스엔젤리스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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