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막을 수 없을까? 놀라운 것은 우리가 매번 격는 재난과 참사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지만 실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에도 매년 갖가지 재난, 사고, 자연재해, 안전사고들이 급증하고 있다. 가족과 맛있는 저녁밥을 먹고 TV를 트는 순간 갑작스런 대피안내 경보를 받을 수 있다. 이럴 때 여러분은 맨손으로 집을 나와 생존할 수 있는가.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어떤 재난이 일어날까. 하루하루 생업을 이어가는 데 지쳐 다른 것들은 신경 쓰기도 힘든 일상에서 재난이 터진다 한들 우리 같은 평범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국가와 정부, 공무원, 소방관이 있어도 우리 개인이 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무엇인가가 있는 걸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바야흐로 재난의 시대다. 당신의 생존준비를 시작하라. 거창하게 산속으로 도망가거나 시골로 대피할 필요도 없다. 무섭다고 큰돈을 써서 무언가를 하거나 직업과 일상을 포기하고 숨어들지 마라. 재난대비, 생존준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작은 것부터,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는 것이다. 그냥 작은 배낭 하나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그것이 바로 생존배낭이다. 재난과 비상상황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대비는 할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생존배낭의 가장 최소화된 버전이다. 군인의 단독군장과 같다. 처음꾸린다거나 구성품의 준비가 부족할 때, 혹은 다른 팀원이나 가족이 충분한 팩을 꾸렸다면 작은 기본형으로 준비한다. 가령 아이들이나 여성들, 노인분들, 학생들을 위한 용도로, 혹은 보관장소가 여의치 않아 최소한으로 꾸릴 때의 내용물이다. 배낭 안에 필수 3종 기준을 꼭 인식하여 준비한다. 첫째, 물과 식량, 둘째, 비바람과 저체온을 막을 보온의류, 셋째, 간단한 생존용품이다(플래시, 멀티툴, 호루라기 등).
1. 준비물
-소형배낭(혹은 힙쌕, 크로스백, 숄더백, 손가방도 가능)
-바람막이 자켓, 비닐우의, 비니, 모자, 면장갑, 두꺼운 등산양말
-생수1-2병, 다이제비스켓, 참치캔, 초코바, 에너지바
-라이터, 멀티툴(접이칼), 플래시, 호루라기, 핸드폰 충전기 및 보조배터리, 휴지 1롤(물티슈), 마스크
2. 장점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바로 집 안에 있는 것들로만 이용해서 빠르고 쉽게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무엇을 사오거나 택배를기다리거나 시간을 끌 필요도 없다. 당장 두세 시간 뒤에 집을 나서야 할 때 즉각 준비가 가능하다. 학교나 회사에서 직접 꾸려보는 연습이나 혹은 선물로 준비할 때 기본형만 해보고 나머지는 각자의 고민과 상황에 따라서 추가하도록 한다. 간단한 만큼 가벼워서 한 손으로 들거나 메고 이동도 간편하며 체력적 부담도 적다. 여러 개를 만들어서 선물하거나 나눠주거나 집, 회사, 차 안 등에 따로 비치할 수도 있다. 물론 잃어버리거나 남에게 뺏기는 상황이 된다해도 부담이 적을 것이다.
3. 단점
솔직히 단점도 뚜렷하다. 정말로 꼭 필요한 장비들만 준비했기에 대피시간이 하루 이상 길어지다 보면 부족한 것들이 많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나. 이렇게 1단계 시작을 했다면 반드시 2단계로 나가 제대로 된 생존배낭을 만들어야 한다. 이 정도 구성이라면 정식 배낭에 넣지 않고 좀 더 가볍고 편한 크로스백이나 숄더백, 힙쌕, 컴퓨터가방, 서류가방, 봇짐, 비닐팩에 넣는 형태로도 가능하다. 배낭이 작거나 허름하다면 주위에서 의심하거나 욕심을 내지 않을 터여서 좀 더 안전하다.
--- 「기본형 생존배낭」 중에서
비상용품이란 나의 생존과 안전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장비와 물품을 말한다.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거나 개조할 수도 있다. 작은 멀티툴과 플래시부터 불을 피우는 라이터, 화이어스타터, 성냥, 반합, 모포, 휴대용 정수기, 물통, 밧줄, 나침반, 운동화, 옷, 필기구, 세면도구, 호신용품, 텐트와 침낭, 방독면과 자동차 등 모든 것이 해당한다.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은 각자의 판단과 욕구, 가치관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무릎 보호대는 무릎이 약한 사람에게는 필수적일 것이다. 모기에 예민한 사람은 모기약과 버물리를 빼놓을 수 없다. 여성에게는 생리대 등 여성용품이, 아이에게는 장난감과 책도 비상용품이 될 수 있다. 비상용품은 또한 나뉠 수도 있고 겹칠 수도 있다. 신발과 양말은 발을 보호하는 비상용품이지만 체온을 보존하는 보온용품이 될 수도 있다. 조그만 칼은 요리할 때 쓰지만 호신용품으로도 쓸 수 있다. 플래시는 어두운 밤을 비치는 조명이지만 멀리 구조를 요청하거나 SOS 신호를 보내는 통신장비도 될 수 있다.
---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나의 비상용품이다」 중에서
1. 1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물 2. 2리터는 한 사람당 하루에 필요한 양 3. 3일간 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음 4. 4개의 소형 물통(500ml)에 휴대하는 것이 대형 물통(2L) 한 통보다 유리함
주위에 물은 흔하지만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식수를 구하기는 어렵게 된 지 오래다. 지진과 홍수, 수해, 산사태 등 큰 재난 상황시엔 수도 시설이 파괴되거나 오염되어 마실 물을 구하기 더 힘들어진다. 재난 시 오염된 물을 마시고 많은 이재민들이 배탈, 설사, 복통, 열증상에 시달리다 어이없이 죽는 경우도 많다. 한 사람에게 필요한 하루 최소 물의 양은 2리터이다. 이는 마실 물뿐 아니라 밥을 해먹는 것까지 포함된 양이다. 그러나 기온이나 활동 유무에 따라서 좀 더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묵직한 생존배낭을 메고 긴박하게 탈출하며 뛰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숨 가쁜 이동상황에 처한다든지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날이면 하루 4리터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늘한 날씨에 집 안이나 대피소 안에서 활동을 자제하며 최대한 가만히 있는다면 며칠 동안은 하루 1리터만 있어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공간과 무게의 한계가 있는 생존배낭 안에 물을 얼마나 넣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식량보다 물이 더 중요하지만 무게는 훨씬 무겁다. 2리터 페트 생수병은 2킬로그램이나 나간다. 하루치밖에 안 되는 양이지만 다른 장비와 같이 배낭 안에 넣어서 하루종일 메고 걸어야 한다면 평소 체력을 기르지 않은 사람이나 체구가 작은 여성, 아이들은 힘들다. 따라서 물은 개인의 체력과 장소, 주위 물 보급처, 수질현황, 배낭의 크기, 동행의 유무, 정수장비의 보유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 「물의 1·2·3·4법칙을 기억하라」 중에서
비상시 대치상황에 처했다. 이런 경우엔 무엇이든 손에 쥐거나 들어라. 제대로 된 무기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긴 막대기나 야구배트, 골프채, 과도, 낫이나 삽 같은 농기구, 등산스틱 등등 종류는 크게 상관없다. 일단 손에 무엇인가 들고만 있어도 왠만한 사람들은 겁을 먹고 돌아설 것이다.
1. 등산스틱
등산스틱은 산에 갈 때만 쓰는 보행 보조장치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만능에 가까운 장비이다. 걸을 때 등산스틱을 제대로 이용하면 체력소모를 1/3로 줄여준다. 비포장길이나 산길, 파괴된 도로, 오르막길, 빙판길을 다닐 때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휴식을 취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두 개의 폴대를 땅에 꽂아 세우고 비닐이나 줄, 은박 보온담요 등을 이용해서 간단한 그늘막이나 쉼터를 바로 꾸밀 수 있다. 이처럼 쓸모 많은 등산스틱은 위급한 상황에서 그럴듯한 호신용품이 된다. 스틱을 길게 빼면 1미터까지 연장되는데 앞쪽에 단단하고 뾰족한 금속팁이 있어서 찌르는 창처럼 쓸 수 있다.
경찰과 정부의 공권력이 일시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재난상황에서는 낯선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도둑질과 약탈, 폭행, 강도, 강간, 폭력 사건이 증가하게 되는 탓이다. 이전까지 법을 잘 지키고 웃고 인사하던 선량한 시민들도 배가 고프고 겁에 질리게 되면 나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이들도 주위 군중의 폭력 행태를 보면 군중심리에 휩쓸려 따라 할지도 모른다. 야외나 산에서는 맹수화하여 떼로 몰려다니는 들개들도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남자보다 체구가 작고 약해 보이는 여성이나 어린이, 노인들을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더 공격한다. 이럴 때 등산스틱은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등산스틱을 들고 자세만 제대로 취해도 웬만한 위험 상황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등산스틱은 찌르기 외에 휘두르기에도 최적화된 장비다. 특히 일자형 스틱보다 손잡이가 T자로 된 스틱이 휘두르기에도 좋고 타격할 때도 힘을 더 받아 호신용으로 쓰기에 유리하다. 보통 고가의 전문가용 등산스틱을 가벼운 듀랄루민 합금을 써서 일자로 만드는 데 호신용으로 쓰기엔 효과가 떨어진다. 저가형은 스틸재질로 더 묵직하며 T자로 되어 있어 휘두를 때는 오히려 싸구려 T자형 스틱이 유리하다. 등산스틱은 배낭 옆에 묶어두거나 신발장, 차트렁크 등에 넣어두고 비상 대피 시 같이 들고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 「호신용품」 중에서
남에게 나 대신 이 상황을 신고해달라고 부탁할 때도 요령이 있다. 사고현장에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방관하고 외면하는 구경꾼 심리나 방관자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를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 한다. 1964년 뉴욕에서 제노비스라는 여자가 거리에서 한 강도에게 38분간 무참히 폭행당한 끝에 살해당했는데 당시 주변에 수십 명(38명)이 있었지만 다들 지켜보기만 하고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나 대신 누군가 해주겠거니 생각했던 탓이다. 때문에 남에게 신고 요청을 할 때에는 반드시 특정인을 지목해야 한다. 가령 “거기 파란 점퍼 입은 분” “모자 쓰신 분” “자전거 탄 학생” 등등 정확하게 지목하여 “좀 도와주세요” “112나 119에 신고해요”라고 말해야 한다.
다급한 상황, 위기에 처했을 때 “엄마” “아빠”를 외쳐라. 늦은 밤, 조용한 밤거리에서 위급할 때 “살려주세요” “도와줘요” “꺅~” 하는 비명을 지르기 쉽다. 하지만 이런 것은 앞서 제노비스 신드롬처럼 방관자 효과나 회피, 외면, 도망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 이보다는 “엄마” “아빠”라고 외쳐보라. 순간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수 있고 그러면 도움의 손길도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사람이 많은 번잡한 곳에서도 큰 소리로 “아빠!” 하고 부르면 근처에서 바쁘게 지나가는 아저씨들이 다 쳐다본다, “엄마”라고 외치면 굳게 닫힌 창문이 열리면서 여성분들이 밖을 내다볼 것이다. 온 세상 부모는 아이를 낳고 키워온 경험 때문에 엄마나 아빠라는 말에 즉각 반응하게 마련이다.
깊은 잠결에서도 작게 부르는 아이의 엄마, 아빠 소리에 즉각 깨서 괜찮은지 살펴보도록 본능이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탓이다. 갑자기 다급하게 엄마, 아빠를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 내자식 손을 잡고 있어도 무의식적으로 반응해서 쳐다볼 것이다. 나이도 성별도 남의 아이도 관계 없다. 모성애와 보호본능을 건드리는 것이다. 아이를 키워본 어른이라면 누구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살펴보게 될 터다. 비명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무섭고 회피하고 도망가고 싶어 하지만 “엄마 아빠”를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위험이 있다 해도 감수하며 도와주려 할 것이다. 위급할 때엔 “엄마” “아빠”를 외쳐라.
--- 「대피하라」 중에서
2022년 10월, 서울 이태원 할로윈데이 압사참사는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한국재난사에도 큰 획을 긋는 일대사건이었다. 좁은 곳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벌어지는 압사사고는 후진국에서만 발생하는 일이라고 여겼는데,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에서 그런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대중밀집 사고는 경기장, 콘서트장, 야외행사장, 좁은 골목, 극장, 대피로 등 인파가 밀집한 곳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큰 사고나 재난상황이 벌어졌을 때 패닉에 빠진 대중이 좁은 출구를 찾아 도망가다 보면 갑자기 이런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축제를 즐기려는 들뜬 군중이든 사고를 피하려는 군중이든 특성상 대규모 인파인 경우라면 행동특성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밀집된 군중 속에 있다면 미리 사고 위험성을 파악하고 조금씩 대비해야 몇 분 만에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동행하던 군중의 움직임이 천천히 느려진다면 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인파의 흐름이 멈춘다면 밀집도가 위험 수준이라는 신호다. 주변 신호들을 최대한 수집하고 이상한 징조가 있는지 알아채야 한다. 가령 앞쪽 사람들이 불편함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 비명소리가 들린다면 경계하고 탈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 군중 밀집도가 ㎡당 6명을 넘어서면 극히 위험 수준이다. 이태원 참사에서는 ㎡당 16명까지 몰렸다. 압사위험이 있는 곳은 출입구, 경사로, 계단, 좁은 골목이나 통로다. 이런 곳들은 최대한 피해서 이동하거나 차라리 좀 늦게 나오는 편이 낫다. (…)
키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하다. 아이가 있다면 어깨 위에 올려 무등을 태운다. 만약 빽빽하게 밀집된 인파 속에서 휴대전화나 가방 등 물건을 놓쳤다면 바로 포기하라. 물건을 줍는 행동으로 예기치 못한 위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옆자리의 사람이 넘어졌다면 바로 일으켜줘야 한다. 한 명이 넘어지면 그 뒤의 모든 일행이 도미노처럼 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압사사고에서는 밟혀서라기보다 선 채로 끼어서 꼼짝 못 하고 호흡곤란을 겪는 ‘압박질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약 6분간 압박질식 상태로 끼어 있다 보면 선 채로 호흡곤란과 질식에 의해 사망하는 것이다.
--- 「군중 밀집 사고」 중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 반려동물들이 있다면 대피시간도 더 걸리고 훨씬 힘들게 된다. 그래서 같이 대피하는 방법들을 단 하나라도 더 생각하고 준비해두어야 한다. 막연히 무섭고 불편하다고 외면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 현재 한국에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집은 604만 가구에 반려인은 1천5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30%나 되는 가정에서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대피나 피난과정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반려인들은 고민이 많아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대피소에 간많은 군중 가운데 겁을 먹고 잔뜩 움츠려든 개와 고양이들의 사진이 공개되었다. 큰 폭음과 불길, 인파로 시끄러운 도로 등 집을 떠나 만나게 된 낯선 상황을 동물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반려동물이 불안하지 않도록 필요한 것들을 미리 고민하여 준비하라.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사람들이 모인 재난대피소나 민방공 대피소로는 공식적으로 애완동물을 데리고 갈 수 없다는 점이다. (…)
반려동물을 집에 놓고 가는 상황과 데리고 가는 상황 두 가지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에 따르면 비상시 동물 소유자들은 동물을 자발적으로 대피시켜야 한다. 그러나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사람만으로도 복잡한 좁은 대피소에서는 주위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거부할 확률이 높다. 시각장애인용 개는 법적으로 허가된 것이지만, 역시 실제 상황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비상시 좁은 대피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동물들도 스트레스가 커져서 예민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짖거나 끙끙거리거나 할퀴거나 으르렁거리다가 심하면 갑자기 난폭해지거나 물 수도 있다. 악의가 없는 행동이라도 주위 사람들은 짜증을 내거나 겁을 낼 수 있다. 또 동물들의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비좁은 곳에서는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인데 만약 애완동물이 조금이라도 위협적이거나 예민한 행동을 하는 등 해를 끼친다면 바로 수용부나 격리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다. 재난이 잦은 외국에선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공론화해 법규로 명문화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반려동물 대피 방법을 시민대피 매뉴얼에 포함시켰다. 만약 허리케인이 접근해 대피명령이 떨어지면 동물보호단체들과 협력해서 동물피난소를 설치하고 주인이 올 때까지 애완동물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도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 피난 방법을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 「노약자와 반려동물 대피」 중에서
당신의 생존 우선 순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존의지와 행동이다. 아무리 많은 장비와 식량, 차량, 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대못도 씹어 먹을 것 같은 우락부락한 특수부대원이나 군인들도 귀를 찢는 폭음이나 비명, 옆에서 싸우던 전우가 죽어나가는 전장에서는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를 트라우마 혹은 PTMS라고 하는데, 큰 재난과 사고 시에는 이것들이 은연중에 올라와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방해한다. 아무리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용기를 잃고 첫발을 떼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또 전쟁만 트라우마를 발생시키는 게 아니란 점도 잊지 말자.
지진이나 홍수 같은 큰 재난을 경험하고 나면 트라우마가 생기게 마련이다. 생전 처음 겪는 무서운 상황, 사람들의 비명, 굉음들, 서로 살겠다고 남을 밀치고 짓밟는 본능적 행동을 목격하게 되면 누구나 내상을 입게 된다. 그 뿐인가? 옆자리의 사람이 도와달라고 울거나 애걸할 수도 있다. 혹은 “이젠 다 끝났어. 우리는 죽을 거라고” 하면서 겁에 질려 불안감을 전파하거나 악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패닉에 빠진 대중, 책임자나 구조대는 보이지 않고, 119전화마저 연결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대부분의 사람은 군중심리에 휩쓸리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대개 희망보다 절망에 빠지기 쉽다. 심지어 자포자기하거나 멍해지는 등 다양한 심리 상태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탈출방법을 알려줘도 거부하고 주저앉는다. 이런 현상은 비단 노약자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겐 내면의 어린이가 있게 마련이어서 약하고 여린 마음이 언제든 표면으로 나타날 수 있다. 힘들고 겁이 나고 위험한 상황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침착해야 하는 이유다.
무섭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해도 주위를 잘 살피고 파악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탈출구가 있으면 찾아야 한다. 결국 나의 방어막은 강인한 정신력과 그간 쌓아온 훈련의 힘에 있다. 물론 믿을 만한 이웃과 가족, 친구, 전우가 함께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에 하나 부상을 당했을 때에도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방어막을 강화했다면 이제 행동하라. 무서운 상황에서는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실제 상황이 닥치면 대체로 행동이 느려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행동을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에 화재가 난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 통로가 불에 붙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위험을 각오하고 몸에 물을 끼얹고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 생존의지를 부여잡고 바로 행동하라, 움직여라, 도전하라. 가만있으면 아무런 희망이 없다. 어떻게든 비비고 움직여서 작은 틈을 벌리고 넓혀라. 닫힌 탈출구를 찾으면 맨손으로라도 열심히 두드리고 파내고 부셔서 밖으로 탈출하라.
--- 「생존 우선 순위 1단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