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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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0쪽 | 462g | 120*188*25mm |
ISBN13 | 9788931023015 |
ISBN10 | 8931023014 |
발행일 | 2023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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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0쪽 | 462g | 120*188*25mm |
ISBN13 | 9788931023015 |
ISBN10 | 8931023014 |
서문 1권 2권 3권 스탠더드 노블스 판 저자 서문 작품 해설 메리 셸리 연보 |
녀석은 이제는 살인자의 손길을 느끼지 않아. 잔디가 그 아이의 부드러운 몸을 덮으면, 녀석은 더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거야. 그러니 녀석은 더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야. 산 사람들에겐 흘러가는 시간만이 위로가 될 거야. ‘죽음은 악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사랑하는 대상의 영원한 부재에도 절망감을 초월한다’ 따위의 스토아철학자들의 격언을 굳이 꺼낼 필요도 없겠지. 카토도 죽은 형제의 시신 앞에서 흐느끼지 않았나. p.128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이미 다양한 버전으로 소장하고 있고, 여러 번역본으로 읽었지만, 이번에 나온 문예출판사의 '에디터스 컬렉션' 버전은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DC 코믹스, 마블 코믹스의 전설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버니 라이트슨이 7년에 걸쳐 완성한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펜화 작품 45점을 더한 아름다운 버전이기 때문이다. 정말 디테일하고 섬세한 묘사가 일품인 삽화들은 원작의 깊이를 더해주고, 장면들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나 이번 버전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의 의도가 더 잘 보존된 1818년 초판본을 우리말로 옮겼기 때문이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에 익명으로 출간된 초판과 메리 셸리가 초판을 수정해 1831년에 출간한 개정판, 두 가지 판본이 있는데, 여성 작가의 창작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익명으로 출간한 버전이 더 날카롭고 대담하다고 평가받는다고 하니 말이다. 또한 작품의 착상과 집필 과정,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스탠더드 노블스 판 저자 서문’과 역자의 ‘작품 해설’을 수록해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그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소. 그토록 강하고 고결하고 훌륭한 인간이 그렇게 사악하고 비열하단 말인가? 인간은 어느 때는 순전히 악의 근원에서 태어난 자식 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고귀하고 신과 같은 존재로 보이기도 했소. 위대하고 고결한 인간이 되는 것은 감각이 예민한 존재에게 있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 같았소. 많은 역사적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비열하고 사악한 인간이 되는 것은 가장 비천한 타락, 눈먼 두더지나 나약한 벌레보다도 더 비참한 지경의 인간처럼 보였소. p.228
<프랑켄슈타인>은 영화로 여러 번 각색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 등장한 여러 과학소설과 공포영화에 큰 영향을 끼친, 최초의 과학소설이다. 극중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창조해냈고,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한 메리 셸리는 그야말로 괴물 같은 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이후에 등장한 거의 모든 미치거나 사악한 과학자 캐릭터의 전형이 되었으니 말이다. 1818년 메리 셸리가 맨 처음 이 작품을 익명으로 발표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불과 스물한 살이었다. 그녀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묘한 두려움을 건드려 오싹한 공포를 일깨우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무서워서 주위를 둘러볼 수도 없게 만드는, 읽으면서 피가 얼어붙고 가슴이 두근대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그녀의 의도대로 놀라운 작품이 탄생했고, <프랑켄슈타인>은 1931년에 영화로 제작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이 처음부터 악한 존재였던 것은 아니다. 보기 흉한 모습 때문에,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인간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핍박 받으며 고립되어 살게 만든 사회가 그를 진짜 괴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괴물이 저지른 행동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분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을 만하니 말이다. 비록 고통만 더해 가는 삶이라도, 산다는 것이 괴물에게도 소중한 일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애초에 선하고 따뜻한 존재였으나, 절망으로 인해 악마가 되고 만 존재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생명 과학과 생명 복제 기술이 발달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공포를 불러오는 괴물로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 말이다.
고전이 왜 끊임없이 다시 책으로 출간되고, 왜 여러 매체를 통해서 계속 변주되는 것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프랑켄슈타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친숙한 캐릭터와 스토리이지만, 이번 기회야말로 원작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메리 셸리의 소설과 버니 라이트슨의 아름다운 삽화가 만나 그 어떤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하고, 그 어떤 책보다도 세련되고 우아하며, 그 어떤 음악, 뮤지컬 등으로도 표현해내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는 버전이 탄생했으니 말이다. <프랑켄슈타인>이 궁금했다면, 꼭 이번 에디터스 컬렉션 버전으로 만나보길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다 안다고 여기는 책이 있다. 제목이 익숙해서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유명한 작품이 그러하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괴물을 형상화하면 제일 먼저 떠오를 이미지가 바로 프랑켄슈타인이 아닐까. 그런데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괴물의 이름은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다. 그의 주인, 그를 만든 창조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프랑켄슈타인』 은 일러스트레이터 버니 라이트슨이 7년에 걸쳐 완성한 세밀하고 독창적인 펜화 작품 45점을 수록해 더욱 풍성하게 만든 작품이다. 소설은 편지 형태로 시작된다. 북극 탐험을 하던 모험가 로버트 월턴이 여동생에게 쓴 편지로 여행 중 한 남자를 구한 이야기다. 그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으로 어쩌다 북극에 오게 되었는지 월턴에게 일어난 일들을 들려준다. 빅터가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한 연구와 실험, 창조물을 만들었지만 괴물 같은 그것에 대한 애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창조물을 만들고 열병에 시달려 정신착란 증상까지 경험한 빅터, 그건 시련의 시작이었다.
가족의 죽음을 시작으로 친구와 사랑하는 연인까지 잃어야 하는 고통이 이어진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누가 이토록 빅터의 인생을 처참하게 만들었을까? 놀랍게도 빅터 자신은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이 만든 괴물의 짓이라는 걸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을 누가 믿어주겠는가.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창조물(이하 괴물)의 시점이다. 자신을 만든 주인은 버렸고 스스로 세상에 내던져진 괴물, 스스로 자신의 모습에도 놀랄진대 누가 자신을 온전히 바라봐 주겠는가. 추위를 피해 숨어든 오두막의 주인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는 것만 봐도 충분하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괴물은 불이 주는 온기로, 열매를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며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고 배운다. 낮에는 숨어 지내고 밤에 활동하며 가난한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인간의 삶을 배운다. 눈 먼 아버지를 모시며 살아가는 남매는 어렵고 힘든 살림이지만 서로를 사랑한다. 그 모습에 감동하여 몰래 장작을 패고 도와준다. 그들을 엿보며 언어를 배우고 서로에게 가르치는 책을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괴기스럽다는 이유로 자신을 만든 창조주로부터 거부당한 존재.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정체성의 시기를 마주한 것이다.
인간은 부와 신분이 높은 순수한 혈통 중 하나만 지녀도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이오. 하지만 어느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랑자와 노예 취급을 받으며, 선택받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자기 능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할 거요!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229쪽)
그들을 관찰한 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줄 것 같았던 괴물은 용기를 낸다. 아버지가 혼자 있을 때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한다. 괴물의 형체를 볼 수 없었던 아버지는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주지만 나갔다 돌아온 남매는 달랐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괴물은 혼자가 되었고 그 분노로 어린아이를 죽게 만드는데 그게 바로 빅터의 동생이었다. 빅터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진실을 밝힐 방법은 없었다. 가엾는 소녀가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죽음에 이른다. 빅터와 만난 괴물은 자신과 같은 형상을 지닌 여성을 창조주에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럼 단둘이 사라져 살겠다고.
빅터는 괴물의 부탁을 수락했다.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괴물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악마가 된 괴물은 빅터의 소중한 친구를 죽이고 빅터는 범인으로 몰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연인마저 죽음을 당하자 빅터와 괴물 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괴물을 죽이거나 빅터가 죽어야만 끝나는 전쟁. 기괴하고 무섭고 공포스러운 내용이지만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자연 경광에 대한 묘사가 그것을 잊게 만든다. 당시 여행을 누릴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빅터는 그런 여유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었다.
19세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하지만 단순히 고딕소설로만 읽을 수 없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가부장적 모습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역할로 존재하는 여성. 빅터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약혼자 사촌은 아버지와 집안을 돌봐야 한다. 그렇다면 괴물은 소설에만 존재하는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증명해야만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이들은 여전하다.
빅터의 욕망과 괴물의 그것은 전혀 다르지 않다. 생명 탄생이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한 프랑켄슈타인의 욕망이 빚어낸 결과는 새로운 욕망을 탄생시켰을 뿐이다. 현재 우리가 만들고 매달리는 인공지능, DNA 복제는 과연 어떤 미래를 우리에게 안겨줄까. 날로 커지는 인간의 욕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를 영영 놓치는 건 아닐까. 공포가 몰려온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저자) 문예출판사(출판)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가 이 소설을 썼을 때의 나이가 1815년 당시 18살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금까지도 SF 소설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을 버니 라이트슨 삽화 45점과 함께 만나게 되었습니다.
북극 탐험 중 조난을 당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발견한 월튼.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설은 시작됩니다. 그가 오랜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괴물이었고 그 괴물이 막상 탄생하자 프랑켄슈타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도망치죠. 아마도 생각지 못하게 그 당시의 괴물도 현재의 인간의 모습에서 비롯되어진 괴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상상으로 글을 쓴 메리 셜리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괴물에게서 도망쳤지만 괴물이 자신의 가족들을 해치고 살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괴물을 쫓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괴물을 창조해낸 인물이 바로 자신이었기에 괴물의 부탁을 들어주려 하지만 결국 괴물과 그 괴물의 신부를 만들어 훗날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었을까요? 절반 정도 완성된 신부를 급기야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손으로 찢어버리게 됩니다. 그걸 알게 된 괴물 이제 괴물의 복수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일까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던 괴물.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주리라 믿었던 창조주에게 버림받은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렇기에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악행이 괴물에게는 오히려 고통이었을까요? 그는 왜 그토록 세상의 이해를 바랐던 것일까요? 세상에 자신이 버려지도록 사라지도록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는 것은 어쩌면 다시는 자신과 같은 괴물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반복되는 세상의 모든 괴물들에게 괴물이 바치는 마지막 인사가 아니었을까요? 당시 괴기 소설의 한 부류 정도로 취급받기도 했던 프랑켄슈타인. 하지만 영화로도 나올 만큼 성공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이 서로를 향해 던지는 말은 어쩌면 가장 인상적인 대화가 아니었을까라며...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소설 속 모든 캐릭터들이 괴물에서 비롯된 것이라 함은 현실 속에서도 인간의 탈을 쓴 또 다른 괴물들에게 어쩌면 인간이라고 해서 오롯이 인간다운 건 아니라고 그런 인간들의 모습 이면에는 또 다른 괴물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기에 여전히 프랑켄슈타인은 계속 읽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책과는 다르게 삽화를 보며 읽는 재미가 더 흥미로웠던 프랑켄슈타인! 고딕소설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