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3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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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482g | 132*210*20mm |
ISBN13 | 9791192836003 |
ISBN10 | 1192836006 |
발행일 | 2023년 03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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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482g | 132*210*20mm |
ISBN13 | 9791192836003 |
ISBN10 | 1192836006 |
머리말 ( 001 ) 장소는 우리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아메리카나』(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002 ) 나는 기억하고 싶어요 『세상의 빛』(엘리자베스 앨릭잰더) ( 003 ) 무하마드 알리를 생각하다 『역대 최고』(무하마드 알리·리처드 더럼)『무하마드 알리 선집』(제럴드 얼리 편집)『세상의 왕』(데이비드 렘닉)『무하마드 알리 1942-2016』(《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 004 ) 아버지와 아들 『경험』(마틴 에이미스) ( 005 ) 마을 이야기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셔우드 앤더슨) ( 006 ) 음모론과 거짓말에 취약한 사람들 『전체주의의 기원』(한나 아렌트) ( 007 ) 증언의 언덕 『시녀 이야기』(마거릿 애트우드) ( 008 ) 불안한 시대 『시집』(위스턴 휴 오든) ( 009 ) 밥과 바니즈 『대륙 이동』(러셀 뱅크스) ( 010 ) 관찰자들 『오기 마치의 모험』『허조그』『현실』(솔 벨로) ( 011 ) 비현실의 덤불 『이미지와 환상』(대니얼 J. 부어스틴) ( 012 ) 불가지론자 『픽션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013 ) 이야기의 힘 『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캐서린 번스 편집) ( 014 ) 전염병 시대의 독서 『페스트』(알베르 카뮈) ( 015 ) 정치권력의 한 연구 『권력의 이동』(로버트 A. 카로) ( 016 )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 『행복의 추구』(스탠리 커벨) ( 017 ) 걱정이 많은 가족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라즈 채스트) ( 018 )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쓰는 작가 『파타고니아』『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브루스 채트윈) ( 019 ) 제1차 세계대전 전야 『몽유병자들』(크리스토퍼 클라크) ( 020 ) 외교 정책에 대하여 『서구 자유주의의 후퇴』(에드워드 루스)『혼돈의 세계』(리처드 하스) ( 021 ) 아이티 디아스포라 『형제여, 나는 죽어가네』(에드위지 당티카) ( 022 ) 아무것도 내버릴 게 없는 소설 『언더월드』(돈 드릴로) ( 023 ) 두 세계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주노 디아스) ( 024 ) 글쓰기, 불안, 시대정신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화이트 앨범』(조앤 디디온) ( 025 ) 우리 집은 싱크홀을 깔고 앉아 있다 『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 아픈 이야기』(데이브 에거스) ( 026 )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데보라 아이젠버그 소설집』(데보라 아이젠버그) ( 027 ) 망가진 세계에서 『황무지』(T. S. 엘리엇) ( 028 ) 미국의 독립전쟁 『건국의 형제들』『미국의 탄생』『혁명의 여름』『미국의 대화』(조지프 J. 엘리스) ( 029 ) 미국 민주주의의 토대 『연방주의자 논집』(알렉산더 해밀턴·제임스 매디슨·존 제이)『조지 워싱턴의 대통령직 고별 연설』(조지 워싱턴) ( 030 ) 다양성이라는 말 『보이지 않는 인간』(랠프 엘리슨) ( 031 ) 독백하는 여자로부터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윌리엄 포크너) ( 032 ) 나폴리 4부작 『나의 눈부신 친구』『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엘레나 페란테) ( 033 ) 이라크의 미군 병사들 『훌륭한 군인』『귀하의 군복무에 감사한다』(데이비드 핀켈) ( 034 ) 9·11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하여 『문명전쟁』(로런스 라이트)『영원한 전쟁』(덱스터 필킨스)『테러의 해부』(알리 수판) ( 035 ) 녹색 불빛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 036 ) 화가가 된 죄수 『굴드의 물고기 책』(리처드 플래너건) ( 037 ) 19세기의 블로거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편지 1830~57년』(귀스타브 플로베르) ( 038 ) 정직한 노래 『시나트라! 노래가 바로 당신입니다』(윌 프라이드월드) ( 039 ) 거울과 신기루의 책 『백년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040 ) 발견과 열정 『아이디어 팩토리』(존 거트너) ( 041 ) 익숙한 미래 『주변장치』(윌리엄 깁슨) ( 042 ) 반쯤은 탐정, 반쯤은 통역사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스티븐 그로스) ( 043 ) 평범하지 않은 말 『시비스킷』(로라 힐렌브랜드) ( 044 ) 공포와 불만의 정치 『미국 정치의 편집성 스타일』(리처드 호프스태터) ( 045 ) 문제적인 영웅 『오디세이아』(호메로스) ( 046 ) 시인의 정확성, 과학자의 상상력 『랩 걸』(호프 자런) ( 047 ) 추도의 회고록 『거짓말쟁이 클럽』(메리 카) ( 048 ) 변화를 위한 연설문 『희망의 증거』(마틴 루서 킹 주니어) ( 049 )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혹하는 글쓰기』(스티븐 킹) ( 050 ) 이민자 어머니의 이야기 『여전사』(맥신 홍 킹스턴) ( 051 ) 전체주의는 어떻게 일상언어를 감염시키는가 『제3제국의 언어』(빅토르 클렘페러) ( 052 ) 민주주의와 전제정치에 관하여 『폭정』(티머시 스나이더)『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가짜 민주주의가 온다』(티머시 스나이더) ( 053 ) 우리의 적은 바로 우리 『여섯 번째 대멸종』(엘리자베스 콜버트) ( 054 ) 이 나라가 그리울 것이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줌파 라히리) ( 055 )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휴머니즘』『가상현실의 탄생』(재런 러니어) ( 056 ) 내가 처음 발견한 책 『시간의 주름』(매들렌 렝글) ( 057 ) 에이브러햄 링컨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문과 편지』(라이브러리오브아메리카·돈 E. 페렌배커 편집)『링컨의 연설』(게리 윌스)『링컨』(프레드 캐플런)『링컨의 칼』(더글러스 L. 윌슨) ( 058 ) 자연을 바꾸는 사람들 『북극을 꿈꾸다』(배리 로페즈) ( 059 ) 머리 가죽 사냥꾼들 『핏빛 자오선』(코맥 매카시) ( 060 ) 거짓말과 무지 『속죄』(이언 매큐언) ( 061 ) 거대한 흰 고래와 끈질긴 추적자들 『모비딕』(허먼 멜빌) ( 062 ) 중서부에서 어른 되기 『계단의 문』(로리 무어) ( 063 ) 흑인들의 역사 『솔로몬의 노래』『빌러비드』(토니 모리슨) ( 064 ) 나보코프의 마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단편집』『말하라, 기억이여』(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065 ) 이란의 어느 독서 모임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아자르 나피시) ( 066 ) 책에 관심 있는 체하는 아버지 『비스와스 씨를 위한 집』(V. S. 나이폴) ( 067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태어난 게 범죄』(트레버 노아) ( 068 ) 끊임없이 진행 중인 과업『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다』(버락 오바마) ( 069 ) 아메리칸 원주민은 어디서 왔는가 『데어 데어』(토미 오렌지) ( 070 )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1984』(조지 오웰) ( 071 ) 탐색하는 관찰자 『영화광』(워커 퍼시) ( 072 ) 미국사에 대한 장대한 명상 『메이슨과 딕슨』(토머스 핀천) ( 073 ) 탄약을 찾아다니다 『인생』(키스 리처즈·제임스 폭스) ( 074 ) 피카소가 일으킨 혁명 『피카소의 삶』1, 2, 3(존 리처드슨) ( 075 ) 일과 직업에 관하여 『제정신이 아냐』(저드 애퍼타우)『제대로 미친』(애덤 스텔츠너)『영국 양치기의 편지』(제임스 리뱅크스)『참 괜찮은 죽음』(헨리 마시) ( 076 ) 실비 이모 『하우스키핑』(메릴린 로빈슨) ( 077 ) 낯설고 초현실적인 미국인의 삶 『미국의 목가』(필립 로스) ( 078 ) 해리 포터 시리즈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해리 포터와 불의 잔』『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J. K. 롤링) ( 079 ) 인도 역사에 대한 초현실적 우화 『한밤의 아이들 』『무어의 마지막 한숨』(살만 루슈디) ( 080 ) 시가 된 과학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화성의 인류학자』(올리버 색스) ( 081 ) 아이들이 열망하는 진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모리스 샌닥) ( 082 ) 처음 읽은 책 『호튼』『모자 쓴 고양이』『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훔친 방법!』『초록 달걀과 햄』『로랙스』『네가 갈 곳들!』(닥터 수스) ( 083 ) 무인도에 가져갈 책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 084 ) 창조자들을 위하여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 085 ) 1980년대, 뉴욕, 이민자 가족 『작은 실패』(게리 슈테인가르트) ( 086 ) 런던 이야기『하얀 이빨』(제이디 스미스) ( 087 ) 예민하게 관찰하고 듣는 사람 『소토마요르, 희망의 자서전』(소니아 소토마요르) ( 088 ) 보험사 간부의 이중생활 『마음 끝의 종려나무』(월리스 스티븐스) ( 089 ) 포스트 9·11 시대의 디킨스 『황금방울새』(도나 타트) ( 090 ) 민주주의의 가능성과 위험성 『미국의 민주주의』1, 2(알렉시 드 토크빌) ( 091 )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두 개의 탑』『왕의 귀환』(J. R. R. 톨킨) ( 092 ) 고흐 예술의 지침서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 093 ) 베트남에서 온 가족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오션 브엉) ( 094 ) 상상 속 말고는 나라가 없었다 『데릭 월컷 시선집 1948~2013』(데릭 월컷) ( 095 ) 느슨하고 헐렁한 괴물들 『무한한 재미』(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 096 ) 권력과 도덕에 관하여 『왕의 모든 신하들』(로버트 펜 워런) ( 097 ) 내 정신의 통제권 『배움의 발견』(타라 웨스트오버) ( 098 )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콜슨 화이트헤드) ( 099 ) 잔인성의 승리 『어제의 세계』(슈테판 츠바이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세계를 읽는 아흔아홉 가지 로드맵 |
서평가의 독서법 / 미치코 가쿠타니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블로그에 읽은 책을 소개한 지 꽤 여러 해가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글을 평가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모두 다르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고심 끝에 태어난 작품들을 훼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작은 염려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혹시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의 글을 읽고 자신이 읽을 책을 올바로 선택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걸로 만족하겠다고….
나는 비평가보다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소개하려 한다. 숨겨진 의미를 설명하거나 전체 문학 속에 위치 지으려 하지는 않으련다. 이 책들은 가능한 폭 넓은 독자들이 이 책들을 읽거나 다시 읽도록 권유하려 한다. 이 책들은 가능한 한 폭넓은 독자들이 읽을 만하기 때문이다. 이 책들은 감동을 주거나 시의적절하거나 아름답게 쓰였기 때문이다.(22쪽)
비평분야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 비평가이자 서평가인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집이 내겐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나로서는 서평가의 독서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서평가의 독서법≫은 001~099까지 총 99파트이긴 하나, 작가별로 혹은 주제별로 함께 묶어서 여러 권이 한 파트에 함께 소개되어 있기도 해, 책 권수로는 훨씬 더 방대한 양이 폭 넓게 소개되어 있다. 짧고 간략하게 핵심을 관통하는데, 비평이라기보다는 저자가 사랑한 책들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책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게 할 수 있으며 이상적이거나 반이상적인 미래로 데려갈 수도 있다. 지구상의 먼 곳,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먼 다른 행성과 우주로 데려갈 수도 있다. 우리가 직접 만날 일이 없을 남자와 여자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위대한 인물들이 이룬 발견을 조명하며, 이전 세대의 지혜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천문학, 물리학, 식물학, 화학을 가르쳐주고, 우주 비행의 역학과 기후변화를 설명해주며, 우리 것과 다른 신념, 사상, 문학을 소개해줄 수 있다. 또 오즈, 중간계, 나니아, 원더랜드 같은 허구의 세계, 그리고 맥스가 괴물들의 왕이 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 수 있다.(17쪽)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데 익숙한 외동아이였던 미치코 가쿠타니는 어렸을 때 책은 자신의 도피이자 안식이었다고 고백한다. 나에게도 책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외로움을 달래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 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삶이 너무 버거워 살고 싶지 않을 때나,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처참함 속에서 견디기 힘들 때에도, 책을 읽으며 아픔을 달래고 위로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도 유일한 안식처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책은 역사를 보는 아주 놀라운 창을 열어줄 수 있다. 오랜 지식과 새로운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통행증을 제공해줄 수 있다. 전 미국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7천 권의 장서를 모았는데 자신의 군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은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무방비 상태에 놓인 적이 없었다. 어떤 문제를 예전에 어떻게 다뤘는지 몰라 갈팡질팡한 적이 없었다. 책이 모든 답을 주진 않지만 종종 우리 앞에 놓인 어두운 길을 밝혀준다.”(23쪽)
책이 모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의 말처럼 책이 모든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책을 많이 읽다보면, 난관에 부딪혔을 때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마지막 주를 보내며 말한 대로, 책은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감,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보는 능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24쪽)
요즘 같이 어지러운 때에는 더더욱 책이 필요하다. 언론조차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은, 때로 우리들의 시야를 흐리게도 한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현명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접해서 판단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
미치코 가쿠타니의 책 소개는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에서 시작된다.
아디치에는 사회와 감정의 세부를 낱낱이 들여다보는 열 추적 장치와도 같은 눈을 갖고 있다. 이런 재능으로 이페멜루의 경험을 놀랍도록 적절성 있게 전한다.(27쪽)
저자가 소개한 『아메리카나』의 주인공 이페멜루의 생활과 철학을 따라가다 보면, 굳이 읽으라고 권하지 않아도, 더 세밀하게 알고 싶은 궁금증이 저절로 생겨 첫 권부터 읽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된다.
수상 경력이 있는 시인이자 전직 예일대 교수이면서 맬런 재단의 이사장인 앨릭젠더가 남편을 잃고 15년 동안 겪은 날것의 사랑과 상실과 슬픔을 전하는 회고록 『세상의 빛』, 유명한 소설가인 아버지 밑에서 소설가가 되길 열망하며 쓴,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를 가슴 뭉클하게 그린 마틴 에이미스의 회고록 『경험』, 그리고 미국 중서부 지역에 있는 허구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형식인 성장소설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초기에 나타나는 한 가지 경고 신호는 국가의 망명권 철폐이다. 망명자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노력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품고 있다고 아렌트는 썼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한 번 무너지고 나면 “모든 시민들로부터 법적 지위를 박탈하고 싶은 유혹에 저항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47쪽)
저자는 20세기 나치 독일과 스탈린 체제의 소련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상기 시킬뿐더러 미래에 전체주의 정치를 부채질할 수도 있을 역학 관계에 대해 오싹한 경고를 해 주므로, 인류 역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두 정권이 20세기에 권력을 잡았다. 고 쓴, 우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제시한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이렇게 100년 전에 발간된 책에서부터 우리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아마도 책을 가까이하는 이들이라면 거의 알만한 책들에서부터, 제목은 알아도 직접 접하지는 못한 책들, 그리고 전혀 생소한 것까지 다양하다. 그러니 고전에서부터 날마다 무수히 출판되고 있는 21세기의 수많은 책들 중에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혼란스러운 이들에서부터, 제대로 된 서평을 써 보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책≪서평가의 독서법≫의 역자는, 실제 번역하면서 저자가 소개한 『시녀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는 저자가 강력히 추천한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부터 반드시 읽을 작정이다.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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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에서 서평을 담당했던 미치코 가쿠타니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 대한 글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오래가는 고전은 그것이 쓰이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수십 년 또는 수세기를 가로지르며 묘하게 오늘날 우리의 경험과 세계를 예견한다.”
서평집은 늘 고민의 대상이다. 책을 좋아하니 책에 관한 책에 관심이 없을 수 없지만,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한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읽지 않은 책이 훨씬 많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건 외국 책이든, 국내 책이든 구분이 없다. 그런데 겨우(!) 20권 정도만 내 독서 이력 범위에 들어 있는 책을 포함하는 이 서평집은(사실 이 정도를 포함한다는 게 나는 솔직히 으쓱해진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한 글도 거의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녀가 쓴 글이 비록 책에 관한 거이지만, 책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99편 꼭지의 서평을 담은 이 책에는 소설이 많고, 시집도 몇 권 있으며, 회고록과 정치, 혹은 외교 평론집, 심지어 과학에 관한 책까지도 포함한다. 다양한 관심사에 성실한 독서가인 미치코 가쿠타니는, 그러나 집요하게 ‘과거’와 ‘현실’을 연결한다. 미치코 가쿠타니는 서평을 통해서 집요하게 현실에 접근하고 있으며, 강력하게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게 최근의 책이든, 아주 오랜 과거의 책이든.
비록 거의 모든 글에서 가장 힘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미국’이고,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 이후의 미국이지만(이름에서는 일본인이 아닐까 싶지만, 이민 3세쯤 되는 그녀는 완전히 미국적 가치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결국은 그게 ‘21세기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크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따라가게 되는데, 사실은 그가 집요하게 비판하고 있는, 트럼프로 대표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그녀가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관한 글에서 옮겨 본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고전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책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훌륭한 문학작품이란 먼지투성이의 오래된 고전이 아니라 인간이 씨름해야 할 문제를 다루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작품이었다. 우리가 신, 자연, 운명과 갖는 관계, 그리고 인간 이해의 원대한 가능성과 엄연한 한계에 대한 본질적 문제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책은 도피이자 안식이었다. 나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데 익숙한 외동아이였다. 아버지가 옆면에 문과 창을 내 장난감 집으로 변신시킨, 판지로 된 냉장고 상자 안에서 책을 읽었다. 밤에 담요 밑에서 손전등을 켜고 책을 읽었다. 운동장에서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쉬는 시간 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차멀미를 하면서도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책을 읽었다. 게다가 식탁에서도 읽었다. 어머니가 식사를 하는 동안 책읽기를 금지했기 때문에, 식탁에 앉아 가까이에 있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곤 했다... 나는 늘 읽을거리가 고팠다. p.17~18
어린 시절 나는 책으로 집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놀곤 했었다. 글자들이 울타리가 되고, 그림들이 지붕이 되어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 지면 그 속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곤 했다. 이야기로 만든 집은 나만의 놀이터였고,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자, 안식처였다. 조금 더 자라서는 주말마다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미로처럼 빼곡한 서가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책은 나를 과거로 데려가고, 가본 적 없는 도시를 여행하게 해주며, 경험해 본 적 없는 미래를 보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정말 순수하게 책읽기의 기쁨을 만끽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라고 불리는 미치코 가쿠타니의 본격 서평집이다. 고전부터 동시대 작가가 쓴 소설, 회고록, 기술, 정치, 문화 분야 논픽션을 아우르는 99개의 서평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계 미국인 문학비평가이자 서평가인 가쿠타니는 <워싱턴포스트>와 <타임>을 거쳐 <뉴욕타임스>에서 무려 35년 가까이 서평을 담당했으며, 1998년에 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유명 작가들을 향해 독설과 혹평도 서슴지 않는 냉정하고 무자비한 서평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과 여러 드라마에서 언급이 될 정도로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된 존재이기도 해, 그의 예리하고 신랄한 서평들이 궁금했다.
서사의 독창성, 음악적인 언어의 구사, 나보코프가 좋아하는 두 가지 취미인 나비 연구와 체스 게임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세부와 정확성에 대한 애정, 회화와 같은 직접성과 대가다운 솜씨로 장면, 기억, 감각, 또는 분위기를 그려내는 능력 등 나보코프가 작가로서 가진 수많은 재능이 이 눈부신 단편집 전반에서 드러난다. 이런 재능이 나보코프가 존 업다이크, 토머스 핀천, 마틴 에이미스, 존 드릴로, 제이디 스미스처럼 다양한 작가들에게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p.259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를 시작으로,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알베르 카뮈 <페스트>, 엘레나 페란테 나폴리 4부작, 리처드 플래너건 <굴드의 물고기 책>, 호프 자런 <랩 걸>,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이언 매큐언 <속죄>, J.K. 롤링 해리 포터 시리즈, 모리스 샌닥 <괴물들이 사는 나라>,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도나 타트 <황금방울새>,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등 이 책에 수록된 아흔아홉 편의 글들은 길지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서평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고전, 문학, 동화 등 국내에도 이미 출간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각각의 서평은 한 권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하나의 테마로 여러 권을 묶어서 소개하는 글도 있다. 한 작가의 시리즈를 소개하기도 하고,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글로 풀어내기도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걸까. 이 서평집을 읽다 보면 아주 오랫동안 책을 사랑해온 저자의 애정이 글 곳곳에 묻어나서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자는 책에 대해 '종이, 잉크, 접착제, 실, 판지, 천, 또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벽돌 크기의 이 마술 같은 물건은 실로 작은 타임머신'이라고 말한다. 책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 역사 속의 한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순간을 체험하게 해주니 그야말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책은 시간과 장소를 넘어, 국경과 역사를 가로지르고, 문화와 종교, 정치와 인종을 초월하게 해주는 장치이니 독서야 말로 '분열과 고립의 시대'를 무사히 살아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치코 가쿠타니의 글은 우리가 처음 읽은 책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읽는 법을 가르쳐주고, 페이지의 단어들을 사랑하게 만들어 주었던 바로 그 책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을 선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