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3년 12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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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34쪽 | 595g | 140*210*35mm |
ISBN13 | 9788952227829 |
ISBN10 | 8952227824 |
발행일 | 2013년 12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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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34쪽 | 595g | 140*210*35mm |
ISBN13 | 9788952227829 |
ISBN10 | 8952227824 |
우울할 때는 초콜릿이 좋다. 한없이 침잠하는 기분은 진한 달콤함으로 옅어지는 효과가 있다.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책도 잘 읽어지지 않을 때는 로맨스나 추리 소설을 찾게 된다. 달콤하거나 오싹하거나. 강렬한 감정 체험으로 책의 재미를 되찾는 방법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중독 수준으로 매일 로맨스 소설을 읽었던 때가 있다. 지금은 일반 소설에 밀려 자주 찾지 않지만 독서의 탄력성이 떨어졌을 때 찾는 책은 거의 로맨스 소설이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으로 오래 전에 소장한 책이다. 이왕이면 초콜릿처럼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좋다. 애틋하면 더 좋다. 감정 이입이 절로 되니까. 대부분 줄거리를 모른 채 책을 선택한다. 이 책은 달랐다. 장기 베스트셀러이기도 했고 독서의 흥미를 잃었던 때 로맨스 소설을 읽을 마음에 찾아본 책이라 결말은 모르지만 대강의 내용은 알고 선택했다.
줄거리 자체는 슬플지 몰라도 대개의 로맨스 소설은 해피엔딩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해피엔딩을 꿈꾼다. 삶도 내가 읽는 소설의 결말도. 그러나 바람과 다르게 현실은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때는 어떤 감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실망과 안타까움 같은 모호한 감정이 우선된다.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난 남녀는 사랑과 삶의 조력자라는 아슬한 상태에서 머문다. 한 사람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없어 체념한다. 결국 못다 한 생을 그녀에게 남기고 떠난다. 모든 사랑 이야기가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결말로 끝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흔하다. 맺어지지 않는 관계 앞에서 때로는 화나기도 한다. 현실이 모두 해피엔딩이 아니니까 픽션에서라도 대리만족을 꿈꾼다고 해야 할까. 사랑도 현실이다. 『미 비포 유』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아무리 이상을 꿈꿔도 현실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기적을 바랐다. 기적은 없었다. 대신 현실이 남았다. 어쩌면 남자 주인공 윌이 남긴 것이 기적일지도 모른다. 한 여자의 삶을 인도해줬으니까. 트라우마와 가족에 치여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한 여자를 세상 속으로 걸어가게 해줬으니까.
오롯이 자기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지 못할 때의 고통을 쉽사리 짐작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불의의 사고로 모든 걸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장애를 떠안게 되는 삶의 무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니까. 아니 그렇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으니까. 아래가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로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도와주는 이가 없으면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든, 순전히 타인에 의지해야 하는 삶 앞에서 말이다. 윌의 선택은 분명 극단적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을 무작정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상황이 전하는 무게 때문이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게 삶이 전하는 우여곡절이다. 하물며 사지마비환자인 그에게 가해졌을 고통의 크기는 본인 외에는 짐작 불가하다. 스스로 삶을 재단할 수 없는 현실, 본인 의지가 아닌 타자의 의지가 주가 되어버리는 삶, 상상만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능동적으로 삶에 임하기를 원하면서 성장한다. 평생을 수동적으로 남에게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면 삶을 향한 불씨가 사그라지는 건 당연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 빛과 소금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삶이 먼저인가 사랑이 먼저인가.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물론 삶이 먼저일 것이다. 삶이 지속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는 건 당연하므로. 하지만 사랑 때문에 삶이 유지되는 경우도 보게 되는데 그건 너무 위태로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랑에 인생을 걸어버린 후 사랑이 끝나버리면, 삶도 종말을 고해야 할 것만 같은 비약을 내재하니까. 사랑도 내가 삶을 제대로 영위할 때 가능하다는걸, 상기한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질문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인생을 건 딜레마가 될지도 모른다. 삶은 영위하나 사랑이 없으면 메말라버리는 것처럼 반대도 주체적인 삶이 없으면 순전히 사랑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삶이 된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나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멀뚱멀뚱 눈만 뜨고 숨만 쉬는 생물에 지나지 않는 무기력감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그건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게 아닌 게 된다. 본인 의지로 삶을 재단하고 도전하며 성취하길 원하는 게 인간 본성이다. 그에 반할 때, 삶의 가치를 상실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사람은 웬만해선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습관은 바뀔 수 있어도 본성은 바뀌기 어렵다는 거다. 인생의 변화를 꾀하는 건 더욱 그렇다. 타자의 영향으로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믿고 있다는 거다. 누군가로 인해 바뀔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순수한 사람이라서 가능한 거라 본다. 눈물 콧물 펑펑 쏟을 줄 알았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콧날이 시큰한 정도. 눈물보다 안타까움이 먼저였다. 이 안타까움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계속된다. 윌의 선택을 책망하는 나를 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납득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But.... 계속해서 맴돈다. 그 방법밖에 없었는지, 죽음이라는 것을 그저 운명에 맡기면 되는 게 아니었는지. 『미 비포 유』는 로맨스 소설의 통념을 깨는 동시에 삶의 연속성, 주체적인 삶, 사랑, 가족의 유대 등을 되짚어보게 하는 소설이다. 그러니까 애틋한 사랑이 주가 아니라 삶 안에 따라오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융합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유다. 비록 윌의 선택을 저지할 수는 없었지만 자기로 인해 누군가의 삶을 인도해줄 수 있었다는 기억으로 그는 행복한 안식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그랬을 것 같다. 불꽃 튀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삶의 가치와 연속성을 돌아보게 하는 울림이 있는 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유 또한 그러하니까. 미약하게 태어났으나 누군가의 삶에 방향 제시를 해줄 수 있었다는 것, 대단한 일임이 분명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떠난 삶, 윌의 삶은 그러했다. 그랬기에 감동이 있다. 누군가에게 빛과 소금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이다. 인생길의 밑거름이 되어준다는 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김선형
살림출판사/2016.6.3.
sanbaram
루이자 클라크는 6년 동안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으며 3개월 치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고 해고되었다. 일자리가 불안한 아버지는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미혼모가 되어 아들 토마스를 키우고 있는 여동생 카트리나는 가정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일자리가 필요했다. 독특한 패션 감각을 지닌 루이자가 실업수당 청구를 하고 새로운 일자리로 찾은 것은 사지마비 환자를 돌보는 일이었다. 면접을 보러 간 집은 부자들이 사는 저택이었다. 특별히 갖춘 자격증이나 경험이 없었음에도 밝고 말이 많은 성격이라는 이력서가 트레이너 부인의 마음에 들었다며 6개월간 간병인으로 채용되었다. 다음날 만난 환자는 2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35세의 건장한 남자인 윌 트레이너 였다. 그는 성격이 까칠하고 말을 적게 하며 신경질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다. 사고 전에는 런던에서 사업을 하였으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활발한 청년이었다는 것을 사진과 설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답답하거나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루이자는 처음 해보는 간병이었지만 의료적인 것은 네이션이 담당하여 처리하고 있었기에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 대부분 이였다.
루이자는 6년여 동안 사귄 남자 친구 페트릭과 평온한 관계를 맺어오며 주말이면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 27살의 여자다. 개인 트레이너인 페트릭은 요즘 달리기에 푹 빠져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루이자는 페트릭의 훈련 장소에서 주말을 보내며 그의 기록을 체크하고 저녁 모임에 함께 참석 하지만 그들만의 이야기에 흥미를 잃고 있다. 루이자의 동생 카트리나는 아들 토마스를 데리고 분가하여 생활을 시작하더니 대학에 진학하여 자기만의 스펙을 쌓아야 겠다며 주말에는 토마스를 부모님 집에 맡긴다. 그러다 보니 루이자는 늦게 찾은 자기 방을 다시 내주게 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윌의 성격을 파악한 루이자는 윌과 간단한 대화를 해가며 점차 마음을 여는 윌과 가까워지게 된다. 폭설이 내리던 날 윌은 열이 올랐다. 조치를 취했음에도 열은 내리지 않았고, 루이자는 트레이너 부인의 부탁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윌은 열이 내렸다. 윌과 가까워 지며 윌의 수염과 머리도 깎아 깔끔하게 정리도 해주었다. 그리고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장착하여 윌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어느 날 호주에서 찾아온 윌 트레이너의 여동생 조지아나가 어머니 트레이너부인과 말다툼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은 윌 트레이너가 6개월 후 자살을 도와주는 스위스의 병원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돌보는 환자가 자살을 할 때까지 돌보아 주는 일이라니 견딜 수가 없어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내고 퇴근한 루이자를 집으로 찾아온 트레이너부인은 사정을 해가며 자기를 도와 달라고 했다. 동생 카트리나는 윌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찾아봐 주었고 그를 통해 자살보다는 사는 것이 재미있음을 느끼도록 해주라는 조언을 해줬다. 결국 루이자는 자기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윌을 위해 다시 출근을 했다. 윌의 부모 허락을 받고 흥미로운 야외 활동을 시작했는데, 첫 번째가 경마장 가기 였다. 그러나 촉촉이 내린 비로 인하여 출입부터 점심 먹는 문제까지 여러 문제가 겹처 완전히 망한 행사였다. 결정적인 문제는 윌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윌의 의사를 묻지 않은 것과 디테일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임을 알았다. 이후로는 가까운 곳으로 나가 자연을 감상하고 잠시 동안의 사색 시간을 갖게 되었다. 동생과 토머스 때문에 불편해서 남자친구와 동거하기로 했다는 말을 윌에게 하자, 윌은 자기 집 별채에 남는 방에서 생활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루이자는 남자친구 페트릭의 아파트로 짐을 옮겼다. 남자친구는 동거에 대해 동의를 하면서도 무덤덤했다. 그러는 중에 윌의 친구가 초대한 바이얼린 공연에 참석한 것이었다. 루이자가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윌이 좋아하는 음악에 심취하여 루이자는 음악에 감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된 것이다.
윌의 여자 친구였던 알리사의 결혼식 초대장이 도착했고, 갑자기 참석하겠다는 윌의 말에 런던으로 가게 되었다. 상류사회의 결혼식에 처음 참석하게 되며 루이자는 그들의 생활이 생소했지만 자기 생각대로의 행동을 하게 되었다. 결혼파티에서 술에 취해 윌을 끌고 나가 춤도 추고, 즐거운 시간을 지냈지만 너무 취한 나머지 기억을 잃었다. 호텔에서 밤을 지낸 윌과 루이자는 집에 돌아와 트레이너 부인의 질책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윌은 자기가 진행한 일이라며 루이자를 감싸 주었다. 그 후에 외국 여행을 하자는 루이자의 제안에 윌과 부모들이 동의하여 차분히 준비하게 되었다. 윌은 루이자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며 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루이자는 대학에 진학하여 나름대로의 인생설계를 해봐야 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 여행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루이자가 퇴근을 한 밤에 갑자기 발짝이 와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3번째 발짝으로 생사가 불분명해졌으며 집안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그러나 윌은 회복이 되었고 미국으로 가려던 여행 계획은 취소되었지만 그 대안으로 인도양의 모리셔스제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루이자는 페트릭에게 여행 계획을 말했고, 페트릭의 달리기 대회 응원을 갈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자 페트릭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집을 나갔다. 결국 루이자는 자기 짐을 다시 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섬으로의 여행은 철저한 준비로 순조로웠고, 섬의 환경이 너무 쾌적하고 서비스는 만족하여 여행 일정은 나날이 행복하였다. 용기 없는 루이자를 윌은 반강제적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시켰고, 마지못해 시작한 수쿠버에서 루이자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며 공포를 이겨내고 인생의 환희를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윌을 깊이 사랑하게 되어 그를 자살의 마음을 없애기 위해 자기의 계획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마음과 마음이 통해 열대 폭풍우가 치던 날 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즐겼지만, 자살을 포기하라는 루이자의 말에 윌은 단호히 자살 선택을 변경할 수 없다고 밝힌다. 화가 난 루이자는 영국에 돌아오자 공항에서 저녁을 먹자는 트레이너 부인의 제안을 거절한 채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윌이 스위스로 떠나는 8월 13일이 되었고 루이자는 집안에서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루이자의 연인 이었던 페트릭의 제보로 루이자와 윌의 이야기를 기사화하기 위해 기자들이 찾아와 계속 문을 두드리게 되어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걸려오는 전화를 피하기 위해 자동응답을 걸어놨다.
자동응답 내용을 확인하던 카트리나는 트레이너 부인의 전화를 해달라는 다급한 메시지를 루이자에게 알린다. 루이자는 전화기를 통해 트레이너부인의 간절한 마음과 윌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급해졌다. 이번에 떠나면 간접살인에 동참하는 것이니 그런 딸을 절대 집으로 다시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히 저지하는 엄마를 뿌리치고 동생 카트리나의 도움으로 공항을 향해 가게 되는데, 마지막 비행기 탑승 시간은 정상적인 속도로는 도착할 수 없다고 판단되자 루이자는 빨리 차를 몰라고 카트리나를 재촉하며 공항을 향해 달려가는데…
윌이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루이자는 사지마비 환자인 윌에 대하여 동정을 넘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윌은 자기의 인생을 정리하는데 밝은 에너지로 도움을 주는 루이자의 독립적인 인생을 돕게 되고, 루이자는 사지마비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윌에게 심어주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게 되지만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는 <미 비포 유>의 저자 조조 모예스는 런던에 있는 로열 홀로웨이 대학에서 공부했고, 시립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배웠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와 영국 <인디팬던트>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그 후 <미 비포 유>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기대감이 컸다. 그럴 수 밖에. 다른 나라의 독자들이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었다고 하니 그저 심파조의 내용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나도 마지막 몇몇 페이지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읽고 나서도 묘한 여운이 남는다. 윌이 안타깝고, 루가 안타깝고, 윌의 남겨진 가족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루이자(이하 루)는 착한 사람이기에 늘 가족안에서 당연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생은 어려서부터 똑똑하고 당찼지만 지금은 미혼모로 아들까지 있고, 그럼에도 공부를 계속 하면서 부모님께 얹혀 살고 있다. 루는 늘 동생과 비교당하고, 조카의 육아도 도와야 하고,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도움도 드리지만, 6년째 하고 있는 카페에서의 일도 만족스럽고 별다른 고민도 없다. 그런 루에게 자신이 6년간 일하던 카페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는 것은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오로지 차 만드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루이지만 잠시 숨 고를 시간도 없이 가족을 위해 당장 돈을 벌여야 한다. 결국 직업소개소에서 이런저런 일을 권유받지만 아무 자격도 없고, 경력도 없는 루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마지막으로 C5/6 사지마비환자의 6개월 간병인 자리를 제의받은 루는 다행히 출근하게 되지만 첫 대면부터 너무 까칠한 윌리엄(이하 윌) 때문에 상심하게 되고, 그래도 높은 보수 때문에라도 계약기간인 6개월을 버텨보기로 작정한다.
P82 “저를 고용하신 건 아니잖아요. 전 당신 어머니가 고용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이젠 오지 말라고 하지 않는 이상 전 절대 안 나가요. 특별히 그쪽 걱정이 돼서도 아니고, 이 멍청한 일이 좋아서도 아니고, 그쪽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싶어서도 아니에요, 그냥 돈이 필요해서예요. 알았어요? 전 진짜로 돈이 필요하다고요”
처음에는 너무나도 어색한 루와 윌. 하지만 둘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고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루는 윌을 위해 여러가지 외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세상이 윌과 같은 장애인에게 얼마나 팍팍한지 절실하게 느낀다. 그런 루를 보면서 윌은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사춘기적 트라우마로 인해 안전한 세상안에서 꼼짝 안으려는 그녀를 위해 경제적인 도움뿐 아니라 삶의 자세에 대해서도 자극을 주기 시작한다.
P360 “아니에요. 책임은 그들에게 있는 겁니다” 아무도 그런 말을 소리내어 내게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연민에 찬 트리나의 표정도 암묵적인 비난을 수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술에 취해서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 앞에서 멍청하게 굴면….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힘주어 잡았다. 희미한 움직이었지만, 여실히 느껴졌다. “루이자,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때 나는 울었다. 흐느껴 울었던 건 아니다, 이번에는. 눈물은 내 몸에서 소리없이 흘러나왔지만 또 다른 무언가가 내게서 빠져 나간다는 말을 해주고 있었다. 죄책감. 두려움. 또 아직 나로서는 형용할 말을 찾지 못한 몇 가지 다른 것들.
P388 “혹시 이런 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루이자의 성이 클라크이다).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점차 그런 윌의 모습을 통해 기대감을 갖게 되는 사람들. 하지만 마음을 바꾸지 않는 윌로 인해 루는 상처를 받고 상심하고 슬퍼하다가 결국에는 도망치듯 윌로부터 돌아선다. 하지만 윌의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루. 루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 책의 압권은 마지막 몇 페이지에 있었다. 꽤 두꺼운 책이었기에 뒤로 가면서 윌이 제발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를 바라며 읽어 나갔다. 그리고 결국은 펑펑 울어버렸다. 한때 너무나도 오만했던 윌에게 있어서 지금 자신의 처지는 분명히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하반신만 마비된 것도 아니고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음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보수를 지불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간절함 때문에 살고 싶을지라도 그 사랑이 지치게 되면 결국은 상처만 남게 될 것을 그는 아는 것이다. 그렇기에 간절히 죽음을 원하는 것이고… 누구도 그런 상황에 도달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윌의 마음을 알기에 윌의 선택을 마냥 그게 아니라고 설득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남겨진 루는? 이 부분에서 가슴이 답답하다. 그들 사이에 남는 것은 추억뿐인데 루는 결국은 열린 세상을 향해 하나씩 발걸음을 내딛겠지만 평생 그 사랑을 추억해야 한다. 그래서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윌의 결심을 바꾸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고 사람들의 글을 유심히 보고 또 조언도 구하는 루의 간절한 모습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루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절실할 윌의 마음도 알기에 그 상황이 너무 아팠다.
P446 “하지만 그 친구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살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살라고 하는 건, 당신도, 나도, 아무리 우리가 그 친구를 사랑해도, 우리는 그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하는 거지 같은 인간 군상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세상에 태어날 때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지만 죽음만큼은 선택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많은 글들을 통해 접해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말인 것도 같지만, 조물주께서 주신 소중한 목숨을 자기 스스로 끊는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말을 생각하면 그게 또 맞는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사람의 목숨을 놓고 무엇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윌과 같은 상태에서 그 누구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산다면 전자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을 것도 같다. 안락사라는 문제는 낙태나 피임만큼이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나마 윌의 경우 뇌는 살아 있어, 스스로 이런 저런 문제들에 대해서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었지만, 뇌가 죽은 상태라면 그 삶의 종료는 과연 누가 결정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도저히 내가 만약이라는 말로 상상해 볼 수 없는 이야기이다.
P517 “그건 제 선택이 아니에요. 이 게시판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도 아니에요. 물론 지금과 다르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내 삶을 사랑해요. 그러나 그 친구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결정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렇게 산다는 건 지치는 일이에요. 그 피로감은 AB가 결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그의 결심이 확고하다면, 정말로 그가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도저히 볼 수 없다면, 그렇다면 내 생각에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거기 함께 있어주는 거예요. 그 사람이 옳은지 당신이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곳에 꼭 함께 있어주어야 해요.
루가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않을까 봐 가슴 조였었다. 그리고 결국엔 안도했다. 결국 남은 이들은 슬픔으로 온 마음이 덥혀져 버렸을지라도 그의 마지막은 따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그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이라는 말에 실연당한 남자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이렇게도 간절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인줄 알았더라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홀로 남은 루는 그와 함께 한 추억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녀가 원하고 그가 이루어주길 원했던 파리행이 더 눈물겨운지도…
사진 안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