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4년 0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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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36쪽 | 270g | 128*188*20mm |
ISBN13 | 9788982818547 |
ISBN10 | 8982818545 |
발행일 | 2004년 0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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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36쪽 | 270g | 128*188*20mm |
ISBN13 | 9788982818547 |
ISBN10 | 8982818545 |
가네하라 히토미는 한마디로 튀는 작가, 카리스마 넘치는 별난 작가다. 일본 여류작가들 가운데 기리노 나쓰오의 카리스마에 버금가는 유형이다. 1983년생인 그녀는 처녀작 [뱀에게 피어싱]으로 2003년에는 27회 스바루 문학상을, 2004년에는 13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히토미의 처녀작은 뱀이나 도마뱀처럼 끝이 둘로 갈라진 혓바닥을 만드는 혀 피어싱인 '스플릿 텅'을 소재로 삼았다. 나는 저자의 두번째 작품 [애시 베이비]를 처녀작보다 먼저 읽었다. 동성애ㆍ여성자해ㆍ유아성애ㆍ수간 등의 내용을 여과없이 다뤘기에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받은 충격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녀작 [뱀에게 피어싱]은 막상 다소 밋밋하게 다가왔다.
주인공 루이는 '어둠의 자식들' 혹은 '언더그라운드의 문제아'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웃음소리나 사랑의 세레나데가 들려오지 않는 곳"을 물색하는 여자 루이는 신체개조, 가학증, 알코올중독, 자살충동과 우울증으로 범벅이 된 삶을 살아간다. 루이는 클럽에서 만난 아마라는 남자의 스플릿 텅에 매료되어 그와 동거한다. 아마는 어린애 같으면서 욱하는 다혈질 기질의 전형적인 펑크족이다. 루이는 아마를 통해서 피어싱과 문신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 주인 시바를 소개받아 혀에 피어싱을 해넣는다. 시바는 차갑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디스트로 양성애자다. 매조키스트인 루이는 남친인 아마 모르게 시바와 SM을 즐기고, 자신의 등에다 아마의 용 문신과 시바의 기린 문신을 새겨넣는다.
영화 <파이트 클럽>을 보면서 왜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폭력어린 리얼한 고통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한 적이 있다. 고통이 주는 날카로운 현실감이 텅 빈 존재의 허무감을 채워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마 루이도 삶의 허무함과 존재의 공허감을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존재가 텅 빈 듯한 허무감에 빠진 루이가 피어싱과 문신, 가학적 섹스와 같은 고통에 집착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일 터.
"현실감이 없다.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도, 보고 있는 풍경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져 있는 담배도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정한 나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고, 그 어딘가에서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고통을 느낄 때 뿐이다."(96쪽)
허무감에 빠진 아웃사이더는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법이다. 루이에게 치근거리는 불량배에게 아마가 폭력을 휘두르는데 얼마 후 불량배가 사망한다. 야쿠자의 보복을 두려워 한 루이는 아마에게 그 사실을 숨기지만 시바에게는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그런데 어느날 아마가 실종되고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데 잔혹한 고문의 흔적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처음엔 야쿠자의 짓으로 생각하지만, 아마의 몸에 드러난 고문의 흔적에서 루이는 문득 사디스트 시바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에 인용되었던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사라진 애인을 향해서 원망을 내뱉다가 어금니를 꽉 깨물어서 부러뜨린후, 우적우적 씹어서 삼켜버리는 여 주인공.
아,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이 책이 그저 예사스런 사랑이야기가 아니란 걸, 드러내놓고 줄거리를 말하기 뭣한 SM 장면이 넘친다는 걸.
하지만 번역자의 해설에도 나오듯, 깔끔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상황은 끔찍하고 외설스러운데 주인공의 말이 이해가 되는....지경에 이른다. 아, 내 친구는 이 책을 읽다가 던졌다는데, 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어낸 나는, 그럼, 정상이 아니란 말씀?
번역자는 사랑이야기 보다는 생에 대한 강한 집착과 열정을 읽었다고 했고, 루이의 등에 새기는 문신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나는 그녀가 씹어 삼키는 어금니, 그리고 아마가 건넨 이빨 두개를 빻아 맥주와 함께 넘기는 장면에서 ....엉뚱하게 사랑을 읽었다.
물론, 아마의 사랑은 그의 겉모습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정상'이었고, 그의 표현도 '어리숙'했지만, 그의 살과 살이 맞닿고, "누가 널 만지기라도 하면 죽여버릴래" 하는 일차적이고 유아적인 사랑은 (아, 그래서 그는 루이의 가슴에 매달렸겠지) 시바의 "널 아프게 하면서 난 흥분해"라는 사디스트 적인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뭣했지만, 결국, 그도 루이에게 결혼을 해버리고 싶다고.... 고백을 하니까) 과 비교되면서, 그 사이에서 정작 루이는 자기 자신 (살아내는 루이와 죽고 싶은 루이 둘다)에 대한 애정으로 어쩔줄 모른다. 혀에 꽂아 넣은 피어싱을 점점 더 굵은 것으로 바꾸고, 혀 끝을 갈라내어 뱀처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몸을 바꾸는 것은 신의 영역일까, 그럼 생명을 주고 뺏는 신이 되는 걸까, 생각하는 루이.
아, 뭔가, 나는 왜 루이의 이 느낌이 이해되는 건가? 번역자의 말처럼, 나도 변태인거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