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6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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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54g | 130*200*30mm |
ISBN13 | 9791196722012 |
ISBN10 | 1196722013 |
[12월의 굿즈] 디즈니 키친 세트/패딩 담요/패딩 태블릿 북백(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3년 06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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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54g | 130*200*30mm |
ISBN13 | 9791196722012 |
ISBN10 | 1196722013 |
MD 한마디
[서로의 얼굴을 다정하게 마주하는 소설] 김연수 작가가 2021년 10월 제주도에서부터 2023년 6월 창원까지 독자들을 직접 만나 낭독했던 20편의 소설들을 묶었다. 여러 서점과 도서관에서 탄생한 이 소설들은 비록 분량은 짧지만, 우리가 미처 몰랐던 ‘가능성의 세계‘를 마주하게 한다. 올여름을 아름답게 할 소설집. - 소설/시 PD 김유리
두번째 밤 _8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 _16 여름의 마지막 숨결 _30 젊은 연인들을 위한 놀이공원 가이드 _38 첫여름 _46 보일러 _60 그사이에 _68 우리들의 섀도잉 _84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 _94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 _116 풍화에 대하여 _132 위험한 재회 _148 관계성의 물 _156 고작 한 뼘의 삶 _170 다시 바람이 불어오기를 _190 토키도키 유키 _198 나와 같은 빛을 보니? _206 강에 뛰어든 물고기처럼 _218 거기 까만 부분에 _224 너무나 많은 여름이 _240 작가의 말 _294 너무나 많은 여름이_플레이리스트 _300 낭독회가 열린 서점과 도서관 _301 |
인쇄된 종이로 혼자 보는 소설이 아닌, 저자가 직접 읽어주는 이야기는 어떤 느낌일까요
김연수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작가가 제주도의 어느 서점에서 독서모임의 회원들에게 읽어준 짧은 작품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작가,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초창기독서는 속으로만 읽는 조용한 독서가 아니라 낭독이었다죠? 그러고 보면 낭독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원조’ 독서모임을 경험한 셈입니다.
이 책에는 2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낭독회에서 읽어주려고 쓴 작품이라 단편이라 부르기에도 짧은 엽편소설이 많고, 문장도 편안하게 잘 읽힙니다. 저도 처음엔 평소에 하던 대로 작가의 집필의도, 주제, 줄거리를 파악하느라고 밑줄 긋기 바빴는데, 읽다보니 이 책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인, 휴식이 필요한 분들께 들려드리는 이야기. 작가의 말대로 이 작품은 수험서처럼 정신을 쫑긋 차리고 읽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소설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밤은 두 번째 밤도, 세 번째 밤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밤 다음의 밤이라는 뜻이군요. 이렇게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인류라면 이 밤을 마지막 밤으로 만드는 게 가장 현명하겠군요.”
(p.12~13)
첫 작품 <두번째 밤>에는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고통으로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어느 노인이 말합니다. 지금과 같은 전쟁이 예전에도 있었다고,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지만 결국 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요.
악은 반복되었고, 우리는 결국 세번째, 네번째 밤을 맞이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캄캄한 밤이 이어지고 있지요. 악은 악이 아닌 선으로만 막을 수 있다는데 그런 날이 오긴 올까요
“나무는 저마다 다른 나무인데 하나의 이름으로만 부르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요? 오늘 우리는 은행나무니 향나무니 하는 이름 말고 그 나무만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p.25~26)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에는 재개발로 철거되는 아파트 주변의 나무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재개발, 용적률, 건폐율. 다들 건물에만 관심을 둘 때, 영문도 모르고 베어질 나무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 나무이야기도 감동이지만, 저라면 이런 따뜻한 이웃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놀이공원에는 저런 것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 25개의 보어덤과 23개의 디스어포인트먼트와 16개의 다크니스 같은 것들도 있다고 봐야지. 보어덤은 놀이기루를 타기 위해 기다려야하는 지루한 시간들을, 디스어포인트먼트는 기대한 만큼 재미가 없는 쇼를 끝까지 봐야 할 때의 실망감을, 그리고 다크니스는 인파에 밀려 옴짝달짝하지 못할 때의 캄캄한 마음을 뜻하지. 그것이 놀이공원의 숨겨진 진실이라고 할 수 있어.”
(p.40)
<젊은 연인들을 위한 놀이공원 가이드>입니다. 제목처럼 연인이 놀이공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냅니다. 놀이공원 안에는 수많은 볼거리, 체험거리가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재미있는 순간을 즐기기 위한 기다림, 기다렸음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감, 그리고 움직이는 것도 불편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피곤에 지쳐 투덕거리는 연인들의 대화를 들으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자유이용권의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자유이용권에는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표면적인 의미 외에, ‘놀이공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는 각자의 몫’이라는 뜻도 담긴 게 아닐까 하고요.
그래도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기다리는 시간도, 실망스러운 순간도, 수많은 인파도, 견딜만해지고 세월이 흐르면 모두 추억으로 남겠지요.
“그 풍경을 바라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달은 천 년 전의 달과 똑같은데. 사람은 한번 헤어지고 나면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게 걸어가는 발걸음에 따라 서로 겹쳐졌다 멀어지는 무덤들을 바라보며 어스름 속을 걷는데, 시원한 저녁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하하하 호호호 서로 농담하고 웃는 관광객들 중에 제가 우는 걸 눈치 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좋았다는 거예요.”
(p.130)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의 주인공 서지희씨는 수학여행 버스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예요. 사고 이후 그녀는 아이가 수학여행을 안 갔다면, 버스기사가 과속하지 않았다면, 사고 난 버스 말고 다른 버스를 탔더라면... 하는 생각으로 끝없이 괴로워하다 결국 ‘너는 죽었는데 왜 나는 살아 있는가?’하는 죄책감에 빠져 지냅니다. 그러다 아이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 경주에 내려오고, 밤 산책길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죠. 자식을 잃은 엄마에게 무엇이 위로가 되겠습니까만, 그래도 이번엔 마음이 편했나봅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자기감정대로 할 수 있었으니까요.
마음껏 슬퍼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아이엄마. 저도 서지희씨를 따라 걸으며 같이 울고 싶었습니다.
밤하늘 관찰이 끝나고 난 뒤, 학생들은 어둠 속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시진이가 찍힌, 그러니까 나도 본 바로 그 사진이다. 연구원은 플래시도 켜지 않고, 작은 빛에도 예민한 사진기가 아니라 핸드폰으로, 어둠 속에 묻힌 학생들을 찍는다.
(p.239)
이 책의 여러 작품 중 하나만 추천하라면 <거기 까만 부분에>를 꼽겠습니다.
여기서도 슬픈 엄마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월호 사고로 시진이를 잃은 엄마는 아들의 흔적을 찾아 사진을 모으고, 그러던 중 까만 사진 한 장을 받게 됩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진을요. 알고 보니 그건 아이가 천문대 수련회에 가서 밤에 플래시 없이 찍은 사진이었어요. 그냥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알고 있죠. 어둠속에 시진이가 있다는 것을.
‘없다’와 ‘보이지 않는다’의 차이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 <거기 까만 부분에>입니다.
이 책의 짧은 이야기들 속에는 등장하는 인물마다 각자의 슬픔이 있습니다. 첫 작품 <두번째 밤>처럼 악의 고리를 끊지 못해서 불행이 반복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두번째 밤, 세번째 밤이 반복된다는 건, 두번째 낮, 세번째 낮도 있었다는 이야기잖아요. 탐욕에 눈먼 어리석음이 되풀이되듯 선량한 지혜도 끊임없이 되살아났지요.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분명 있었습니다. 어둠 속의 시진이처럼 말이죠.
여름이라 더 읽고 싶었던 책, 《너무나 많은 여름이》.
오랜만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소설을 만났습니다.
힘을 뺀 소설이었다. 짧고 단순하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 소리를 내어 읽어줄 수 있는 소설. 이 많은 소설을 낭독회에서 듣는다고 생각해보니,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즐겁지 않겠나. 더군다나 작가의 목소리로 듣는 소설은 미세한 입자처럼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 것이다.
제주의 한 섬, 가파도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낭독회를 해야 했던 작가는 찾아온 사람들에게 하루에 한두 편씩 소설을 읽어주었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인문서를 읽는 분들은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하루하루를 사는 이들을 바라보고 그 뒤부터 작가는 생각이 바뀌었다. 산문보다 소설을 더 많이 쓰게 되었고, 막 지은 짧은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더 많은 낭독회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설이 필요하다. 짧지만 강렬한 소설, 스치고 지날 것처럼 여겨져도 뒤돌아서도 머릿속을 부유하는 소설 말이다.
산문 보다는 소설이 더 좋은 나는 작가의 짧은 소설이 좋았다. 밤마다 호텔의 책상에 앉아 즐거운 마음을 글 쓰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좋은 기운을 받아야, 좋은 소설이 나오는 법. 욕심을 부리거나 트렌디한 것만을 찾다가는 도태되고 만다.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설은 많다. 하지만 정작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그냥 심심풀이 책일 뿐이다. 소설의 내용이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하고, 새로운 걸 얻는 시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 아닐까.
「고작 한 뼘의 삶」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재능에 감동한다. 소설가의 재능을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가의 재능이란 꿈꾸는 것이 전부다.’ 라고 말한다.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선물. 꿈을 꾸지 않으면 작품으로 나타날 수 없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소설은 작가의 꿈이 실현되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눈덩이를 굴리는 일과 비슷했다. 사랑할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미워할수록 더 미워하게 된다. 매 순간 관계가 호의와 악의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지금도 양양행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 언니와 손을 맞잡았을 때, 미래가 달라졌다고 믿고 있다 했다. (166페이지, 「관계성의 물」 중에서)
작가는 세상을 보여준다. 작가의 상상이든, 현실의 다른 모습이든 작가의 세상에서 우리는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한다. 잊고 있었던 사건도 작가의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벌써 잊어버린 우리를 꾸짖는다. 잊힌다는 것. 이것처럼 마음 아픈 일도 없을 텐데, 각자의 삶에 바빠 잊고 사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 보내준 쪽지 한 장, 그 마음 한 자락에 눈물을 흘리고 함께 찍은 사진이 없어 안타까워 옷자락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소설의 한 형태,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므로’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골목길과 너무나 많은 산책과 너무나 많은 저녁에 우리를 찾아오리라.
우리는 사랑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으리라.
내 나이 때의 엄마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먼 훗날 내 나이 때의 열무를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281페이지, 「너무나 많은 여름이」 중에서)
여름은 항상 나에게 삶의 희열을 주었다. 뜨거운 여름의 한낮, 장맛비의 시원함처럼 계절은 우리를 살아 있게 했다. 기후 위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의 우기처럼 한 달 정도 내리는 비는 우리를 우울하게 했으며 햇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수많은 여름날의 소설이 이토록 아름다워 그만 눈물이 날 듯했다. 삶은 단순하면서도 어느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내일을 꿈꾼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꿈이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말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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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은 '여름'이 생각 날 때가 많다.
뜨겁고 치열하고 열정적이고 어떤 날은 비가 오는 소리가 청명하게 들리기도 했다가 못견디게 습하기도 한 날이 떠오른다.
노년의 이야기도 죽음의 이야기도 여름 같은 청춘의 이야기와 맞닿아있다.
그래서 좀 더 아련해지는 느낌이다.
짧은 초단편 소설이 20개 실려있다.
2021년 10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제주도 대정읍 작은 서점인 어나더페이지에서 낭독회가 있었다고 한다. 제주문화재단의 초청으로 가파도의 레지던시에 머물고 있을 때 낭독회는 작가들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일들 중에 하나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낭독회에서 들려주기 위한 소설들이 하나둘씩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1~2시간정도 분량의 그런 소설들...
함축적이면서 농축되 있는 이야기들을 읽는 게 아니라 작가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듣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쉽다 나도 가보고 싶다.
첫 번째 소설은 [두번째 밤]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세상이라니,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됐을까요? 더구나 이게 처음이 아니라 두번째 밤이라면 말입니다. " p.12
"그렇다면 우리의 밤은 두번째 밤도, 세번째 밤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밤 다음의 밤이라는 뜻이군요. 이렇게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인류라면 이 밤을 마지막 밤으로 만드는 게 가장 현명하겠군요."p13
"두번째 밤이 자나간 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우리는 생각한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날때 세상에는 지혜가 가장 흔해진다고, 그때야말로 우리가 지혜를 모을 때라고 평범하고 흔한 그 지혜로 우리는 세상을 다시 만들 것이라고"p.14
삶을 대하는 태도와 모든 관계를 표현하는 그 한 구절 한 구절들이 마음 속에 박힌다.
전쟁의 공포와 상흔에 대처하는 지혜가 공감된다.
재건축이 되는 아파트에서 다 뽑혀져 나가버리는 나무를 기리는 모임, 그곳에서 나무의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불러주는 그 행사가 추억과 함께 묻혀버리는 것 같았는데 다시 캡슐화 느껴주는 기쁨에 벅차올랐다.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순간을 불평하면서 보내지 말고, 혹시 그런 마음이 든다면, 사랑이든 일이든 꿈을 가져보기를, 꿈이 없는 사람의 자유이용구너은 25개 보어덤과 23개 의 디스어포인트먼트와 16개의 다크니스를 맛보는 티켓에 불과할 테니까. 이 삶은 오직 꿈의 눈으로 바라볼 때, 다른 불순물 없이 오롯하게 우리의 삶이 된다. p.45
수국이라는 꽃말에는 '진짜 마음'과 '변하는 마음'이라는 상반되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장피에르는 아니다, 변하는 마음이 진짜 마음이다'라고 대답했고, 수국이 피어난, 거기 일본식 정원에서는 그 말이 선사에게서 받은 화두처럼 들렸다. "p.77
"거의 확실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야. 개인의 기억은 통조림에 붙은 라벨 같은 것이니까."p78
통조림?
우리는 밀봉된 채 선반 위에 올려놓은 통조림 같아서, 라벨만 보며 이야기 하고 통조림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풍성했고 가슴 벅찼고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짧은 이야기들을 요약하는 것도 그렇고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만 적어보려고 한다.
"물론 여기에 슬픔은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시작되면 달라집니다. 생각이란 어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한번 깨어나게 되면 제 쪽으로는 늘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렇게 마른 상태에 대해 알게 되죠. 그러면 이전까지의 삶이 젖은 상태였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되고요."
"그러니 글쓰기는 인식이며, 인식은 창조의 본질인 셈입니다. 그리고 창조는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옵니다."
"누구도 스스로 존재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존재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p143
"한 번의 인생이란 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은 뒤에야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 수 잇을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잘 살고 싶다면 이미 살아본 인생인 양 살아가면 된다. "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별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 포기 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것, 그것이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닐까요"
"밤하늘을 관찰하는 태도를 학생들이 잊지 않도록, 어쩌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세상을 바라본다는게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그 선생님은 그런 사진을 우리에게 찍어주신 게 아니었을까요?"p239
"그래서 불운은 점, 불행은 선이라고 이소노는 말한다. 불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라 인생의 어느 지점에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불행으로도, 재밌는 에피소드로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도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p261
정말 포스트잇을 많이 부착하면서 본 간만에 맘에 쏙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