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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2

: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리뷰 총점10.0 리뷰 8건 | 판매지수 2,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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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10g | 135*215*15mm
ISBN13 9791198009098
ISBN10 1198009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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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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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 임효영│illustration
· editor’s note│돌보며 작업하는 여자들의 두 번째 이야기: 우리가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 김유담│집구석 작업자의 마음
· 정아은│한없이 넓은 세상에 발을 들이던 순간
· 장수연│달리는 품 안에서도 아이는 잘 자란다는 믿음
· 이수현│어떤 순간에도, 나를 지키고 사랑할 것
· 황다은│경력단절이 아니라 경력심화 과정이 된 시간
· 김다은│예술과 돌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 김연화│과학자의 실험실 돌봄과 엄마의 가정 돌봄
· 김은화│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가 평범한 한국 남자를 만났을 때
· 김잔디│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
· 소복이│애 키우면서 만화 그리는 이야기
· designer's note│마감이 최고의 영감인 디자이너의 '돌봄과 작업'

저자 소개 (11명)

만든이 코멘트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안녕하세요. 이책의 저자 입니다.
2023-09-08
『돌봄과 작업』 1권에 이어 양육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주는지, 양육의 경험들 중에서 우리가 인지하고 선택한 것은 무엇이고 인지하지 못한 채 수용해야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엄마들의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1권과 비교해 ‘남편’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같이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소설가 정아은 작가님과 김유담 작가님, 발달장애아를 양육하며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이수현 선생님, 아이 셋 키우시며 라디오 프로그램, 팟캐스트 만들며 책 쓰시는 장수연 피디님,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얼마 전 제작하신 황다은 작가님, 엄마 예술가들을 네트워킹 해오신 김다은 기획자님, 과학기술학 연구자 김연화 선생님, 구술생애사 작가 김은화 작가님, 블로콜리너마저의 키보디스트이자 정신건강의학 간호사 김잔디 선생님, 만화 그리는 소복이 작가님이 참여해주셨습니다. - 돌고래 김희진 대표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김유담
- 그럴 때면 소설 쓰는 사람에게는 ‘미용 티슈’가 아닌 ‘두루마리’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던 선배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티슈처럼 한 장씩 꺼내 쓰는 시간이 아니라 두루마리 휴지를 둘둘 감아 꺼내듯 길게 늘이고 늘여서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가 절절히 와닿았다.
--- p.42

- 허기가 몰려오자 아침에 일어난 뒤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대충 점심을 챙겨 먹으니 이제 내가 먹은 그릇을 닦을 차례다. 이것만 해치우고 다시 작업을 하자, 다짐하며 몸을 재게 움직여본다. 이것만, 이것만, 이것만 잠깐 해놓고 다시 작업을…… 하며 허둥대다 보니 아이가 하원할 시간이다.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아이를 맞으러 가야 하는 날이면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갑갑했다.
--- p.44

- 살림과 집필을 동시에 잘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늘 우리 집 상태가 깨끗하고, 식구들이 먹을 만한 것들이 넉넉하다면, 그건 내가 오늘의 작업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나의 시간과 체력은 한정적이므로 원고 마감에 집중해야 하는 기간이면 집안은 난장판이기 일쑤다. 그럴 때면 저절로 탄식이 비어져 나온다. 하루라도 내 손이 닿지 않으면 엉망진창이 되는 이 집구석이 몸서리쳐지게 지긋지긋해지는 마음과 내가 소설만 쓰지 않으면 괜찮을 이 집구석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마음이 수시로 교차하며 나를 짓누른다. 나는 두 가지 감정을 모두 담아둔다. 무겁고, 무거운 마음이다.
--- pp.46~47

정아은
- 이 둘이 정녕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란 말인가. 눈앞에 있는 열세 살짜리 소년, 나와 외모상으로 꼭 닮아 있으면서도 내면에는 대단히 다른 성향을 지닌 생명체의 ‘다름’이 눈부시게 빛났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면서 ‘쾌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물리를 배우게 되어서 속이 시원하다고 말하는 이 아이는 얼마나 놀라운가. 이 아이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희로애락의 세계는, 나로서는 그 백만분의 일도 헤아려볼 수 없는 세계인 것이다. 아아, 신은 ‘다름’으로 인간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만들었구나!
--- p.65

- 돌아보니 호불호의 양상은 단순하지 않았다. 나는 나와 다른 성향의 인간상을 미워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 한 켠에서, 내 성향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이들을 ‘순수하다’고 추앙하고 동경해왔다. 나와 기질적으로 다른 존재에게 극도의 추앙과 가차 없는 비하를 동시에 가하며 살아온 셈이다. 그리고 그런 내 모순적인 평가와 그와 정확히 비례해 이루어졌던 나 자신에 대한 모순적인 평가에 대해 들여다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해준 사람이 바로 내 작은아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 pp.66~67

장수연
- 그러니까 나의 체크리스트는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다 못한 일이 포기‘되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또 내가 싫어하는 말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격언이다. 이런 내 허덕임을 힐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한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뭐가 어때서? 하루가 끝나고 나서야 내가 뭘 선택했고 포기했는지 알 수 있는데, 살고 나서 생각하는 것 외에 무슨 수가 있나?
--- p.76

- 스물네 시간을 블록으로 나눈 일정표에 마치 테트리스처럼 스케줄을 배치한다. 이것은 곡예와도 같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나의 일정 관리 능력을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은데, 내 일상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럴 일도 없다. 남편만 가끔 ‘대단하다’, ‘너 그러다 일찍 죽을 것 같다.’라고 찬사(?)를 보내준다. ‘거열형’. 죄인의 사지를 소나 말에 묶은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진시켜 신체를 찢어 죽이는 잔인한 처형법. 어떻게 해도 도저히 일정이 정리되지 않을 때는 이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세 아이를 돌보는 일과 매일의 방송을 제작해야 하는 회사 일, 욕심껏 계약해놓은 책의 원고를 마감하는 일이 내 시간을 점유하려 제각각의 방향으로 나를 잡아끈다.
--- pp.76~77

이수현
- 휴직 시절 아이들과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이들의 장애와 치료만 생각했다. 눈 뜨면서부터 눈 감을 때까지,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앞에 있어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토록 원하던 아이였는데 말이다. 하루도 만만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었고, 끊임없이 아프고 힘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무언가를 해도 죄책감이 나를 지배했고, 자주 죽음을 생각했다. 반복되는 슬픔과 우울의 굴레 속에서 나는 완전히 자신을 잃었다. 아이를 낳은 것도, 아이를 치료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내 탓이었다. 행복하지 않은 마음으로 하는 육아는 아이에게도 지옥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아이들은 표정이 어두웠고, 참 많이 울었다.
--- p.97

-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아이에게 교사의 시선이 닿을 때, 그 아이뿐 아니라 교실 전체에 서서히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 감동의 현장에서 울컥 눈물이 솟구치곤 했다. 내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희망 없는 미래를 향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따스한 학생들의 모습은 나를 다독여주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나는 아이들을 버리고 일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고, 아이들을 위한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중이라고 굳게 믿을 수 있었다.
--- p.101

황다은
- 자율성, 성취감, 연결감. 행복을 느끼는 세 가지 조건이다. 육아는 세 가지 조건을 정확히 빗겨갔다. 출산과 육아는 분명 내 선택이라고 생각했으나 내 선택이 아니라는 자각이 왔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교육받고 사회화한 결과였으니, 내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선택이었다. 남편이 밉다기보다 결혼제도가 미웠고, 가부장제의 전형을 충실히(!) 살아가는 내 자신이 누구보다 미웠다.
--- p.107

- 그런데 고백하자면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 상처가 많이 치유됐다.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을 잘라내서 확보했던 작업의 시간은 사라졌지만 아이들에게 쌓인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그 자명한 사실이 너무도 큰 위안을 주었다. 하지만 돌봄의 시간이 치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작업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를 내지 못한 시간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쌓여 디딤돌이 되고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만 쌓여갔고, 작업의 시간이 그리웠다.
--- p.112

김다은
- 아이가 성장하며 자아를 형성해가듯, 예술을 향한 예술가의 태도와 그 의미가 삶의 주기에 따라 조금씩 변모하듯, 엄마라는 정체성 역시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유기적이고 유동적인 각자의 엄마됨은 각각의 예술적 실천만큼이나 다채로웠다.
--- p.135

- 어떻게 보면 ‘예술가’라는 직업과 ‘엄마’라는 정체성은 묘하게 닮았다. 둘 다 정말 좋아서 시작한,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마땅히 소속이랄 게 없다 보니 예술가와 엄마로 살면서 문제점을 느끼고 이의를 제기하고 싶더라도 대개 개인의 범주에서 해소하고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그러나 개인의 영역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게 바라보면 예술과 돌봄 모두 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실천이다. 예술과 돌봄이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결코 가볍지 않은 노동이 분명하며, 마땅히 존중받을 가치임에 틀림없다.
--- pp.138~139

김연화
- 임신 후 내 몸은 완전히 변했다. 뭐랄까. 나는 약간 들뜬 상태의 전자처럼 불안정해졌다. 그러니까, 살짝 정신줄을 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아마 평소보다 높아진 체온 때문인 것 같았다. 한곳에 집중하기 어렵고, 운전대 앞에서 신호를 인지하며 적당히 가속 패들을 밟은 채 몸이 저절로 반응해 달려가고 있지만 적당한 때에 차선을 바꾸는 일이 살짝 버겁게 느껴지는 정도? 게다가 세상 모든 냄새 분자가 다 내 코로 들어오는지 작은 냄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속은 메슥거렸다. 정신 집중은 안 되고 냄새는 다 내 코로 집중되고. 게다가 몸의 변화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 pp.150~151

- 과학자가 되는 과정에는 실험실을 돌보는 방식을 익히고 어느 부분에 돌봄이 필요한지 알아채는 능력을 기르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과학자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실험을 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험이 가능해지도록, 더 나은 실험결과를 얻도록, 실패를 줄이고 성공하도록 하는 일이야 말로 과학자의 중요한 능력이며 여기에는 바로 실험을 돌보는 일이 포함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학자들을 실험을 돌보는 사람들로 보면 어떨까? 이와 관련해 기존 시각과 다른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까? 계속 질문을 던지다 보니 실험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 p.149

김은화
_ 사실 남편이 ‘빻은’ 소리를 할 때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음을 고백한다. 폭력적인 아버지, 적군인지 아군인지 헷갈리던 친오빠, 사회에서 미묘하게 성차별을 일삼던 직장 남성 동료, 온라인상에서 백래시를 펼치는 남성에 대한 적개심이 한데 포개져 남편에게 향할 때가 있었다. […] 그가 한 마디 하면 하지도 않은 백 마디 말들이 자동완성 기능으로 채워져 나는 전의가 불타오르곤 했다. 언젠가 그는 이런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너는 신문에서 접하는 타인의 선의는 믿으면서, 왜 나의 선의는 믿어주지 않아?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여?”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는 누구를 상대로 이렇게 화내고 있는 거지?
--- pp.169~170

_ 자신에 대한 믿음은 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원이다. 누가 나를 이유 없이 전적으로 믿어줄 때, 나도 나를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 그러니까 믿음은 성과에 기반한 후불제가 아니라, 근거 없는 선불제였던 것이다.
--- p.178

- 김잔디
아이를 키우며 드는 또 다른 고민은 부모 역할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화를 내는 순간에 드는 자괴감과 더불어 가장 힘든 부분은 비교와 피해의식입니다. 나름의 자리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중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나는 이렇게 하면서도 아이들을 챙기고 있다.'라는 말을 속으로 애써 삭히거나 남편에게 직접 던지기도 합니다. 같은 말이더라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가족은 실제 대상자(내담자)가 아니라 매번 뜻대로 행할 수가 없네요. 가족을 대상자라 생각하면 좀 더 쉬울 듯해 그렇게 마음을 먹어보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 pp.191~19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저출산의 시대에
돌봄과 양육에 대해 말한다는 것


이 책은 돌봄이 가치 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돌봄을 강권하는 책은 절대로 아니다. 그렇게 읽힐까 봐 두렵다. 오히려 이 책을 세밀하게 읽은 독자들 중에 지금 자신의 몫이 아닌 돌봄에 짓눌려 있는 이가 있다면 솔직하게 벗어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고양된 인간성을 이룩한 시대이다. 출산이나 양육을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수 있는 물적, 정치적, 심리적 토대를 갖춘 시대라는 뜻이다. 여성들이 자기 몸과 관련해 갖는 선택권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물론 이 변화를 위해 무수한 희생과 저항이 있었으며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온 사회가 저출산이 큰 문제라고 떠들어대지만 사실 우리는 그 재앙의 긍정적인 뒷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 위험하고 모욕적인 피임과 낙태, 정당한 대가와 존중 없는 돌봄에 얼마나 많이 내몰려왔는지 잠시 동안만 멈춰 서서 생각해보면, 이런 숙고야말로 인류의 정신이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몸과 재생산에 대해 더 고민하고, 더 자발적이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이 책의 머리글에서 양육을 선택한 이후에야 ‘내가 실제로 돌볼 수 있는 역량이 딱 이 정도인 사람이었구나.’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아니 몸으로 알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돌봄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가능성의 제약 안에 머무는 행위이기 때문에, 돌보는 사람들은 추상적인 돌봄에 대해 망상하지 않는다. 나는 돌봄을 통해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돌보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구원하리라는 망상은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회에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구체적인 돌봄은 늘 돌보는 사람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의 부제에 ‘선택’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많은 필자들의 다양한 맥락에서 ‘선택’이라는 단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돌봄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고 할 때 그 의미는 우리가 학교와 사회에서 흔히 배워왔던 협소한 의미와 다르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후자는 ‘무한한 시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상품을 선택해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쇼핑하는 행위’에 가깝다. 반면에 이 책에서 쓰인 ‘선택’의 맥락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제한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내는 행위이다. 선택은 가성비나 유불리를 따지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과 결심, 그리고 믿음의 행위이다.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어떤 결과들이 닥쳐오든 수용하고 감당하겠다는 겸손한 태도에 가깝다. 자연스럽게 선택에는 그에 따르는 결과를 ‘수용’한다는 뜻이 포함된다. 이 책의 여러 필자들이 잘 보여주듯이 선택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은 선택 이후의 수용 과정에서 완결된다.

직업도 아니고 취미도 아닌,
작업에 대해 말하는 이유


‘돌봄’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양육과 여성에 대한 단순화된 언어들을 피하고자 한 것처럼, 이 책에서 우리는 ‘작업’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직업, 일에 대한 통념을 피하고자 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다 보면 각각의 필자들이 지금 왜 그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가 은연중에 드러난다. 이런 이야기들이 쌓여서 직업, 몰입과 창조성과 성취에 대한 새로운 모델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작업’이라고 함으로써 일의 창조적인 측면이 조금 더 강조되기를 바랐지만, 창조적인 일을 순수한 예술의 영역에 가두지는 않았다. 1권에서도 번역, 편집, 인터뷰, 상담까지 다양한 작업의 방식들이 소환되었던 바 있는데, 이번에도 소설, 드라마, 영화, 방송, 시각예술, 음악, 만화뿐 아니라 연구와 가르치는 일이 포함되었다. 작업이란 외부의 잣대나 규정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하는 일이다. 조금 겹칠 수도 있지만 취미와도 다르고 직업과도 다르다. 풀타임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자영업자든 1인기업가이든 공무원이든 돈벌이가 잘되든 경제적 보상이 안정적이고 충분하지 않든 못하든 잘하든, 심지어 마음속으로만 구상중이어서 아직 이름이 없는 어떤 형태의 일이라도 영혼을 담아 하는 일이라면 모두 창조적인 과업의 범주에 다 포함시키고 싶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슈퍼맘, 알파우먼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육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투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이렇게 잘 해냈다는 자랑도 아니다. 양육과 일을 동시에 잘하려면 이런 저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돌봄과 작업을 각자의 방식으로 배치하는 와중에 어떤 다양한 어려움과 곤란들이 있고 어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지, 또 그 와중에 어떤 다양한 느낌과 생각들이 오가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물론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런 생활을 어떻게 지속하고 있는지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극복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안을 받고 싶기도 했다. 잘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혜를 얻고자 했던 마음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지 않는 데 기어코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관철의 가장 큰 힘은 이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에 대한 확신에서 나왔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은 대체로 자신의 일을 양육만큼이나 소중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게 된다. 양육을 기점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업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물론 양육이 시간과 체력 등의 자원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활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양육에는 그런 힘이 있다. 하염없이 아이가 집중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들고 또 나에게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숙고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온전히 나의 욕망(욕심), 나의 자원, 나의 곤란에 집중하다 보면 이전보다는 더 명료하게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 있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봄은
오늘날의 시대정신


이 책이 돌봄을 강권하는 것처럼, 돌봄이 절대적인 가치로 내세우는 것처럼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돌봄’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이라고 믿는다. 지금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세대가 학교와 사회에서 배운 것은 ‘성장주의’적인 사회 시스템에서 적응하는 법이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는 그 이후의 세계(앞에서 쓴 것처럼 나는 이것이 더 고차원적인 세계라고 믿는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수용하고 창조하는 방식을 학교와 사회에서 배우지 못했지만, 돌봄을 통해 배워가고 있다. 물론 이제까지 수천 년 동안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돌봄의 손길과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를 돌보는 양육이 노인, 병인, 장애인, 동물, 식물, 환경 등 다른 돌봄의 행위와 맞닿아 있다고 믿는다. 굳이 ‘양육’이라는 말 대신 ‘돌봄’이라는 말을 쓴 것은 이런 확장과 연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돌봄’이라는 말은 이제 넓은 맥락에서 쓰이지만 그 다양한 용례를 관통하는 태도는, 성취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시스템이 전부가 아니고 서로 의존하고 성장시키는 시스템도 가능하다는 믿음이다.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수용하고 서로 의존하고 보살피며 살아가자는 태도는 능력주의와는 정 반대편에 놓인 것이고, 다양한 존재들이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색깔로 꽃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돌봄’과 ‘작업’은 서로 상충하거나 무관한 말 같지만, 둘 다 우리 삶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들이고 둘 다 창조성의 영역에 속한다. 창조성의 흔한 이미지는 비범한 천재가 홀로 오랜 시간 몰입하고 집중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낸다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구시대적인 창조성의 이미지를 바꾸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것이 정지되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진짜 창조의 경험담들을 더 많이 나누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이렇게 삶의 여러 측면에서 창조적이 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그런 이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 다양하고 더 솔직한 이야기를 더 창조적으로 이어나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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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양육이 사회 모두의 양육이 되기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삶**소 | 2023.07.20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돌봄과 작업』이 타인의 이야기만이 아닌 나의 이야기였기에 이번 『돌봄과 작업 2』 또한 나의 또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다양한 직업군에 속하는 11명의 엄마의 돌봄과 작업 이야기.   양육과 가사 노동은 매일 떨어져 내리는 시시포스의 바위이지만, 동시에 내게 매 순간 땅에 발을 붙이고 서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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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이 타인의 이야기만이 아닌 나의 이야기였기에

이번 돌봄과 작업 2또한 나의 또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다양한 직업군에 속하는 11명의 엄마의 돌봄과 작업 이야기.

 

양육과 가사 노동은 매일 떨어져 내리는 시시포스의 바위이지만, 동시에 내게 매 순간 땅에 발을 붙이고 서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매섭고 강력한 스승이었다. (p.68)

 

아이들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그 자명한 사실이 너무도 큰 위안을 주었다. 하지만 돌봄의 시간이 치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작업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를 내지 못한 시간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쌓여 디딤돌이 되고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p112)

 

열 달만 참자. 아이를 낳고 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서 커피도 마시고 좋아하는 매운 음식도 먹을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아뿔싸. 완전한 착각이었다. 내 배 속에서 나와 한 몸처럼 지내던 아이는 이제 밖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나와 한 몸처럼 붙어 있었다. (p.151)

 

관심과 사랑, 돌봄이 선순환되는 구조는 한 사람만이 아닌 그를 둘러싼 많은 유기체가 복잡하게 얽혀서 도움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p.184)

 

아이를 낳고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내는 것이 오롯이 개개인의 책임이 된 사회.

개개인의 책임이기에 육아도 어느덧 경쟁 아닌 경쟁이 된 사회.

육아가 한 가정의 능력으로 평가 항목이 되어버린 사회.

10년째 OECD 꼴찌 저출산율을 가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사회에서 이들은 각자 최선의 방식으로 자기에게 맞는 양육과 돌봄의 방식을 찾아냈다. 양육을 남편과 함께 적절히 나누고 공동 육아와 공동체 마을로 이사하는 등 각자 최선의 방식으로 자기에게 맞는 양육과 돌봄의 방식을 찾아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했다. 이들이 말하는 공통점은 바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양육의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양육을 우선순위로 둔 엄마이든 돌봄과 작업을 다 병행하는 엄마이든 우린 모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양육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양육이 엄마나 한 가정의 책임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공동 육아가 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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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돌보며 작업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달**러 | 2023.08.0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돌보며 작업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김유담 등저 <돌봄과 작업 2> 를 읽고      "돌보며 작업하는 여자들의 두 번째 이야기"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2022년 돌봄과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돌봄과 작업』을 통해 펼쳐진 후, 1년이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돌봄과 작업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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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며 작업하는 여성들 대한 두 번째 이야기"

 

김유담 등저 <돌봄과 작업 2> 를 읽고 

 


 

"돌보며 작업하는 여자들의 두 번째 이야기"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2022년 돌봄과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돌봄과 작업』을 통해 펼쳐진 후, 1년이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돌봄과 작업 이야기가 이 책 『돌봄과 작업 2』를 통해 나왔다. 전작에서 돌봄과 작업 전선에서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열 한 명의  여성들이 이야기를 통해 돌봄과 작업에 대한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어서 인상깊었다. 

 

이번 책 『돌봄과 작업 2』에서는 전작인 『돌봄과 작업』보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육아와 돌봄에 대한 생각, 감정들을 들려준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분야와 상황 속에서 돌봄과 육아를 스스로 선택하고  돌봄의 영역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를 양육하고 돌보는 삶 속에서 그들은 성장하고 배우며 진정한 엄마이자 더 나은 자기자신이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를 돌보는 육아와 돌봄의 삶이 힘들고 고달팠고 자신의 삶이 손해를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돌보는 삶 속에서 진정한 자기자신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매 순간 땅에 발을 붙이고 서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매섭고 강력한 스승이었다. 타인과 깊게 연결되는 과정에서 내 세계를 확장하도록 해주는 귀한 기회의 장이었다.

-p. 68

 

아이를 키우고 작업하는 것이 처음에는 양립할 수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돌봄과 양육의 전선에 있는 그들은 결국 돌봄과 작업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황다은씨의 말처럼 아이 돌봄과 육아를 통해 양자택일로 나눌 수 없는 것이다. 황다은씨의 바램처럼 돌봄과 작업의 공동 연출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도 함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더이상 아이를 키우고 양육하는 것은 엄마인 여성 혼자만의 역할과 책임으로만 남겨져서는 안 된다. 여성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작업 전선에서 중도 탈락하는 경단녀들만 늘어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전작에서 다루지 않았던 '공동 육아'를 통한 돌봄의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 속담처럼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엄마 혼자가 아닌, 가족 더 나아가 마을 공동체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황다은씨나 김다은씨의 공동육아 경험을 통해 우리는 돌봄과 작업의 공동 연출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돌봄이라는 긴 여정을 혼자 감당했다면 도착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이웃들과 곁을 나누고 다양한 삶을 만날 수 있는 마을 공동체는 평생 학교와 같다. 아이들은 부모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마을에서 자유롭게 자라고 어른들은 부족한 대로 충분히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닿을 수 없는 완벽한 '부모-되기'보다 매일 일상에서 마주치는 불안과 결핍을 서로 다독이며 '어른-되기'의 즐거움을 나눈다.

곁을 나누고 서로 품을 내는 일은 지금 속해 있는 자리 어디에서나 시작할 수 있다. 기꺼이 폐 끼치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p. 122

 

여전히 돌봄과 작업 전선에서 그들은 돌봄 노동, 임금 노동, 가사 노동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육아맘이자 워킹맘인 그들은 오늘 하루도 힘겨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를 돌보는 삶 속에서 자신을 찾고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키보디스트이자 정신건강간호사인 김잔디씨의 말처럼 그들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어서 좋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이 책 『돌봄과 작업 2』속에 실린 열 한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육아 성공담이 아니다. 그들은 육아 전문가가 아니기에, 초보 엄마이기에 여전히 돌봄과 작업에 있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일 속에서 돌봄을 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담담히 들려준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곤란에 공감하고 그들의 고민과 다양한 선택에 함께 생각할 수 있었다. 

 

나 또한 돌봄과 작업 전선에 있는 엄마이기에 그들의 생각에 공감한다. 이제는 아이를 통해 성장하고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엄마'로서의 삶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자신있게 육아맘이자 워킹맘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돌봄과 작업 첫 번째 이야기인 『돌봄과 작업 』에 이어 이 책 『돌봄과 작업 2』에서 돌보며 작업하는 여성들의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져서 좋았다. 혹시 세 번째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다음 책에서는 좀더 전문적 여성이 아닌 좀더 평범 작업의 영역에 있는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좀더 많은 여성들의 육아 경험과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이 글은  돌고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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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희귀한 동족들의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시*나 | 2023.07.31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돌고래 출판사의 돌봄과 작업 책이 참 좋아서 주변에 많이 권했더랬다. 비슷한 컨셉으로 책을 기획하시는 출판사 대표님께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을 드리기도 했다. 얼마전 출간된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를 읽고, 번역자와 함께하는 두 번의 줌미팅에도 참여했다. 어느새 돌고래 출판사의 팬이 된 나는 돌봄과 작업 2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손을 번쩍 들었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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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출판사의 돌봄과 작업 책이 참 좋아서 주변에 많이 권했더랬다. 비슷한 컨셉으로 책을 기획하시는 출판사 대표님께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을 드리기도 했다. 얼마전 출간된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를 읽고, 번역자와 함께하는 두 번의 줌미팅에도 참여했다. 어느새 돌고래 출판사의 팬이 된 나는 돌봄과 작업 2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손을 번쩍 들었다.

돌봄과 작업 1, 2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돌고래 출판사의 김희진 대표의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가히 기획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는 책. 워킹맘의 고충 정도로 축소되었던 일과 양육의 의미를 ‘돌봄과 작업’으로 명명해내고 선점하고 이슈화시킨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어디서 어떻게 이런 필자들을 다 한 자리에 모았는지도 놀랍다. 알고 보니 민음사와 반비를 거친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편집자더라. 역시 싶었다. 편집자의 글을 읽으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펴냈는지, 그리고 각 필자들의 글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느낄 수 있다.

현실에서 양육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언어는 지나치게 명료하고 단호하고 해맑고 건전하고 평가적이다. 이런 언어를 훨씬 더 복잡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 가치판단의 언어가 아니라 관찰과 숙고의 언어로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김희진, 돌봄과 작업 2, 17-18쪽)

김희진 대표가 돌봄과 작업 1 소개 자료에 쓴 문장이다. ‘엄마’라는 존재를 집단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한계와 욕망을 가진 개인으로 분투하며 살아가는 복잡다단한 현실을 조명하겠다는 포부가 마음에 들었다. 이것은 그 자신이 일하는 엄마로서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고민과 성찰 끝에 나온 것일 테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전부가 아닌, 사랑하나 때로는 도망치고 싶은, 함께이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공간을 만들려는 엄마들의 분열성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끌리는 주제다. 이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매일 겪는 일이므로.

<돌봄과 작업 1>처럼 2도 다양한 직군에서 돌봄과 작업을 감당하는 필자들이 모였다. 김유담 정아은 소설가, 장수연 라디오 PD, 이수현 교사이자 발달장애아 부모, 황다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 김다은 문화예술 기획자, 김연화 과학기술학 연구자, 김은화 편집자이자 구술생애사 작가, 김잔디 키보디스트 이자 정신건강간호사, 소복이 만화가, 임효영 일러스트레이터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11명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글 하나 내 맘 같지 않은 글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이수현, 장수연, 김유담의 글은 꼭 언급하고 싶다.

내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희망 없는 미래를 향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따스한 학생들의 모습은 나를 다독여주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나는 아이들을 버리고 일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고, 아이들을 위한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중이라고 굳게 믿을 수 있었다. (이수현, 돌봄과 작업 2, 101쪽)

먼저 장애가 있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교사로 복직하기를 선택한 이수현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역시 유려한 문장보다 힘이 있는 건 자기 삶을 통과한 이야기다. 내가 감히 알 수 없는 좌절과 고뇌의 시간을 겪고도 두 발로 서서 일어나 “내 작업은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다. 세상을 위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일이다. 내게 온 두 아이는 내 삶에 절망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빛이요 희망이다.(101-102쪽)”라고 담대히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그녀의 단단함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15년차 라디오 PD이자 학원 라이딩을 직접 하는 아이 셋 엄마이자 두 권의 책을 쓴 작가인 장수연의 글을 읽으며 ‘어떻게 이 모든 일을 다 하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본인은 직장인으로서도, 엄마로서도, 작가로서도 0.5인분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지만 내겐 범접할 수 없는 수퍼우먼처럼 보였다. 해서 옆에 조그맣게 적어놓았다. 합치면 1.5인분이잖아요. 이미 넘치게 하고 계시잖아요... 매일 전력질주 하면서 사는 그가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부분에 고개를 끄덕였다. 글을 쓰는 동안 흐릿해진 나의 존재감을 찾는다니. 역시 글을 쓰셔야 하는 분이다.

글쓰기를 내 인생의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직업인도, 엄마도 아닌 나로 존재하는 이 행위 덕분에 직업인으로도, 엄마로도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행복감을 느끼지만, 글을 쓰는 동안은 나의 ‘존재감’을 느낀다. 일과 육아는 과하면 나를 흐릿하게 하는데, 글쓰기는 나를 진해지게 한다. (장수연, 돌봄과 작업 2, 81-82쪽)

<돌봄과 작업 2>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기 세계를 단단하게 지켜온 여성들을 보며 순간 자괴감도 들었음을 고백한다.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출발선에 선 나에게는 필자들이 이루어놓은 성취가 이루 말 할수 없이 크고 대단해보였다. ‘그래, 이런 사람들이 책을 써야지. 나 따위가 뭐라고.’ 또 슬며시 올라오는 열등감이 나를 닥칠 때 김유담의 문장은 그 자체로 위로였다. 당신의 작업과 희귀한 종족의 기질을 포기하지 말라는 간곡한 조언, 그렇다고 자신을 자책하거나 미워하지 말라는 당부로 구겨졌던 마음이 펴졌다.

당신의 손길 없이는 당장 생존을 영위할 수 없는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 종사하면서 무언가를 쓰고 싶은 여성들에게, 당신의 작업과 희귀한 종족의 기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꼭 전하고 싶다. 동시에 작업을 이어갈 수 없는 당신의 상황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그것을 어렵사리 헤쳐나가지 못하는 자신을 너무 자책하거나 주변환경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도 덧붙이고 싶다. (김유담, <돌봄과 작업 2>, 50쪽)


미소와 울컥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던 책 <돌봄과 작업 2>. 이 시리즈는 계속 되어야 한다. 언젠가 나올 <돌봄과 작업 3>를, 그리고 희귀한 동족들의 이야기를 언제까지나 기다릴 것이다.


* 이 글은 돌고래출판사에서 펴낸 <돌봄과 작업 2>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고 애정을 담아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https://m.blog.naver.com/boeem/22317088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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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 나올줄은 몰랐는데 선물같다! 돌봄과 작업 이야기가 계속 계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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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랭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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