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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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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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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8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508g | 132*217*23mm
ISBN13 9791193801086
ISBN10 119380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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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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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머무는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연극을 보러 가고, 술을 마시러 바나 클럽에 가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중 어떤 것도 모성과 양립하기는 어려웠다. 자식이 있는 여자들은 그렇게 살 수 없다. 적어도 양육 초기 몇 년 동안은 불가능하다. 그저 오후의 영화 한 편 혹은 저녁 외식 한 끼를 스스로에게 허용하기 위해서, 한참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보모를 구하거나 아이들을 봐달라고 남편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남자와 관계가 진지해지기 시작하면 언제나 나랑 아이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 p.19

“딸입니다. 여기 외음부 형태가 아주 선명하게 보여요.”
알리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한번도 입 밖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우리는 둘 다 그녀가 딸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네스라고 부를 거야.” 알리나가 말했다. 나는 듣자마자 그 페미니스트 시인의 이름에 찬성했다.
--- p.43

엄마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취침등의 흐릿한 불빛 아래 엄마의 다크서클은 더 길게 늘어져 보였다. 온갖 문제와 씨름하며 감정을 억누르느라 쌓인 피로였다. 다섯 살 먹은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화가 났다. 그날 밤, 나는 어떤 연민도 없이 엄마한테 멍청해 보인다고 말했다. 엄마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너희들을 낳았을 때 엄마 뇌세포가 녹아버렸단다.“ 나는 그게 농담인지 진심인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 p.55

“하지만, 살면요?” 최후의 희망을, 기적의 가능성을 놓치 않으려는 듯, 어쩌면 그 기적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알리나는 고집했다. “감정도 지성도 없는 덩어리가 된단 말인가요?”
“산다면, 그렇게 될 겁니다.” 의사가 말했다.
“그러면 제가 지금 뭘 할 수 있죠?” 알리나가 물었다. “잘 먹는 거요? 탈 없이 자라도록 침대에 있어야 하나요?”
“평소처럼 일상 생활을 유지하세요. 현재로서는 알리나도 저도 할 수 있는 게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구라도요.”
--- p.71

“하지만 아이가 아버지나 어머니랑 같이 사는 것 말고 다른 무슨 방법이 있어?” 알리나가 물었다.
“다른 많은 방법이 있지. 만일 너랑 나랑, 아우렐리오랑, 우리 딸들이랑 친구들 두어 명까지 같이 같은 집에서 살면서 일상을 공유하면 우리 삶이 어떨지 상상해봐. 분명 훨씬 덜 피곤할 거야.”
--- p.240

1648년 혹은 1651년, 스페인 식민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의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아홉 살의 나이에 남자 옷을 입고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던 그 아이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읽고 쓰기 위해 수녀의 길을 택하고, 명성 덕분에 궁에 입성하여 통치 권력의 후원을 받고 부왕비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작가가 된다. 그녀를 부르는 이름의 목록은 길다. 천재, 멕시코의 열번째 뮤즈, 아메리카의 피닉스(맙소사), 괴물 혹은 프릭, 어쩌면 레즈비언, 아메리카 최초의 페미니스트. 그리고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여자’.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 Sor Juana Ines de la Cruz.
--- p.294 「옮긴이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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