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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

온우주 단편선-1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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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08g | 153*224*17mm
ISBN13 9788998711184
ISBN10 899871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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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
대통령은 5개월 동안이나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그 나라의 언어로, 그것도 유창한 솜씨로 문법 발음 문제없이 논리적 단계를 밟아가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항문에 관한 대처는 부동산 규제는 풀고 상속세는 내리고 환율은 대충 조정하는 척하면서 비자금으로 환투기하고 공기업은 사기업화하고 언론은 장악하는 방향으로 간단히 결정되었다.- 11쪽


201X 뽁뽁이 대량학살사건에 대한 보고서
아마 현존하는 창작물 중 가장 많은 인명을 학살한 작품이 아닐까 자부하는 소설이다.

“당신들은 지구의 문명을 어떻게 생각하지요?”
“야만스럽긴 하지만 몇 억 년 안에는 크게 성장하리라 예상합니다.” - 44쪽


유시걸식 행운보존법에 대하여
어떻게 해도 자신의 행운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던 불행한 남자. 그는 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돈 놓고 돈 먹기에 대한 이야기.

내 인생이 치트됐어. 어쩌면 좋지? 유시걸은 이 무시무시한 행운의 연속을 우연으로 치부할 수가 없었다. 국가의 음모인가? 외계인의 계략인가? 어떤 재복이 붙었기에 이런 끔찍한 행운이 계속되는 것이지? 무슨 몰래카메라야? 유시걸은 평탄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너무 늦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더라도 행운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유시걸의 주식보유량은 양도 혹은 판매했다가는 세계적 금융대란을 일으킬 수준이었다. - 65쪽


돼지 좀비 바이러스
김장남은 대한을 지키는 군인, 그의 동생 김차남은 한국에서 가장 특수한 위치에 있다는 고3이다. 그들은 21세기의 보편적 공포를 일상 속에서 그저 마주한다. 그뿐이다.

“대학은 좀비 영화에 나오는 마트 같은 거야.”
들어가지 못하면 죽는다는 얘기일까. 좀비가 되어서 마트 밖을 서성인다는 걸까. 마트 안에 있는 사람만 펑펑 놀고 마실 수 있고.
“들어가면 다 끝날 거라 믿는데, 좆까.” - 84쪽


사조백수전
강호가 모두 마다한다 하여 천하사절이라 불리는 네 사람이 고시원에 산다. 음공音功을 익히는 동사, 문사철교文史哲敎 주화입마로 신세를 망친 서독, 고시공 7급을 연마하는 남제, 운동권 퇴물 고수 북개. 무림에 명성을 날릴 가망이 없어 포기할 대로 포기한 백수들.

“제길헐. 고작 표국 입사에 그 난리니 오대세가五大世家 문턱에 얼굴이라도 들이밀자면 구음진경九陰眞經 구양진경九陽眞經 쌍으로 외워도 힘들겠구려. 하긴 오대세가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규화보전葵花寶典 연마가 된다지.” - 104쪽

“하기야 삼성세가參聖世家 가주 쯤 되면 난 인물은 난 인물이지. 관상을 보자면 딱 떡두꺼비 상이거든. 합마공지체蛤?功之體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나. 그러니 세금탈루에 불법증여까지 해도 황실에서 굽실대며 모시지 않던가? 본디 귀인 상이라는 것이 그렇다네.” - 105쪽


음모가 자란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서운 음모를 발견한 교사. 점차 정신을 붙잡기도 힘들어진다.

나와 너는 그 시위대의 무리에 휩싸일까 두려워 물러났다 어린 시절부터 데모와는 멀었다 나와 너 모두 그들을 이해한 적이 한 번도 없을 터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시위대보다도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보였다 친구야 너는 정녕 그날의 다음날의 다음날 그것을 보지 못했느냐 술에 취해 보지 못했느냐 이 땅에 자라난 음모를 보지 못했느냔 말이다 - 134쪽


내 딸의 탄생설화에 관하여
현대적인 가족상을 위한 동화.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야마다군〉의 인트로에는 온갖 나라와 민족의 탄생설화를 버무린 연출이 쭈욱 이어진다. 나름의 방식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탄생설화를 새로 만드리라 결심했다.

“어쨌든 그렇게 아빠는 라면 50일 치의 대가로 파란 약을 먹었어.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우리 바로 옆에 치는 거야! 콰카캉! 오, 깜짝 놀라서 아빠는 곰한테 찰싹 달라붙었지. 개구락지 마냥. 왜냐면 그 번개가 친 곳에 웬 발가벗은 우락부락한 남자가 서있었기 때문이야. 터미네이터라고 해. 그 남자가 갑자기 아빠를 막 때리기 시작했는데, 진짜 아픈 거야. 무지 아퍼. 그래서 어쩌겠어? 곰이랑 아빠랑 막 튀었지.” - 152쪽


하나가 둘이다
하나는 아버지가 재혼하게 되어 새로 형제가 생긴다. 그런데 그 아이도 하나다. 이야기는 파국을 향해 간다. 청소년에 대한 지침이 아닌 청소년의 욕망을 다루어야만 진정한 의미로의 청소년 문학이라 생각하고 쓴 단편.

“같은 집이라고 할 거면 이름 바꿔. 성도 이씨로 하든가.”
“그 이야기가 왜 나와?”
“하나가 둘이니까 이상하잖아.” -168쪽

하나가 되기 힘든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나 말고 다른 하나들이 나타났다. 백하나 구하나 추하나 정하나 강하나 임하나 전하나 고하나, 하나하나 다 말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하나들이 나처럼 되었다. 자기들이 진짜 하나라면서. 곳곳에 달린 입으로 소리 높여 외쳤다. 하지만 내가 가장 크고 힘이 세다. 내가 진짜 하나다. - 181쪽


일천만 김꽃비가 세종로를 정복했을 때
실험실에 틀어박혀 모니터 속 김꽃비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히키코모리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일을 저질렀다. 사랑이 지구를 구한다면, 지구를 위협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

“내가 김꽃비와 연애할 확률.” -190쪽

“김꽃비의 숫자. 김꽃비의 개체 수가 세 자리 수 정도로 존재하면 다른 변수가 어떻게 되든 나와 김꽃비의 연애가 어렵잖게 성립할 수 있을 만큼 확률이 올라가더군.” -199쪽

오펜하이머가 틀렸다.
사실은 방금 나와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간 저 사람이 김꽃비일지도 몰라.
꽃비가 홍수가 되어 강을 이루고 강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서울은 그만 꽃바다에 잠긴 것이다.
- 219쪽


좆변신
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오마주.

h는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집에 온다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많다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이 없다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h가 그랬다. 왜 하지 않았을까. 왜 가지 않았을까. 두 배로 짜증이 났다. h도 하루 열 시간 꼬박 일하고 공부하고 자기투자에 열을 올렸던 때가 있었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때마다 더 열심히 해라 자신을 다그쳤다. - 241쪽

오빠, 어떻게 된 일이야? 얼굴은 또 왜 그래? h는 답할 말이 없었다. 나도 몰라. 모르긴 뭘 몰라.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되었을 것 아냐. 모른다니까. 진짜 몰라. 진짜? 진짜. - 251쪽


안에 사람 있어요
결혼식 전, 화장실에 갇힌 남자. 안에 사람 있다고!!

외계인의 침략 때문이다. 깊은 성찰 끝에 깨달았다. 분명 외계인의 침략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직도 사람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주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우주 침략자들과의 전쟁으로, 나는 이렇게 화장실에 갇혀있는 것이다. 부실공사는 아니다. 그랬다면 즉각 건물철거가 진행됐겠지. - 270~271쪽

아마 내 시체에는 치아가 없을 것이다. 먹는 것이라곤 사탕뿐이니. 내 시체를 누군가 발견했을 즈음, 내 이는 충치균이 다 갉아먹었을 것이다. 양치하고 싶다. 인공착색색소 맛이 역하다. - 273쪽

아니다. 짜장면이다. 짜장면이다. 밖에 나가면 짜장면을 먹겠다. 밖에 나가면 일주일 동안 짜장면만 먹겠다. 군침이 확 돈다. 그렇다. 짜장면이다. 자장면이 아니다. 자장면은 개나 줘라. - 274쪽


마이클 잭슨 고마워요 사랑해요
마이클 잭슨이 모두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떠나갔다.

좁은 반지하 원룸에 두 사람이 살았으니 얼마나 꽉 찬 삶이었나. 행복한 나날이었다. 마이클 잭슨이 떠나고 남은 방을 뭐로 채우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쩌나. 어쩌나. 마이클 잭슨 없으면 이제 어쩌나. -297~298쪽

땡큐. 아이 러브 유. 마이클 잭슨은 웃으며 촉순을 위로했다. 고맙긴 뭐가 고마워 이 바보야. 빗 잇. 빗 잇. 치란 말이야. 치라고. 애들이 까불고 그러면 일단 비트하고 봐. 오케이? 두 유 노우 왓 암 셍? 마이클 잭슨은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러다 이제야 알았다는 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데이 톨드 힘 돈트 유 에버 컴 어라운드 히어. - 303쪽

엄마가 또 마이클 잭슨 주워오지 말랬지. 얘가 시집도 못 가게. 집안 한번 대차게 말아먹을래? 촉순의 어머니는 촉순이 데려온 마이클 잭슨에 질색팔색을 했다. 몰라 몰라. 마이클 잭슨 좋아한다고 뭐라 할 사람이랑은 만나고 싶지도 않네요. -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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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은 센스 오브 원더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같은 경험을 하게 해 준다. 병맛은 가난한 자들의 무기다. 그 내용은 때로는 허무맹랑 엉뚱발랄 황당무계하고, 때로는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하는 이 세상의 패러디로 기능한다.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해 보면 ‘찰진 드립력’과 ‘약 빤 발상’ 없이는 무리다. 그리고 오직 재미라는 기준만으로 세상의 모든 윤리와 구조가 재구축된다. 병맛을 경험할 때 독자는 헛헛한 웃음과 함께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비록 독자 자신은 그저 재미로 본 것이라 할지라도.
손지상
‘SF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SF 작가가 쓴 소설이 SF다”라는 선문답 같은 답이 있다. 생뚱맞은 답이지만 사실 그보다 바른 답이 없다. 그 이전에 ‘누가 SF 작가’인가 하고 묻는다면 “자신을 SF 작가로 부르는 사람이 SF 작가”가 아닐까.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그게 시작이 아닐까. 작가가 스스로를 SF 작가로 부르지도 않는데 누가 그렇게 불러주겠는가.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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