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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의 열풍

자메이카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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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4쪽 | 400g | 137*210*19mm
ISBN13 9788932026688
ISBN10 893202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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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리처드 휴스 Richard Hughes
1900년 영국 잉글랜드 남부의 서리 주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는 동안 여행과 모험을 즐겨, 걸식과 거리의 화가로 돈을 벌면서 유럽과 미국, 서인도제도, 중동 지방을 방랑했으며, 이때의 체험을 살려 단막극과 시를 써서 호평을 받았다. 1929년에 첫 장편소설 『자메이카의 열풍』을 발표하여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1938년에 『폭풍 속에서』를 발표하여 폭넓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다. 그 후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세계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쓰기도 했고, 1961년에 『다락방의 여우』를 발표하면서 3부작 ‘인간의 궁지’의 출범을 알렸으나, 제2권까지만 출간한 상태로 완성하지 못한 채 1976년에 웨일스의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대표작 『자메이카의 열풍』은 인간과 시대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20세기 최고의 영어 소설 100선’에 선정되었다.
역자 : 김석희
서울대학교 인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 넘나들면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집(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역자 후기 모음집 『번역가의 서재』, 제주도 귀향살이 이야기를 엮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등을 펴냈으며,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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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허리케인이 아니라 태비의 죽음이었다. 그것이 때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공포로 여겨졌다. 그것은 에밀리가 난생처음으로 가깝게 접촉한 죽음이었다. 게다가 폭력적인 죽음이었다. 늙은 샘의 죽음은 전혀 그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어쨌든 좋아하는 고양이와 흑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 51쪽

손턴 부인은 지금까지 자기가 자식들한테 사실상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아이들의 기질을 깊이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녀는 아이에 대해서는 선천적으로 아무것도 몰랐다. …… 실제로 손턴가의 아이들은 태비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고, 다음에는 서로를 사랑했고, 어머니의 존재는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버지는 그보다 좀더 많이 사랑했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등자에 올라타고 집으로 가는 행사 때문이기도 했다.  ̄ 52~53쪽

에밀리에게 ‘양심’은 전혀 다른 것을 의미했다. 에밀리는 자신 속에 있는 그 은밀한 판단 기준을 아직 절반밖에 알지 못했지만, 그것을 두려워했다. …… 하지만 에밀리는 알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신의 어떤 행동이 양심을 깨울 것이고, 자기가 뜻하지 않게 저지른 터무니없는 일이 그녀에게 양심을 보내 회오리바람처럼 그녀의 영혼 주위에서 사납게 휘몰아치며 날뛰게 하리라는 것을. 행복한 무의식 속에서 몇 주를 지낼 수는 있을 것이다. 자기가 바로 ‘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섬광처럼 번득이는 환상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는 자기가 저주를 받았다는 것, 세상이 시작된 이래 자기만큼 사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을 만큼 분명히 알고 있었다.  ̄ 171쪽

에밀리는 천국에라도 간 것처럼 황홀했다. 그러니까 이게 앨리게이터란 말이지! 에밀리는 정말로 앨리게이터와 함께 잠을 잘 작정이었다. …… 앨리게이터는 곧 입을 벌리고 다시 조용하게 쉿쉿거리는 소리를 냈다. 에밀리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앨리게이터의 턱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쉿쉿거리는 소리가 가르랑거리는 듯한 소리로 바뀌었다. 얇은 필름 같은 눈꺼풀이 앞에서 뒤로 움직여 처음으로 앨리게이터의 눈을 덮었다. 이어서 바깥쪽 눈꺼풀이 밑에서 올라와 눈을 완전히 닫았다. // 갑자기 앨리게이터가 다시 눈을 뜨고 에밀리의 손가락을 덥석 깨물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에밀리 잠옷의 목 부분으로 기어들어왔다. 에밀리의 살갗에 닿은 감촉은 서늘하고 거칠었다. 앨리게이터는 쉴 곳을 찾을 때까지 안쪽으로 기어 내려갔다. 에밀리가 몸도 움찔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 앨리게이터는 길들일 수 없다.  ̄ 256~257쪽

에드워드는 자기가 명예로운 행위를 했다고 이따금 인정하곤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말에 경탄했고, 거기에 의심은 거의 섞여 있지 않았다. 이제 에드워드는 전처럼 욘센이나 그의 선원들과 연합하거나 그들 대신 활약한 것이 아니라 항상 그들에게 반항하여 그런 명예로운 행위를 했다고 주장할 만한 직관을 갖고 있었다. // 아이들은 남들이 하는 모든 말에 귀를 기울였고, 나이에 따라 그 말을 믿었다. 아이들은 아직 거기에 반박할 만한 분별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남들의 말과 자신의 기억을 쉽게 뒤섞었다. 때로는 자신의 기억을 쫓아내 버리기도 했다.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어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은 누구인가?  ̄ 279쪽

“아이들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나요? 아니면 협박을 받고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나요?”
손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거의 안도의 한숨이었다.
“아니, 아이들이 협박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무언가를 알면서도 말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
“왜요?”
“왜냐하면 스쿠너를 타고 있는 동안 욘센이라는 자와 그의 부관인 오토라는 자를 무척 좋아하게 된 건 분명하니까.”
매사이어스는 쉽사리 믿지 않았다.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한 남자의 인간성을 완전히 잘못 생각할 수도 있을까요?”
손턴의 얼굴에 떠오른 냉소적인 표정이 거의 악마적으로 강렬해졌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네. 아이들도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어.”
“하지만 이런…… 애정은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에요.”
“그건 사실일세.”
매사이어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형사 전문 변호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개연성이다. 사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소설가다. 소설가가 하는 일은 특정한 기회에 특정한 사람이 무엇을 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추정된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 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을 보여줄 뿐이고, 아무도 변호사가 그 이상의 일을 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매사이어스는 이 역설을 생각하면서 엄격하게 혼자 미소를 지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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