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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실의 옷을 만드는 사람들, 아름다움을 향한 최고의 대결!

남도현 | 이숲 | 2014년 12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3 리뷰 3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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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69g | 130*190*20mm
ISBN13 9791185967042
ISBN10 1185967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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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남도현
성균관대학교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했고, 일본 도쿄 외국어대학을 거쳐 성균관대학교 예술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장편소설 『Y를 찾아서』로 1998년 하반기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편집자 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출판 기획, 콘텐츠 기획, 번역 및 집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아비시엔의 문』, 『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그림으로 이해하는 현대 사상』, 『미야자키 하야오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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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대는 꿈이 있소?”
왕비의 난데없는 물음에 공진은 말문이 막혔다. 순간, 왕비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촉촉하게 눈물을 머금은 왕비의 눈에서 작은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공진은 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갑자기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정지한 시간 속에 멈춰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찰나의 순간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왕비는 애써 눈물을 참느라 눈가에 가느다란 름이 잡혔다. 왕비의 눈두덩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공진은 잠시 손에서 노를 놓고 품속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왕비에게 건넸다. 왕비는 말없이 손수건을 받았다. 왕비가 손수건을 펴자 아름답게 수놓은 제비꽃이 보였다. 왕비는 왈칵 눈물을 쏟더니 수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공진은 왕비의 흔들리는 어깨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때 부용지의 잔잔한 수면에 갑자기 작은 파문들이 여기저기 일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135-136쪽

왕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중전조차도 말이다.” 왕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내게 중전은… 형님이 남겨주신 고기 한 점 같았다.”
순간, 돌석은 중전을 멀리하는 왕의 태도가 선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내 그 많은 문무백관을 갈아치웠지만 너만은 남겨둔 이유를 아느냐?”
“……”
돌석도 왕의 속내가 궁금했다. 선왕이 승하하고 나서 궐내 많은 사람이 숙청되고 축출되었지만, 실제로 돌석 자신만은 살아남았다.
“너는 내게 처음으로 내 것을 만들어준 자이기 때문이다. 알겠는냐?”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고개를 숙이는 돌석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제야 돌석은 자신이 궐 안에서 살아남은 이유를 알았다. 돌석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딱히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조선의 왕이, 돌석 자신을 의미 있는 존재라 말하고 있었다. 돌석은 너무 큰 감동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왕을 위해서라면 당장 죽어도 후회 없었다. 161쪽

공진의 말에 깜짝 놀라 왕비는 팔과 다리에 힘을 주었다. 공진은 권척을 풀어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닿을 듯 말듯 왕비의 속저고리를 스쳤다. 손가락 끝이 몸에 가까워질 때마다 왕비의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 공진의 손길은 어느새 목덜미를 따라 허리로 내려왔다. 왕비는 강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 강렬하면서도 두렵고, 위험하면서도 달콤한 감각은 대체 무엇인가. 왕비는 가벼운 어지럼증을 느끼며 공진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공진의 손길은 발끝에서 허벅지로, 허리에서 배꼽으로, 겨드랑이를 지나 가슴을 감싼 치맛말기까지 구석구석 스쳐갔다. 왕비는 머릿속이 아뜩해져 눈을 질끈 감았다. 169쪽

공진과 영의정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다른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 그러하듯 그들도 지금 변화를 원치 않는 세상에 보복당하고 있었다. 지키는 사람에게는 안온한 현실이 있었고, 바꾸려던 사람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꿈은 달콤했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돌석은 지금까지 자신이 무언가를 바꾸려고 해본 적이 있었는지를 새삼 돌아보았다. 저들은 설령 달라진 세상이 지금보다 못한 것이 되더라도, 달라지기를 꿈꾸었던 사람들이었다. 돌석은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는 목을 타고 뜨겁게 올라오는 울음을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높이 들어 멀리 우뚝 선 북악산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고인 두 눈에 산봉우리가 일그러져 보였다. 저 산 봉우리처럼 달라지지 않으리라,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돌석은 입술을 깨물었다. 218쪽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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