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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큰글자책)
[도서] 지하로부터의 수기 (큰글자책)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저/조혜경 역 현대지성
38,000
지하로부터의 수기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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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명화로 먼저 읽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제1부 지하실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

해설│조혜경
도스토옙스키 연보

저자 소개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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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설가이다. 반 독자들에게는 언젠가는 읽어야 할 작가, 평론가들에게는 가장 문제적인 작가, 문인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작가 제1순위로 꼽히는, 그 영향력에 있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작가이다. 풀 네임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설가이다. 반 독자들에게는 언젠가는 읽어야 할 작가, 평론가들에게는 가장 문제적인 작가, 문인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작가 제1순위로 꼽히는, 그 영향력에 있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작가이다. 풀 네임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그때의 경험과 배움은 평생의 문학적 자산이 되었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페테르부르크 공병학교를 졸업했지만 문학의 길을 택한 뒤,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1846)로 당시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당시 비평계의 거물이던 벨린스키에게 ‘새로운 고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서 『분신』, 『주부』, 『백야』, 『네트치카 네즈바노바』 등을 집필하면서 혁명가들과 교루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소설은 당대 최고의 문학 비평가 베를린스키로부터 “러시아 최초의 사회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1849년부터 공상적 사회주의의 경향을 띤 페트라셰프스키 모임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1년 『학대받은 사람들』을 발표하면서 문단으로 복귀했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죄와 벌』은 가난하고 약한 자의 고통과 굴욕을 리얼하게 묘사한 걸작이며, 만년의 미완성 대작인 『카라마조프의 형제』(1880) 또한 당시 러시아 사회의 실상을 여실히 그리면서 종교와 인간의 본질을 헤집는다. 그는 세계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체호프, 헤밍웨이 같은 작가들부터 니체와 후대의 실존주의 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후세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1881년 1월 28일, 폐동맥 파열로 사망했으며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르 네프스카야 대수도원 묘지에 안치되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작품을 통해 니체에서 현대의 실존주의로까지 그의 사상적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선과 악, 성(聖)과 속(俗), 과학과 형이상학의 양극단 사이에서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사상가로서 도스또예프스끼는 당대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을 진지하게 제기하고 숙고한다. 이러한 그의 자세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변치 않는 삶의 영원한 가치를 전해 준다.

‘넋의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방법으로 정치적·사회적으로 복잡화된 인간의 내면 심리를 그려내며 근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농노제적 구질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들어서는 과도기 러시아의 시대적 모순을 자신의 작품 세계에 투영하면서 20세기의 사상과 문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작으로 『지하생활자의 수기』,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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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 취득 후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관련 연구를 하면서 현재 대구대학교 성산교양대학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나타난 리터러시와 비블리오테라피』(써네스트, 2012), 『똘스또이, 시각을 탐하다』(뿌쉬낀하우스, 2013), 역서로는 『지하로부터의 수기』(웅진 클래식 코리아, 2009), 『허접한 악마』(창작과 비평사, 2013),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도스토옙스키 중단편집』(뿌쉬낀하우스, 2020), 주요 논문으로는 “도스토옙스키 종교 철학에 나타난 러시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 취득 후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관련 연구를 하면서 현재 대구대학교 성산교양대학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나타난 리터러시와 비블리오테라피』(써네스트, 2012), 『똘스또이, 시각을 탐하다』(뿌쉬낀하우스, 2013), 역서로는 『지하로부터의 수기』(웅진 클래식 코리아, 2009), 『허접한 악마』(창작과 비평사, 2013),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도스토옙스키 중단편집』(뿌쉬낀하우스, 2020), 주요 논문으로는 “도스토옙스키 종교 철학에 나타난 러시아 분리파의 문제 연구:『죄와 벌』을 중심으로”, “도스토옙스키 『도박자』 연구:공간의 의미와 룰렛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공감의 두 양상: 『백치』와 『부활』을 중심으로”, “영혼 구원을 위한 공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타난 드미트리의 운명을 중심으로”외 러시아 문학 관련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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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50*225*20mm
ISBN13
9791139732252

책 속으로

맙소사! 내가 자연 법칙도 싫고, 2 곱하기 2는 4라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데, 그깟 법칙과 수학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물론 내가 돌담을 부술 힘이 없다면, 굳이 이마로 들이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돌담이 앞을 막고 있고 내 힘이 모자란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그 돌담과 화해할 생각은 없다.
--- p.37, 「제1부. 지하실. 3장.」 중에서

여러분, 이 모든 게 권태, 권태 탓이다. 무기력이 날 짓눌렀다. 과도한 의식이 끝내 맺는 열매는 무기력이다. 즉 의식적으로 팔짱을 끼고 앉아버리는 것이다. 난 이미 앞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반복한다. 힘주어 다시 말한다. 단순한 자들과 분주히 돌아다니는 자들이 활동적인 까닭은 그들이 우둔하고 시야가 좁기 탓이다.
--- p.45, 「제1부. 지하실. 5장.」 중에서

어쩌면 인간에게는 자기에게 가장 이로운 것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논리를 따르자면, 다른 모든 이익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중요하고 더 이로운, 그런 궁극의 이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아까 빠뜨렸다고 한 그 이익 말이다.) 인간은 그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이성, 명예, 평온, 번영 같은 모든 법칙을 기꺼이 거스를 것이다. 한마디로 그 모든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을 저버리면서까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근원적인 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다.
--- p.54, 「제1부. 지하실. 7장.」 중에서

자, 한번 보라. 궁전 대신에 닭장이 있는데 그 상황에서 비마저 내린다면 나는 비를 피하려고 닭장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닭장이 있음에 고마워하며 그것을 궁전이라고 여기지는 않을 테다. 당신은 웃으며 그런 경우에는 닭장이나 저택이나 매한가지라고 말한다. 나는 대답할 것이다. “그래, 인간이 오로지 비에 젖지 않으려고 산다면야 그렇겠지.”
--- p.76, 「제1부. 지하실. 10장.」 중에서

지금 눈이 내린다. 누르스름하고 탁한 진눈깨비다. 어제도 내렸고 며칠 전에도 내렸다. 저 진눈깨비를 보고 있자니 지금도 내게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한 일화가 떠오른다. 그래, 이것이 진눈깨비에 관한 이야기가 되도록 하자.
--- p.85, 「제1부. 지하실. 11장.」 중에서

당시 난 고작 스물넷이었다. 내 삶은 암울했고 반듯하지도 못했으며 야만인처럼 고독했다. 나는 어느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고 사람들과 말도 섞지 않고 점점 더 방구석에 틀어박혔다. 관청에서 아무도 쳐다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들은 나를 괴짜로 생각했을 뿐 아니라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듯했다.
--- p.90,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 1장.」 중에서

대체로 어느 시대에나 교양 있는 인간은 겁쟁이고 노예여야 한다. 지상의 모든 번듯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 설령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용기를 발휘했다 해도 그 일로 위안 삼거나 흥분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그는 또 다른 누군가 앞에서는 결국 꼬리를 내리게 될 테니까. 그들에게는 그것만이 유일하고도 영원한 탈출구가 된다. 오직 당나귀들과 잡종들만이 용기를 발휘하지만 그들조차 어떤 벽 앞에서는 멈춰 선다.
--- p.93,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 1장.」 중에서

“당신이 하는 말은… 꼭 책에서 본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전과 같은 비웃음이 묻어나는 것만 같았다.
그 말이 날 후벼 파는 것만 같았다.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 p.180,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 6장.」 중에서

“꿈 깨, 리자. 넌 저기 어딘가 지하실 구석에서 아까 그 여자처럼 폐병으로 죽는 게 나을 거야. 그게 너에게는 행운이고 축복이지. 병원이라 했나? 데려다주면 다행이지. 여주인이 끝까지 널 필요로 한다면 어쩔 셈이지? 폐병은 그런 거야. 열병하고 달라.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품고 자기는 건강하다고 말하거든. 그걸로 위안 삼는 거야.”
--- p.186,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 7장.」 중에서

난 오직 책에 쓰인 대로만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에 익숙했다. 애초에 세상만사를 내 망상 속에서 꾸며낸 대로만 받아들이는 데 익숙했기에, 정작 현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상한 일이란 다름 아닌, 리자가 그토록 내게 모욕당하고 짓밟히면서도 내 상상 이상으로 훨씬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p.219,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 9장.」 중에서

사방은 적막했다. 보도와 텅 빈 거리에 굵은 눈송이가 소복이 쌓여 마치 양탄자를 덮은 듯했다. 행인은 없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음울한 가로등 불빛만 헛되이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교차로까지 이백 보쯤 달려가다 멈췄다.
--- p.226,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 10장.」 중에서

우리는 사산아들이다. 게다가 살아 있는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지도 이미 오래이며, 그 사실을 갈수록 마음에 들어 한다. 그 묘미를 알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어떤 식으로든 ‘관념’에서 태어나는 방법을 고안해내리라.

--- pp.230-231,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 10장.」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이런 독자에게 필요한 책!

▸ 생각은 많은데 삶은 자꾸 제자리인 사람
▸ 알면서도 바뀌지 않는 자기 자신이 답답한 사람
▸ 냉소, 무기력, 인정욕구가 뒤엉킨 내면을 설명하고 싶은 사람
▸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다 1부에서 멈춘 적 있는 사람
▸ 『죄와 벌』 이전,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원형을 만나고 싶은 사람

생각은 이렇게 많은데,
왜 내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가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주인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바쁘다. 그는 온종일 생각한다. 자신이 왜 모욕당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상대는 자신을 어떻게 봤는지, 다음에는 어떤 말로 이겨야 하는지 끝없이 되감고 다시 쓴다. 현실에서는 가만히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십 번 싸우고, 변명하고, 복수하고, 패배한다.

이 낯익은 인간을 도스토옙스키는 160년 전에 ‘지하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지하인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다. 무지해서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알고, 너무 정확히 분석하고, 너무 오래 생각하다가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낡은 러시아 고전이 아니다. 오늘의 언어로 말하면, ‘자의식 과잉’에 갇힌 인간의 최초 보고서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심리 콘텐츠를 소비하고, 관계의 해법을 계속 검색해도 여전히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정말 알면 바뀌는가? 인간은 정말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가? 우리는 왜 행복보다 자존심을, 사랑보다 냉소를, 변화보다 자기파괴를 선택하는가?’

따라서 지하인의 첫 문장 “나는 병자다”는 단순한 고백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인의 자기진단이자 도발이다. 그는 자신이 병들었다는 것을 안다. 문제는 알고도 멈추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환상을
가장 먼저 박살 낸 소설


1849년, 스물여덟의 도스토옙스키는 총구 앞에 섰다. 사회주의 혁명 모임에 연루되어 사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집행 직전 감형되어 영하 40도의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4년을 보냈고, 군 복무까지 마쳤다.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이었다. 유럽적 이상주의를 품었던 청년은 지식인층의 탁상공론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작가로 귀환했다. 죽음을 통과한 자만이 응시할 수 있는 자리, 이성의 빛이 닿지 않는 인간의 지하를 향해 펜을 들었다.

1864년, 그는 아내와 친형의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죽어가는 아내 곁에서 그의 펜 끝은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지하인이 매춘부 리자를 구하려다 끝내 모욕하고 파멸시키는 장면은 그렇게 완성됐다. 현실에서는 아내가 죽어가고 있었고, 소설에서는 리자가 지하인을 떠나가고 있었다. 두 번의 이별을 살아낸 그 무게가, 근대 소설의 가장 어두운 족적으로 남았다.

19세기 러시아 지식인 사회에는 강력한 낙관이 있었다. 인간이 제대로 배우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면 결국 자신에게 이로운 길을 선택하리라는 믿음이었다. 사회는 더 투명해지고, 인간은 더 이성적이 되며, 세계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리라는 믿음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바로 그 믿음의 한가운데에 지하인을 세웠다. 그는 묻는다. 인간이 그렇게 단순한 존재라면, 왜 우리는 우리에게 해로운 것을 알면서도 반복하는가. 왜 관계를 원하면서 관계를 망가뜨리는가. 왜 인정받고 싶으면서 먼저 타인을 경멸하는가. 왜 자유를 원하면서 스스로를 더 깊은 감옥에 가두는가.

이 질문은 21세기에 더 선명해졌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많은 선택지를 갖고, 더 정교한 자기분석의 언어를 배웠다. 그러나 정보가 많아졌다고 사람이 더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늘수록 망설임은 깊어지고, 자기분석이 정교해질수록 행동은 늦어진다. 모든 것을 이해한 듯한데, 삶은 여전히 바뀌지 않는다.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지금도 새롭게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소설은 인간을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로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을 모순, 수치심, 욕망, 자존심, 자기혐오가 뒤엉킨 존재로 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도스토옙스키는 현대 심리소설과 실존주의 문학의 문을 열었다.

『죄와 벌』 이전,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주인공은 여기서 태어났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짧지만 도스토옙스키 문학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입구다. 여기서 처음 폭발한 자의식, 죄책감, 모욕감, 자유의 문제는 훗날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이어진다.

이성으로 살인을 정당화하는 라스콜리니코프, 신의 부재를 논리로 밀어붙이다 광기로 치닫는 이반 카라마조프, 순수함으로 세계와 충돌하는 미시킨의 그림자가 이미 이 지하실 안에 있다. 지하인은 도스토옙스키가 평생 붙들고 싸운 인간형의 원형이다. 머리로는 모든 것을 이해하지만 삶을 감당하지 못하는 인간,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 구원받고 싶지만 구원의 손길을 모욕하는 인간.

1부에는 사건이 거의 없다. 대화도 없다. 지하인은 주장하고, 곧 스스로 논파하고, 다시 논파당한다. 지하인은 행동하지 않고 생각한다. 살지 않고 의식한다. 지하방의 어둠 속에서도 내면은 또렷하다. 지하인을 이성으로 이해하려 할수록 더 깊은 미로로 빠져든다. 1부가 난해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독자가 지하인의 자의식 안으로 이미 들어와 있다는 신호다.

지하인은 지상으로 나갈 때마다 머릿속에서 먼저 대본을 짠다. 자신을 파리 취급한 장교에게 소심한 복수를 가하려고 대로를 서성이고, 송별회장에서 세 시간을 버티다 혼자 남는다. 관념 속에서는 승리했지만 현실에서는 매번 무너졌다. 진눈깨비가 내리던 밤 유곽에서 만난 리자는 그의 연기를 단번에 꿰뚫었다. “당신이 하는 말은… 꼭 책에서 본 것 같아요.” 2부는 그 무너짐의 현장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다 많은 독자가 1부에서 멈춘다. 사건은 거의 없고, 지하인은 혼자 말하고, 반박하고, 다시 뒤집고, 스스로를 조롱한다. 그러나 바로 이 난해한 1부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1부는 줄거리가 아니라 의식의 미로다. 독자가 지하인을 이해하려다 길을 잃는 순간, 이미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1부 없이 2부를 읽으면 소심한 남자의 실패담이 된다. 2부 없이 1부만 읽으면 관념의 유희로 끝난다. 두 부분이 맞물릴 때 비로소 질문이 완성된다. “난 사악하기는커녕 그 무엇도 될 수 없었다. 악인도 선인도, 영웅도 벌레도 될 수 없었다.” 지하인의 고백이 불편한 것은 그것이 거짓이기 때문이 아니다. 너무 정확하기 때문이다. 지하인의 이야기는 160년 전에 끝났지만, 그 질문은 지금도 우리들의 방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토록 난해한 1부를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


뭉크는 평생 같은 인간을 반복해서 그렸다. 절망하는 인간, 사랑하면서 고통받는 인간, 타인에게 닿으려다 끝내 닿지 못하는 인간을. 지하인도 마찬가지다. 홀로 생각을 곱씹고, 타인에게 반박하고, 끝내 저 자신마저 논파한다. 뭉크가 캔버스를 반복해서 채운 것과 지하인이 독백을 반복해서 쌓는 것은 같은 충동에서 비롯된다. 자의식이 자기 자신을 먹어 들어가는 과정이다. 도스토옙스키는 그것을 언어로 파고들었고, 뭉크는 그것을 회화로 천착했다. 뭉크가 세상을 떠났을 때 테이블 위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펼쳐져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우울과 불안으로 가득 찬 밤을 공유했다.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새로 선보이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그 밤을 한 권 안에 담았다. 뭉크의 〈절망〉과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화가들의 그림 여덟 장이 1부가 열리기 전 지하인의 내면을 눈으로 먼저 통과하게 한다.

뭉크가 절망과 불안을 화폭에 새겼다면, 도스토옙스키는 그것을 언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모스크바 국립대 문학 박사 조혜경 교수의 러시아어 원전 완역에 더해, 46개의 각주가 작품의 사상적 배경과 시대 맥락을 짚어준다. 뭉크의 대표작 4점과 러시아 사실주의 명화 4점은 지하인의 불안, 고독, 수치심을 먼저 눈으로 통과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단지 한 고전을 통과하는 일이 아니다. 자기 안의 지하실을 처음으로 열어보는 일이다. 그래서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불편하다. 낯설어서가 아니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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