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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1955년 미국판 서문
부조리한 추론 부조리와 자살 부조리한 벽들 철학적 자살 부조리한 자유 부조리 인간 돈 후안주의 연극 정복 부조리한 창조 철학과 소설 키릴로프 내일 없는 창조 시지프 신화 부록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 해설 | 유기환 알베르 카뮈 연보 |
Albert C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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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인 1940년, 프랑스와 유럽을 휩쓴 재앙의 한가운데에서 쓰인 이 책은 허무주의의 한계 속에서도 허무주의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음을 단언한다. 『시지프 신화』 출간 이후 쓴 모든 책에서 나는 그런 방향을 탐색하고자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죽음의 문제를 제기함에도 『시지프 신화』는 사막 한가운데서 살고 창조하라는 명료한 권유로 읽혀야 한다.
--- pp.11-12 「『시지프 신화』 1955년 미국판 서문」 중에서 우리는 과연 희망 또는 자살로써 삶의 부조리를 모면해야 하는가? 이것이야말로 만사를 제쳐두고서 우리가 집요하게 생각하고 명료히 밝히고 깔끔하게 해명해야 할 문제이다. 부조리는 죽음을 요구하는가, 각양각색의 사유와 무심한 정신의 유희에서 벗어나 오로지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위 ‘객관적인’ 정신의 소유자가 이런저런 문제를 다룰 때마다 늘 끌어들이는 뉘앙스와 모순과 심리는 이런 탐구와 열정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 여기서는 오직 가혹한 사유, 즉 논리적인 사고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사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논리적 태도를 취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그 논리적인 태도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기 손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자기 가슴에 이는 감정의 비탈길을 끝까지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자살에 관한 성찰은 나의 관심을 끄는 유일한 문제를 제기할 기회를 준다. 죽음까지 이르는 논리가 존재하는가? 여기서 내가 그 기원을 보여주는 추론을 무절제한 열정에 휩싸이지 않고 오직 명백한 사실에 비추어 밀고 나갈 때만 그 문제에 답할 수 있으리라. 나는 그것을 부조리한 추론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 p.29 「부조리한 추론」 중에서 즉 그는 자신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어떤 곡선의 일정한 지점에 도달했음을 문득 깨닫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이 시간의 소유물이고, 자신을 사로잡는 공포로 미루어 시간 속에 죽음이라는 최악의 적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챈다. 그런데 내일을, 전력을 다해 거부했어야 할 그 내일을 바라고 있었으니… 육체의 살 떨리는 저항, 바로 그것이 부조리이다. --- p.38 「부조리한 추론」 중에서 바야흐로 현재라는 이 지옥이 그의 왕국이 되었다. 모든 문제가 날카로운 칼날을 되찾는다. 추상적이면서도 명백한 사실은 형태와 색깔의 서정성 앞에서 뒤로 물러난다. 정신적 갈등이 다시 구체적 모습을 갖추고, 인간의 마음이라는 초라하면서도 훌륭한 피난처를 되찾는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죽을 것인가, 비약을 통해 달아날 것인가, 자기 의도대로 관념과 형상의 집을 다시 지을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고통스럽지만 경이로운 부조리의 내기를 굳건히 유지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마지막 노력을 쏟아 모든 결론을 도출하자. 그렇게 할 때 육체, 사랑, 창조, 행동, 인간적 고결함은 이 몰상식한 세계에서 자기 자리를 되찾을 것이다. 마침내 인간은 거기서 그의 위대함을 키워줄 부조리라는 술과 무관심이라는 빵을 되찾을 것이다. --- p.87 「부조리한 추론」 중에서 에우리디케와는 반대로, 부조리는 오직 우리가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때 죽는다. 그러므로 유일하게 논리적인 철학적 태도는 반항이다. 반항은 인간과 인간의 고유한 어둠 사이의 영원한 대결을 뜻한다. 반항은 불가능한 투명성을 요구한다. 반항은 매 순간 세계를 다시 문제 삼는다. (…) 반항은 인간 자신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현존을 가리킨다. 반항은 갈망이 아니다. 반항에는 희망이 없다. 반항은 짓누르는 운명에 대한 확인일 뿐, 그 운명에 동반하기 마련인 체념이 아니다. --- pp.89-91 「부조리한 추론」 중에서 만약 정신이 밤을 맞이해야 한다면, 그 밤은 명징한 절망의 밤, 정신이 내내 깨어 있는 극지의 밤, 머잖아 희고 맑은 여명이 사물 하나하나를 지성의 빛으로 밝힐 밤이어야 한다. --- p.103 「부조리한 추론」 중에서 묘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부조리 사상의 마지막 야망이다. 과학 역시 역설의 끝에 이르면 설명하기를 멈추고, 현상이 보여주는 한결같이 순결한 풍경을 관조하고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세계의 여러 얼굴 앞에서 우리를 휩쓰는 이 감동이 세계의 깊이가 아니라 세계의 다양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설명은 헛된 것이지만 감각은 살아남으며, 감각과 함께 양적으로 무한한 세계가 끊임없이 우리를 부른다. 여기서 우리는 예술 작품의 위치를 이해하게 된다. --- p.150 「부조리한 창조」 중에서 나는 나의 우주를 유령들로부터 해방하고, 내게 뚜렷이 현존하는 육체의 진실들로 그것을 가득 채우고 싶다. 나는 부조리한 작품을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창조적인 작업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부조리한 태도가 부조리한 상태로 머무르기 위해서는 그 무상성이 인식되지 않으면 안 된다. --- p.159 「부조리한 창조」 중에서 인간의 사유가 가야 할 길은 더 이상 자신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이미지 속으로 도약하는 데 있다. 그 사유는 아마도 신화 속에서, 그것도 오로지 인간의 고통만큼 깊은 신화, 그 고통처럼 끝날 줄 모르는 신화 속에서 전개된다. 그저 우리를 즐겁게 하고 눈멀게 하는 신성한 전설이 아니라, 험난한 지혜와 내일 없는 열정이 담긴 이 땅의 얼굴과 몸짓과 드라마 속에서 말이다. --- p.180 「부조리한 창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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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에 다시 꺼내 들어야 할 한 권의 책
_ 왜 지금, 다시 『시지프 신화』인가 삶은 때때로, 아니 자주 이유 없이 고단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일을 하고, 무언가를 애써 이루지만, 그 끝에는 공허함이 기다린다. 『시지프 신화』는 그 반복되는 무의미 앞에 선 인간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만드는 책이다. 『시지프 신화』는 단순한 철학 에세이가 아니다. 이 책은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선언이다. 전쟁과 파시즘이 인류를 무너뜨리던 시대를 살았던 카뮈는 삶이 과연 지속할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는 도망치지 않는다. 철학적 위안도, 종교적 희망도, 자살이라는 선택도 거부하고, 오직 하나의 태도를 제시한다. 바로 ‘반항’이다.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린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지고, 또다시 시작되는 시지프의 운명 속에서 카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는 말한다. 그 부조리야말로 인간의 조건이라고. 그러나 그 조건을 직시하고 끝까지 살아내는 것, 그것이 곧 ‘반항’이다. 부조리를 극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고 버티며 자기 삶을 창조하는 태도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존엄이라는 것이다. “반항 없는 희망은 없다”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세계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드는 선언 우리는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무의미한 세계에 내던져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카뮈는 인간이 부조리를 회피하는 세 가지 방식 - 스스로 삶을 저버리는 육체적 자살, 절대적 의미에 기대는 철학적 도약, 초월적 존재에 삶을 맡기는 종교적 위안 - 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어느 쪽도 ‘진실된 삶의 태도’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할 일은 도망이 아니라 직면이며, 절망이 아니라 반항이다. 그 반항은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무의미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가겠다는 의지’다. 그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의미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된다. 카뮈는 시지프의 형벌을 그저 절망의 상징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매번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그의 모습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본다. 그는 단호히 말한다. “우리는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해야 한다.” 삶을 포기하지 않는 그 자체가 이미 반항이고, 창조이며, 인간다운 존엄이라는 것이다. 카뮈가 직접 써 내려간 ‘삶의 이유’,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18점의 명화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새롭게 출간된 『시지프 신화』에는 기존 번역본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보석 같은 글이 담겨 있다. 바로 1955년, 카뮈가 미국판 출간을 위해 직접 쓴 ‘서문’이다. 작품 집필 15년 뒤, 자신의 철학과 삶을 다시 응시하며 써 내려간 이 서문은, 『시지프 신화』의 정신을 더욱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조망하게 해주는 ‘지적 가이드’이자 ‘내면의 고백’이다. 카뮈는 이 글에서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 왜 여전히 삶을 선택하는지를 솔직하고도 단단한 언어로 선언한다. 그는 『시지프 신화』 이후에도 같은 철학적 태도를 지켜왔음을 밝히며, 무의미한 세계를 도피 없이 직시하고, 그 안에서 삶을 창조하는 인간의 존엄을 조용히 드러낸다. 이번 판본의 또 다른 미덕은 시각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18점의 명화다. 본문 곳곳에 배치된 회화 작품들은, 독자가 카뮈가 말한 ‘부조리한 감정’을 오롯이 체감하게 해주는 시각적 장치다. 철학과 예술, 사유와 감각이 교차하는 이 독서 경험은, 단순한 텍스트 해석을 넘어 ‘살아 있는 철학’을 마주하게 한다. 더불어 유기환 교수의 번역은 한층 정제된 문체로 카뮈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심연을 건드리는 문장을 탁월하게 풀어냈다.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을 지낸 역자는 『이방인』, 『반항인』, 『페스트』 등 다수의 카뮈 작품을 번역한 대표적인 국내 카뮈 전문가로서, 카뮈를 처음 접하는 독자도 그의 철학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싶은 독자도 모두 만족할 수 있게 했다. 장별 요약, 주요 개념 해설, 풍부한 주석 등 독자를 위한 친절한 길잡이가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읽는 철학이 아니라, 삶 속에서 ‘직면하고 견디는 법’을 스스로 발견하게 만드는 한 권의 ‘망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