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7월 24일 |
---|---|
쪽수, 무게, 크기 | 600쪽 | 674g | 146*209*35mm |
ISBN13 | 9788925556789 |
ISBN10 | 8925556782 |
발행일 | 2015년 07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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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00쪽 | 674g | 146*209*35mm |
ISBN13 | 9788925556789 |
ISBN10 | 8925556782 |
ø일지 기록 : 11화성일째
시카고컵스는 잘하고 있으려나? 궁금하다.
ø일지 기록 : 116화성일째
시카고컵스는 내셔널 리그 중부에서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어.
2016년 MLB(미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맞붙은 월드시리즈는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무려 108년 동안 우승을 못해 본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와, 이보다는 조금 나은 78년이란 세월 동안 우승을 못해본 클리블랜드의 '인디언 추장의 저주' 중 하나는 깨어지게 되었으니 그 어찌 흥미롭지 않았겠는가. 난 컵스를 응원했다. 뭐~ 다른 뜻은 없고, 보다 오래된 저주에 대한 봉인이 그저 깨어지길 기대했을 뿐이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컵스는 내리 3연승!!! 특히 7차전은 연장 승부 끝에 8:7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1승3패에서 역전 우승을 거둔 역대 4번째 팀이 됨). 소설 속의 시카고컵스는 아직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는 시점... 그냥 기억을 되돌러 봤다.
위 일지 기록은 이번에 읽은 <마션 The Martian: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에 나오는 내용으로, 주인공이 시카고 컵스 팬이다. 영화로도 개봉된 SF 소설로 그땐 한창 바쁠 때라 읽지도,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 짬을 내어 책도 읽고 영화도 찾아봤다. 화성탐사 임무에 나선 주인공 마크 와트니¹가 화성의 모래 폭풍에 휘말려 혼자 낙오하게 되고,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주인공이 추수감사절 요리용 감자를 재배하여 식량을 해결하고, 물 환원기를 이용하여 물을 확보하고, 화성 대기의 CO₂를 모아 산소를 발생시키고... 로버를 타고 800Km를 달려 1996년도에 화성에 보낸 무인 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찾아가고...이를 활용하여 97화성일째에 지구와 교신이 되고... 한마디로 우주판 표류기이다.
*¹: 시카고 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한 식물학자로, 화성의 토양 및 대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각각의 환경에서 식물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알아보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책의 첫 장은 6화성일째의 기록인데, 충격적(?) 표현으로 시작하더라.
ø일지 기록 : 6화성일째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줄 알았던 한 달이 겨우 엿새 만에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
그 참 찰진 육담으로 출발이다. 아마도 'Fuck'란 단어겠지... 그래서 바로 원서를 검색해봤다.
I’m pretty much fucked.
That’s my considered opinion.
Fucked.
참 쓰기 힘든 비속어를 걸쭉하게 번역했네... 보통 '엿됐다' 이렇게 둘러치지 않나? 역자가 남성인가 싶어 앞날개표지를 보니 어잉? 여성일세... 그 참 민망스럽구먼...^^
다읽고 되돌아보니 제법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허접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물, 산소, 식량, 통신, 구출, 생환... 뻔한 이야기를 SF로 각색했을 뿐이지 별다른 과학적 반짝임이나 생각거리 이런 건 없었다. 로버의 이동이나 물, 산소를 확보하는 설명 등은 지루하기도 했고... 분명 높낮이 있는 내용인데 그 긴장은 좀 느슨한... 홀로 남았기에 겪게되는 처절함이나 압박감 이런게 없는... 주인공의 성격이기도 하겠지만 2% 부족하다는 그런...
그래서 바로 영화 <마션>을 찾아 봤다. 뭐~ 볼만하네... 특히 첫 폭풍 영상은 소설의 긴박감을 사실적으로 매우 잘 살렸더라. 그런데 촌평을 보니 의외로 악평이 많네... 아마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본 관객은 바로 이해가 될 상황 연결이, 스크린만 본 분들은 꼭 뭔가를 빼먹고 방영하는 듯이 연결 고리가 얼른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비슷한 우주 조난 영화인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에 비해서는 짜임과 임팩트가 약하고 많이 심심하다는... 그래도 나름 영화, 괜찮았다. 우주 해적(?)이 되고 만 주인공의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성격을 제대로 살렸다는 느낌... 추억의 디스코 음악이 정겨웠다는 느낌... 개인적 생각이다.
SF 좋아하시는 분은 킬 타임용으로 읽을 B급 SF책이라 정의해 본다...
7월31일부터 9월 5일까지 장장 37일간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그놈의 자전거 행사에 무슨 한이라도 맺힌 분들이 많은지, 올해 광복 70주년 기념 행사로 중국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이동경로를 거꾸로 짚어가는 행사 실무책임을 맡아 다녀온 것. 여하튼, 그에 관한 긴 얘기는 생략하고 중국 충칭에서 상하이까지 약 3,000km를 자전거와 차량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대충 상황을 짐작하실 분들을 위해 팁을 드리자면.... 거의 매일 짐을 싸고 풀었다. 말하자면, 동가숙서가식이 따로 없는 일정이었던 것.
대충 나이를 먹긴 했어도, 중국 대륙을 한달 넘게 떠돌며 팔자에 없는 홀아비 생활을 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는데(음...무슨 뜻인가는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 덕에 담배만 늘었다. 애꿎은 담배 외에 독수공방을 달래줄 존재는 열 권 가량 짊어지고 갔던 소설책들이었다. 그나마 책읽기라도 좋아했길래 망정이지....
하지만, 가지고 간 책도 대충 바닥이 드러났을 즈음, 살짝 발을 걸쳐놓고 있는 눼이버 '북카페'를 통해 '마션'이란 책이 핫 아이템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화성탐사에 나선 일행들이 엄청난 모래폭풍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실종-사망 처리되지만, 짜잔~~ 주인공이 죽으면 얘기가 안 된다. 거꾸로 말해, 특수한 상황에서 살아남았으니 그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암튼, 임무포기 명령으로 탐사선은 지구로 떠나버리고 거대한 행성에 달랑 혼자 남은 한 남자. 다음 탐사선이 화성에 도착하려면 혼자서 4년을 버텨야 한다. 그러나, 그의 생명을 유지해줄 산소도, 식량도 절대 부족한 상황. 그래도 그는 주인공답게 행동한다. 식물학자 겸 공학자로서 체득한 지식과 나름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그는 주어진 악조건 속에서 자신의 생존을 연장할 방법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간다....는 내용.
귀국 날짜도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상하이로 들어오는 후배편에 책 공수를 부탁했다. 출국 때 세 보루를 가져갔지만 고작 이틀분의 재고 밖에 남지 않았던 담배와 더불어 말이다. 사실 책도 책이지만, 인천공항에서 날아온 '클라우드 9 / 타르 0.1밀리' 담배를 대했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책 내용 중 화성에 홀로 버려진 주인공의 생존사실을 확인한 나사(NASA)측이 보급선을 급히 보낼 계획을 세우는데, 내용엔 없지만 그가 흡연자라면 당근 담배도 포함되어 있었겠지..? 아니, 외계 기지에선 절대 금연인가...? 그렇다면 나같은 사람은 화성 같은 곳에 갈 자격이 원천무효다.
서울에서 상하이로 긴급공수된 '마션'.
근데, 무엇보다 '마션'에 흥미가 더해진 이유는 이 영화가 이미 영화화되어 곧 개봉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다름아닌 리들리 스콧 감독 어르신에 의해서라니... 아시다시피 리들리 스콧 형님의 아우라는 이미 오래 전에 공인된 것이었고, 그가 손댄 다양한 장르(SF, 전쟁, 액션, 범죄)에서 모두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들을 냈으며, 특히 SF의 경우 위대한 초기작 '블레이드 러너'부터 최근의 '프로메테우스' 처럼 빼어난 작품을 냈기 때문에 더더욱 기대가 되는 바였다. 암튼, 일단은 6백 페이지 가량의 두툼한 원작을 붙잡고 사흘동안 시간을 쪼개어 읽었다.
음... 꽤 재밌다. 참고로, 이 책에는 우주공학-기계공학-화학-식물학 등등 다양한 과학적 지식이 망라되어 있고, 그 지식의 응용을 통해 주인공이 생존을 연장해 나가고 있으니, 아무래도 그런 과학적 상식을 갖추지 못한 독자들 입장이라면 무척 알쏭달쏭한 코드의 늪지대를 헤매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터이다. 필자 역시 전형적인 문과출신이다. 그렇지만, 나름 이런 부류의 잡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그리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책이 아니라 영화다. 활자로 구성된 소설과는 달리 영화는 시각정보가 알파요 오메가다. 대사 정보는 극히 제한적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화성에 생존하는 유일한 인류인 주인공은 그 어떤 대사를 치건 그 방식은 독백이나 나레이션일 수 밖에 없다. 독백과 나레이션으로 가득한 영화... 생각만 해도 졸립다. 영화는 영상으로 관객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업에서 이 문제를 가장 크게 고민했을 테지만, 그 태생적인 한계를 리들리 스콧은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대략 2년 전에 나온 '프로메테우스'가 32년 전에 나온 '불레이드 러너'나 35년 전에 나온 '에이리언'보다도 더 흐릿한 인상을 남겼던 것도 엇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엔 스콧 형님이 동원한 영화적 장치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설에서 지겹도록 나열한 생명연장 장치의 개발을 영상 만으로 풀어나가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또 한 가지. 우주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여전사, 자신에게 지워진 운명의 한계를 거부하는 인조인간... 테마와 선악이 분명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마션'에서도 주인공은 사투를 벌인다. 단지, 그 대상이 말없는 외부적 환경이다. 아니면 자칫 절망에 사로잡힐 수 있는 자기 자신일 뿐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흡사 링 위에 혼자 올라가 쉐도우 복싱만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 하는 고독한 복서의 입장이 된 것이다...
물론, 헐리우드에 남은 몇 안 되는 '거장' 감독 리들리 스콧 표 영화가 제대로 물을 먹을 것 같지는 않다. 최근 한국관객들로부터도 큰 찬사를 받았던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가 남긴 부력의 덕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으로 그들이 관객들에게 심어준 깊은 인상과 감동코드의 높은 벽을 뛰어넘기에 '마션'의 스토리라인은 비교적 단순할 뿐이다. 아무튼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 같다. 리들리 스콧 형님과 혼자서 고군분투해야 할 맷 데이먼의 건투를 빈다.
사이언스 리더스 리더 2기로 선정되어 2016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 중 두 권을 고를 수 있었다. 고민 끝에 작년 영화로도 개봉해서 좋은 반응을 얻은『마션』을 선택했다. 부제가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인데, 부제 속에 모든 스토리가 담겨 있다. 책은 일지 기록으로 진행되는데, 어느 괴짜 과학자, 마트 와트니의 것이다.
마트 와트니 아레스 3 탐사대에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로 참여한 우주비행사. 매우 낙천적이고, 임기응변에 강하며,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다. 동료들과 함께 화성 땅을 밟는 데 성공하나, 엿새 만에 모래 폭풍을 만나 홀로 고립된다.
-p. 7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
“아무래도 좆됐다.”, 라고 시작한 일지 기록은 “그래도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라고 끝난다. 그 사이에 마트 와트니의 개인적인 노력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나날이 자리하고 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쏟아 붓다니. 대체 왜 그랬을까?
그렇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 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p. 597~ 598
이 책의 저자 앤디 위어는 ‘NASA가 인정한 천재작가’라고 하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적인 지식도 상당해 보이지만, 책 안에 나오는 이름이나 장소, 사건 등이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라고 하니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션, 화성은 ‘후킹 포인트(Hooking Point)’고, 주제는 살고자 하는 의지와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16년 8월에 개봉해서 700만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한 김성훈 감독의《터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 정수(하정수)는 개인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으며 어떻게든 살고자 한다. 그 와중에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도 드러낸다. 문제는 터널 밖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본능과 노력이다. 정부는 살았을지 죽었을지 모르는 국민 구조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이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유일하게 끝까지 노력하려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마저 손을 놓게 만들려고 한다. 소설『마션』에서 중국 항천국은 미국인 마트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수년 동안 매달린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추진 로켓을 내준다. 그러나《터널》에서 정수의 자국(自國)은 어떤 희생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트 와트니와 정수는 똑같이 고립되고 똑같이 비현실적으로 구조되지만, 정수의 구조가 더 납득하기 어렵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의지와 기적과 같은 운에 기대 구조되기 때문이다.
앤디 위어의 첫 장편『마션』은 2009년 개인 웹사이트에 연재되다가 2011년 독자들의 요청으로 자비로 전자책을 출판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2014년 크라운 출판사에 정식 출판됐다고 하는데, 화성이라는 소재도 소재지만, 숭고한 주제의식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터널》은 ‘가장 현실적인 재난 영화’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한민국도 언젠가는『마션』처럼 안팎에서 노력하는 모습으로 공감을 사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영화가 ‘가장 현실적인 재난 영화’라고 불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