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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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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680쪽 | 702g | 128*188*45mm
ISBN13 9788932917337
ISBN10 893291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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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관자놀이가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고동친다. 몸속 혈관들이 죄다 터져 버릴 기세다. 그는 세실을 부른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고 싶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꽉 조여지고 싶다. 하지만 세실의 모습은 그에게까지 와 닿지 못한다. 마치 너무 멀리 있어서 올 수 없는 것 같고, 이것이 그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한다. 지금 그녀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녀가 옆에 있지 않다는 것이. 이제는 그녀의 이름만이 남아 있다. 왜냐면 지금 그가 빠져드는 세계에는 몸이 없고, 다만 말들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에게 함께 가자고 애원하고 싶다. 죽는 것이 소름 끼치도록 무섭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그는 그녀 없이 홀로 죽어야 한다.
그렇다면 안녕, 천국에서 다시 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안녕, 나의 세실.
--- p.37~38

인근 도시의 사람들이 와서 병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량한 얼굴들이었다. 여자들은 아들을, 남편을 찾는다며 팔을 쭉 뻗어 사진들을 내밀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따로 없었다. 아비들은 뒤에 머물러 있었다. 몸부림을 치고, 질문하고, 조용한 투쟁을 계속해 가고, 또 아침마다 아직 남아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다시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여자들이었다. 사내들은 희망의 끈을 놓은 지 이미 오래였다. 질문을 받은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매하게 대답했다. 사진들은 모두가 비슷비슷했다.
--- p.146

에두아르는 가족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마들렌을 많이 생각했다. 그녀에 대해선 꽤 많은 추억들이 있었다. 터지려는 폭소를 꾹 참던 것, 문가에서 보내던 미소, 그의 머리통을 긁어 주던 구부린 손가락들, 그리고 그들의 공모 의식.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웠다.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누군가를 잃은 여자들이 다 그렇듯 그녀도 상심했으리라. 하지만 그러고 나서는 시간, 그 위대한 의사가 온다……. 사람들은 결국 누군가의 죽음에 익숙해지는 법이다.
--- p.284

그는 아침마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이 나무로 된 광고판을 받아서 메고 다니다가, 간단히 요기만 하는 점심시간에 다른 걸로 바꿨다. 아직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제대 군인들이 대부분인 직원들은 한 구(區)에 열 명 정도 됐으며, 여기에 감독관이 하나 있었는데, 항상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는, 어깨나 좀 주무르려고 잠시 멈춰 설라 치면 번개같이 튀어나와서는, 당장에 다시 움직이지 않으면 해고해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자였다.
(…) 주머니 속의 모자를 꺼내기 위해 잠시 서는 것도 금지된 일이었다. 계속 걸어야 했다. 「걷는 게 바로 자네들 일이야.」 감독관은 말하곤 했다. 「자넨 군대에서 [땅개]였지 않았어?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 p.391~392
알베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관자놀이가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고동친다. 몸속 혈관들이 죄다 터져 버릴 기세다. 그는 세실을 부른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고 싶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꽉 조여지고 싶다. 하지만 세실의 모습은 그에게까지 와 닿지 못한다. 마치 너무 멀리 있어서 올 수 없는 것 같고, 이것이 그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한다. 지금 그녀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녀가 옆에 있지 않다는 것이. 이제는 그녀의 이름만이 남아 있다. 왜냐면 지금 그가 빠져드는 세계에는 몸이 없고, 다만 말들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에게 함께 가자고 애원하고 싶다. 죽는 것이 소름 끼치도록 무섭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그는 그녀 없이 홀로 죽어야 한다.
그렇다면 안녕, 천국에서 다시 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안녕, 나의 세실.
--- pp.37-38

인근 도시의 사람들이 와서 병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량한 얼굴들이었다. 여자들은 아들을, 남편을 찾는다며 팔을 쭉 뻗어 사진들을 내밀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따로 없었다. 아비들은 뒤에 머물러 있었다. 몸부림을 치고, 질문하고, 조용한 투쟁을 계속해 가고, 또 아침마다 아직 남아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다시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여자들이었다. 사내들은 희망의 끈을 놓은 지 이미 오래였다. 질문을 받은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매하게 대답했다. 사진들은 모두가 비슷비슷했다.
--- p.146

에두아르는 가족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마들렌을 많이 생각했다. 그녀에 대해선 꽤 많은 추억들이 있었다. 터지려는 폭소를 꾹 참던 것, 문가에서 보내던 미소, 그의 머리통을 긁어 주던 구부린 손가락들, 그리고 그들의 공모 의식.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웠다.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누군가를 잃은 여자들이 다 그렇듯 그녀도 상심했으리라. 하지만 그러고 나서는 시간, 그 위대한 의사가 온다……. 사람들은 결국 누군가의 죽음에 익숙해지는 법이다.
--- p.284

「자, 내가 뭐가 윤리적인지를 말해 주지. 그건 프라델 대위, 그 개자식의 몸뚱이에 총알구멍을 내버리는 거야! 그게 바로 해야 할 일이라고! 왜냐면 이 엿 같은 삶은, 지금 우리의 이 한심한 꼬락서니는, 이 모든 것들은 바로 그놈한테서 왔기 때문이야! (…) 그 훈장과 표창장들 덕분에 놈은 결혼을 아주 잘 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영웅은 여자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니까! 지금 우리는 이렇게 시름시름 뒈져 가고 있는데, 놈은 분명히 크게 사업을 벌였을 테지……. 자넨 이게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나?」
놀랍게도 에두아르는 알베르의 기대와는 달리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그는 눈썹을 꿈틀 올리고는, 종이 위로 몸을 숙이고 이렇게 썼다.
「이 모든 것은 우선은 전쟁 탓이야. 전쟁이 없었다면 프라델도 없었을 테니까.」
알베르는 숨이 막힐 뻔했다. 물론 실망감도 느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너무 슬펐다.
--- pp.355-356

그는 아침마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이 나무로 된 광고판을 받아서 메고 다니다가, 간단히 요기만 하는 점심시간에 다른 걸로 바꿨다. 아직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제대 군인들이 대부분인 직원들은 한 구(區)에 열 명 정도 됐으며, 여기에 감독관이 하나 있었는데, 항상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는, 어깨나 좀 주무르려고 잠시 멈춰 설라 치면 번개같이 튀어나와서는, 당장에 다시 움직이지 않으면 해고해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자였다.
(…) 주머니 속의 모자를 꺼내기 위해 잠시 서는 것도 금지된 일이었다. 계속 걸어야 했다. 「걷는 게 바로 자네들 일이야.」 감독관은 말하곤 했다. 「자넨 군대에서 [땅개]였지 않았어?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 pp.391-392

오랫동안 메를랭은 자신이 노다지를 포기했던 그 밤의 추억을 떠올리곤 했다. 노다지를 포기함은 그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적어도 윤리의 편에 가깝다고 느껴진 뭔가를 위해서였다. 평소 고담준론을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말이다, 은퇴하고 나니 발굴된 병사들의 사건이 계속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상사에 관심을 갖고, 신문들을 읽기 위해서는 은퇴가 필요했던 것일까. 이 신문들을 통해 그는 앙리 도네프라델의 체포 소식, 그리고 이른바 [죽음의 모리배들]에 대한 떠들썩한 재판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짜릿한 만족감을 느끼며 자신의 법정 진술을 보고한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이 기사는 그에게 전혀 경의를 표하지 않고 있었다. 기자들은 인상이 너무 고약한 데다가, 최고 재판소 앞 계단에서 그를 인터뷰하려는 자신들을 거칠게 밀쳐 버린 이 음산한 증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세상의 관심사는 바뀌었고, 사람들은 이 사건에 흥미를 잃어 갔다.
--- pp.665-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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