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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늙을까

어떻게 늙을까

: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너 애실이 전하는 노년의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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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62g | 128*188*20mm
ISBN13 9788994015873
ISBN10 899401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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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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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아 대다수 여성들보다 일찍 나 자신을 일별하기 시작했지만, 성욕이 서서히 사라지고 난 뒤에야 더 명료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 p.78

우주는 우리가 뭘 믿건 간에 지금처럼 존속할 것이고 늘 그래 왔듯 앞으로도 계속 우리 존재의 조건일 거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 안에 사는 우리의 보잘것없음을 사고하는 일이 왜 지루할까? 지루한 게 아니라면, 그렇다면 두려운 걸까? --- p.82

인간이 달에 착륙한 것을 몹시 슬퍼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래는 은이나 자개로 되어 있던 달이 우주비행사의 발이 닿자 잿더미로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달은 은이나 자개로 만들어지진 않았어도 마치 그런 것처럼 여전히 빛난다. 우리가 달에 관해 아는 것이 많건 적건 간에 달은 변하지 않으며, 인간의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태양빛을 계속 반사한다. 우리 영역 안의 삶이라는 부분, 인생이라는 그 단순한 실상은 그 자체로 충분히 신비롭고 흥미롭지 않은가? --- p.83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해 모든 가능성이 열린, 앞날이 창창한 이들을 간간이 보게 되면 우리는 그저 가느다란 검은 선 끄트머리에 있는 점이 아니라 시작과 성숙과 쇠락, 그리고 새로운 시작으로 가득한 광대하고 다채로운 강의 일부라는 사실, 아직도 그 일부이며 우리의 죽음 역시 아이들의 젊음과 마찬가지로 그 일부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 p.110

돈이 많다면 미술 작품을 수집하고 싶다. 드로잉과 회화 모두. 회화도 여러 가지로 흥미로울 수 있지만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건 늘 인생의 한순간을 포착한 드로잉이다. --- p.118

아직도 간간이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데, 그럴 힘이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싶다. 그림에는 아직도 몰입할 수 있으니까. 이젠 예전보다 사물을 훨씬 잘 보게 됐다. 이는 그림을 그려본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는 늙어서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덕분에 인생이 조금이나마 더 즐거워지니까. --- p.121

나이든 사람이 젊은 사람 곁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괴팍한 노인네가 분명하지만, 그래도 중독될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 조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 장담하는데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 할 거라 기대하거나 동년배 친구에게 청할 일을 그들에게 청해서는 절대로, 절대로 안 된다. 그들이 너그러이 베푸는 건 뭐든 즐겁게 받으시라.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 p.113

‘여든두 살이 되면 차를 포기하는 문제를 생각해봐야지.’ 이 결심을 한 게 칠십대 초반이었다. 이제는 어머니가 운전을 포기하기 싫었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차 안에서 꼼지락대는 걸 ‘활동’이라 할 수는 없지만 신체적으로 기동성이 제한된 이들에게 운전은 삶의 일부이자 즐거움의 한 원천이다. --- p.132

분명 다른 수많은 노부부들이나 부부처럼 사는 커플들도 상황이 비슷할 텐데 매일같이 이렇게 기계적으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갈까? 한 가지 답변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이렇게 비유해볼 수 있겠다. 식물을 보면 뿌리와 그 뿌리에서 자라난 줄기 끝에 달린 꽃이나 열매는 전혀 비슷한 구석이 없어 보이지만 그것들은 모두 같은 식물의 부분이다. 그렇듯 사랑과 그 사랑에서 자라난 의무감도 정말이지 비슷한 구석이라곤 없지만 그 역시 같은 것의 부분이 아닐까. --- p.160

이제는 그 어떤 일도 그런 식으로 내 자존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었는데, 그게 이상하게도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뭔가를 상실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마음이 설렐 만큼 신나는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다, 뭐 그런 것. 그래도 단순히 즐길 수는 있다. --- p.196

여기까지 와 되돌아보니 인간의 삶이란 우주적 견지에서 보면 눈 한번 깜박이는 것보다 짧아도 그 자체로 보면 놀랍도록 넉넉해 서로 대립되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고요함과 소란스러움, 비탄과 행복, 냉담함과 따스함, 거머쥠과 베풂이 모두 담길 수 있다. --- p.218

좋은 조건에서, 적어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덜 나쁜 상태에서 노년에 접어들었고 유난히 운이 좋았거나 현재 운이 좋다면 당연히 노년을 최대한 즐기겠지만, 나는 ‘늘 내 등 뒤에서 날개 달린 시간의 마차가 서둘러 다가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정말이지 말 그대로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훨씬 더 큰 문제들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된다. --- p.220

우리 존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보다는 우리가 이 세상에 거의 보이지는 않아도 실제적인 뭔가를, 유익하든 해롭든 간에 남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 죽어서 사라지는 것은 인생의 가치가 아니라 자아가 담긴 낡은 그릇이요 자의식이다. 그것이 무無로 사라지는 것이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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