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뒷조사를 읽고 나서
마가복음 뒷조사라는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기대를 했었다. 만화를 많이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과연 만화로 마가복음을 어느정도까지 그려내고 의미를 담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화라고 하면 무슨 생각을 할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만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었다. 굳이 사서 보지도 않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림을 보면서 무언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히려 글로 된 것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최소한 나에게는 더 좋았다. 학창시절에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드래곤 볼’ 이나 ‘슬램덩크’ 또는 60권짜리 ‘삼국지’ 만화가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돌고 돌 때도 나는 그 책들을 만지지도 않았다. 왜냐면 만화책을 1권보는데 약 30-40 분 걸리기 때문에 혼자 보면 봤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만화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만화로 습득하는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그림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빠인 나도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만화를 접할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되고, 만화를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아이들이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시중의 만화들을 많이 찾아보았다. 부흥과 개혁사의 만화 교리 시리즈, 성경 시리즈,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파워바이블, 미술관이 살아있다 등등 여러 만화들도 가지고 있고 또 시간이 있을 때마다 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인지 만화로 된 복음서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바로 구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구입하면서 걱정 된 것은 그냥 재미로 끝나지 않을까? 그냥 쓱 겉할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작가에 대해서 아는 것은 '교회를 부탁해'라는 만화를 그렸다는 것 밖에 없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의 비닐을 뜯고 한 장 한 장 보기 시작했다.
이 책을 보면서 몇 가지 감동이 되는 것이 있어서 적어본다.
첫째는 자세한 마가복음에 대한 기록을 썼다는 것이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복음서가 쓰이게 된 배경이나, 저자인 마가요한에 대한 상세한 접근, 그리고 마가복음이 쓰이기 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복음서가 쓰여진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에 대해서 쓱 넘어가는 것 같지만 그것은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만화 풍선에 달린 각각의 대화 내용들이 상당한 신학적인 내용과 마가복음에 대한 고민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만화로서는 드물게 각주도 달려 있었다. 무슨 책을 참고 했는지 말이다. 이것들을 보면 작가가 이 책을 그저 자기가 알고 있는 어떤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철저한 조사와 신학적인 검증을 어느정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자세하게 쓰기까지 여러번 수정을 거쳐야 했으며 스스로 정리한 자료의 양도 방대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즉, 책의 두께는 얇고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밀도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둘째는 만화답게 창조적이다.
사판 검사, 또한 68대손 나귀등등 이름 하나하나에도 창조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검사가 취조하는 대상이 예수님을 태웠던 나귀 직계 68대손이라니 이건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나귀의 수명이 약 40-50년 임을 가만하면 나름 일리 있는 추산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생각지도 못했던 접근의 모습은 만화를 찾는 독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그리고 검사가 의심을 갖게 되었다는 접근도 재미 있었다. 마치 지금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한, 복음에 대한 많은 의심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검사가 복음서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조사를 한다니 치밀하게 준비하고 조사하는 이미지와도 딱맞는 다는 생각도 했다. 검사의 철저한 조사로 나도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셋째, 아이들에게도 적극 추천이 가능하다.
지금 섬기는 교회의 5-6학년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을 한 가지로 요약하자면 도무지 예수님이 누군지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교리 공부도 시작하고, 성경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 이 책이 나온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 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빠르면 5-6학년, 또는 중고등부 아이들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쓰여진 용어가 조금 어려운 것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이 만화를 읽는 것에 불편함은 없다고 생각한다. 즉, 아이들이 이 만화를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마가복음에 대해서 예수님에 대해서 흥미를 가질 만한 여러가지 장치가 되어 있다고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현대적인 어체와 쉬운 설명 그리고 컬러풀한 그림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림, 만화는 대단한 힘이 있는 것을 안다. 왜냐면 만화는 이미지로 우리의 뇌리에 각인이 되기 때문이다. 만화에 나온 대사를 다는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미지를 기억하며 대강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나는 이번 '마가복음 뒷조사'라는 만화를 통해서 우리의 뇌리안에 예수님의 이야기,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 십자가의 삶이 각인이 되어 삶으로 복음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들이 넘쳐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