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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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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296g | 118*180*30mm
ISBN13 9788972757856
ISBN10 897275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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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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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비쩍 마른 순경 한 명이 길을 따라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챙을 뒤쪽으로 돌려 쓴 모자 아래로 그의 새빨간 머리칼이 반짝거렸다. 순경은 재킷을 벗어 버린 셔츠 차림에 흉측하고 커다란 부츠를 신고 헐렁한 정복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바지를 뒤집어 잘못 다림질했는지 주름이 반들반들했다. 그는 겨드랑이에 스카치 한 병을 끼고 오는 중이었다.
저 꺽다리 얼간이는 대체 누구야? 헨리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마을 순경이 프리실라를 알아보고 차 쪽으로 다가왔을 때, 순경의 야윈 얼굴에는 별나게 달콤한 환영의 미소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녹색이 도는 황금색이었고, 검은 속눈썹이 두툼하게 그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당신이었군요, 프리실라.” 순경이 부드럽고 경쾌한 어조로 말했다.
헨리는 성난 개처럼 털을 빳빳이 세웠다. 아니, 대체 이 동네 순경은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길래 내 약혼녀를 이름으로 부르는 거야? --- p. 24~25

“나 어때 보여요?” 해미시가 해리 삼촌의 만찬 재킷 옷깃을 손으로 문질러 펴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멋져요.”
좋은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달라 보일까 생각하며 프리실라가 대꾸했다. 해미시는 빨간 머리와 맑은 녹갈색 눈동자가 근사한 정말 잘생긴 남자였다. 특히 그 한심한 순경 제복을 입고 있지 않을 때면 더 멋있었다. 프리실라는 해미시를 변화시키는 일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했다. 그러다가 곧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 p. 54~55

“제발 부탁인데, 그렇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면서 네가 얼마나 피곤한지 얘기하는 거 그만해 줬으면 해.” 다이애나가 소곤거렸다. “밤새 침대로 사냥터 관리인이라도 불러들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오히려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하잖아.”
“글쎄, 바틀릿 대위를 사냥터 관리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제시카가 키득거렸다.
“뭐라고!” 다이애나는 분노로 거의 말까지 더듬을 지경이었다. “그는 나와 함께 있었어!”
“그럴 수 없었을걸.” 제시카가 말했다. “그는 나와 함께 있었다고.”
두 소녀는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두 눈에 서린 분노가 경악으로 바뀌었다.
“그렇게까지 나쁜 인간인 줄은 몰랐어. 아무리 바틀릿이라도 그럴 수는 없어.” 다이애나가 식식거렸다. “그가 몇 시에 네 방에 들렀어?”
“새벽 4시.” 제시카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그가 온 게 아니라 내가 그의 방으로 갔어.”
“나한테는 자정에 자기 방에 들르라고 했어.” 다이애나가 비참한 심정으로 말했다.
두 소녀는 어린애들처럼 손을 잡고 돌아서서 피터 바틀릿을 바라봤다. 그는 두 사람에게 등을 보인 채 서 있었고, 비라가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들은 비라의 입술이 키스를 전하는 듯한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자정과 새벽 4시 사이에는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짐작이 가는군.” 제시카가 말했다. --- p. 60

타우저가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몸을 뻗으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해미시는 자신의 개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얼마 전에 그는 타우저를 침실에서 내보내 밖에서 재운 적이 있었다. 행여라도 어떤 여자가 와서 보면 그와 침실을 함께 써도 될지 심히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해미시는 자신이 이 잡종 개와 다가올 몇 년이라는 세월 동안 함께 침대를 써야 하는 운명은 아닐까 침울하게 생각했다. --- p.76~77

“저깁니다.” 사냥터 관리인이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땅은 경사져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비탈 아래쪽은 철망 울타리였다. 그리고 그 철망에 시체가 걸려 있었다. 따스한 공기 속에 움직임도 없고, 괴기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이게 무슨 난리람!” 그들이 시체 쪽으로 다가가는 동안 헴스데일 경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바틀릿 대위는 오른쪽 다리를 철망 울타리 꼭대기에 걸친 채로 거의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총은 울타리 반대편에 떨어져서 개머리판은 가시금작화 덤불 속에 박히고, 총열 두 개가 나란히 있는 총신은 울타리 맨 꼭대기에 기대 있었다. 그 두 개의 총구는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두 눈이 사악하게 노려보는 듯이 보였다. 총에 맞을 당시 대위는 울타리를 건너가려고 한쪽 다리를 그 위에 걸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 p. 87

해미시가 단서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분노와 함께 상당한 만족감도 느꼈다. 워낙에 옹졸한 성격이었기에 해미시에게 호통을 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온 까닭이었다.
“내가 당장 나가서 그를 만나 보겠습니다.” 블레어가 말했다.
그때 고개를 든 프리실라의 눈에 앵거스 맥그리거를 뒤에 데리고 식당 입구에 나타난 해미시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격렬하게 어서 도망가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해미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고,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침착하고 엄숙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블레어 경감님.”
해미시의 인사에 블레어가 돌아섰다. 순간 돼지 눈 같은 그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가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열었다.
“이건 살인 사건입니다.” 해미시 맥베스가 말했다. “피터 바틀릿 대위는 살해당한 겁니다. 그 증거를 제가 여기 가지고 있습니다.”
블레어가 입을 쩍 벌리고는 멍한 표정으로 순경을 바라봤다. 충격으로 인한 무거운 침묵이 방 안에 내려앉았다. 그 침묵 속으로 맥베스 순경의 고지 억양이 다시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거의 완벽한 살인 사건입니다.”
--- p. 115~11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내가 저 무뢰한에 관해서 자네에게 몇 가지 해 줄 말이 있네.
우선 가장 놀라운 일은 저 인간이
한 번도 감옥에 들어갔다 나온 적이 없다는 거야.”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가 런던의 유명 극작가인 약혼자를 데리고 로흐두로 돌아오자 마을 사람 모두가 기뻐하며 축하를 보낸다. 단 한 사람,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는 마을 순경 해미시 맥베스만은 예외다. 해미시는 프리실라의 약혼 파티에 초대받아 온 귀족 손님들 사이에서 비열한 호색한인 피터 바틀릿 대위를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다. 그리고 뇌조 사냥철이 시작되는 첫날, 그 영광의 12일의 태양이 떠오를 무렵, 황무지에서 울리는 총성과 함께 평화로웠던 그곳은 또다시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된다. 모두가 단순 총기 오발로 믿는 사고지만 해미시는 그 이면에 범인의 교활한 트릭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그 닳아 빠진 경찰 제복만 벗으면 근사한 미남자인 해미시에게 프리실라의 마음이 점점 흔들리고, 흥겨운 게일어 노래 축제가 열리는 박람회장에는 다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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