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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브런치
정시몬 | 부키 | 2016년 11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103건 | 판매지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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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774g | 148*225*35mm
ISBN13 9788960515710
ISBN10 89605157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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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Chapter 1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원전은 힘이 세다

· 메인 브런치: 『일리아스』 / 『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포에버
· 원전 토핑: 『일리아스』 / 『오디세이아』 / 『포스터스 박사』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역사』 / 『국가론』 / 『알렉산드로스 전기』 / 『트로이 여인들』 /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1st Brunch Time 『일리아스』
고전의 자격 / 『일리아스』에 있는 것과 없는 것 / 헬레네의 미모 / 『일리아스』의 리얼리즘 / 아킬레우스 vs. 헥토르

2nd Brunch Time 『오디세이아』
오디세우스, 꼼수의 왕자 / 노바디 이야기 / 오디세우스의 여인들 / 왕의 귀환

3rd Brunch Time 호메로스 포에버
투키디데스와 헤로도토스의 견해 / 호메로스를 대하는 철학자와 영웅의 자세 / 네버엔딩 스토리

Chapter 2 단테의 ‘여정’, 괴테의 ‘흥정’

· 메인 브런치: 『신곡』, 영혼의 순례 / 『파우스트』, 악마와의 거래 장부 / 신과 악마―오래된 질문의 새로운 변주
· 원전 토핑: 『신곡: 지옥 편』 / 『아이네이스』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파우스트 제1부』 /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 / 『데미안』 / 『로빈슨 크루소』

4th Brunch Time 『신곡』, 영혼의 순례
『신곡: 지옥 편』의 시작 / 지옥문 / 죄와 형벌

5th Brunch Time 『파우스트』, 악마와의 거래 장부
파우스트 vs. 메피스토펠레스 / 악마, 파이팅!

6th Brunch Time 신과 악마―오래된 질문의 새로운 변주
『데미안』의 도발 / 『로빈슨 크루소』, 야만인의 신학적 역습

Chapter 3 장르 문학의 모험

· 메인 브런치: 추리 소설의 걸작들 / 보물찾기 / 사이파이의 고전적 주제들
· 원전 토핑: 「도둑맞은 편지」 / 『주홍색 연구』 / 『네 개의 서명』 / 『셜록 홈스의 모험』 / 『셜록 홈스의 회상록』 /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 「동기와 기회」 / 『몰타의 매』 / 『보물섬』 / 『솔로몬 왕의 보물』 / 『해저 2만 리』 / 『80일간의 세계 일주』 / 『세계들의 전쟁』 / 『타임머신』

7th Brunch Time 추리 소설의 걸작들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 / 셜록 홈스 시리즈―추리는 지적인 모험 / 푸아로와 마플―범죄의 여왕이 창조한 걸작 캐릭터 / 하드보일드―냉혹한 현실을 ‘하드’하게 그리다

8th Brunch Time 보물찾기
『보물섬』, 해적선과 보물찾기의 로망 / 『솔로몬 왕의 보물』

9th Brunch Time 사이파이의 고전적 주제들
공간의 확장 / 외계인의 침공 / 시간 여행

Chapter 4 셰익스피어를 읽는 시간

· 메인 브런치: 희극 편 / 비극 편 / 역사극 편
· 원전 토핑: 『베니스의 상인』 / 『말괄량이 길들이기』 / 『뜻대로 하세요』 / 『맥베스』 / 『햄릿』 / 『로미오와 줄리엣』 / 『시련』 / 『헨리 5세』 / 『리처드 3세』 / 『줄리어스 시저』

10th Brunch Time 희극 편
셰익스피어를 읽기 위하여 / 베니스의 ‘상인’은 누구인가? / 『말괄량이 길들이기』, 보스의 조건 / 『뜻대로 하세요』, 엎치락뒤치락 사랑 이야기

11th Brunch Time 비극 편
『맥베스』, 궁극의 배신 이야기 / 『햄릿』, 생각이 너무 많은 왕자 이야기 / 『로미오와 줄리엣』, 지고의 사랑인가, 미성년자들의 불장난인가

12th Brunch Time 역사극 편
『헨리 5세』 / 『리처드 3세』와 장미 전쟁의 결말 / 『줄리어스 시저』

Chapter 5 근대 소설의 거인들

· 메인 브런치: 위고의 서사, 플로베르의 서술 / 영국 소설가들의 계보 / 러시아 소설의 힘 / 미국의 대가들
· 원전 토핑: 『레 미제라블』 / 『보바리 부인』 / 『오만과 편견』 / 『막대한 유산』 / 『데이비드 코퍼필드』 / 『에드윈 드루드의 수수께끼』 / 『율리시스』 / 『전쟁과 평화』 / 『안나 카레니나』 / 『죄와 벌』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 『주홍 글씨』 / 『모비 딕』 / 『허클베리 핀의 모험』 / 『위대한 개츠비』 / 「부자 소년」 / 『분노의 포도』 / 『노인과 바다』 / 「킬리만자로의 눈」

13th Brunch Time 위고의 서사, 플로베르의 서술
『레 미제라블』과 장 발장의 죄 / 플로베르와 프랑스 사실주의 산책

14th Brunch Time 영국 소설가들의 계보
‘칙릿’의 원조 제인 오스틴 / 디킨스가 남긴 위대한 유산 / 『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문학의 항해 일지

15th Brunch Time 러시아 소설의 힘
『전쟁과 평화』의 스케일 / 『안나 카레니나』의 포스 / 도스토옙스키의 경우

16th Brunch Time 미국의 대가들
너새니얼 호손과 『주홍 글씨』 / 허먼 멜빌과 『모비 딕』 / 마크 트웨인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 ‘위대한’ 피츠제럴드 / 스타인벡의 분노 / 『노인과 바다』, 마초의 노래

Chapter 6 세계문학의 악동들

· 메인 브런치: 풍자의 시대 / 어두운 마력의 문학 / 냉소와 독설의 대가 / 『1984』, 절망의 제국
· 원전 토핑: 『돈 키호테』 / 『걸리버 여행기』 / 『폭풍의 언덕』 / 「변신」 / 『심판』 / 『성』 / 『드라큘라』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바버라 소령』 / 『1984』

17th Brunch Time 풍자의 시대
『돈 키호테』, 기사 문학 거꾸로 뒤집기 혹은 중세와의 유쾌한 결별 / 걸리버의 눈에 비친 인간 세계

18th Brunch Time 어두운 마력의 문학
혼돈과 광기의 사랑 이야기 『폭풍의 언덕』 / 카프카의 소설들 / 고딕 소설의 금자탑 『드라큘라』

19th Brunch Time 냉소와 독설의 대가
오스카 와일드―가진 건 천재성뿐이었던 사내 / 버나드 쇼의 이유 있는 독설

20th Brunch Time 『1984』, 절망의 제국
디스토피아의 전망 / 절망의 제국

Chapter 7 시의 향연

· 메인 브런치: 영국의 낭만주의 / 프랑스 상징주의 시편들 / 생과 신의 찬미 / 지성의 두 가지 양상―엘리엇과 프로스트
· 원전 토핑: 『워즈워스 시선』 / 『바이런 시선』 / 『악의 꽃』 /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말라르메 시선』 / 『발레리 시선』 / 『키플링 시선』 / 『헨리 시선』 / 『기탄잘리』 / 『엘리엇 시선』 / 『프로스트 시선』

21st Brunch Time 영국의 낭만주의
워즈워스―이름값을 한 계관 시인 /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진 바이런

22nd Brunch Time 프랑스 상징주의 시편들
상징주의란 무엇인가? / 보들레르와 『악의 꽃』 /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말라르메의 선언―모든 책을 읽었노라 / 발레리의 시 세계

23rd Brunch Time 생과 신의 찬미
키플링의 「만약―」, 헨리의 「인빅터스」 / 타고르, 『기탄잘리』와 「동방의 등불」 사이

24th Brunch Time 지성의 두 가지 양상―엘리엇과 프로스트
「J. 앨프리드 프루프록의 연가」―그런데 연가 맞아? / 「황무지」를 읽기 위하여 / 프로스트의 선택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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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속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매우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가령 헬레네가 전남편 메넬라오스와의 결투에서 쩔쩔매다 아프로디테 여신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 돌아온 파리스에게 어떻게 말하는지 한번 보자.

“그래서 당신은 싸움에서 돌아왔군요. 차라리 당신이 한때 내 남편이었던 그 용감한 사내의 손에 쓰러졌으면 좋았으련만. 당신은 맨손과 창으로 싸우면 메넬라오스보다 뛰어나다고 떠벌리곤 했죠. 그럼 가세요, 가서 그에게 다시 도전하세요―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그러지 말라고 권해야 하죠. 왜냐하면 당신이 어리석게도 그 사람과 일대일 결투에서 마주한다면 곧 그의 창날에 쓰러져 버릴 테니까요.”

전남편에게 왕창 깨지고 망신을 당한 채 돌아온 파리스를 못마땅해하면서도 금세 그렇다고 멍청하게 또 도전하지는 말라며 걱정하는 헬레네. 만약 이 대목에서 헬레네가 파리스를 마냥 비겁자로 조롱했다든가, 반대로 아무런 불평 없이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을 기뻐하기만 했다면 일차원적인 캐릭터로 남아 버렸을 것이다. 이렇듯 생생한 전투 장면이나, 고대인들의 일상에서 정말 있었을 법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입체적 심리 묘사 등은 모두 『일리아스』를 고전 중의 고전으로 만드는 힘이다.
---「『일리아스』의 리얼리즘」중에서

그런데 이렇게 무슨 먹는 것도 아니고 무려 한 사람의 영혼을 놓고 장난치려 드는 메피스토펠레스는 대놓고 미워할 수만도 없는 악역이다. 심지어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악마, 파이팅!” 하고 응원하게 되는, 독자와 악역 캐릭터 사이에 스톡홀름 증후군 비슷한 심리까지 생길 지경이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가 곰곰 생각해 보면, 우선 메피스토펠레스는 비단 파우스트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 가려운 곳을 골라 팍팍 긁어 주는 존재다. 즉 우리가 한번은 생각해 봤음 직하지만 체면이나 주변 분위기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다. 그런 맥락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처음 접근했을 때 정체를 밝히라고 다그치는 파우스트에게 내놓는 답변이 일단 걸작이다.

파우스트: 그럼 너는 누구냐?
메피스토펠레스: 나는 항상 악을 탐하면서도 언제나 선을 행하는 힘의 일부입니다.

사기꾼이 스스로를 사기꾼이라고 소개하는 법은 없겠다. 하지만 역시 “나는 메피스토펠레스라고 합니다. 직업은 악마죠”라고 하는 것보다 위의 대답은 얼마나 시적인가? 그렇게 우리의 숨은 본성과 욕망에 호소하는 어두운 힘이 바로 악마의 특기인지 모른다.
---「악마, 파이팅!」중에서

셜록 홈스의 추리력과 관련하여 「실버 블레이즈의 모험」에 등장하는 “밤 시간 개에게 일어난 수상쩍은 상황(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또한 오랫동안 서구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표현이다. 추리력과 개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유명한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의 사육사가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던 홈스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던 밤 마구간을 지키던 개가 짖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사건 관계자 가운데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홈스가 이 단서와 관련해 런던 경찰청에서 파견된 그레고리 경사와 나누는 대화를 잠깐 감상해 보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만한 사항이라도 있나요?”
“밤 시간에 개에게 일어난 수상쩍은 상황을 생각해 보시죠.”
“밤에 개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게 수상쩍다는 겁니다.” 홈스가 말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우리 한국의 옛 속담을 생각해 보자. 연기가 난다는 것은 불을 지피는 활동이라는 원인에 의한 결과다. 따라서 이 속담을 거꾸로 풀어 보면,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면 밑에서 불을 지피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실버 블레이즈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개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짖게 되어 있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나던 밤 개가 짖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 대목부터 홈스의 추리력은 불붙기 시작한다.
---「셜록 홈스 시리즈-추리는 지적인 모험」중에서

『뜻대로 하세요』에는 숲 속으로 망명한 태공을 따라다니며 매번 중요한 순간에 썰렁한 대사를 읊어 흥겨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썰렁맨’ 자크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가 2막 7장에서 중얼거리는, “세계는 하나의 연극 무대(All the world’s a stage)”로 시작하는 독백 또한 셰익스피어 대사의 백미로 꼽힌다.

세계는 하나의 무대요,
모든 남녀는 배우일 뿐.
사람들은 저마다 퇴장과 등장이 있고,
살아가는 동안 여러 배역을
일곱 시절에 걸쳐 소화하죠.

이어서 그는 아기 역부터 시작되는 일곱 역할을 각각 묘사하는데, 학생, 연인, 군인을 거쳐 커리어와 허세를 좇는 중년과 장년의 배역을 소화하고 나면 끝으로 노년이 온다. 인간이 그 마지막 일곱 번째 배역을 어떻게 마무리 짓는지 보자. 심히 우울하다.

이 이상하고 파란만장한 역사를 끝맺는
최후의 장면은
두 번째의 철없는 아동기, 그리고 다만 망각뿐이죠,
이도 없이, 눈도 없이, 입맛도 없이, 아무것도 없이.

자크에 의하면 사람은 이렇게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7단계의 변신 연기를 시행하는데, 그래 봤자 결국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쯤 되면 썰렁맨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독한 허무주의자에 가깝다. 하지만 얼핏 『뜻대로 하세요』라는 코미디와는 맞지 않을 듯이 약간 터무니없는 이 자크라는 캐릭터는 묘하게도 작품 속에 이질적이지 않게 녹아들어 있다. 약간 맛이 떨떠름한 감초 역할이라고나 할까.
---「『뜻대로 하세요』, 엎치락뒤치락 사랑 이야기」중에서

피쿼드 호의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 역시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작품에서 스타벅은 시간이 갈수록 에이해브 선장을 교주로 모시고 모비 딕 잡기를 사명으로 여기는 사이비 종교 집단 비슷하게 변해 가는 피쿼드 호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에이해브와 스타벅이 나누는 대화를 잠깐 보자.

“하지만 스타벅 군, 이 시무룩한 얼굴은 뭐지? 자네는 흰 고래를 쫓지 않을 건가? 모비 딕 사냥에 참여하지 않을 셈인가?”
“에이해브 선장, 만약 놈이 우리가 따라가는 항해 경로에 나타난다면야 나는 그놈의 사악한 턱주가리를, 아니 저승사자의 턱뼈라도 사냥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 고래를 잡으러 왔지, 내 지휘관의 복수를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 에이해브 선장,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당신의 그 복수심이 고래 기름을 도대체 몇 배럴이나 생산할까요? 낸터킷의 고래 기름 시장에서 큰돈을 벌지는 못할 겁니다.”

에이해브와 그 똘마니들의 으쌰으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스타벅. 하지만 비록 동료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었는지 몰라도 그의 이름은 『모비 딕』에 등장하는 어떤 캐릭터보다도 더 현대인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왜냐하면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라고 할 스타벅스(Starbucks)가 바로 그의 이름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회사 창립자들 중 한 명이 『모비 딕』의 광팬이라는 인연 덕분이었다.
---「허먼 멜빌과 『모비 딕』」중에서

보들레르는 인간의 내면을 이렇게 온갖 추잡한 맹수들로 상징되는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이라고 정의하더니, 다시 그 악덕 가운데서도 최악의 존재는 따로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게 파괴력이 큰 악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놈’의 정체를 한번 보자. 격정에 넘치는 피날레, 시의 마지막 연이다.

권태!―눈물이라도 고인 듯한 젖은 눈으로,
놈은 담뱃대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라, 독자여, 그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의 독자여,―내 동류,―내 형제여!

원래 프랑스어이기도 한 ennui는 흔히 권태(boredom)로 해석되지만, 무료함, 따분함보다는 삶에 대한 의지나 정열 자체가 식은 보다 심각한 정신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이 한번 여기에 빠지면 술, 마약, 도박 등의 보다 파멸적인 자극을 찾는 단계로 넘어가기 쉽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보들레르가 권태를 이토록 요주의 괴물로 묘사한 이유 역시 “교수대를 꿈꾸는”, 즉 인생을 한 방에 훅 가게 할 수 있는 파괴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선의 독자여,―내 동류,―내 형제여!”로 마무리되는 이 시 한 편에서 알 수 있듯이, 보들레르의 미덕은 무엇보다 그 솔직함과 화끈함에 있다. 시인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은 물론이요, 그렇게 하면서 독자에게도 어서 그 구질구질한 속내를 드러내고 발가벗으라고 다그친다. 보들레르의 시를 읽으면 마치 구정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온 듯한 느낌과 함께 역설적으로 그 구정물로 깨끗하게 ‘씻김굿’을 당한 듯한, 일종의 뒤틀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보들레르와『악의 꽃』」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사람들이 칭찬은 하면서도 읽지는 않는 책”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서는 고전(classic)을 “고대 그리스 혹은 로마의 저작물”, “지속적인 탁월함을 가진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그런가 하면 재치와 입담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사람들이 칭찬은 하면서도 읽지는 않는 책”이라며 이른바 식자들의 허영을 비꼬기도 했다. 바로 이 트웨인이 1884년 발표한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또한 “모든 현대 미국 문학은 허클베리 핀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책 단 한 권에 뿌리를 둔다”고 하면서 ‘미국식 글쓰기’를 정립한 전무후무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그렇지만 정작 트웨인 자신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 첫머리에 붙인 ‘고지 사항’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이 이야기에서 무슨 동기를 찾으려는 독자는 고발당할 것이다. 교훈을 찾으려는 독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줄거리를 찾으려는 독자는 총에 맞을 것이다.”
『세계문학 브런치』의 저자 정시몬은 바로 이런 트웨인의 정신에 십분 공감하며, 독자들의 눈을 어지럽히는 평론과 해석을 일단 제쳐 두고 ‘고전 문학의 참맛’을 조금씩이나마 직접 선보이려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그 어떤 이득을 따지기에 앞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어야 한다.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면서 그로부터 섭취할 수 있는 각종 비타민과 풍부한 섬유소만 생각하는 사람은 뭔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사과는 우선 맛으로 먹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의 각 챕터에 엄선된 세계문학의 명장면, 명문장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문학의 ‘맛’을 음미하는 기회를 누렸으면 한다.”

의미와 가치를 따지기보다 우선 문학의 ‘맛’에 집중하라!

‘칭찬은 하면서도 읽지는 않는 책’ 가운데 단연 첫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라면 아마도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들 수 있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지은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모티브를 따온 『율리시스』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배경으로 리오폴드 블룸이라는 사내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흔히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히기도 하는 대작인 동시에, 저 유명한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든가 작가가 작품 속에 의도적으로 숨겨 놓은 수많은 비유와 상징 때문에 난해하기로도 악명이 높다. 오늘날에도 『율리시스』를 읽는다는 것은 꽤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지며, 소수의 용기 있는 문학 독자만이 이 소설에 덤벼드는 형편이다.
저자는 『율리시스』가 이렇게 ‘읽을 엄두도 못 내는 고전’이 된 것을 무척 안타까워하며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하고 간단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그저 책을 성큼 집어 들고 읽으라는 것이다. 본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해설이니 주석이니 하는 것들을 일단 뒤로하고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깨알같은 재미를 느낄 만한 대목이 곳곳에 있다고 귀띔한다. 주인공 블룸의 식도락 취향을 아기자기하게 소개한 구절이라든가, 유대인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를 비꼰 아일랜드식 블랙 유머를 그 예로 들면서, “『율리시스』는 여느 문학 작품처럼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일단 책을 집어 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아니 읽을수록 재미가 우러나는 그런 책이다”라고 단언한다.

영원한 생명력을 발하는 고전 80여 편의 축제

문학이 독자에게 직접 전하는 재미와 감동에 초점을 맞추는 『세계문학 브런치』에는 서양 문학의 원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부터,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품 추리 소설, 영문학의 보물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과 역사극, 독특한 매력을 내뿜는 카프카의 부조리 소설, 담백한 시어로 깊은 울림을 전달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전원시에 이르기까지 50여 작가들의 시, 소설, 희곡 작품 80여 편이 망라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본래의 예술성과 함께 최소 수십 년, 최대 수천 년간 인류의 집단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온 문자 그대로의 고전들이다. 다시 말해, 이미 그 저자들의 시대나 국적을 초월하여 세계사적 보편성을 획득한 작품들이니 일단 믿고 읽어 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품질 보증 딱지가 붙어 있는 셈이다.”
저자는 사실 자신의 문학적 취향이 마이너리티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널리 알려진 작품이나 베스트셀러보다는 ‘숨은 진주’를 찾아내어 감상하는 쪽이 훨씬 더 즐겁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문학 브런치』에 수록된 작품 목록은 이른바 세계문학의 ‘정전(正典)’이라 할 만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이런 작품들이 “소문난 맛집에 진짜로 먹을 것도 많이 있는 경우”라며, 독자들에게 문학의 별전(別典) 내지 외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그다음에 들여다보더라도 늦지 않다고 권한다.
하지만 역시 자신의 삐딱한 기질을 온전히 억누를 수는 없었던 탓일까, 이른바 순수 문학뿐만 아니라 ‘장르 문학’에도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여기에는 셜록 홈스나 마플 양 같은 명탐정이 날카로운 눈과 비상한 두뇌를 뽐내는 추리 소설, 제국주의적 팽창의 기운이 만연하던 대영제국의 전성기에 인기를 얻은 모험 소설,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상상력을 보여 준 쥘 베른과 H. G. 웰스의 사이파이(sci-fi, 과학 소설) 고전들이 소개되어 있다.

비슷하면서도 상반된 대가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며 눈을 넓힌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재미가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기쁨이나 유쾌함 같은 긍정적 감정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담백하고 명쾌한 언어로 쓰인 프로스트의 시 「택하지 않은 길」(흔히 「가지 않은 길」이라고도 번역된다)을 읽노라면 숲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언어의 삼림욕’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가 하면,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가 『악의 꽃』에서 인간의 구질구질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시구를 감상할 때는 마치 구정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오면서 일종의 ‘씻김굿’을 당한 듯한 뒤틀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세계문학의 보석 같은 대목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짜릿하게, 은근하게, 유쾌하게, 음울하게 오감을 한껏 북돋는 문학의 축제를 즐기게 된다.
끝도 없이 펼쳐진 문학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비슷하면서도 그 차이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 또한 문학 읽기로 얻을 수 있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세계문학 브런치』 속에는 이런 대결 구도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의 거장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 같은 대하소설을 통해 장대한 서사의 힘을 보여 주었다면, 비슷한 시기에 『보바리 부인』을 쓴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작가 개인의 감정을 배제한 채 엄격한 객관성을 추구하며 당대의 사회상에 대한 사실적 묘사의 모범을 제시했다. 오스카 와일드와 조지 버나드 쇼는 모두 ‘냉소와 독설’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이지만,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문학 자체의 미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 와일드가 정치적으로 다소 개인주의자 내지 무정부주의자였던 데 비해, 평생에 걸쳐 사회 변혁에 관심을 가졌던 쇼는 희곡 『바버라 소령』을 통해 민중을 계몽함으로써 그들을 빈곤과 무지에서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문학, 아니 세계문학의 거인 중의 거인이라 할 수 있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톨스토이가 세계문학의 큰 봉우리라면 도스토옙스키는 심해, 혹은 심연이라고 할까. 톨스토이가 화려한 러시아 상류 사회로부터 민초들의 삶까지를 아우르는 스케일 속에서 인간의 지성과 인식 확장을 도모한다면,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정신 속에서 요동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마치 강력한 자기장처럼 주변 세계 역시 그 질문 속으로 빨아들이는 일종의 문학적 ‘흡성대법(吸星大法)’을 구사한다. 톨스토이의 소설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반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약간만 과장하자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율이 느껴진다.”

문학, 그 재미를 넘어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자신의 지혜가 부족한 것을 자책하는 파우스트에게 접근한 메피스토펠레스는 자기가 가진 악마의 능력을 빌려주겠다는, 언뜻 달콤해 보이지만 실상은 무시무시한 제안을 던진다. 하지만 파우스트로서는 그 유혹을 차마 뿌리칠 수가 없다. 이렇게 메피스토펠레스는 한 사람의 영혼을 놓고 장난을 치는 악마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묘한 친근감이 들기까지 한다. 그 이유를 저자는 메피스토펠레스가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속 가려운 곳을 골라 팍팍 긁어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우리가 한번은 생각해 봤음 직하지만 체면이나 주변 분위기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 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첫 만남에서 정체를 밝히라고 다그치는 파우스트에게 “나는 항상 악을 탐하면서도 언제나 선을 행하는 힘의 일부입니다”라고 응수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저 능청스러운 입담을 통해 우리는 시원함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인간의 위치, 현실의 삶을 자기도 모르게 곱씹게 될지도 모른다. 위대한 문학 작품은 이렇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비틀어 보여 주면서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세계문학 브런치』의 첫 번째 목표는 앞서 말했듯 독자들에게 고전 문학의 진정한 재미를 다시 일깨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만 맛보고 던져 버리기에는 고전이 품고 있는 보물이 너무나 아깝다. 탁월한 문학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의미와 가치는 가히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 무게를 처음부터 떠안고 끙끙대며 출발할 필요는 없다. 시작은 우선 가볍게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를 찾다 보면 어느새 대작에 담긴 지혜와 식견, 통찰 또한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교양을 가득 움켜쥘 욕심으로 고전의 넓은 바다에 뛰어들게 만들기보다는 그저 손 가는 대로 한두 권씩 읽으면서 흥미를 붙이다가 책벌레로 변신하는 과정을 돕는 작은 길잡이 역할을 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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