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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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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수무책 딸의 마지막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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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26g | 128*188*20mm
ISBN13 9788925534176
ISBN10 892553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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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최영희 여사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날부터 연거푸 이틀을 학교에 찾아와야 했다. 첫날은 입학식에 내 손 잡고 데려오느라, 두 번째 날에는 내가 두들겨 팬 애들 엄마와 담임에게 사과하러. 그러게, 누가 이름을 이 따위로 지으래?
“애애자아는~ 아빠 없는~ 장애자래요~ 장애자래요~.”
그렇다. 애자. 이게 바로 내 이름이다. 사랑 애(愛)에 자식 자(子). 촌스럽기 짝이 없는데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기까지 한 이름. 애들은 내 이름을 듣자마자 킥킥 웃으며 눈알을 굴려댔다. 왜 사랑하는 자식에게 굳이 ‘사랑하는 자식’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주어서 그 사랑하는 자식을 자꾸 시험에 들게 하는 걸까. 안 그래도 팍팍한 인생인데 이름 때문에 고생이 더 별스럽다.
나는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날 따라다니며 노래를 불러대는 녀석들의 코를 한 대씩 쥐어박아 쓰리콤보로 코피를 터트렸다. 순진한 얼굴을 한 담임 선생님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올 때까지 녀석들 정강이도 쓰리콤보로 걷어차 주었지. 어휴, 이 자식들이 나랑 같은 유치원에 다녔다면 이렇게 대책 없이 까불지는 않았을 텐데.
“뭔 놈의 문디 가스나가 이리 별나노!”
파란만장한 유치원 시절부터 선생님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최영희 여사는 첫날부터 무슨 망신이냐며 내 등짝만 후려쳤다. 역시, 엄마는 이름만 그렇게 지어놨을 뿐 날 사랑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 pp.9~10

“그래도 피붙인데, 합의 봐야지예. 일단 진단서 보입시더.”
대머리 불도그가 기다렸다는 듯 상해진단서를 내놓았다. 최영희 여사는 우아하고 침착한 태도로 돋보기를 꺼내더니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소파의 낡은 보푸라기만 뜯어내고 있었다.
“전치 4주면…… 한 이백이면 되겠네예. 그지예?”
그동안 하도 내 깽값 물어주러 다니다 보니 척 하면 착 하고 견적이 나오는 모양이다. 보험회사에서 당장 스카우트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불도그가 대화가 좀 통하는군, 하는 눈빛으로 바뀌는 순간 최 여사가 품 안에서 꾸깃꾸깃 접힌 종이를 꺼내 내놓았다.
“근데 우리 아도 쪼매 다치가……. 아 해봐라.”
나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하기 힘든 상황에 어떻게 입을 벌리란 말인가.
“퍼뜩!”
최영희 여사가 손을 치켜들었다.
“아아……”
눈물을 찔끔 흘리며 입을 벌렸다. 훤히 드러난 입 안을 본 불도그와 고삐리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양쪽 어금니가 깨끗하게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치 4주는 피장파장이고. 가만 있자…… 어금니 새로 박을라카면 개당 삼백에…….”
기세등등하던 불도그가 자라목처럼 움츠러들었다.
“아니, 쌈질하다 어금니도 뽑힙니까?”
최영희 여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사 마 그건 모르겠고…….”
언제 준비했는지 계좌번호가 적힌 종이를 탁자에 탁! 올려놓는다.
“깔끔하게 한 장으로 합의 보입시더.”
자해공갈단에서 스카우트해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최영희 여사다.
--- pp.50~5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고등학교 시절 ‘부산의 톨스토이’로 이름을 날렸던 박애자. 소설가의 꿈을 품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고리짝적 지방신문 당선 경력과 바람둥이 남자친구, 산더미 같은 빚만 남은 스물아홉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갑갑한 상황에서도 깡다구 하나는 죽지 않은 그녀의 유일무이한 적수는 바로 엄마 최영희.
눈만 뜨면 ‘소설 써서 빤스 한 장이라도 사봤나!’ 하고 구박하는 엄마에게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던 애자는 오빠의 결혼식에서 상상초월의 이벤트를 벌이고,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통쾌한 복수를 마치고 콧노래를 부르며 귀가하던 그녀에게 엄마 영희가 쓰러졌다는 연락이 오고, 병원으로 달려간 그녀에겐 더욱 놀라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상상도 하지 못한 엄마의 이별 통보.
있을 땐 성가시고, 잔소리가 지겹기만 하던…….
“과연 내가, 그녀 없이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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