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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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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28g | 128*187*20mm
ISBN13 9791160270167
ISBN10 116027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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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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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상훈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고, 레스코프의 성자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성공회 사제로 있다. 『정경 해체 기법으로서의 성자전 문학』을 독일에서 출간했으며, 레스코프의 작품 가운데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외 『괴물 셀리반』, 『왼손잡이』, 『광대 팜팔론』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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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리나 리보브나는 타고난 미녀는 아니었지만, 매우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그녀는 스물네 살밖에 되지 않았다. 키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으나 균형 잡힌 몸매에, 그야말로 대리석을 깎아놓은 것 같은 목, 둥근 어깨, 탄탄한 가슴, 섬세하고 오뚝한 코, 검고 활기 있는 눈동자, 희고 높은 이마와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쿠르스크 현의 투스카르 지방에서 우리 지방의 상인인 이즈마일로프에게 시집왔는데, 그것은 사랑이나 어떤 매력 때문이 아니라, 이즈마일로프가 그녀에게 청혼을 했고, 가난했던 그녀로선 신랑을 고를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중에서

“맞아, 나도 지루해.” 카테리나 리보브나가 무심결에 말했다. “이런 생활이 어떻게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마님, 혹시나 남들처럼 당신에게 애인이 있다고 해도, 그를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 같군요.” “너, 무슨……. 그런 건 아니야. 애라도 있다면 좋았을 텐데.” “아기만 해도 그렇죠.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마님, 아기는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머슴살이도 할 만큼 했고, 부잣집 마나님들 생활이 어떤지 보아온 저희가 정말 모를 줄 아십니까? 이런 노랫말도 있지요. ‘사랑하는 이가 없으면 슬픔과 애수에 사로잡힌다’고. 바로 그 애수가 말이죠, 제 마음에도 너무나 커서 날카로운 칼로 그것을 베어내어 당신 발 앞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정말 제 마음이 백배는 더 편해질 것 같습니다…….” 세르게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왜 나한테 네 마음에 대해 말하는 거지? 그런 건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니 돌아가.” “아닙니다, 주인마님.” 세르게이는 온몸을 떨면서 카테리나 리보브나에게 다가섰다. “저는 당신 역시 나만큼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당신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 이 순간에는 모든 것이 당신의 손에, 당신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가 단숨에 말했다. “너,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 왜 내게 다가오는 거야? 창문으로 뛰어내릴 거야.”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창틀을 꼭 잡았다. “한없이 귀중한 나의 생명이여! 어디로 뛰어내리려 하지요?” 젊은 여주인을 창문에서 떼어내며 세르게이가 거침없이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아, 아, 이거 놔.” 세르게이의 뜨거운 입맞춤에 힘이 빠지면서 카테리나 리보브나가 조용히 신음 소리를 냈다. 그녀는 어느새 그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중에서

“저것 봐, 세료자, 정말 낙원 같아.” 머리 위로 꽃이 만개한 사과나무 가지 사이에 걸린 청명한 보름달과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카테리나 리보브나가 탄성을 질렀다. 사과나무 잎사귀와 꽃잎 사이로 스며든 달빛이 고개를 위로 젖히고 누워 있는 카테리나 리보브나의 얼굴과 온몸에 기묘한 빛의 반점들로 흩어져 이리저리 움직였다. 사방이 고요했다. 가볍고 따스한 미풍이 졸린 듯한 나뭇잎들을 가볍게 흔들면서 만개한 풀과 나무의 연한 향기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무언가 사람을 지치게 하면서 나른하고 몽롱하게 만들고 또 어두운 욕망으로 이끄는 기운이 느껴졌다. 세르게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연분홍빛이 감도는 사과나무 꽃들 사이로 하늘을 계속 응시했다. 세르게이도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하늘에는 관심이 없었다. 양팔로 무릎을 감싸안은 채 그는 자기 장화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중에서

‘내가 고양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카테리나 리보브나, 너는 정말 영특하구나.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명망 있는 상인 보리스 치모페이치라고. 내가 지금 이렇게 형편없어 보이는 것은, 며느리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내장이 전부 녹아버렸기 때문이야.’ 고양이는 으르렁거렸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쭈그러진 모습으로 고양이가 되어서, 내가 실제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전혀 감도 못 잡는 사람들에게 나타나고 있지. 그런데 너는 지금 우리 집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지, 카테리나 리보브나? 혼인 서약은 잘 지키고 있나? 나는 네가 어떻게 세르게이 필리프이치와 네 남편의 침대를 뜨겁게 달구는지 보려고 일부러 무덤에서 나왔지. 야옹야옹.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나를 무서워할 것 없어. 보다시피 네가 해준 음식 때문에 눈알이 다 빠져 나왔어. 내 눈 좀 보렴, 며늘아가야. 무서워할 것 없어!’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사력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그녀와 세르게이 사이에 다시 고양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죽은 보리스 치모페이치의 머리와 똑같은 크기의 머리를 달고 있었고, 눈 대신에 소용돌이 불꽃이 빙빙 돌고 있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중에서

“애, 걔 ?걔 ?걔! 자넨 안 돼, 좋게 말할 때, 나랑 싸울 생각은 하지 말라고.” “왜 안 된다는 거죠, 돔나 플라토노브나? 도대체 왜 당신은 습관처럼, 아무도 당신에게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아니야, 습관처럼 싸움을 거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자네들이야. 이보게, 아직은 두고 보라고. 일단 먼저 나만큼 오래 살아본 다음에 싸움도 할 수 있는 거야. 인생의 풋내기나, 페테르스부르크 물정을 모르는 사람은, 내 충고하건대, 가만히 앉아서, 노장들이나 이곳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들으라고.” 레이스 상인인 내 친한 친구 돔나 플라토노브나는, 내가 그녀의 충고나 의견에 따르지 않을 때면, 이런 식으로 매번 내 말을 막았다. 그녀는 아는 사람이 자기 생각에 동조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말할 경우, 그런 식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그건 그렇고 돔나 플라토노브나는 아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그녀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심지어 ‘셀 수 없을 정도’이고, 게다가 아주 각양각색이었다. 집사들, 백작들, 공작들, 궁중하인들, 주방장들, 배우들과 유명한 상인들. 한마디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성적인 면에 관해서는 내세울 게 전혀 없었다. 여성적인 면에서 돔나 플라토노브나는 한 번도 칭송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여자다운 면!” 언젠가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녀가 말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지!” 그러면서 돔나 플라토노브나는 주먹을 쥐어 보이곤 했다. “나한테 여성미인지 뭔지는 바로 이 안에 있다고.” ---「쌈닭」중에서

어찌됐든 나는 독자들에게 돔나 플라토노브나를 가능한 한 자세히 소개해야겠다. 돔나 플라토노브나는 키가 크지 않았는데, 크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작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녀는 거대해 보였다. 이런 착시 현상은 돔나 플라토노브나가, 흔히 말하듯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뚱뚱했기 때문인데, 높이로 자라지 못한 것을 넓이로 대신한 듯했다. 그녀가 앓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건강이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걸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산이 움직이는 듯이 보였다. 그녀의 가슴이 보이기만 하면 벌써 두려움이 생길 정도로 엄청났다. 그래서 그녀, 돔나 플라토노브나는 언제나 불만을 늘어놓았다. “내가 좀 풍만하긴 하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진짜 힘은 전혀 없어. 게다가 잠은 그야말로 떡잠을 잔다고. 눕기도 전에 곯아떨어져버리거든. 그리고 나는 한 번 잠들면, 누가 나를, 참새들이 있는 곳에 허수아비로 세워놓는다고 할지라도, 양껏 다 자기 전엔, 결코 아무것도 느끼질 못한다고.” 돔나 플라토노브나도 자기의 지독한 잠을, 자신의 풍만한 몸이 지닌 병 가운데 하나로 여겼는데, 나중에 보겠지만, 잠 때문에 그녀는 적지 않은 우환과 불행을 겪어야 했다. ---「쌈닭」중에서

나는 작은 방에 있는 그녀에게 가서 말했어. ‘레카니다 페트로브나, 당신은 정말 행운을 타고났군요. 돈 이야기를 하자마자, 이렇게 돈이 생겼네요.’ 그녀 앞에 지폐를 펼쳐놓았더니, 그녀가 물었어. ‘누가 이걸? 어떻게? 어디서?’ 그래서 내가 ‘하느님이 당신에게 보내셨어요’라고 크게 말하고는 귀에 대고 속삭였어. ‘저기 저 양반이 당신의 관심을 한 번이라도 받아보려고 당신에게 보낸 거예요. 빨리 챙기세요!’ 아, 그랬더니 그녀의 눈에서 완두콩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겠어.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무슨 눈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고. ‘이 돈을 챙기시고 잠깐 저 방에 가 계세요. 그 사이에 내가 여길 좀 치우지요.’ 어때, 자네 생각에는, 내가 잘한 것 같은가?” 나는 돔나 라토노브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입가에 교활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모두 순박하고 진심 어린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가련한 여인을 돕겠다는 선한 마음과, 갑작스럽게 닥친 행운을 어떻게 해서든 놓치지 않으려는 조바심, 자신이 아닌 가련한 레카니다에 대한 걱정만이 나타나 있었다. “자네 생각에는 어때? 나는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고 생각했어.”
---「쌈닭」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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