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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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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36g | 118*180*20mm
ISBN13 9788972757924
ISBN10 8972757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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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와 함께 그 앞으로 가서 해미시가 버스 문을 두드렸다. 셰릴이 문을 열었다. “돼지가 두 마리나 왔네.” 역겹다는 투였다.
“이봐요.” 윌리가 반박했다.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해 댈 이유가 없잖아요.”
“꺼져.” 이렇게 말하고는 셰릴이 갑자기 양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애절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대체 왜 늘 나만 못살게 구는 거예요?”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경사님?” 해미시의 뒤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물었다. 그가 뒤돌아봤다. 목사의 아내 웰링턴 부인이 서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숀이 그 초록색 눈에 조소하는 듯한 표정을 담고 건들건들 몸을 흔들며 서 있었다. --- p.16~17

목사는 멍하니 연필 꽁무니를 씹다가 내려놓았다. “그들의 삶의 방식에는 뭔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네. 나도 가끔 모든 책임을 내려놓고 무작정 길을 떠나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거든.”
“그럼 세금은 누가 내나요?”
“저들은 아직 젊지 않은가.” 웰링턴 씨가 편안하게 말했다. “그러니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성장해 갈 시간이 충분하네.”
“제 짐작으로 숀 거레이는 20대 후반입니다.” 해미시가 지적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입이 너무 걸어요.”
“그래도 내가 보기엔 그 아가씨도 매력적이더구먼.”
“글쎄요, 목사님은 지금 속고 계신 거예요. 나중에 제가 경고하지 않았다는 말씀 마세요!” --- p.22

“이 마을에 친구가 많으신가요?” 도리스가 윌리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아니요, 로흐두에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스트래스베인에는 한 파거리가 있어요.”
“패거리.” 해미시가 숨죽여 정정해 주었다.
“상관없습니다.” 윌리가 말을 이었다. “저는 늘 여행을 다니고 싶었거든요. 미국에 이모가 한 분 계시는데, 한번 꼭 찾아뵙고 싶기도 하고요.”
“미국 어디요?” 도리스가 물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콘돔에 살고 계세요.”
도리스가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음, 에이즈가 만연한 시절에 무척이나 안전한 곳이겠어요.”
윌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아, 그렇죠, 콘돔에는 보안 카메라도 설치돼 있고 경비원도 있고 그러니까요.” --- p.25

그때 목사가 갑자기 회중을 내려다보며 설교를 시작했다. 해미시가 전에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가혹한 목소리였다. “너희 중 많은 자가 지옥 불에 타게 되리라!”
어디선가 만족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클레인 부인이 페퍼민트 사탕을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배 중에 초콜릿을 먹는 것은 죄를 짓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사탕은 괜찮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다.” 목사가 말을 이었다. “너희 중에 거짓말쟁이와 간음한 자가 많이 있으니, 너희는 불구덩이에 던져져서 살점이 튀겨지고 악마의 갈퀴가 갈라진 피부를 찌르게 될 운명이니라.”
설교는 한 시간 40분 동안이나 울려 퍼졌다. 해미시는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의 개암나뭇빛 눈동자에 이해의 빛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목사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악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 줄 것을 하느님께 기도드리자고 말하며 설교를 마무리했을 때였다. --- p.84~85

다음 날 발행된 [스트래스베인앤드하일랜드 가제트]에는 숀과 셰릴의 사진이 1면을 장식했다. 숀은 영화배우처럼 근사해 보였고, 셰릴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꽃무늬 면 원피스 차림에 머리는 양 갈래로 묶고 있었다. 기사는 숀의 말을 인용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들은 그저 아름다운 스코틀랜드 고지의 삶을 즐기고픈 한 쌍의 연인일 뿐인데, 경찰의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숀을 장발의 떠돌이라고 했던 턴불 경위의 말도 인용되어 있었다. 이 기사는 숀과 셰릴이 목사 부부의 전적인 허가 아래 목사관 땅에 개조한 버스를 세워 두고 생활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스트래스베인 경찰 본부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는 그 한 쌍의 남녀 곁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를 내려 보냈다. --- p.94~95

루차가 혼자 힘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고? 해미시는 의아했다. 그녀는 숀과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페라리 씨에게 애원할 정도로 숀을 좋아했다. 그녀도 버스로 찾아갔던 여자 중 하나일까? 숀이 루차에게 치근대기 시작한 것은 셰릴이 떠난 후였기에 셰릴은 모를 터였다.
그는 지쳐서 고개를 저었다.
“페라리 씨가 그 얘기를 엿들었다고 절 비난하시던가요?” 윌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해미시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자네 본 임무를 무시하고 그 집에 공짜 노동을 제공하는 한, 그분이 자넬 쫓아내는 일은 없을 거야.”
“지금까지 로흐두에 뭐 심각한 일이 일어나거나 한 것도 아니잖아요.” 윌리가 뚱하게 말했다.
“그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만 빼고 말이지.” 해미시가 말했다.
--- p.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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