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1년 09월 23일 |
---|---|
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521g | 140*210*30mm |
ISBN13 | 9788937483882 |
ISBN10 | 8937483882 |
발행일 | 2011년 09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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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521g | 140*210*30mm |
ISBN13 | 9788937483882 |
ISBN10 | 8937483882 |
이야기하기 전부 아니면 전무 또는 그 밖의 무엇 단어 / 의미 숨기 / 찾기 영향 / 말 못하는 천국의 조각들 / 똥 덩어리들 실행 이야기하기 주석 찾아보기 |
고백합니다. 저는 치킨 마니아였습니다. 저와 치느님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됐습니다. 동네 입구 사위들이 꼭 가야 한다는 처★집 앞을 지나갈 때 저는 그냥 가지 않았습니다. 앞에 서서 닭기름의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양념의 짭조름한 맛을 상상했습니다. 간판 밑에 박힌 전화번호를 외우며 걸어가곤 했습니다. 틈을 엿보며 엄마의 기분이 좋을 때 전화번호를 불러주며 방 안을 뒹굴었습니다. 반반 무마니!를 외쳤습니다.
비닐봉지에 싸인 치킨을 꺼낼 때부터 위장은 요동쳤습니다. 얼른 먹어라, 마음껏 먹어라. 저는 그 명령에 충실했고 항상 먹고 나면 체했습니다. 먹고 나면 후회했습니다. 체하고 약 먹고 손 따고 드러누워서 숨을 몰아쉬고. 반복이었습니다. 냄새를 그리워하고 먹고 체하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으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제 사람들은 먹을거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전혀 몰라요. 먹을거리는 합성물도 아니고, 연구실에서 만들어지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재배해야 해요. 농부들한테 무엇을 재배할지 요구하는 쪽은 바로 소비자인데, 정작 소비자들이 마치 농부들이 원해서 그렇게 했다는 식으로 나올 때가 제일 불쾌합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먹을거리를 원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키운 겁니다. 방목으로 키운 닭이 낳은 계란을 원한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더 말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닭장에서 닭을 키우는 거대한 축사에서 계란을 생산하는 쪽이 더 싸게 먹힙니다. 그게 더 효율적이에요. 다시 말하면, 더 지속 가능하다는 뜻도 되지요."
닭들은공장식 축산의 방법으로 대량으로 값싸게 키워집니다. 24시간 불빛이 환한 닭장에서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곳에서 항생제를 맞아가며 알을 낳습니다. 이 책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닭을 도축하는 KFC에 수차례 문의를 합니다. 어떻게 도축을 하는지 궁금하다고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간편하게 전화를 걸어 주문해 먹었던 닭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살았고 죽음에 이르렀는지 단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고 불쌍한 닭들, 불쌍한 돼지들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돼지들은 똑똑합니다. 지저분하지도 않습니다. 비좁은 축사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더러워 보입니다.
냉장고 옆면에 붙어 있던 치킨집 쿠폰을 아는 사람들에게 주었습니다. 부들부들 손이 떨렸지만 결심을 한 저로서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신발장 안에 숨겨 놓은 음식점 책자들도 버렸습니다.(문 앞에 책자들을 붙여 놓고 가긴 하는데 그럴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하고 버립니다.) 치킨을 시켜 먹지 않겠다. 결심한 지 1년이 흘렀습니다. 주말 저녁 배달 오토바이가 아파트 안을 질주할 때 엘리베이터 안에 떠도는 양념간장 맛의 치킨의 향기를 맡을 때 결심이 흔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아무 곳이나 펼쳐 소리 내어 읽습니다. 내가 먹는, 먹고 싶은, 먹었던 동물들은 안녕히 지냈는가.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먼저 했던 방법은 채식이었습니다. 혹독하고 높은 단계인 비건으로 한 달을 살았습니다. 우유를 끊고 시금치를 먹으며 콩나물과 두부로만 밥상을 차렸습니다.
곡물 재배에 사용되는 1에이커 토지는 육류 생산에 사용되는 1에이커의 토지보다 5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콩류(대두, 완두 콩, 렌즈콩)를 심으면 10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며, 잎이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며, 잎이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고······시금치를 심으면 쇠고기 생산에 사용되는 1에이커의 토지에 비해 무려 26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곡물 재배에 사용되는 1에이커 토지는 육류 생산에 사용되는 1에이커의 토지보다 5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콩류(대두, 완두 콩, 렌즈콩)를 심으면 10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며, 잎이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며, 잎이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고······시금치를 심으면 쇠고기 생산에 사용되는 1에이커의 토지에 비해 무려 26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부딪쳐대는 전차 안 구석 자리
움츠려 앉는
어젯밤 오늘 저녁 가엷은 내 신세여"
먹는 즐거움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하나지요. 무언갈 참아내야 한다는 것, 결심을 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육식의 음식이 내는 소리는 다양하지요. 청각은 미각으로 옮겨져 어느새 침을 삼키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동물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이시카와 타쿠보쿠의 시선』을 읽으며(이 책을 얼마나 찾았는지요. 한동안 절판돼서 구할 수 없었을 때 서점 안 시집 코너 앞을 매번 서성거렸습니다. 발견했을 때 우왓!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머 이건 사야 해!) 짧은 생애를 살다간 시인이 쓴 삶의 편린들을 읽으며 이 세계의 울부짖음과 고통, 슬픔을 생각합니다. 나의 기쁨은 누군가의 눈물, 한숨, 불면증이라는 것을요.
김중혁의 소설 『나는 농담이다』의 주인공, 백 퍼센트 코미디 클럽에서 코미디를 연기하는 송우영은 어머니의 죽음을 겪습니다. 자신도 알지 못 했던 형의 존재와 그의 죽음도 알게 됩니다.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 제가 코미디언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게 바로 이 말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말해 드리죠.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 잘 들으셨나요? 별 얘기 아닌 것 같죠? 저한테는 무척 중요한 말입니다."
내가 살려고 먹는 음식은 죽음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배달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걸 잘 몰랐습니다. 조금 더 많이 먹고 통장에 찍히는 숫자들을 늘리려 했고 많이 가지려 욕심을 부렸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기름진 것 먹고 화려한 옷 입고 사는 게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는 농담인 동시에 진담입니다.
“우리는 정직한 사람들이지만 가끔은 거짓말을 하며, 배려심 깊은 친구이지만 가끔은 눈치 없는 짓을 한다. 우리는 가끔씩 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들이었다.(p. 19)” 라고 고백하는 저자가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보고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통계이긴 하지만 지난 50년간 새 집한채의 평균 가격이 거의 1500퍼센트 증가했고, 새 차 가격이 1400퍼센트 올랐지만, 공장식 축산업이 닭고기 산업에서 쇠고기, 유제품, 돼지고기 산업까지 확산되면서 우유가격은 불과 350퍼센트 오르는데 그쳤으며, 계란과 닭고기 가격은 두 배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올랐을 뿐이라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동물 단백질 가격이 오늘날보다 저렴했던 적은 역사상 없고 이 모든 것이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 이루어 졌다면서,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되는 닭들의 99.9퍼센트, 산란계의 97퍼센트, 칠면조의 99퍼센트, 돼지의 95퍼센트, 소의 78퍼센트가 그렇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둘 다 닭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유전적으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닭 즉, 육계과 산란계가 있으며 이 둘은 다른 ‘기능’을 하도록 설계되어 전혀 다른 몸에 전혀 다른 신진대사로 움직인다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사람에게 아무런 쓰임이 없는 산란계들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평아리들이 미국에서 1년에 2억 5000만 마리 이상 “폐기"되고 있다는 사실도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농장의 동물들은 의료적 상황과 무관하게 그러니까 병이 나기도 전에 항생제를 먹는데, 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에서 해마다 인간에게 투여되는 항생제의 양은 1300만톤이지만, 가축에게 먹이는 양은 8000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 농장 동물들은 인간보다 130배나 더 많은 배설물을 내 놓지만 농장 동물들을 위한 배설물 처리기반시설도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이 모든 사실을 알고는 도저히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자연계에도 동물이 동물을 먹지만, 파괴적으로 동물을 먹어 치우는 동물은 인간 외에는 없으며 단지 고기를 최대한 싸게 많이 먹기 위해 고안된 오늘날의 ‘공장식 축산’은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환경파괴에 그 무엇보다도 크게 영향을 끼치며, 면역력을 파괴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또한 기아에 시달리는 14억 인구를 먹일 수 있는 곡물을 가축들 먹이로 쏟아 붓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면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습니다.
어릴 적 유대인인 할머니가 이차세계대전 당시 피난을 갈 때 러시아 농부가 고기 한 조각을 들고 왔지만 그것이 돼지고기여서 먹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며, 먹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는데 왜 먹지 않았냐면서, 그것이 코셔(전통적인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선택, 조제된 음식)가 아니라서 먹지 않았고 묻는 저자에게 한 “중요한게 아무것도 없다면, 지켜야 할 것도 없는 법이다”란 말의 뜻을 비로서 이해한 저자는 가축에 대해서 먹지 마라는 것도, 관심을 끊어라는 것도 아닌 관심을 갖고 먹으라고 충고를 합니다.
몇 해 전 전국적으로 촛불을 들고서 반대를 했지만 이제는 전세계가 즐겨먹는 먹거리라면서 TV 공익광고에도 등장하는 미국산 소고기 광고를 보면서 싸게 많은 고기를 먹을 순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공장식 축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1.
요즘엔 이른 아침, 혹은 저녁에 자전거질을 곧잘 합니다. 뭐, 머리도 맑게 해주고 기분도 전환시켜주고 해서 여러모로 썩 나쁘지 않아효. 그런데 그러다가 최근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양재천에서 시작해 한강 한남대교를 돌아오는 게 저의 일반적인 코스인데요, 요즘 아침 저녁 날씨가 좀 쌀쌀하잖아요? 그래도 씩씩하게 몸에 짝 달라붙는 기능성 스포츠웨어 하나 입고 씽씽 잘 달리고 있는 와중인데 풀과 나무가 많은 양재천에서 이제 도로가 들어서기 시작하는 탄천 라인쪽에 이르면 온도가 정말이지 180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확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윽고 탄천을 지나 한강에 들어서면 완전 따뜻한 봄바람이 불지요. 해서 으흠, 지구 온난화라는 게 뭔지 이처럼 직접적이고 실감나게 피부로 느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단 말이죠. 갔다가 돌아올 땐 더 확연합니다. 한강변에서 양재천으로 다시 접어들면 마치 냉장고에 들어온 것처럼 찬바람이 피부 속을 파고드니까요. 그러니까 한강에선 아직까지 빤스 바람으로 자전거를 탈만해도 양재천에서는 어림도 없다 그말이지 말입니다.
2.
많은 지구인들이 지구 온난화라고 하는 문제에 대해 이같은 점, 즉 탄소 배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많이들 알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실상 온난화의 주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많이들 모르시는 편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무한도전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도 그들은 탄소배출만을 에피소드로 엮었었죠. 그래서 여기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문장을 하나 발췌해 보겠습니다.
"축산업은 세계를 묶어 주는 그 어떤 수송 수단 보다도 지구 온난화에 40퍼센트나 더 영향을 미친다. 축산업은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다."
쉽게 말해,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 문제에 민감하신 분들은 일단 딴소리들 하시기 전에 고기부터 끊으시라구요.
3.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논픽션입니다. 재능 있는 소설가의 논픽션이라 그런지 읽는 맛이 쏠솔할 뿐더러 설득력 또한 대단한 책입니다. 채식주의자 사프란 포어가 그러므로 우리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책은 아니에요. 그랬다면 뭐랄까, 이 정도의 설득력을 지니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포어는 단지, 우리가 몰랐던 현실에 대해 자신이 수년간 조사하고 탐구했던 내용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것도 지극히 균형적인 판단과 객관적인 시각에 입각해서 얘길 하려고 애쓰고 있죠. 그리고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두니, 훨씬 똑똑하고 세련된 꼬시기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양반, 이쁘고 똑똑한 마누라를 얻은 이유가 이해가 되더라니까.
4.
여하튼 저는 애초부터 고기에 환장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있음 먹고 아님 마는 식성이었던데다가 운동인으로써 필요한 단백질의 대부분은 유쳥이나 대두를 통해서 얻고 있으니 뭐 특별히 오오, 이럴 수가! 하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절반쯤은 이미 아는 얘기들이었고 거기서 오오, 그렇게까지나 잔인할 줄은 몰랐는데? 혹은 더러울 줄은 몰랐는데로 진전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다음에 크면 반드시 채식주의자가 될 거야, 하고 생각진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어차피 고기에 환장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로 이런 젠장, 절대로 고기는 먹지 말아야겠어, 하고 쉽게 흥분하지도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어차피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본래 이런 더러운 종교는 사라져야 해, 라고 말하는 사람을 전도하기가 더 쉽답디다. 저처럼 아, 그거 참 좋은데 시간이 안 되서 못 믿네. 그런 사람을 꼬시기가 더 어려운 법이라고 우리 동네 슈퍼 아주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5.
하지만 이 책은 정말이지 많은 분들께 강추하고 싶은 책입니다.
우리 모두 그러니까 채식주의가 되자구요, 하는 취지가 아니구요, 뭐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고 사는 건 자유대로 하는 건데 다만, 내가 그렇게 먹음으로써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알고 살자, 라는 취지에서 그렇습니다. 사기를 치더라도 사기인 줄 알고 치고, 사람들 패더라도 내가 사람을 패는 줄 알고 패자 그말이지요. 물론 이런 생각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를테면 정말 무서운 건 내가 휘두르는 칼에 누가 죽어나가는 줄도 모르고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고 더 무서운 건 자기가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에 준해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6.
저와 아주 가까운 지인들은 누구나 한 번쯤 제게 들어보았을 잔소리 중에 패스트푸드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뻥을 치지요. 야, 그거 미국에서 똥통에서 건져다가 곰팡내나는 자루 속에 넣어서 냉장고에 30년씩 썩혀두던 거, 우리나라에 와서 햄버거에 껴 파는 걸 좋다고 돈내고 먹냐? 뭐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서 물론 저도 아, 맛있는데? 하면서 먹긴 합니다만 함께 먹어야할 자리가 아니면 사실 몇 년에 한 번도 먹질 않는 음식 부류이기는 합니다. 일단 먹고 나면 소화가 잘 안되니까. 그리고 저의 뻥이 대개 또 원체 심하다보니 말하면서 말하는 나도 안 믿어.
그런데 헐, 이 책을 읽어보니 그게 농담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백 배는 더 심한데요? 나탈리 포트만이 이 책을 읽고 식생활이 바뀌었다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입니다. 동물을 보며 그 아이들의 생명이 불쌍해서 고기는 안되요, 그러면 아따, 그렇습니까잉? 그러면서 그닥 공감이 안 되었을 텐데, 야, 니가 먹는 그게 구데기 득실거리는 똥통에 들어있다가 대충 수돗물에 씻어서 냉동포장해서 파는 거야, 라고 말하면 헐. 그건 좀 얘기가 다르지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조류 독감이라든가 돼지 독감이 사람이 걸리는 감기처럼 그냥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바이러스가 아니고요,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라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고 이제 머지않아 그들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쳐 에이즈와는 게임도 안 될 정도로 위협적인 해를 가하게 될 거랍니다. 이제 살처분이 돼지들만의 얘기는 아닌 날이 올 거라는 거죠.
나 사는 동안은 쫌 그러지 마라.
6.
그래서 무섭고 드러우니까 채식주의자가 됩시다, 하고 조너선이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그러라고 해서 그럴 생각도 없구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 대체 거기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이지 않나, 그런 생각은 합니다. 물론 실행이 더 중요합니다만 뭐든 일단 생각이 먼저이고 시작이니까요. 이런 저도 제가 어디까지 발전되어 나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육식을 줄이는 것이 인간 사회에서는 발전이라는 사실만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동물의 왕국에서는 인간이 아직까진 확실한 지배 계급이잖아요? 지배 계급이므로 피지배 계급보다 더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게 더 성숙한, 혹은 더 발전된 인간상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않는다. 이거 아주 기본적인 지식인의 자세잖아요. 그걸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많냐 아니냐를 떠나서, 혹은 그 어떤 선전과 다른 의견이 있다해도 변하지 않는 진실 중에 하나라고나 할까요? 요즘 애들은 가끔, 잘못된 문제를 두고서도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잖아? 하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던데, 현명해진다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분야와 절대적인 신념으로 지켜야 하는 분야의 경계를 분명하게 아는 것.
7.
여하튼 육식이니 채식이니 굳이 뭘 선택하지 않더라도 육식을 하시는 분이시라면 이 책은 좀, 반드시 읽어보실 필요가 있을 거로 저는 생각합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고 일단 책이 재미있어요. 돈 주고 샀는데 그럼 된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