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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레에다 히로카즈
관심작가 알림신청Hirokazu Koreeda,これえだ ひろかず,是枝 裕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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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마다 슈퍼에 가는 목적이 딱히 쇼핑은 아니었다. 그것은 시바타 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업무였다. 수요일에는 특판 이벤트가 있어서 특히 손님이 많았다. ‘포인트 3배’라고 가게 곳곳에 광고지가 붙지만, 평소보다 얼마나 이득인지 쇼타는 알 수 없었다. 쇼타와 오사무가 슈퍼 안에 발을 들이는 때는 수요일 오후 5시. 저녁거리를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가게가 좀 더 번잡한 시간대를 노린 것이었다. (…중략…)
쇼타는 슈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뚝 멈춰 섰다. 매장 안을 둘러보며 주머니 속에서 다섯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여 조금이라도 빨리 평소의 감각을 되찾고자 했다. 오사무가 몇 발 늦게 들어와 말없이 쇼타 옆에 섰다. 서로 시선은 주고받지 않는다. 그것이 일의 시작을 알리는 두 사람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 p.10~11 바다는 서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더 멀리 나가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며 오사무와 쇼타는 큰 파도를 기다렸다. “쇼타, 너 가슴 좋아해?” 오사무가 쇼타의 등 뒤에서 물었다. “별로…….” 쇼타는 얼버무렸다. “거짓말. 아까 계속 봤잖아.” ‘들켰다.’ 문득 부끄러워진 쇼타는 입을 다물었다. “괜찮아. 남자는 다 가슴 좋아해. 아빠도 엄청 좋아해.” 오사무는 그렇게 말하며 쇼타의 등 뒤를 받쳐주었다. 쇼타도 웃음을 터뜨렸다. --- p.182~183 노부요는 아무래도 그렇게 믿고 싶은 듯했다. 혈연이라고는 아무도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쓰에는 노부요가 의지하는 희망을 더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뭐, 쓸데없는 기대를 안 해야 말이지…….” 피로 이어져 있으면 오히려 그렇게 되는 법. 아득한 옛날에 접었다고 생각한 감정이 사실은 마음 한구석에 가라앉아 있었던 것뿐임을 깨달을 때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 전남편과 그 가족에 대한 질투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피는 성가실 뿐이다. 하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 p.185~186 |
그들이 훔친 것은, 함께한 시간이었다.
소설로 만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미학 도쿄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동북쪽 동네, 고층맨션으로 둘러싸인 오래된 단층 목조주택. 여기 ‘어느 가족’이 살고 있다. 옆자리 파친코 구슬을 천연덕스럽게 훔치는 할머니, 할머니 연금을 축내며 좀도둑질을 일삼는 아버지, 세탁공장에서 손님 옷 주머니를 뒤지는 어머니, 가슴을 흔들며 연애를 파는 어머니의 이복동생,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좀도둑질을 배우는 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였지만, 어느 겨울날 작은 소녀가 새 식구로 합류하게 되면서 모두 여섯 명의 가족이 완성된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애틋한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이 완벽한 타인일 뿐, 진짜 가족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데……. 가족을 넘어 ‘인연’을 말하는, 여름을 닮은 소설! 혈연 공동체인 가족 안에서의 부재와 상실, 결핍의 문제와 더불어 남겨진 자들이 어떻게 죽은 자를 기억하고 살아가느냐에 대해 천착해온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좀도둑 가족』에서 고민의 깊이를 한층 더한다. 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일 수 있을까. 혈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정을 쌓고 함께 시간을 보내도 가족이라는 연대는 불가능한 것일까.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의 의미를 겹겹이 물을 뿐,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스크린에는 함의를 가득 안은 표정과 속내를 꾹꾹 눌러 담은 짧은 대사만이 오간다. 고레에다 감독은 우선, 영화를 본 관객에게 『좀도둑 가족』의 일독을 권한다. 고레에다 감독이 소설 『좀도둑 가족』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영화는 백 퍼센트 언어화되지 않는 예술이잖아요.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 언어화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았습니다”라고 말했듯 영화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꼭 영화와 짝을 이루지 않더라도, ‘작가 고레에다’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마음을 두드리는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전하기에, 비채에서는 뜨거운 여름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특히, 정답보다 질문에 매혹되는 사람이라면 『좀도둑 가족』에 깊이 매혹될 것이다. [등장인물 소개] -할머니/하쓰에(78) “나를 뜯어먹을 수 있으면 어디 그렇게들 해봐.” -아버지/오사무(47) “오늘 추운데 일은 쉴까봐. 마침 벨트도 안 보이고.” -어머니/노부요(36) “우리, 선택받은 건가? 가족도 자기가 고르는 편이 강력하겠지? 정 같은 거 말이야.” -어머니의 이복동생/아키(21) “할머니는 나에 대해 뭐든 안다니까.” -아들/쇼타(11) “학교는 집에서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다니는 거야.” -막내/유리(5) “새 옷은 됐어. 옷 사주면 나 때릴 거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