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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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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큰글자도서)
[도서]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큰글자도서)
김은화 저 딸세포
0% 39,000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294g | 128*188*20mm
ISBN13 9791196675615
ISBN10 119667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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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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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마치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공부하고 6시가 되면 압력솥에 밥을 올렸다. 할아버지 밥상부터 오빠 도시락까지 하루 열 끼를 차릴 때였다. 엄마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출판물류회사에 다녔다. 종일 쪼그리고 앉아 반품들어온 책을 풀고 분류해서 날랐다. 허리와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가는 일이라, 새벽마다 근육통으로 앓기 일쑤였다.
--- p.12

내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부모님이 이혼했다. (...) 나는 자신을 방어하는 동시에 걸핏하면 엄마를 모욕하려 드는 세상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득권을 가진 자의 표독한 얼굴이기도 하고, 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사람을 후려치는 권력자의 고함이기도 했다. 그 모든 밑바탕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의 얼굴이 깔려 있었다. 나는 강해지고 싶었다. 이 무례한 사람들과 긴 노동, 돈 걱정으로부터 엄마를 해방시켜 주고 싶었다.
--- p13

이혼 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박봉을 받을 때조차, 엄마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았다. 그녀에게는 40년 세월 제 손으로 밥벌이해 온 자로서, 근면한 노동자로서 지켜 온 자부심이 있었다. 그간 나는 엄마를 연약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유연하고도 강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 나는 엄마더러 삶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해 왔지만, 실은 지금껏 엄마를 무시해 온 것은 나였는지도 모른다.
--- p15

그래서 내가 먼저 엄마를 알아주기로 했다. 그 시작은 제대로 된 호칭을 붙여 주는 일이다. 엄마는 그간 가족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나 생계부양자 같은 호칭은 남성에게만 명예롭게 주어졌다.나는 여기에 대항해서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다고, 아니 살렸다고. 그녀의 노동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지 못했을 거라고, 엄마는 우리 가족의 생계부양자이자 진정한 가장이었다고 말이다.
--- p16

우리도 마산자유수출지역에 있는 에프원에서 일할 때 일본 회사라고 돈 좀 더 받으려고 데모도 하고 설쳤다. (…) 한국에서 돈을 벌었으면 한국에서 좀 쓰든가, 종업원 처우 개선을 해 주거나 월급을 많이 주던가 하지, 왜 그 돈을 일본 즈그가 다 가져가노 이 말이야. 그걸 가로막았으니까 우리가 애국자지.
--- p35~36

내가 마산통신고등학교 수석으로 졸업했다 아이가, 수석! (…) 내 졸업할 때가 진주교대 2년제 마지막이었어. 2등한 애가 거기 갔다. 나는 실력이 되는데 대학 갈 생각을 못 했다. 그때 대학을 갔으면 내 인생이 확 바뀌었지.(…) 오빠들 군대를 한 번에 다 보내버려서, 내가 벌어 먹고살았으니.
--- p47~49

장사하다 보니까 힘들어서 안 되겠는 거라. 느그 아빠 일 그만두고 살림 안 살지, 내가 아침 해 먹고 나와야지, 장사해야지, 뒤치다꺼리하고 빨래하고 뭐 해야 하고… 장사 이게 내 혼자만 죽도록 고생만 하는 기라.
--- p103

안 되겠다, 내가 엄마로서 애들을 잘 키우지는 못해도 언덕은 돼 줘야겠다 했지. 나는 죽음을 각오했어. 죽을 형편이면 죽고, 살 형편이면 살고, 이래 무작정 살아왔던 거야.
--- p161

나는 이혼한 거 열두 번 생각해도 열두 번 다 옳다. 이렇게 사는 걸 보고 남들은 욕할지도 모르지만.
--- p165

가부장적인 사회는 여성들을 자꾸 변방으로 몰아낸다. (…) 그러나 여성들은 피해자의 자리에서 머물지 않는다. 밀쳐졌다가도 튕겨오르고, 순응했다가 반발한다. (…) 삶의 길 위에서 그녀들 하나하나가 적극적인 플레이어이며, 역사의 주인공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살아남은 여자는 누구나 강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밀려난 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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