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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한 시간을 노래한 댕댕이 시집인데요. 시인은 말합니다. 개와 함께한다는 건 나 아닌 한 생을 돌보는 것이라고. 태어남부터 사라짐까지 한 존재의 반짝임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이라고. 사랑을 주고받는 게 이렇게 간결하고 확실할 수 있단걸 함께 살다보면 알게된다고. 이런 댕댕이와 함께 하면서 어떻게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시 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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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시답고 개다운
강지혜 | 여섯 개의 작은 발로 | 죄책감 | 신지와 나 「내 옆에 있어줘」 김상혁 | 내가 잘 모르는 강아지 | 기적의 시간 | 김살구와 나 「결혼식에 난입한 강아지」 김소형 | 개의 신 | 당근 | 꼬미와 몽이와 나 「사냥개 관찰 일지」 남지은 | 수평의 세계 | 기척 | 짱이와 나 「사랑하는 나의 작은 개」 민 구 | 이어달리기 |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아 | 복자와 나 「죽은 강아지 나라」 박세미 | 접속 | 꿈의 형벌 | 해피와 지돌과 나 「해피라는 첫,」 박시하 | 밀리에게 | 존재의 흐린 빛 | 밀리와 나 「동네 친구 만들어준 비글미」 박 준 | 단비 | 줄 | 달비와 하비와 나 「더키, 코코, 달비, 하비」 서윤후 | 너는 있다 | 부서지기 쉬운 | 서행복과 나 「안간힘을 무릅쓰고」 성다영 | 실공 | 어떤 일의 끝 | 오디와 나 「동물 오디」 송승언 | 개는 모른다 모르는 개는 안다 | 발이 닿는 곳마다 | 마초와 나 「마초의 모험」 심보선 | 강아지 이름 짓는 날 |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 보리와 나 「나는 개 옆에서 살아왔다」 안미옥 | 조율 | 엉망 | 여름이와 나 「그래도 괜찮아」 안태운 | 흰 개를 통해 | 안개비 | 보옹이와 나 「보오오오옹!」 원성은 | 이리(Eerie) 테글턴 | 수영 | 초코와 나 「초코 사랑」 유계영 | 그 개 | 우리는 슬픔 말고 맛과 사랑과 유머 | 호두와 나 「개와 개 아닌 마음」 유형진 | 개들의 이름 | 모르텐과 똥 먹는 개 | 호두와 나 「산책 후 졸음」 임솔아 | 무릎 | 예의 | 쁘띠와 깜지와 나 「쁘띠가 낳은 깜지, 반지, 꼭지」 정다연 | 더는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지 않겠지 | 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 밤이와 아롱이와 나 「풍경 찾기」 최현우 |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 | 집에 혼자 두지 말랬잖아 | 코코와 나 「그때서야 생각해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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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서1팀 박정윤(cherrylab@yes24.com)
내 책장 속 몇 권 없는 시집 중 여러 번 손이 가는 책이 있다. 4년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우리 집 막내, 블루옹(강아지 말티즈)를 떠올리며 읽는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김소형, 박준, 유계영 등 반려견과 사는 스무 명의 시인이 전체 60편의 시와 짧은 산문으로 개와 함께한 시간들을 이 책에 담았다. 세상을 구할 만큼 귀여운 개와 강아지의 모습, 그들을 너무도 사랑하는 시인들의 마음이 한 문장, 한 문장 속에서 충분히 전달되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소소한 재미랄까. 시인과 반려견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 실려 있다.
한편 MD로서 이 책을 대하는 마음은 출간된 지 1년이 조금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기준에서) 다소 아쉬운 판매를 보인다는 것이 속상하다. 수치로 책을 판단한다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무려 1천만이라는데 그중 1%만이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댕댕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귀여움에 몸부림치고, 혹은 먼저 곁을 떠난 반려견들을 추억하고, 또 그리워하며 그렇게 무한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요즘은 그동안 물밑에 있던 고양이파들의 세력이 확장된 느낌이다. 나 역시 잠들기 전 SNS에서 고양이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됐다. 아마 반려견만큼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작가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언젠가 나올(알 수 없지만…) 댕댕이 시집 2탄과 냥냥이 시집을 시리즈물처럼 책장에 쭉 꽂아두고 싶다. 꼭 책 내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내가 물으면
너는 발라당 누워 부드러운 배를 내민다 흰 테두리의 분홍 귀를 가졌지 나의 옆구리에 네가 주둥이를 파묻을 때마다 활짝 열리는 순결의 동굴 나의 사회로부터 낳은 죄들을 거기에 숨겨두었다 나의 사회와 너의 사회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는 너를 안고 즐거운 멍청이가 되는데 --- 「박세미, 접속」 중에서 나를 만나러 오기 위해 너무 많은 화분을 쓰러뜨리며 온 너를 품에 두자 냄새만이 남는다 금방 돌아가야 할 것처럼 보채는 시간 앞에서 우린 자주 미끄러졌다 너는 나의 어떤 냄새를 알까 우리는 어떤 꽃의 실패한 향기일까 (재채기) --- 「서윤후, 너는 있다」 중에서 개는 모른다. 당신이 오늘 왜 슬픈지. 그러나 개는 안다. 당신이 슬프다는 것을. 개는 모른다. 당신이 아는 많은 것들을. 그러나 개는 안다. 당신이 모르는 많은 것들을. 개는 안다. 당신이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러나 개는 모른다. 당신이 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 「송승언, 개는 모른다/ 모르는 개는 안다」 중에서 개가 주인을 닮는다는 말보다 주인이 개를 닮는다는 말이 더 좋다 잠깐 깨물었다 놓아준 오후가 둥글게 굴러가고 산책하다 만난 새를 쫓고 주인보다 한 발 앞장서서 걷다가 시간이 흐르고 어린 개는 자란다 --- 「안미옥, 엉망」 중에서 개는 단 한 번을 묻지 않고 즐겁기를 원하고 너를 시로 쓴다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너는 웃기는 강아지인데 나는 시인도 아니면서 왜 슬프고 서늘한 문장만 떠오를까 개가 공을 던져주길 원하는 방향은 아마 이곳이었을 것이다 --- 「유계영, 우리는 슬픔 말고 맛과 사랑과 유머」 중에서 다정한 친구네 개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별처럼 불러보면 개들만 볼 수 있는 그 담담한 세상이 주단처럼 펼쳐진다 --- 「유형진, 개들의 이름」 중에서 |
아기 강아지, 늙은 개, 무지개다리
-만남부터 이별까지 너를 만나 내가 바닥이라 믿고 있던 것이 무너졌어 그렇기에 비로소 나는 날아올랐지 빛이 드는 쪽으로 한 걸음 더 -「여섯 개의 작은 발로」 부분 개와 인간의 지극히 사적인, 그러나 역사적인 첫 만남. 두 생애를 흔들어놓을 거대한 충돌이다. 양 손바닥 위에 가뿐히 올라가던 작은 생명이 인간의 일상을 온통 헤집어놓을 줄이야. 뒤죽박죽이 된 인간의 일상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곤혹스러울 것이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즐겁다. 개를 만나기 이전의 질서를 잃는 대신 인간은,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된다. 혼자서는 몰랐을 길을 걸을 때나 혼자서는 맞지 않았을 비에 흠뻑 젖을 때에도 메리와 함께 기쁘다 언닌 -「기척」 부분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어린 개는 자란다”(「엉망」). 인간의 시간과 개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 인간의 한 해는 개의 일곱 해. 인간보다 어렸던 개는 머지않아 인간을 앞지른다. 개는 성큼성큼 늙어간다. 개의 무늬와 상관없는 흰털이 돋아나고, 움직임이 줄어들며, 예민했던 코와 귀가 서서히 둔해지는 것을 인간이 먼저 실감한다. 사랑하는 대상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는 일에는 당연한 슬픔이 따른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라면, 무지개다리 너머를 상상할 수 없다면, 인간은 다시 한 번 개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시인들이 노래한 개와의 이별은, 다만 “어느 행복한 영혼이 꽃과 햇살을 경쾌하게 지나치듯” 제 몫의 “갈 길”을 가는 것. “뒤돌아보지 않는”(「내가 잘 모르는 강아지」) 것.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개의 신」) 것. 그런데 어떤 이별이, 어떻게 이별이, 이토록 간결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우리의 냄새에 맺히는 건 오랜 떨림이었으므로 잃어버린 것을 찾지 않기로 한다 너는 내 이름을 한 번도 불러준 적 없으면서 내게 있다는 신비 햇빛이 꼬리를 흔든다 네가 늘 앉아 있던 자리를 향해서 너는 있다 -「너는 있다」 부분 개와의 이별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닐 수 있는 이유는, 오래 지속되는 ‘감각기억’을 남기기 때문이다. 개가 떠난 후에도 인간의 곁에는 개의 감각이 일상의 보석처럼 함께한다. 당근을 아껴 먹던 개는 떠난 후에도 여름마다 돌아와 “쏟아진 당근 사이로 짧은 꼬리”를 보여주고 “당 근, 하면” “어디서든 달려”올 것 같은 기대를 주기도 하며(「당근」), 이미 땅에 묻어준 개는 어느 아침 “옆으로 와서 한숨을 쉬며” 눕기도 하다가(「나는 환생을 믿지 않아」), 급기야 “눈 감으면” “볼 수 있는”(「부서지기 쉬운」) 존재가 된다. 없어도 있다는 믿음, 죽어서도 살아있다는 느낌.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이별을 모르던 어린 인간은 개를 통해 “외로움의 강자”(「밀리에게」)가 된다. 개를, 내가 아닌 것을,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르는 길 밖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가볍게 가볍게 땅에 그어진 선의 경계를 훌쩍 뛰어 넘으며 이 걷기를 계속하자 -「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부분 다 알지 못한다 해도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하다 -말 통하지 않는 개와 마음으로 통하기 어린 개는 달린다 신발을 물어와 방 한가운데 두고 구름을 잔뜩 풀어헤쳐놓았다 (……) 개의 생각을 다 알지 못한다 해도 함께 산다 그것이 가능하다 (……) 개는 자라서 주인의 생각을 이해한다 개는 방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개는 조용하다 개는 기다린다 -「엉망」 부분 인간과 개의 역사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길다. 그만큼 인간과 개 사이의 감정 역시 일상의 언어를 통해서는 결코 설명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인들이 마흔 편의 시로 옮긴 개와의 시간에는 사랑, 믿음, 우정, 행복, 영광, 죄책감, 그리움, 슬픔, 상실감, 두려움, 쓸쓸함이 있다. 또, 시의 언어를 통할 때에만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는 이름 없는 정서가 있다.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반짝이는 마음이 있다. 놀라운 것은 이토록 복잡하고 다채로운 마음의 겹에, 그것이 즐거운 것이든 아픈 것이든 간에, 모두 개의 온기가 묻어있다는 점이다. 인간보다 1도 높은 개들의 체온 말이다. 이 시집을 끌어안지 않을 수 없는 이유. 나 개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아마도 이 따끈따끈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