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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랑이 교실에서 나가다 _ 15
2 호랑님의 생신날이 되어 _ 25 3 이리 떼를 막자고 호랑을 불렀으니 _ 59 4 호환마마전쟁 _ 103 5 호자 위에 견모 있으랴 _ 123 6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는 _ 161 7 세 사람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나온다 _ 193 8 호랑이 굴에 잡혀 갔으니 정신만 차리면 _ 215 9 호랑공주 제 말 하니 왔소 _ 253 10 호랑이 담배를 피워도 되는 시절 _ 267 작가의 말 _ 277 프로듀서의 말 _ 280 |
저홍지운
관심작가 알림신청홍석인, d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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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대한제국사를 연구하는 역사가들이 하나같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사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본 제국주의 점령 아래서 휘종이 대한제국 황실의 국외 망명자들을 규합해 독립운동의 상징이 되었던 것. 다른 하나는 산종이 군부 독재정권 아래서 친군부파 황실에 맞서 민주화 진영의 상징이 되었던 것. 이 두 사건은 시민들이 입헌군주제를 받아들이는 결정적인 계기들이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사건에서 현 황제 혜종의 어머니, 산종이 보인 활약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영웅적 결단이었다.
--- p.40 “왜 내 생일날 오셔서 이러세요? 아니, 헌법에 황제는 남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않아도 가도 된다는 조항이라도 있대요?” “그런 조항은 없지. 하지만 이모가 조카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와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없거든.” --- p.50 제가 황제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요. 크롱이가… 아니, 담임선생님이 황궁에서 개최하는 황실 성인식에 참가하는 거면 공식적으로 야자를 째도 된다고 했거든요. 크쌤! 봤죠? 진짜지? 나 뉴스 탔지? 이제부터 째든 말든 노터치다? --- p.63 호랑은 불량학생은 맞았지만 불량인간은 아니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해 호랑은 불량인간으로 분류될 짓을 가끔 하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부분적으로만 불량인간이었다. 이성과 합리적인 방법론으로 성심껏 수업을 지도하는 교사한테마저 행패를 부릴 수는 없었다. --- p.85 호환마마전쟁은 호랑이 황위를 계승하기로 결심한 뒤 친구들과 오랜 시간 논의한 끝에 만든 타이거릴리 프로젝트의 신곡 가사였다. 블루레이도, DVD도, CD도 아닌 VCR이라는 영상매체에서 나오던 공익광고의 문구를 따온 역작이었다. 하지만 호랑은 이 캐치프레이즈를 유명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를 구타하는 영상에서 첫 공개를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p.126 레드카펫 위에 선 호랑은 야생에서 뛰어놀던 짐승 같던 이전의 모습과 지금을 연결 짓기 어려울 정도로 우아하고도 화사한 인상을 주었다. 라라의 턱시도 차림 또한 세련되었지만 그제까지만 해도 궁궐 안의 고릴라처럼 날뛰던 호랑이 이렇게나 진중한 모습을 보이니 기존 이미지와의 격차에서 오는 파괴력은 비할 데가 없었다. --- p.150 호랑은 라라와 함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옥상정원 한켠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성인식 이후에도 호랑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불호로 응답을 한 시민들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어쨌든 호랑은 주 40시간 동안은 무척이나 성실한 공주였다. 법정 업무시간이 끝나면 맹수로 돌아갔지만. --- pp.213-214 |
미덥지 않은 어른 앞에 나타난 아이의 어른 되기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의 주인공 이호랑은 범상치 않은 고등학생이다. 궁궐 복원이라는 귀족적인 프로젝트에 반발하여 펑크를 연주하며 시위하고, 근현대사는 당연하게도 익히지 않는다. 열여덟 번째 생일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 나타나며 호랑의 삶은 한층 역동한다. 혜종 황제가 본인이 호랑의 이모임을 밝힌 데 더해, 호랑이 차기 황제로 지목됐음을 일러 준 것이다. 악명 높은 황족 원로회 이익태의 아들에게 계승권을 넘기면 궁궐 복원 프로젝트를 막을 방도가 사라질 위기 앞에서 호랑은 ‘펑크로 세계정복’의 꿈을 포기한다. 좌충우돌하지만 누구보다 진실하고 사려 깊은 호랑은 스무 살이 되기 직전의 청소년이다. 질풍노도의 청소년이 성인식을 전후로 방황을 겪고 성장하는 이야기는 으레 재밌고 감동적이기 마련. 어린이가 어른의 꼴을 갖추게 되는 점진적인 단계가 안정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호랑에게 큰 깨달음을 주거나 호랑을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 앞에서 어른보다 차라리 나은 어린애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호랑이란 인물의 미덕이다. 현실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부당함과 그에 뒤따르는 두려움을 의식적으로 지운 캐릭터 호랑. 그는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두려움을 알아야 할 이들에게 꽤 근사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호랑이 주인공인 성인식에서 정작 어른이 되어야 할 사람을 꼬집어 보게 되는 경험은 소설 읽는 재미를 독자로 하여금 일깨운다. 상상력만이 도달할 수 있는 문제적 현실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입헌군주제가 이어진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한 팩션이다. ‘만약’이 없는 역사에 ‘만약’을 더한 이야기는, 현실에는 없지만 현실에 마땅히 있어야 할 정치가와 지도자의 상을 그려 보게 한다. 대한제국의 독립운동에 황족들도 성공적으로 참여하여, 황족의 역사를 이어 왔고, 이 ‘만약’의 역사에는 여성 리더가 드물지 않다! 특히 차기황제로 지목된 호랑이 원로회를 대뜸 찾아가 위협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서류에 적힌 회사들이 참, 대한제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쟁쟁한 곳들이네요. 그렇죠? …선의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서류예요. 제가 이 서류를 좀 더 상세하게 읽어 볼까요? 아니면 이 서류를 읽어 볼 일이 없게 제가 잘할까요?” 이익태와 유착 관계에 있는 업체와 유력인사들의 정보가 낱낱이 적혀 있는 서류를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읽는 호랑, 겁 없을 뿐 아니라 겁을 선사하는 호랑이 과연 무사히 황제 자리를 계승할 수 있을까. 그가 정립하는 황제의 상은 어떤 꼴을 하고 있을까. 우아한 성정이 만들어 낼 파괴적인 혁신을 그려 보는 사이, 당신의 입가에는 기껍고도 짓궂은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